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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314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9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14화

314화. 쫓는 자들 (2)

 

“지금은 바쁘오. 나중에 시간을 내서 가겠소.”

“형부! 나중에 가겠다니요! 그냥 안 가겠다고 해야죠!”

적운상의 말에 백묘묘가 뾰로통해서 말했다. 그걸 보고 소희가 소매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녀와 함께 온 몇몇 여인들도 웃음을 참지 못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요염했다.

“이봐요! 왜 웃는 거예요?”

“호호. 오해하지 마세요. 우리가 적 대협을 모시려는 건 어디까지나 이유가 있어서랍니다. 적 대협을 유혹하려는 게 아니에요.”

“흥! 그걸 누가 믿죠? 지금도 그렇게 눈웃음을 치고 있잖아요.”

“이해해주세요. 저희는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크도록 배웠답니다. 그래서 이미 습관이 들어서 어쩔 수가 없어요. 그보다, 적 대협.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어요. 지금 적 대협은 위험하답니다. 적 대협을 노리는 사람들이 지천에 있어요. 저희가 그들을 교란시키고 오지 않았더라면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저희들이 아니라 그들일 거예요.”

소희가 하는 말에 백태정이 조금 놀란 기색을 보였다.

“북진마문에서 움직인 건가?”

“그들뿐만이 아니랍니다. 혹시 마도연맹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처음 듣는 곳이었다. 백태정이 적운상을 봤다. 적운상도 들어보지 못한 곳이었다. 이에 고개를 살짝 저었다.

“훗! 그들은 북진마문과 사문구룡회에 맞서기 위해서 사파와 마도의 인물들이 모인 단체랍니다. 전대의 노마두들도 몇 명이나 있죠.”

“그들이 왜 형부를 노린다는 거죠?”

백묘묘가 끼어들며 물었다.

“글쎄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짐작은 가네요. 아마 회유가 목적이지 않을까요? 그럼 그들도 더 이상 북진마문과 사문구룡회에게 기가 눌려서 지낼 이유가 없어지죠.”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해는 갔다. 적운상의 무공은 천하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런 적운상이 마도연맹에 들어가면 호랑이가 날개를 다는 격이었다.

소희의 말대로 북진마문이나 사문구룡회에서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이러한 것은 모두 적운상이 형산파라는 소문파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무당파나 화산파같이 이름 있고 세가 강한 곳을 사문으로 뒀다면 그 같은 일은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지금 북진마문과 사문구룡회에서는 마도연맹을 모르고 있어요. 하지만 짐작은 하고 있을 거예요. 그들이 적 대협을 끌어들이려고 한다는 것을 안다면, 아마 두 가지 중 하나의 행동을 취할 거예요.”

“그게 뭐죠?”

“적 대협을 마도연맹이 아닌 자신들에게 끌어들이거나 아니면, 죽이겠죠.”

맞는 말이었다. 적이 된다면 차라리 죽여 버리는 것이 나았다. 모두의 시선이 적운상에게 모였다. 사태가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적운상은 별생각 없는 듯, 피식 미소를 지었다.

“지금 나는 그런 것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소. 당장 치러야 할 비무만으로도 벅차오. 누구든 적이 되면 벨 뿐이오. 당신들이 왜 그런 정보까지 알려주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맙소. 하지만 이젠 좀 비켜줬으면 하는데.”

“적 대협의 무공은 분명 뛰어나요. 하지만 적 대협의 주변 사람들은 어떻죠? 지금도 이렇게 북진마문을 피해서 도망가고 있잖아요. 형산파 사람들도 마찬가지지 않나요? 적 대협이 언제까지 그들을 지켜줄 수는 없어요.”

소희는 백수연을 비롯한 천응방 사람들이 적운상의 발목을 잡는다고 말하고 있었다. 화가 났지만 그게 사실이고 현실이었다. 천응방은 적운상의 뛰어난 능력을 뒷받침해줄 힘이 없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적운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뭔가 착각하고 있군.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내 가족이다. 가족을 지키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그리고 나는 백수연이라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 설령 그로 인해 죽더라도, 내 선택이고 내 의지로 하는 일이다. 대가를 바란다는 건 생각해본 적도 없다.”

적운상이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하자 주위의 사람 모두가 놀랐다. 백태정은 잠시나마 위축이 되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적운상은 저런 놈이었다. 그걸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백구환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백묘묘는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백수연을 봤다.

