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313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13화
313화. 쫓는 자들 (1)
북진마문에서 북진단과 음영단이 도착했다. 그들은 금극영의 한쪽 팔이 없어진 것을 보고 크게 놀란 기색을 보였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묻지는 않았다. 자신들이 불려온 이유가 그의 팔이 없는 것과 크게 무관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대가 왔구려. 일 단주.”
금극영이 깔끔한 문사차림의 사내에게 말을 건넸다. 잘생긴 얼굴에 호리호리한 체격의 그는 여덟 개의 북진단 중 첫 번째인 제 일단의 단주 호유광이었다. 그는 총관인 금극영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문주님께서 총관의 연락을 받고 내게 직접 명령을 내렸소. 이번 일의 중요성을 잊지 마시오.”
“알고 있소.”
금극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유호관의 옆에 있는 사내를 봤다. 백의경장 차람을 한 사내였는데 존재감이 없어서 눈으로 보지 않으면 그 자리에 있는지 느껴지지가 않았다.
음영단의 이단주 두음전이었다. 쾌검의 달인으로 지금까지 그의 검을 본 사람은 모두 죽었다. 소리도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른 쾌검으로 사람을 죽인다 하여 무음섬쾌(無音閃快)란 별호를 가지고 있었다.
“잘 왔소.”
금극영의 말에 두음전이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 역시 지위는 낮지만 금극영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일단은 조금 쉬고 계시오. 먼저 파악해야 할 일이 있소. 일은 그 후에 시작합시다.”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일이 혹시 적운상에 대한 거요?”
“맞소이다.”
“그럼 기다리겠소.”
호유광이 부하 하나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그가 두툼한 종이뭉치를 금극영에게 건넸다.
“말씀하신 적운상에 대한 정보입니다.”
금극영은 그걸 받아들고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갈수록 얼굴이 굳어졌다. 적운상이 보통 인물이 아니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생각 이상이었다.
적운상과 맞섰던 곳은 어디를 막론하고 전부 박살이 났다. 혈마사는 힘이 강한 곳이었다. 대성상단은 돈이 많은 곳이었다. 힘으로도 돈으로도 적운상 하나를 어떻게 하지 못한 것이다.
거기다 이제는 명예를 중시하는 정파무림의 연합체, 무림맹과 맞서고 있었다. 그들과 맞서고 있는 호천마궁과도 싸우고 있었다.
이건 완전히 무림 전체를 적으로 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렇다는 건 적운상이 단순히 무공만 강한 것이 아니었다. 머리도 쓸 줄 안다는 뜻이었다. 무공만 강한 자들은 처리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아무리 무공이 강해도 주위사람들을 이용하면 쉽게 처리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머리를 쓸 줄 아는 자들은 달랐다. 거기에 경험까지 풍부하다면 상대하기가 여간 골치 아프지 않았다.
금극영이 들고 있던 종이뭉치를 던지다시피 내려놓고 인상을 쓰고 있자 호유광이 물었다.
“그를 어떻게 상대할 생각이오?”
“음……아직 모르겠소.”
금극영이 이런 자신 없는 대답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지, 또 어떤 일이든지, 순식간에 요체를 파악하고 계획을 세웠었다. 달리 마뇌총관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이번일은 상당히 난처해하고 있었다. 그만큼 적운상이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문주님께서는 그를 포섭할 생각을 하고 있소.”
“음…….”
금극영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호유광이 왔을 때 약간이나마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게다가 생각보다 너무 많은 인원이 왔다. 아마 적운상이라는 이름 때문이리라.
“내 생각에도 그게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어려울 거요. 내가 본 그는 어딘가에 속할 자가 아니오.”
“형산파의 제자이지 않소? 형산파를 이용해 보는 것이 어떻소?
“그러다가 지금 무림맹과 호천마궁이 그 꼴을 당하고 있지 않소? 불가능하오. 그런 방법을 쓰면 결과가 우리라고 별반 다르지 않을 거요.”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오? 문주님께서는 무림맹과 호천마궁과의 싸움에 한팔 보태는 방향으로 해보라고 하더이다. 어쨌든 머리를 쓰는 것은 그대의 일이니, 우리는 따르겠소.”
호유광의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하던 금극영이 입을 열었다.
“우선은 요화보검 안에 들어 있던 걸 되찾아야 하오. 지금 부하 하나를 천응방으로 보내 연락을 취해주시오. 내일 그리로 찾아가겠다고 말이오. 적운상을 상대할 방법은 그 사이에 내가 생각해놓겠소.”
“알겠소.”
호유광을 비롯한 모두가 밖으로 나가자 혼자 남은 금극영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잘린 팔이 아파왔다.
‘네놈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인다 해도 멀쩡히는 아니다. 네놈도 한쪽 팔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금극영은 평소의 침착함과 냉정함을 잃고 있었다.
* * *
적운상은 마염견의 제자인 방성과 연락할 방법을 찾았다. 남예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방성은 죽음을 가장하고 아직도 호천마궁을 상대하기 위해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그만큼 은밀했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여러모로 알아보고 사람들도 풀었지만 단시일 내에 찾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자꾸 가고 있었다. 이제는 무당삼현, 화산이로와 약속한 비무날짜가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 가지 않으면 제날짜에 맞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떠나면 천응방이 금극영에게 당할 수도 있었다. 고민을 하던 적운상은 백구환을 찾아갔다.
