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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317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4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17화

317화. 난전(亂戰) (2)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금극영은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지 짜증이 났다. 적운상과 부딪친 이후로는 하나에서 열까지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것이 전혀 없었다.

금극영은 적운상이 북진만해검진을 상대하다가 도망을 치자 그 뒤를 쫓기로 결정을 내리고 빠르게 움직였다. 적운상을 당장에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하고 싶어도 지금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 주변 인물들을 이용할 생각으로 일단은 뒤를 쫓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언월도를 든 사내들이 숲에서 뛰어나와 공격을 해왔다.

이유 불문하고 그렇게 칼을 휘둘러오는데 그냥 당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맞섰다. 호유광과 두음전이 그들을 상대로 날뛰었다.

그러자 언월도를 휘두르는 사내들이 조금씩 뒤로 밀렸다. 그제야 금극영은 그들이 누구인지 파악이 됐다. 호천마궁의 패도육영대였다. 드러나지 않은 호천마궁의 정예들.

그들이 왜 이곳에서 자신들을 기다리다가 공격해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혹시 적운상이 그들과 손을 잡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타당성이 없었다.

금극영은 인상을 찌푸리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 내린 결론은 호천마궁이 이곳에서 뭔가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들이 다가가자 과민반응이 나온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굳이 싸울 이유가 없었다. 뒤로 빠져야 했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조금 늦고 말았다. 어느새 금극영을 비롯한 북진마문 사람들은 패도육영대에게 완전히 둘러싸이고 말았다.

게다가 초반에 호유광과 두음전이 날뛰는 바람에 지금은 서로 간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발을 빼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계속 싸우고 있다가는 전멸할 수도 있었다. 숲 전체에 가득한 살기와 인기척으로 보건대 호천마궁에서 이곳에서 벌이는 일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정예인 패도육영대가 와 있는 것만 해도 그랬다.

웬만해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들이, 이렇게 많이 동원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안 돼. 이대로 가다가는 전멸한다.’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금극영은 모두에게 퇴각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물러난다! 길을 뚫어라! 숲을 벗어난다!”

파가가가각!

“크아아악!”

“아아아악!”

일검에 두 명의 패도육영대를 쓰러트린 호유광이 몸을 날려 금극영의 옆으로 내려섰다.

“그게 무슨 말이오? 총관.”

“지금 숲을 벗어나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곳에서 전멸할 거요.”

“설명을 해주시오.”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소. 일단 전력으로 이곳을 벗어나야 하오. 앞장서서 길을 뚫어 주시오.”

“적운상을 쫓는 것은 포기하는 거요?”

“당장에는 어쩔 수 없소. 저들은 호천마궁의 패도육영대요. 숲 전체에서 느껴지는 살기를 보시오. 아마 수백 명이 이곳에 와 있을 거요. 저들은 우리와 싸우기 위해서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오. 저들의 목표는 따로 있소. 그러니 괜한 싸움에 말려들어 피 흘릴 필요 없소이다! 어서 벗어납시다.”

마뇌총관이라 불리는 금극영이 하는 말이었다. 정확한 판단일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호유광은 이대로 물러나기가 아쉬웠다.

패도육영대가 호천마궁의 정예라면 북진단은 북진마문의 정예였다. 패도육영대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다. 호유광의 생각이 그랬고 사실이 그랬다.

패도육영대와 이렇게 겨룰 일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앞으로도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 더 패도육영대를 상대하면서 전력의 차이를 알아보고 싶었다.

“도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요?”

“나도 모르오. 어서 갑시다.”

“알았소.”

대답을 그렇게 했지만 호유광은 서두르지 않았다. 패도육영대를 상대로 마음껏 무공을 펼치며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한 것을 보고 금극영은 호유광의 마음을 단번에 파악했다.

‘이런 바보 같으니라고!’

속으로 욕지거리가 나왔다. 상황파악을 저리 못한단 말인가?

이래서 무공만 아는 바보들은 안 되는 거다. 뭐가 선(先)이고 뭔가 후(後)인지 알고서도 저러니, 가슴이 답답했다.

그때였다. 옆에서 갑자기 폭음이 울리면서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가 뽑혀서 날아왔다. 그러자 패도육영대와 북진단이 동시에 그 나무를 후려쳤다.

콰콰콰콰콰콰쾅!

나무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사방으로 튀었다. 그 바람에 사람들의 시야가 잠시 가려졌다. 그러자 귀청을 때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사람을 북 두드리듯이 두드리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크하하하하하!”

퍼퍼퍼퍼퍼퍼펑!

“크아아악!”

“아아아아악!”

그는 머리를 산발한 괴인이었다. 손과 발에는 쇠사슬로 연결된 고리를 차고 있었다. 그러면 행동이 자유롭지 못할 텐데도 패도육영대와 북진단을 마구 쳐서 날리고 있었다.