백수연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적운상이 그런 말을 하자 부끄럽기도 하고 가슴이 뛰었다. 기쁘고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너무 멋있으시네요. 왜 이제야 당신을 알게 되었는지 후회가 돼요. 호호. 지금 배를 타시려는 거죠. 그럼 저희가 준비한 배를 타시어요. 폐가 되지 않는다면 저희도 함께 형산파로 가고 싶어요. 괜찮을까요?”

잠시 생각하던 적운상은 고개를 저었다.

“거절하겠소. 위험을 안고 갈 수는 없소.”

“우리를 위험하다고 생각하시나 보군요.”

“당신들에 대해서 모르니 당연한 일이오.”

“알겠어요. 그럼 오늘은 일단 여기서 물러나죠. 하지만 조만간 또 보게 될 거예요.”

소희가 무릎을 살짝 굽혀 인사를 하고는 같이 온 여인들과 함께 사라졌다.

적운상은 그녀들이 가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백태정을 보며 말했다.

“말을 타고 관도로 이동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흐음, 그러세나.”

백태정은 별말 없이 동의했다. 그도 배를 타고 가기에는 위험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 * *

 

적운상은 사인용 마차를 한 대 구해서 백구환과 백태정, 백수연, 백묘묘를 태우고 관도를 따라 달렸다. 한참을 그렇게 가자 뒤에서 먼지가 뿌옇게 일며 뒤쫓아 오는 무리들이 있었다.

“무슨 일인가?”

지축이 흔들리는 말발굽 소리에 백태정이 마차에 나 있는 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북진마문인가?”

백태정은 마차가 달리는 와중에도 문을 열고 앞으로 와서 적운상의 옆에 앉았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일단 갈수 있는 데까지는 가려고 합니다.”

“금방 따라잡힐 걸세.”

백태정이 뒤를 쫓아오는 자들을 힐끗 한 번 보면서 말했다. 그들은 말을 타고 오는 데 비해 이쪽은 마차였다. 사두마차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말을 타고 오는 자들에 비해서는 느릴 수밖에 없었다.

“앞에 숲이 있군요. 마차를 버리고 그쪽으로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숲에 들어가면 저들을 따돌리기가 더 쉬울 겁니다.”

“알겠네. 그렇게 하세나.”

적운상은 숲 언저리에 도착하자 마차를 세웠다. 그동안 뒤를 쫓아오는 자들과 거리가 상당히 좁혀져 있었다.

“지금부터는 경공술을 펼쳐서 달려야 합니다. 어르신은 저한테 업히십시오.”

적운상이 백구환을 업으려고 했다. 그러자 백구환이 적운상의 등을 소리 나게 찰싹 때렸다.

“됐다.”

“어르신.”

“나는 태정이에게 업혀 가겠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자네의 무공이 가장 뛰어나네. 그러니 자네에게 짐이 될 수는 없네. 자네가 자유로워야 우리를 지킬 것 아닌가?”

생각해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내 생각에도 그게 좋겠군. 업히십시오. 아버님.”

“그래.”

백태정이 백구환을 업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백수연과 백묘묘가 따라 달렸다. 적운상은 그들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갔다. 뒤에서 따라오는 자들의 기척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일각 정도를 달리자 모두들 조금씩 지쳐갔다. 어쩔 수 없이 잠시 멈춰 서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는 동안에 뒤를 쫓아오는 자들과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적운상이 그들의 기척을 잡아냈다.

“아버님. 그들이 뒤쫓아 왔습니다. 먼저 가십시오. 제가 시간을 끌겠습니다.”

“알겠네. 조심하게.”

“저는 걱정 말고 형산파로 가십시오. 금방 뒤따라가겠습니다. 조금 늦더라도 상관하지 마시고 계속 가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겠네. 그리고 이것 받게나.”

백태정이 내민 것은 백운검이었다. 백운검은 적운상이 백태정에게 태룡도를 빌리면서 돈을 줄 때까지 담보로 맡겨놓았었다.

“이제는 한 가족이지 않은가? 아버님께서 날을 잘 세워놓았으니 예전보다 더 날카로울 걸세.”

“감사합니다. 어르신.”

“흥! 가서 제대로 설쳐. 뒤따라오는 놈들에게 무서움을 보여줘야 하네.”

“훗! 그렇게 하겠습니다.”

적운상이 미소를 지으면서 백운검을 허리에 찼다.

“조심해.”

백수연이 적운상을 보며 말했다. 그녀는 적운상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걱정 마.”

적운상이 미소를 지으며 백수연을 품에 안고 등을 다독거려 줬다. 그 모습을 보고 백구환과 백태정, 그리고 백묘묘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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