아! 형산파 292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92화
292화. 호천마궁과의 전쟁, 그 시작 (2)
적운상은 그들을 쫓으면서 태룡도를 휘둘렀다. 그렇잖아도 무공이 딸리는데 뒤에서 그렇게 칼질을 해대니 상대가 되지 않았다. 호천마궁의 정예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적운상이 한 번씩 태룡도를 휘두를 때마다 반격조차 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포위해라! 우선 놈부터 처리해!”
뒤늦게 도착한 신보복의 명령에 적운상을 그냥 지나쳐서 형산파로 가려던 사내들이 몸을 돌렸다. 적운상은 뒤쫓아 오던 사내들과 그들 틈에 끼어 순식간에 포위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적운상이 바라던 바였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저들의 발을 여기에 묶어놓아야 했다.
후우우웅!
적운상이 먼저 그들을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그러자 포위가 급격히 좁아지면서 여덟 명이 동시에 칼을 휘둘러왔다.
따다다다다다땅!
적운상은 공격하던 걸 멈추고 방어에 치중했다. 지금은 힘을 아껴야 했다. 적은 삼천 명이나 된다. 초반에 힘을 빼버리면 나중에 당하고 만다. 그래서 아까 양괴를 상대할 때도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았었다.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은 상당한 내공의 소모와 정신적인 피로를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삼 초식을 펼칠 시간동안 버틸 수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연속으로 펼치지는 못했다. 횟수도 일곱 번에서 아홉 번 정도가 한계였다.
“흐음… 그리 강한 것 같지는 않은데 궁주님이 왜 그렇게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군.”
부하들에게 둘러싸여서 싸우고 있는 적운상을 보면서 신보복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양문의가 미간을 살짝 좁히며 말했다.
“시간을 끌고 있군.”
“뭐?”
“놈은 힘을 아끼며 시간을 끌고 있다. 형산파에 있는 사람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려는 건가?”
양문의의 생각은 그랬다. 조비가 이미 자신들이 오고 있다는 것을 말했을 터, 감히 맞선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테고, 그러니 도망가기 위해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형산파에서는 이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각오를 다지며 하나로 뭉치고 있었다.
“아니다.”
옆에 있던 조비가 짧게 내뱉자 양문의가 그를 봤다. 조비는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적운상을 보고 있다가 불쑥 물었다.
“교성은 어디 갔나?”
“모르겠습니다. 아까 어딘가로 사라졌습니다.”
“안 좋군.”
“뭐가 안 좋다는 겁니까?”
“적운상을 상대할 사람은 교성밖에 없다.”
“차라리 저한테 맡겨 주십시오. 제가 가서 해치우겠습니다.”
신보복이 자신감 있게 말했다. 그러자 조비가 비웃는 얼굴로 그를 보며 말했다.
“자네는 적운상의 일 초식도 받지 못해.”
다분히 무시하는 말투였다. 하지만 상대가 조비이기 때문에 신보복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포위를 세 겹 더 붙여. 적운상만 해치우면 형산파에 있는 자들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 여기서 적운상을 해치우고 형산파로 간다.”
“알겠습니다.”
신보복은 조비가 적운상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눈치 빠른 조비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조비는 작게 혀를 차며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자네가 적운상을 이길 거라 생각하는가?”
“혼자라면 힘들겠지만 부하들과 함께라면 자신 있습니다.”
“적운상에게 사람 수는 문제가 되지 않아. 몇 명이든 간에 모두 베어버리지. 저기를 봐라. 벌써 일각이나 지났지만 다친 사람이 아무도 없다. 적운상도 옷자락 하나 잘리지 않았지. 그게 무슨 뜻인지 아나?”
신보복은 적운상이 싸우는 것을 보다가 조비가 하는 말에 그제야 뭔가 깨닫는 것이 있었다.
“그는 지금 놀고 있는 걸세. 호천마궁의 정예들을 제 마음대로 다루고 있단 말이다. 만약 적운상이 저들을 죽이고자 마음먹었다면 모르긴 몰라도 이백 명 정도는 싸늘한 시체가 되었을걸. 그런데 자네가 맡겠다고?”
“죄송합니다. 주제넘었습니다.”
“알면 됐어. 빨리 교성이나 찾아와.”
“알겠습니다.”
신보복이 부하들에게 교성을 찾아오라고 하기 위해 자리를 뜨자 유역초가 조비에게 물었다.
“모산쌍괴는 어떻게 됐습니까? 원래 그들에게 적운상을 처리하게 하려던 게 아니었습니까?”
“아니야. 모산쌍괴로는 어림도 없어. 교성 정도는 되어야 승부를 생각해 볼 수 있지.”
놀라운 말이었다. 유역초는 교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모산쌍괴가 얼마나 강하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모산쌍괴가 상대가 되지 않는다니 쉽게 믿어지지 않았지만, 적운상과 가까운 사이였던 조비가 하는 말이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조비를 보며 이야기하던 유역초가 적운상이 싸우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적운상은 아주 약간의 움직임만으로 사방팔방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불필요한 움직임은 일체 없었다.