땅! 땅!
한적한 정원의 중앙에 있는 백구환의 작업장에서 망치질하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적운상이 안으로 들어가니 백구환이 망치질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적운상은 조용히 한쪽에 앉아서 그 모습을 구경했다. 그러자 백구환이 여전히 망치질을 하면서 말했다.
“쇠는 두드릴수록 강해지지. 그래서 두드릴 맛이 난다네.”
잠시 몇 번 더 망치질을 하던 백구환이 그걸 물에 담가 식힌 후에 활활 타오르는 불속에 집어넣고 풀무질을 시작했다.
“할 말이 있나?”
“네.”
“말해 보게.”
“당분간 이곳을 떠나 있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들을 피해 있자는 건가? 어디로? 형산파로?”
“그렇습니다.”
“세상이 웃을 걸세.”
“아무도 웃지 않을 겁니다. 며칠 후면 비무가 있습니다. 그 비무를 보기 위해 가는 걸로 하면 됩니다.”
“비무라…… 수연이에게 이야기는 들었네. 알아보니 자네의 비무 때문에 호북이 시끌시끌하더구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나라도 그렇게 꼭꼭 감춘 것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걸세.”
“가족들을 생각해주십시오.”
“음…….”
풀무질을 하던 백구환이 손을 멈추고 적운상을 봤다.
“상대는 북진마문일세. 사파제일세라 불리는 곳이지. 그들을 피할 수 있을 거라 여기나?”
“적어도 형산파에 있는 동안은 안전할 겁니다.”
“아니지. 정확히는 비무가 끝날 때까지겠지.”
“제가 질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럼 이길 거라고 생각하란 말인가? 무당삼현과 화산이로는 자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고수들일세. 지금이야 늙어서 뒷전으로 물러나 있다지만 전성기 때의 그들은 정말 대단했었네. 무당파와 화산파가 그들로 인해 진일보했음은 만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아는 일이야.”
“어쨌든 지금은 늙었잖습니까? 저는 이제부터 전성기입니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지. 자만하는 것은 좋지 않네.”
“자만하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현실을 볼 뿐입니다.”
“그래. 자네는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지. 항상 그렇게 자신감에 차 있었어. 후우…… 태정이는 뭐라고 하던가?”
“아직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잖습니까? 그래서 어르신께 먼저 온 겁니다.”
백구환은 적운상이 농담을 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예전에는 그랬지만 지금 백태정은 적운상을 마치 친아들처럼 대하고 있었다. 그 같은 변화에 놀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흥, 나도 자네가 별로 안 좋아. 수연이 때문에 참고 있을 뿐이야.”
“하하하. 어련하시려고요.”
“후우…… 정말 가야 하나?”
“죄송합니다. 어르신. 잠시만 제 뜻에 따라주십시오.”
“자네가 죄송할 것이 뭐가 있나? 이게 다 내가 엉뚱한 짓을 했기 때문이지. 알았네. 태정이에게는 내가 말하겠네. 언제 가면 되겠나?”
“한시라도 빨리 가는 것이 좋으니 지금 바로 준비하고 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래. 그러세나.”
백구환이 허락을 하자 그 다음은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백태정은 백구환이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기 때문이었다.
이미 장인들 대부분은 천응방을 떠나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몇 명 되지 않았다. 백태정은 그들마저 모두 내보냈다. 그리고 형산파로 떠날 준비를 했다.
형산파로 가는 사람들은 백구환과 백태정, 그리고 백수연과 백묘묘, 이렇게 직계가족들뿐이었다.
적운상이 그들과 함께 천응방을 나와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올 때처럼 상담현까지는 배로 이동하고 그 후에는 관도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빨랐다.
하지만 선착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들에게 둘러싸였다. 여인들은 하늘거리는 궁장을 입고 예쁘게 꽃단장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둘러싸기 전까지는 오가는 행인들 속에 묻혀 있어서 그녀들의 저의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반가워요. 당신이 적 대협이신가요?”
붉은색의 궁장을 입은 여인이 물었다. 그녀의 미모는 백수연에게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백수연이 조금 냉정해 보이는 차가운 분위기의 고고한 미녀라면 그녀는 요염하기 이를 데 없었다. 손짓 하나에도 교태스러움이 가득 배어 있었다.
“그렇소. 내가 적운상이오.”
“저는 선화빙옥궁에서 온 소희라고 해요. 처음 뵙겠어요.”
스스로를 소희라고 소개한 여인이 무릎을 살짝 굽히면서 인사를 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예뻐서 주위에서 뭔 일인가 싶어서 보고 있던 남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또한, 그녀가 인사를 하자 같이 있던 여인들이 동시에 인사를 했는데 그 모습이 일괄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적운상은 반응이 시큰둥했다.
“처음 들어보는군. 나한테 무슨 볼일이오?”
“별일 아니랍니다. 그저 평소에 적 대협의 명성을 귀가 따갑게 들어왔던지라 궁으로 초대를 하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왔답니다. 바쁘신 건 알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주시어요.”
주위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몇몇 사내들이 탄식을 했다. 저런 뛰어난 미인들이 있는 궁이 있다는 이야기는 그들에게도 생소했다.
하지만 그게 어디건 저렇게 초대를 받아서 가면 황제가 부럽지 않을 것 같았다.
저런 미인들에게 둘러싸여 하루만 보낼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걸 생각하니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러니 어찌 적운상이 부럽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