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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331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7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31화

331화. 상봉(相逢) (1)

 

형산. 오악 중 하나로 불리는 곳이라 평소에도 경치를 둘러보기 위해 산을 오르는 자들이 제법 되었다. 그런데 요 근래에는 다른 목적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모두가 비무를 보기 위해서 형산파로 가는 사람들이었다.

“저곳이 형산파인가요?”

적교희가 거친 숨을 가라앉히면서 물었다. 멀리 보이는 문에 형산파라고 적힌 편액이 걸려 있었다.

“그래. 저기가 형산파야.”

형산파의 정문이 가까워질수록 적교희는 점점 실망이 들었다. 요즘 호남일대에 명성을 떨치는 곳이라기에 기대를 했건만 생각보다 너무 초라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집은 악안에서 가장 큰 장원이었으니 비교가 되었던 것이다.

정문에서 방명록에 간단히 기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적교희만큼이나 어려 보이는 소녀가 덩치가 커다란 사내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은서린이었다.

“뭐예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사실이 그렇지 않소? 게다가 소저가 들으라고 한 말도 아니오.”

“아니긴요! 바로 옆에서 다 들으라는 듯이 이야기를 해놓고는.”

“아니 우리 입으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놓고 왜 화를 내는 것이요?”

“그러게나 말일세. 조그만 소저가 성격이 참 뭐 같군.”

화가 나기는 했지만 논리적으로 따지려던 은서린은 그 말을 듣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의를 배웠다는 사람들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신네 문파에서는 그따위로 가르치나요?”

“뭐요?”

은서린이 사문을 들먹이자 사내들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하지만 은서린은 전혀 기죽지 않고 소리쳤다.

“왜요? 내가 못할 말 했나요? 기분 나쁘면 가면 되잖아요! 왜들 남의 문파에 와서 없는 사람 욕을 하고 그래요?”

“우리가 뭐 못할 말 했소?”

“당연한 거 아니에요? 내가 당신들 문파에 가서 사형제들을 욕하면 기분이 좋겠어요?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입장 바꿔서 생각해봐요!”

은서린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자 주위로 사람들이 점점 더 모였다. 그러자 사내들이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그들과 같은 손님들이었기 때문에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은 매, 무슨 일이야?”

혁무한이 다가오며 물었지만 은서린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사내들을 향해 열을 올렸다.

“당장에 사과하든가 아니면 여기서 나가요!”

“흥! 우리가 왜 간단 말이오? 우리는 당당히 숙박비까지 내고 있는데.”

“그깟 돈, 돌려주면 되잖아요! 지금 당장 나가지 않으면 나도 당신들의 사형제를 욕할 거예요. 아니 당신들의 사문과 사부까지 욕을 할 거예요.”

“말을 함부로 하지 마시오!”

“누가 먼저 함부로 했는데요!”

혁무한은 은서린을 말리려고 했지만 뭣 때문에 그러는지 몰라서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상대가 손을 쓰면 언제라도 막을 수 있게 은근히 내공을 끌어올렸다.

“뭐야? 누가 우리 사매를 괴롭혀?”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니 울리자 귀가 아파서 사람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에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니 웬 여인이 나는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주양악이었다.

“사매.”

“사저.”

“왜 그래? 이 사람들이 뭐라 그래?”

“적 사형이 무서워서 오지 않는다고, 질까 봐 비무를 피하는 거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그렇지 않다고 하니까 되레 화를 내면서 막 뭐라고 하고…….”

은서린은 어지간히 서러웠던지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그걸 보고 주양악이 사내들을 사납게 쏘아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명문정파의 제자들이었다. 그 정도에 기가 죽을 리가 없었다.

“우리가 없는 말을 한 것도 아니지 않소? 게다가…….”

“시끄러워! 당신들이 뭔데 적 사형을 욕해! 사매는 또 왜 울리고! 한번 해보겠다는 거야?”

“뭐 이런 경우 없는 여자가…….”

“누가 경우가 없어!”

주양악이 화를 참지 못하고 기세를 뿜어내자 사내들이 흠칫하면서 거의 동시에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혁무한과 은서린도 검을 뽑아들었다.

“그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었겠다!”

주양악이 소리치면서 내공을 끌어올리자 옷자락이 크게 펄럭거렸다. 그걸 보고 사내들이 바짝 긴장을 했다. 내공이 몸 밖으로 뿜어져 나와 옷이 펄럭거릴 정도면 보통이 아니었다. 그들 중에 단 한 명도 저런 심후한 내공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상황이 그쯤 되자 운암은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주양악과 싸우려는 사내들은 모두 수호무룡대였다. 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하등 이로울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을 말리려고 하는데 등 뒤에서 사람을 찍어 누르는 박력이 느껴졌다. 이에 고개를 돌려 뒤를 보고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가만두지 않…….”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을 하려던 주양악도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며 옆을 봤다. 그러자 사내들도 얼결에 그쪽을 봤다.