호천마궁의 무사들이 세차게 몰아치면 받아서 흘렸고, 뒤로 물러나면 호흡을 정리하며 힘을 아꼈다. 게다가 몇 겹으로 완전히 포위된 상황인데도 오히려 그들을 원하는 대로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적운상은 단순히 무공만 강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춰서 싸울 줄을 알았다. 그만큼 경험이 많다는 뜻이었다.
“흐음… 정말 강하군요.”
“그렇지? 큭큭. 저 나이에 저런 강함이라니, 하늘은 참 불공평하지 않나?”
“그렇군요.”
유역초가 수긍을 하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유역초는 한때 넘쳐나는 재능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서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었다. 그런 재능으로 나이 서른이 될 때까지 열심히 노력을 했고 덕분에 호천마궁 일대의 대주가 되었다.
하지만 적운상을 보니 자신의 그런 재능과 노력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적운상은 지금 가진 실력을 모두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도 저 정도니, 제 실력을 모두 보일 때는 어떨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잘하고 있구먼.”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적운상에게서 눈을 못 떼고 있던 조비와 유역초가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교성이 혀를 차며 말했다.
“부하들을 물리게. 저래서는 오늘 안으로 끝날 것 같지가 않군.”
“어르신이 좀 나서주십시오.”
“모산의 두 늙은 놈들은 어쩌고?”
“무당삼현과 화산이로에게 붙잡혀 있습니다.”
“쯧쯧. 그리 사태파악을 못해서야 어디에 쓰나? 놈이 도망가지 못하게 포위만 확실히 해. 내가 가서 처리할 테니까.”
“믿고 있겠습니다.”
“그래야지.”
교성이 얼굴에 웃음을 띠며 천천히 적운상에게 다가갔다. 유역초는 두 사람이 싸울 수 있도록 부하들을 뒤로 물러나게 했다.
“험, 제법 칼 좀 쓰는구나. 나는 교성이라고 한다.”
교성이 쓰고 있던 커다란 삿갓을 뒤로 넘기고 적운상을 보며 말했다. 적운상은 한눈에 이 노승이 상당한 고수라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자신의 앞에 당당하게 나타났으면 뭔가 믿는 것이 있다는 뜻인데, 전혀 무공을 익힌 것 같지가 않았다. 경지가 높아 무공을 익힌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반박귀진(返撲歸眞)의 경지에 오른 것이 분명했다.
“적운상이오.”
“알고 있다. 호천마궁의 궁주가 너를 죽여 달라고 하더구나.”
“쉽지 않을 거요.”
“자만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그래봐야 일 초식도 받아내지 못하겠지만.”
“자만하는 건 당신인 것 같군.”
“클클. 그런가? 어쨌든 말해봐라.”
“뭘 말이오?”
“유언 말이다. 누군가에게 전할 말이 있으면 나중에 내가 전해주마.”
“필요 없소.”
“그러지 말고 말해봐라. 꼭 전해줄 테니.”
“필요 업소.”
“무뚝뚝한 놈이로군. 알았다. 그럼 할 수 없지. 최대한 빨리 끝내주마.”
그렇게 말하면서 교성이 내공을 끌어올렸다. 적운상도 금안뇌정신공을 끌어올리며 태룡도로 교성을 겨눴다.
챙!
“헉! 무슨…….”
교성은 어찌나 놀랐던지 심장이 다 멎는 줄 알았다.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서 휘두른 일격을 적운상이 너무나 손쉽게 막아낸 것이다.
무극의 영역에서 하는 공격은 그 누구도 막아내지 못한다. 같은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만이 막아낼 수가 있었다. 교성은 적운상의 무공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설마 자신과 같은 탈인의 경지에 올라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교성이 탈인의 경지에 오른 것은 근간에 이룬 일이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정말이지 천하무적이 된 것만 같았었다. 천하가 아무리 넓다지만 탈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심검의 경지에 오른 사람조차도 찾기가 쉽지 않으니 탈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야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서로 만나는 일이 흔하지 않았고, 이에 그는 자신이 최고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적운상이 같은 경지에 올라 있었던 것이다. 이제 갓 약관을 넘긴 것 같은 나이거늘, 어찌 그렇단 말인가?
교성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적운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러면서 내공을 끌어올려 다시 한 번 무극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주위의 모든 것이 느려지면서 자신만의 세상이 펼쳐졌다. 이곳에 들어오면 자신은 무적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마치 정지해 있는 것처럼 느린데 자신은 그 몇 배나 빠르게 움직일 수가 있었다. 그러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적운상도 당연히 그래야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적운상은 놀랍게도 그가 휘두르는 선장을 태룡도로 가볍게 쳐냈다.
챙!
교성이 무극의 영역에서 튕겨져 나왔다. 순간 등에 후끈한 느낌이 들며 극심한 통증이 일었다. 칼에 베인 것이다. 비틀거리면서 몸을 돌리자 적운상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