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324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24화
324화. 선화빙옥궁 (2)
두 사람이 가고 나자 선화가 자리를 권했다. 적운상이 의자에 앉자 소희가 옆에서 차를 따랐다. 맑은 청차였다. 적운상은 그걸 한 모금 마신 후에 선화를 봤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편하게 이야기하시오. 알아서 듣겠소.”
“훗! 그럴까요?”
선화가 미소를 지으면서 묻는 말에 적운상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선화빙옥궁의 후계자는 그동안 모두 여자였어요. 알고 계실지 모르지만 선화빙옥궁 사람은 전부 여자거든요.”
“그런 거 같았소.”
소희와 함께 왔던 여자들을 생각하며 적운상이 맞장구를 쳤다.
“제 어머니께서는 역대의 소궁주님들보다 유난히 미모가 뛰어났다고 해요. 그래서 많은 남자들이 구애를 했었죠. 그러다 한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만 그 남자에게 너무 빠지고 말았죠. 그래서 궁의 규칙을 어기고 그 남자를 따라갔어요. 만약 어머니가 뒤를 이을 딸을 낳았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을 낳았죠. 그게 남예 오라버니예요.”
거기까지 말한 선화가 슬픈 기색을 보이며 다소곳이 차를 마셨다. 적운상은 그런 선화의 모습을 보자 이상하게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가고 싶은 마음에 해서는 안 될 짓을 하셨어요. 오라버니를 딸이라고 속이고 어머니의 뒤를 잇게 만든 거예요. 어이없는 일이었죠. 하지만 이모님이 어머니를 도왔기에 가능했어요. 이모님은 어머니 때문에 그동안 소궁주가 되지 못했었죠. 그런데 어머니가 남예 오라버니를 맡기고 아버지를 따라가겠다고 하자 기회라고 여긴 거예요.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버지를 따라갔어요. 그리고 본 궁은 이모님의 손에 떨어졌죠. 이모님은 오라버니를 여자라고 속이고 키웠어요. 이모님의 사람들이 힘을 기를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궁 사람들이 어머니를 모셔오려고 할 테니까요.”
적운상은 말없이 들으면서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래서 오라버니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자처럼 컸죠. 지금도 오라버니는…… 여자 옷을 입고 여자처럼 행동한다고 들었어요.”
“맞소. 그는 당신처럼 뛰어나게 아름답소.”
“훗! 고마워요.”
선화가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보자 적운상은 가슴이 뛰었다. 그럴 이유가 없는데 그러니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가만히 금안뇌정신공을 운기했다. 하지만 중독된 증상은 전혀 없었다.
그때 선화의 이야기가 다시 이어졌다.
“삼 년 뒤, 제가 태어났어요. 어머니 말로는 그때가 가장 행복했었다고 해요. 그 행복이 깨지고 문제가 생긴 건, 어머니가 오라버니를 보고 싶어 하면서부터였어요. 어머니는 저를 키우면서 오라버니가 생각났나 봐요. 그래서 몰래 궁으로 와서 오라버니를 봤대요. 그러고는 오라버니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것을 깨달은 거예요. 어머니는 이모님을 찾아가서 자신이 돌아 올 테니 오라버니를 놓아달라고 했어요. 하지만 이모님은 이미 궁을 거의 대부분 장악한 상태였어요. 게다가 오라버니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 있었죠. 이모님이 그렇게 궁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오라버니가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이모님은 어머니를 나무라며 내쫓았어요. 그러자 어머니는 궁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걸 그대로 놔둘 이모님이 아니었죠. 결국 두 사람은 크게 싸웠어요. 그러다 어머니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었죠. 원래는 어머니의 무공이 강했지만, 아버지를 만나 행복하게 사느라 무공수련을 게을리 한 거예요. 저를 낳은 것도 하나의 이유였죠.”
거기까지 말한 선화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래서 어떻게 됐소?”
