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319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9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19화
319화. 고수들의 대결 (1)
적운상은 백수연 일행을 찾기 위해 계속 숲을 헤매고 다녔다. 형산파가 있는 남쪽으로 갔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무사한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무림맹 사람들과 호천마궁 사람들, 거기에 마도연맹과 북진마문까지, 하나같이 쟁쟁한 세력들이다 보니 백수연 일행이 그들의 싸움에 휘말려 잘못되었을 수도 있었다.
적운상은 고개를 흔들어 불안한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리고 금안뇌정신공을 끌어올려 더욱이 속도를 냈다.
벌써 숲을 빠져나갔을 리가 없었다. 그러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니 숲 어딘가에 있을 터인데, 찾을 수가 없었다. 적운상은 계속 그들과 함께 다녔어야 한다는 후회가 들었다.
숲 안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줄 알았다면 절대로 먼저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잠시 그렇게 이동하는데 앞에서 불쑥 대여섯 사람이 튀어나왔다. 적운상은 태룡도를 뽑아들고 그들을 베려다가 멈칫했다.
“혹시, 일검무적 적 대협이 아니십니까?”
그들은 싸울 생각이 없는지 적운상에게 말을 건넸다.
“맞소.”
“아, 그렇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말을 걸었던 사내가 안도하는 표정을 짓더니 품에서 둥근 죽통 하나를 꺼냈다. 그러고는 하늘을 향하게 하고 밑에 달려 있는 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쉬잉! 퍼어어어엉!
신호탄이 터지면서 하늘에 붉은색의 연기가 확 번져 나왔다. 그러자 그걸 쏘아올린 사내가 만족한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적운상을 봤다.
“저희는 이곳에서 계속 적 대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들은 누구요? 왜 나를 기다렸소?”
“저희는 마도연맹에서 왔습니다. 적 대협을 모셔오라는 분부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가 하는 말에 적운상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 장사로 가면서 배에서 만났던 여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름이 진진랑이라고 했던가?
“진진랑도 마도연맹이오?”
“네. 그렇습니다. 그녀가 적 대협에게 무례를 범했다고 들었습니다.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십시오.”
적운상은 그녀를 상대하기가 싫어서 바로 자리를 떴었다. 그러니 굳이 용서고 자시고 할 것이 없었다. 어쨌든 이들도 그녀와 한패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천응방 사람들을 찾고 있소. 혹시 봤소?”
“같이 온 일행을 말하는 거군요. 보지 못했습니다. 저희도 적 대협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 그들을 찾고 있습니다.”
적운상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인질로 잡으려는 것이리라.
적운상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경공술을 펼쳐서 몸을 날렸다.
“아, 잠깐만…….”
그가 붙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적운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 *
백태정은 땀을 비 오듯이 흘렸다. 아무리 백구환을 등에 업고 있다지만 겨우 이 정도 거리를 달리고 숨이 차다니, 백태정은 최근 무공수련을 너무 게을리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조금만 쉬었다가 가요.”
백묘묘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소리치자 그제야 백태정이 멈추어 섰다.
“후우…… 그래. 숨을 좀 돌리고 가자꾸나.”
“형부는 무사하겠죠?”
“걱정 마라.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서 돌아올 사람이다.”
백태정이 적운상에 대한 강한 믿음을 내비치며 말했다. 그 말을 듣자 백수연은 기분이 좋았다.
“며칠 사이에 많이 친해지셨네요. 전에는 그렇게 싫어하더니.”
백묘묘가 웃으면서 하는 말에 무안해진 백태정이 괜히 헛기침을 했다.
“험험. 아비가 언제 그랬다고 그러는 게냐? 원래 그런 것이 있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잘난 놈인데 처음부터 오냐오냐하면 나중에는 수연이뿐만 아니라 우리까지 업신여길 것이다.”
백묘묘가 보기에는 전혀 아니었다. 적운상은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백수연을 빼앗긴 것 같은 느낌에 괜히 질투가 나서 그랬다는 것을 백묘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네. 네. 어련하시겠어요.”
“이 녀석이. 머리가 컸다고 이제는 아비를 놀리려 드는구나.”
“호호호. 나중에 진웅한테는 그러지 말아주세요. 그 사람은 소심해서 아버지가 그러면 아마 뛰쳐나가버릴 거예요.”
철혈보의 진웅은 백묘묘와 약혼을 한 사이였다. 아직 백수연이 적운상과 정식으로 혼례를 올리지 않아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허, 이래서 딸자식은 키워도 소용이 없다고들 하는구나. 벌써부터 지아비 편을 드는 게냐?”
“그럼요. 그 사람은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애라고요.”
백묘묘가 하는 말에 백태정은 물론이고 백구환과 백수연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보아하니 진웅은 백묘묘에게 꽉 쥐여 있는 것 같았다. 혼례를 올리면 어떻게 생활할지 훤히 보였다.
‘진웅이 불쌍하군.’
백태정이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성격으로 보자면 백수연이 그래야 정상이었다. 백수연은 성정이 조금 냉정하고 도도했다. 그래서 남자를 잡고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적운상에게 질질 끌려 다니고 있었다.
그에 비해 백묘묘는 활발하고 털털한 성격이라서 남자의 마음을 잘 이해했다. 당연히 신랑감이 생기면 잘 챙겨 주리라 여겼건만, 꽉 잡고 휘둘러댔다.
“이제 다시 움직이자꾸나.”
백구환의 말에 백태정이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업히십시오. 아버님.”
“오냐.”