“헉!”

“아! 적 사형!”

“사형!”

정문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사내는 흑색 무복을 입고 그 위에 흑포를 걸친 차림으로 허리에는 검과 도를 한 자루씩 차고 있었다. 적운상이었다.

사내들은 적운상이 천천히 다가오자 그 위압감에 어찌해야 할지 서로 눈치를 살폈다. 흥분해서 검을 뽑기는 했지만 휘두를 생각은 없었다. 그저 한 수 겨룬 후에 물러날 생각이었다.

적운상은 기세등등해 있는 주양악과 검을 빼 들고 있는 은서린, 혁무한을 차례대로 힐끗 한 번씩 보고는 사내들을 봤다. 그리고 사내들을 향해 다가갔다.

적운상이 점점 다가올수록 그들은 숨이 턱하니 막혀왔다. 특별하게 기세나 투기를 뿜어내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기가 눌렸다.

“칼 집어넣어라.”

적운상은 그들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서 조용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사내들이 주춤거리기는 했지만 검을 집어넣지는 않았다.

“칼 집어넣으라고 했다. 두 번 말하지 않는다.”

잠깐 동안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사내들은 두려움이 일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필사적으로 버텼다.

그때였다. 적운상의 바로 앞에 있던 사내가 그 자리에서 빙글 한 바퀴를 돌더니 머리부터 땅에 처박혔다. 적운상이 팔로 목을 후려쳐서 내리꽂은 것이다.

콰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다시 아주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누구든 형산파를 무시하면 가만두지 않는다.”

적운상이 사내들을 쓸어보자 그제야 모두들 머뭇머뭇하며 검을 집어넣었다. 방금 적운상이 어떻게 손을 썼는지 그들은 보지도 못했다. 사내가 땅에 처박히고 나서야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어깨를 짓누르는 숨 막히는 위압감 때문에 빨리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

어디에선가 호통 소리가 들려오더니 웬 장년도사 한 명이 경공을 펼치며 날아왔다. 점창파의 장로였다.

적운상이 그를 보며 태연하게 물었다.

“뭘 말이오?”

“어째서 빈도의 제자를 때렸는지,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형산파에서 형산파의 제자들을 상대로 검을 뽑았기 때문이오.”

“단지 그 때문이란 말이냐?”

“자파에서 제자가 무시를 당했는데 그럼 가만히 있으란 말이오?”

“오만하구나!”

“무인이 칼을 뽑았을 때는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이오. 이곳이 형산파가 아니라 호천마궁이라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소? 검을 가벼이 뽑고도 죽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오.”

적운상이 워낙에 당당하게 소리치자 점창파의 장로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큰소리를 쳐놓고 이대로 물러나기에는 체면이 상했다.

“그래서 그리 과격하게 손을 썼단 말인가?”

“누구든 형산파를 무시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 납득할 수 없다면 나서시오! 무림은 힘 있는 자의 말이 통하는 곳 아니오!”

적운상이 그렇게 소리치면서 태룡도를 뽑아 들었다. 그러자 후끈하니 뜨거운 기세가 사방으로 확 번져나갔다.

사람들은 난생처음 접해보는 광범위한 투지에 자신들도 모르게 바짝 긴장을 했다. 그리고 그건 점창파의 장로도 마찬가지였다.

‘아차!’

그제야 점창파의 장로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그는 적운상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는 대충 파악을 하고 있었지만 성격이 어떤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는 점창파의 장로였다. 그러니 무공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적운상이 조금은 대우를 해주며 예의를 차릴 줄 알았다. 그러나 안하무인도 저런 안하무인이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적운상은 무공만 뛰어난 걸 믿고 날뛰는 천방지축 같았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적운상이 그리 행동하는 이유는 형산파가 무시를 받아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주양악과 은서린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은서린은 웬만해서는 그렇게 검을 뽑아 드는 일이 없었다. 그녀는 항상 이치를 따지며 말로 조곤조곤 해결을 하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검까지 뽑아 들고도 흥분을 누르지 못했다면 무조건 상대방 잘못이었다.

“나서시오!”

적운상이 그렇게 소리치면서 금안뇌정신공을 운용해서 강기를 뿜어냈다. 그러자 태룡도에서 뇌전이 뿜어져 나와 바닥에 구멍을 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헉!”

“저게 무슨…….”