“어머니는 다친 몸으로 아버지한테 갔어요. 그리고 돌아가셨죠. 그게 제가 다섯 살 때의 일이에요. 분노한 아버지는 당장에 이곳으로 쳐들어왔어요. 그리고 이모를 향해 다짜고짜 살수를 전개했죠. 그러자 궁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아버지한테 맞섰어요. 하지만 아버지의 무공은 굉장히 뛰어났어요. 그 많은 사람들이 덤볐는데도 제압할 수가 없었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쳐갔고, 결국에는 큰 상처를 입었어요. 섣불리 움직여 복수를 못하게 된 아버지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그리고 오라버니도 죽이려고 했죠. 살아서 이모님에게 이용당하기를 바라지 않으신 거예요. 그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어요. 오라버니를 죽이려고 아버지가 손을 썼는데 이모님이 그 앞을 막아선 거죠. 오라버니를 낳은 것도 아니고 이용을 하기 위해서 키웠지만, 정이 든 거예요. 그렇게 이모님은 오라버니 대신 죽어갔어요. 그러면서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답니다. 사실 이모님도 어머니를 죽이면서까지 소궁주의 자리를 원한 건 아니었어요. 그리고 제 생각에는 오라버니를 빼앗기는 것을 더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이해가 가오.”
“그렇죠. 저도 그래요. 하아…… 그 뒤로 저는 이곳에 남겨졌고, 오라버니는 아버지가 데려갔어요. 훗! 듣기에 그리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죠?”
“아니오.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소.”
“뭐죠? 혹시 아버지에 대한 건가요?”
“그렇소.”
“당신의 생각이 맞아요. 아버지는 마씨 성에 이름은 염 자 견 자예요.”
“역시 그랬군.”
적운상은 이미 짐작을 하고 있었지만 선화의 입으로 확인을 하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과거에 마염견은 제자들 중 남예를 가장 아꼈었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으려 해도 그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마염견의 제자들인 방성이나 도옥평이 이야기할 때는 그냥 가볍게 여겼었는데 거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남예가 남자인데도 그렇게 여자처럼 하고 다녔던 것도 이제야 이해가 갔다.
“혹시 알고 있소?”
“뭘 말하는 거죠?”
“당신의 아버지는 내 손에 죽었소.”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건 정당한 비무라고 들었어요. 그 자리에 있었던 아버지의 제자들도 당신에게 별다른 감정을 품지 않았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뭐라고 할 수는 없겠죠. 강호라는 곳이 원래 그런 곳이잖아요. 아버지도 칼을 든 무인이었고, 적 공자같이 강한 사람과 겨루다가 죽었으니 만족하며 돌아가셨을 것 같아요.”
“그럼 이제 말해보시오. 내게 부탁할 게 뭐요? 뭘 부탁하려고 그렇게 긴 이야기를 한 거요?”
“이야기는 아직 안 끝났어요. 숨은 이야기가 있거든요.”
“해보시오.”
적운상이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 그러다 찻잔이 비어 있는 것을 보고는 옆에 있는 소희를 봤다. 그녀는 생긋 웃으면서 적운상에게 차를 따라줬다.
“선화빙옥궁의 후계자를 왜 궁주가 아닌 소궁주라고 부르는지 아나요?”
“혹시 남자 때문이오?”
“맞아요. 우습게도 소궁주의 남편이 될 사람을 위해서 궁주의 칭호는 아무도 쓰지 못하게 되어 있어요. 다시 말해서 소궁주가 선택한 남자가 궁주가 되는 거죠. 하지만 궁주는 아무런 힘도 갖지 못해요. 그저 소궁주의 남편일 뿐이죠. 만약 그걸 어기고 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죽임을 당한답니다.”
말을 잠시 멈춘 선화가 목이 타는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 그녀의 볼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그걸 보자 적운상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만질 뻔했다. 다행히 중간에 스스로의 행동을 자각하고 재빨리 손을 내렸다.
그걸 옆에서 보고 있던 소희가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었다. 뜻한 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규칙을 깨고 진정한 궁주로 인정을 받는 길이 딱 한 가지 있어요. 바로 요화보검의 비밀을 푸는 거예요. 그럼 이름만 궁주가 아닌 모두가 따르는 진정한 궁주가 되는 거죠. 그걸 알아낸 사람이 있었어요.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몰라도 그는 이모님에게 접근했죠. 사실 이모님으로 하여금 어머니의 자리를 탐내게 옆에서 부추긴 사람이 바로 그였어요. 그러다 이모님이 아버지의 손에 죽자 그는 요화보검을 가지고 달아났어요. 당시에는 아버지 때문에 피해가 커서 그를 쫓을 여력이 없었죠. 뒤늦게 그를 찾았을 때는 요화보검을 찾아올 수가 없게 됐죠. 그의 신분 때문이었어요.”