백태정의 등에 업히려던 백구환이 멈칫하며 앞쪽을 봤다. 그러자 백태정이 뭔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들었다.
“그대들은…….”
언제 이렇게까지 접근해 있었던 걸까?
장사의 선착장에서 봤던 선화빙옥궁의 소희와 이십여 명의 여인들이 수풀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들을 본 백묘묘가 쌍검을 뽑아들고 백태정과 백구환의 앞을 막아섰다.
“뭐죠? 이미 형부는 당신들의 뜻을 거절했잖아요.”
“맞아요. 하지만 그냥 물러날 수가 없어서 다시 왔어요. 저희들도 나름대로의 입장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형부는 지금 여기 없어요.”
“알고 있답니다. 그는 조금 고생을 하게 될 거예요. 그때 우리와 함께 움직였다면 그런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됐을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죠?”
적운상이 고생을 한다는 말에 백수연이 앞으로 나오며 물었다.
“훗! 별일 아니랍니다. 그저 약간의 고생일 뿐이에요. 적 공자가 그들에게 당할 리는 없으니까요. 그보다 여러분들은 저희와 함께 가는 것이 좋겠어요.”
“싫어요.”
백묘묘가 딱 잘라 거절했다. 그러자 소희가 생긋 미소를 지었는데, 얼굴은 웃고 있어도 분위기는 그렇지가 않았다.
“호호. 생각을 잘 하고 대답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지금 이 숲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나요? 당신들끼리 움직이다가는 이 숲을 벗어나기 전에 모두 죽을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죠? 당신이야말로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지금 이곳에는 소림사와 무당파, 등 무림맹을 이끄는 사람들이 모두 와 있어요. 그리고 그들을 잡기 위해 호천마궁의 정예들이 와 있죠. 그뿐인가요? 적 공자를 노리고 마도연맹과 북진마문도 와 있죠. 저희가 손을 써서 서로 붙여놓았으니 곧 이 숲은 아수라장이 될 거예요.”
“아, 그런…….”
생각지도 못한 일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소희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숲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리고 아무리 적운상이라 해도 그들 틈에 끼이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당신들은 적 동생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요?”
“대충 위치는 파악하고 있어요.”
“부탁이에요. 우리를 그에게 데려다 주세요.”
백수연의 말에 소희가 살짝 눈을 빛냈다.
“호호. 그럴 수는 없어요. 아까도 말했듯이 지금 이 숲은 굉장히 위험해요. 당신들이 적 공자를 만나면 오히려 짐만 될 뿐이에요. 그러느니 우리를 따라서 빨리 숲을 벗어나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우리를 숲 밖으로 데려다 줄 건가요?”
“그래요.”
“이유가 뭐죠? 왜 우리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거죠?”
“그야 당연히 적 공자 때문이죠. 당신들은 적 공자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고 있어요. 지금 무림은 적 공자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명성이 쟁쟁한 명문정파와 세력의 연합체인 무림맹과 사파제일세라는 호천마궁이 적 공자에 의해서 흔들리고 있죠. 믿어지나요? 한 사람을 어떻게 하지 못해서 그런 거대세력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최근에 도는 소문을 알고 있나요? 세인들은 이미 그런 적 공자를 천하제일고수로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무림맹의 수뇌부가 적운상의 비무를 보러 가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가는 것이 크게 한몫했죠. 지금 그들은 자존심 때문에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무당삼현과 화산이로와의 비무가 끝나고 나면 그들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을 거예요. 비무에 지더라도 적 공자의 무위를 똑똑히 확인하겠죠. 적 공자는 아직 젊어요.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죠. 하지만 그렇게 뛰어난 적 공자는 뒤를 받쳐주는 세력이 없어요. 그게 맹점이죠. 바꿔 말하면 적 공자가 어디든 세력이 강한 곳 중 한 곳에 편승해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무림정세의 판도가 달라질 거예요. 마도연맹이나 북진마문에서 적 공자를 끌어들이려는 이유도 그래서예요.”
그 정도였단 말인가?
백태정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적운상이 그 정도로 컸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백태정은 무인이라기보다는 장인이었다. 그래서 무림의 일에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저 큰 소문들만 접했다. 그 소문들 중에 적운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간간이 섞여서 들려왔고, 그때마다 역시나 하는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적운상은 천하의 판도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쟁쟁한 문파들이 적운상을 데리고 가기 위해 힘을 쏟고 있었다. 문득 백태정은 적운상이 자신들에게 너무 과분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백수연이 내뱉는 말을 듣고는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는 내 사람이에요.”
그 한마디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백수연은 당당했다. 그 모습이 예쁘면서도 도도해 보였다. 아버지인 백태정이 그런 생각을 할 정도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소희는 백수연을 빤히 쳐다보다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맞아요. 그래서 우리가 당신들을 보호하려는 거예요. 적 공자는 누구든 적이라고 판단을 하면 망설임이 없죠. 반면에 가까운 지인들한테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는 사람이에요. 그렇죠? 가요.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어요. 결코 당신들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 거예요.”
그때 하늘 위로 뭔가가 솟아오르더니 붉은색의 운무가 확 번져 나왔다. 그걸 본 소희가 아미를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저건 마도연맹의 신호탄이에요.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해요. 저들에게 걸리면 당신들은 무사하지 못해요.”
소희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백수연은 백구환과 백태정을 봤다. 백수연은 소희를 따라가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의중을 물은 것이다. 백구환이 그 뜻을 알고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가자꾸나. 그 녀석이 그리 대단하다면 이들도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테니까.”
“네. 할아버님.”
백수연이 환하게 웃으면서 생긋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