“쾌수난마(快手亂麻) 갈천기!”

과거 무림을 종횡하며 사악한 짓을 일삼았던 삼대마두 중 한 명이 바로 그였다. 맞으면 그 부위가 터져나가는 흑살십이장법(黑殺十二掌法)을 완벽히 터득한 절세의 고수였다.

금극영은 갈천기를 보자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가 왜 이곳에 있단 말인가?

‘설마 호천마궁에서 저자를 상대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우측에서도 누군가의 욕지거리가 들려왔다.

“이런 젠장할 놈들! 모두 눈깔을 뽑고 몸뚱이에 구멍을 내주마!”

그는 키가 크고 눈이 부리부리한 노인이었는데 양손이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길처럼 시뻘건 색을 띠고 있었다. 바위조차도 흐물흐물하게 녹여버린다는 적마수(赤魔手)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싸늘한 표정으로 은빛 창연한 한 자루의 검을 휘두르고 있는 노인이 있었다. 그가 한 번씩 검을 휘두를 때면 어김없이 한 명씩 죽어나갔다.

그들은 갈천기와 더불어 삼대마두라 불리는 적마수(赤魔手) 지철목과 일초일살(一招一殺) 부운초였다.

“호 단주!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오!”

호천마궁이 저들을 상대하고 있건 어쨌건 이제 그런 건 상관이 없었다. 저 노마두 세 명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이 중요했다. 저들은 수십 년 동안 무림의 공적으로 찍히고도 무사한 인간들이었다.

그만큼 무공도 대단했고 성격도 뭣 같았다. 지금도 아무 상관도 없는 자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전멸이었다.

호유광도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는 빠르게 그 곳을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앞에는 삼대마두가 있고 뒤에는 패도육영대가 있어서 길을 뚫고 가기가 쉽지 않았다.

‘낭패로구나. 낭패야.’

금극영은 자칫 잘못하면 오늘 여기서 뼈를 묻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저들은 누구요?”

조비의 물음에 일이학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수십여 명의 사내들이 검을 휘두르며 패도육영대와 맞서 싸우는 것이 보였다.

“음…….”

유심히 그들을 살피던 일이학이 누군가를 알아보고 입을 열었다.

“저자는 호유광이군요. 북진마문의 고수입니다.”

“북진마문? 그들이 왜 이곳에 있는 거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헛!”

대답을 하던 일이학이 눈을 크게 떴다. 밖에서 패도육영대를 공격하고 있는 건 북진마문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틈엔가 그들과 섞여서 약 백여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패도육영대를 공격하고 있었다.

“저들은 또 누구요?”

“저자는 적마수 지철목입니다. 그 옆에 있는 자는 일초일살 부운초로군요. 게다가 쾌수난마 갈천기까지! 저들은 전대에 무림을 휩쓸었던 삼대마두들입니다.”

뜻하지 않은 변수였다. 호천마궁은 무림맹의 수뇌부가 갑자기 형산파로 갔다는 보고를 받고 그 진실을 파악하는 데 며칠을 소모했다.

무림맹을 나서면 자신들에게 공격을 받을 텐데, 제자 몇 명만 데리고 그렇게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유인책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야 했다. 그러다 적운상과 무당삼현, 화산이로의 비무를 보기 위해서 무림맹의 수뇌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들의 비무는 조황인조차도 보고 싶어 할 정도니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 당연했다.

그날로 조황인은 조비와 여섯 명의 장로들, 그리고 패도육영대를 이끌고 이곳으로 왔다. 무림맹의 수뇌부가 먼 거리를 쉬지 않고 무리하게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장사에서 대기하고 있던 자들을 처리했다. 그들을 조금이라도 더 지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곳에 패도육영대를 대기시켜놓고 그들을 끌어들였다. 이제 다 된 밥이었다. 이대로 조이기만 하다가 마무리를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북진마문과 이미 죽은 줄 알고 있었던 삼대마두가 끼어든 것이다.

조비는 슬쩍 조황인을 봤다. 이대로 가면 패도육영대는 전멸이었다. 애초에 목적한 무림맹의 수뇌부들도 놓치고 말 것이다.

“가자.”

조황인의 굳게 다문 입이 열렸다. 그러자 여섯 명의 장로들이 고개를 숙이며 한목소리를 냈다.

“존명!”

조황인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섯 명의 장로들이 그 옆과 뒤에 섰다. 감히 조황인의 앞에 선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조황인이 나타나자 패도육영대의 사기가 올랐다. 조황인이 누구던가?

그들에게는 신과 마찬가지인 사람이었다. 감히 쳐다볼 수조차 없는 경외의 대상이 바로 조황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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