“북진마문이었나?”
“그래요. 그는 북진마문의 문주인 동중성이에요.”
“그렇군.”
북진마문의 총관인 금극영이 그렇게 검에 집착을 했던 이유가 그래서였다. 문주인 동중성으로부터 직접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완수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들은 최근까지 요화보검의 비밀을 전혀 몰랐었어요. 그러다 드디어 알아낸 거죠. 검 속에 선화빙옥궁의 시조인 초대 선화님의 그림이 들어 있다는 것을요. 하지만 백 소저의 말을 들어보니 그들도 그런 자세한 내용까지는 몰랐었던 것 같아요.”
“그렇소. 내가 그 미인도를 넘겼을 때 그들은 상당히 의심을 했었소.”
“훗! 아마 본 궁의 무공이 그 안에 들어 있었을 거라 생각했겠죠.”
“그랬던 것 같소.”
“저희가 그 소식을 접하고 움직였을 때는 이미 요화보검 속에 있던 그림을 꺼낸 후였어요. 저희는 그게 적 공자의 손에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죠. 북진마문의 총관인 금극영이 가지고 있는 줄만 알았어요.”
“선착장에서 나를 데려가려고 했던 이유는 뭐요?”
“뒤늦게 그 그림이 적 공자의 손에 있다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궁으로 모셔와 사정을 이야기하고 미인도를 돌려받기 위해서였어요. 하지만 적 공자가 응하지 않아서 나중에 다시 모셔오려고 했어요. 설마 그 사이에 그림을 금극영에게 넘겼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죠.”
“내게는 필요가 없는 물건이었소.”
“알아요. 적 공자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건 어디까지나 저희들의 잘못이었어요.”
“그럼 부탁이라는 것은 그걸 찾아달라는 말이오?”
“네. 하지만 그냥 찾아달라는 말이 아니에요. 이곳의 궁주가 되어 주세요. 그럼 그들이 미인도를 가져와도 소용이 없어요. 이미 궁주가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 않으면 저는 그들이 내세우는 사람을 궁주로 받아들여야 해요.”
생각지도 못한 부탁에 적운상은 잠시 할 말을 잊었다.
“나와 당신은 오늘 처음 만났소.”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적 공자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어요.”
“정당한 비무이기는 하지만 나는 당신의 아버지를 죽였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걸 알아요.”
“후우…… 안 되오.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오.”
“다시 생각해주세요. 지금 그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어요. 그들이 본 궁의 힘을 가지면 절대로 좋게 이용하지는 않을 거예요. 선화빙옥궁은 강호에 나가지 않고 수백 년 동안 이곳에서 지내왔어요. 이제는 이곳의 생활에 모두들 만족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들 때문에 강호에 나가게 되면 어떤 희생을 치러야 할지 두려워요. 이렇게 부탁드려요. 적 공자.”
선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적운상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당황한 적운상이 재빨리 그녀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이러지 마시오. 어서 일어나시오.”
선화를 일으키던 적운상은 순간 가슴이 크게 요동쳤다. 그러면서 선화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다.
“이게 무슨…….”
적운상은 비틀거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아까부터 의심이 들었지만 백수연과 백묘묘와 너무나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애써 의심을 지웠었다.
게다가 금안뇌정신공을 운기했는데도 반응이 전혀 없었다.
“죄송해요. 적 공자. 이 방법밖에 없었어요.”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적운상이 소희를 봤다. 선화는 그때까지도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적운상이 말하는 것을 듣고 어찌된 일인지를 깨달았다.
“미혼독(迷魂毒)이오?”
“그래요. 하지만 몸에 아무런 해도 없어요. 단지 음심(淫心)을 일으킬 뿐이에요.”
“소희야!”
“죄송해요. 소궁주님. 하지만 이게 최선이에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하던 선화가 갑자기 얼굴을 확 붉히면서 뒤로 물러났다.
“차에 독을 풀었군.”
“그래요. 적 공자의 의심을 막기 위해 소궁주님의 차에도 넣었어요. 소궁주님은 마음이 심약한 분이세요. 적 공자가 거절하면 끝까지 부탁을 하지 못할 분이죠. 그래서 이런 방법을 쓴 거예요.”