사람들은 난생처음 보는 강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상천지에 저리 뇌전을 뿜어내는 무공이 있을 줄이야.

도발적으로 나오는 적운상을 보면서 점창파의 장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나서자니 몇 초식도 버티지 못하고 깨질 것 같고, 이제 와서 그냥 좋게 넘어가자고 하자니 체면이 서지 않았다. 그때 그를 도와주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그쯤 해두어라.”

점창파의 장로가 고개를 돌려보니 무당삼현이 느긋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어르신들을 뵙습니다.”

“됐다. 만날 보면서 무슨 놈의 인사더냐?”

이현이 손을 휘휘 저으면서 말하고는 적운상을 봤다.

“이제야 왔구나. 왔으면 냉큼 들어올 일이지 여기서 웬 실랑이질이더냐?”

“어르신께서 상관할 일이 아닙니다.”

“허, 네가 이제는 우리도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구나.”

이현이 기가 찬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적운상은 기세를 더욱 일으키면서 소리쳤다.

“자파에서 무시를 당했는데 가만히 있으란 말입니까? 그럼 앞으로 개나 소나 다 덤빌 것 아닙니까? 이곳은 형산파입니다. 상대가 누구든 형산파의 제자를 핍박하면 가만히 두지 않을 겁니다.”

상대가 무당삼현이라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그 같은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이현이 아니었다.

“이놈! 보자보자 하니까 천방지축으로 날뛰는구나!”

귀청을 때리는 호통 소리와 함께 적운상이 뒤로 삼 장이나 튕겨졌다. 그런데 뒤로 튕겨진 것이 아니라 옆으로 튕겨졌다. 그리고 그 반대편으로는 이현이 튕겨져 나갔는데, 그러고 나서야 두 사람의 검과 도가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땅!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도대체 이현은 언제 적운상이 있는 곳까지 이동을 했단 말인가?

그 짧은 순간에 거리를 좁힌 이현도 대단했지만 그걸 알아차리고 맞받아친 적운상도 대단했다. 게다가 두 사람이 뒤로 물러난 거리가 거의 비슷했다. 초식뿐만이 아니라 내공도 서로 비슷하다는 뜻이었다.

“이놈!”

흥이 오른 이현이 검을 고쳐 쥐면서 다시 적운상을 향해 공격해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적운상이 먼저였다.

이현과의 거리를 한 걸음에 좁힌 적운상은 조사묘에서 익힌 베기를 썼다. 그러자 이현이 뒤로 완전히 상체를 눕히더니 한손으로 땅을 쳤다.

팡!

순간 이현이 등을 땅에 거의 대다시피 하면서 발을 축으로 반원을 그리더니 적운상의 등 뒤로 돌아갔다. 그 같은 신법에 사람들이 감탄을 터트렸다. 적운상도 처음 보는 신법이라 순간에 등을 내주고 말았다.

쉬익!

적운상의 뒤를 잡은 이현이 검을 쭉 찔러 넣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러한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적운상이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태룡도를 크게 휘둘러서 이현의 검을 쳐냈다.

땅!

이현은 일검이 막히자 연속으로 다섯 번이나 검을 계속 찔러 넣었다. 아무리 적운상이라고 해도 그건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마주 보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등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현도 다섯 번의 찌르기 중 한 번 정도는 먹히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갑자기 적운상의 신형이 훅 사라지더니 무극의 영역에 들어간 것이다. 그걸 느낀 이현도 무극의 영역에 들어갔다.

쉬이이익!

적운상의 베기가 아슬아슬하게 이현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조금만 늦었으면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이현은 살수를 쓰는 적운상을 보면서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쉬쉭! 땅!

순식간에 서로 삼 초식을 교환한 두 사람이 동시에 무극의 영역에서 튕겨져 나왔다. 그러자 삼 장의 거리를 두고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빠르구나. 빨라. 혹시 더 빨리 무극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었더냐?”

“아닙니다.”

“그렇구나.”

이현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처음에야 화가 나서 검을 휘둘렀지만 방금은 아니었다. 냉정하게 적운상의 수준을 가늠했다.

이현은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서 삼 초식을 펼치는 동안 버틸 수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기까지는 지금과 같이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적운상과 잠깐 겨루어보니 자신과 마찬가지였다. 무극의 영역에 머무는 시간이나 다시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기까지의 시간이 비슷했다.

‘비무를 하면 초식에 의해서 승부가 나겠군.’

이현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점창파의 장로를 힐끗 한 번 보고는 적운상을 보며 말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 알아서 하도록 해라. 비무는 언제 할 테냐?”

“삼 일 뒤가 어떻겠습니까?”

“좋다. 그럼 그때 보자.”

이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현, 삼현과 함께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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