“소희 네가…… 하악…….”
선화가 뜨거운 숨결을 내뱉었다.
“이건 옳지 않소. 해독약을 주시오.”
“알아요. 하지만 이럴 수밖에 없는 우리를 이해해 주세요. 잠시라도 좋아요. 이곳의 궁주로 있어주세요. 그럼 그들이 함부로 하지 못할 거예요.”
“해독약을 주시오.”
적운상은 끓어오르는 음심을 억누르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선화를 안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필사적으로 그걸 눌렀다.
“해독약은 없어요. 그건 본 궁에서도 비밀스럽게 내려오는 처방입니다. 여자를 안거나 삼 일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독 기운이 사라져요.”
적운상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자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금안뇌정신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금안뇌정신공을 운기하면 몸 안에 침투한 독을 말끔하게 태워버리는 효능이 있었다.
그 어떤 독이라도 가능했다. 과거에 운남의 독무곡에서조차 해독하지 못했던 독을 적운상은 금안뇌정신공의 뇌기로 태워버린 적이 있었다. 그러니 이런 미혼독쯤이야 문제도 아니었다.
하지만 적운상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지금 적운상이 먹은 것은 독이 아니었다. 오히려 몸의 기능을 높이는 영약에 가까웠다. 그러니 금안뇌정신공의 뇌기로도 태울 수가 없었다.
“크윽…….”
적운상이 입술을 피가 나게 깨물었다. 그러자 약간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적 공자. 하악…… 그냥 저를 안으세요. 하악…….”
선화는 미혼독 때문에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옷이 헝클어지고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죄송해요. 적 공자. 궁을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어요. 이해해 주세요. 적 공자에게 고통을 주려는 의도는 눈곱만큼도 없었어요. 그러니 그냥 소궁주님을 안으세요.”
“크으…… 나를…… 하악…… 무시하지 마!”
적운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선화가 아닌 소희를 붙잡고 뒤로 밀어붙였다. 그러자 소희가 그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탁자 위로 넘어졌다.
소희는 적운상이 자신을 덮쳐 오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게 실수였다.
적운상은 소희를 내리누르며 가슴 앞섶을 잡고 북 찢었다.
“그, 그만둬요! 무슨 짓이에요! 당신이 안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소궁주님이라고요.”
“닥쳐! 누구를 안든 내 마음이다. 내가 네 뜻대로 움직일 거라 생각했나? 착각하지 마라! 나한테는 너희를 도울 아무 이유가 없다. 도움을 준 것도 너희들이 원해서 한 거지 내가 청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적운상은 거칠게 그녀의 옷을 벗겼다.
“소궁주를 안아서 너희들의 뜻대로 움직이느니 너를 안고 끝내겠다.”
“아, 안 돼요! 제발!”
“시끄러워!”
“비켜요!”
다급해진 소희가 오른손바닥으로 적운상의 가슴을 쳤다.
퍼엉!
“크윽!”
적운상의 몸이 위로 살짝 떠오르더니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충격이 컸을 텐데도 적운상은 비틀거리기만 할 뿐 쓰러지지는 않았다.
“커헉!”
피를 한 움큼 뱉어내자 적운상은 조금 정신이 들었다. 소희는 적운상이 또다시 흉포하게 굴까 봐 정자 밖으로 몸을 날려서 피했다. 그러고는 재빨리 옷을 추슬렀다.
“이곳에는 아무도 오지 않을 거예요. 여기에는 진법을 설치해 놓았어요. 적 공자 당신의 아무리 정신력이 대단해도 삼 일을 버티지는 못해요. 그러니 소궁주님을 안아요. 부탁이에요.”
소희는 그 말을 하고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설치되어 있는 진법 밖에서 지키고 있던 선화빙옥궁의 제자들이 흐트러진 모습의 소희를 보고 조금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괜찮아. 약간의 사고가 있었을 뿐이야. 그녀들은 나오지 못하게 잘 감시하고 있지?”
“네. 걱정하지 마세요.”
“좋아. 한 시진 후에 내가 다시 들어가서 확인해 볼 테니까 그때까지 잘 지켜.”
소희가 그렇게 말하면서 정자를 바라봤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진법의 영향이었다. 그곳은 정자 밖과 완전히 격리되어 있었다. 그래서 밖에서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고,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