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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348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48화

348화. 세상 밖으로 (1)

 

적운상이 그곳에서 지낸 지 며칠이나 지났다. 다행히 마도연맹에서는 아래를 조사하지 않는 모양인지 내려올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나갈 방법이 없으니 아직까지 안전한 것이 아니었다.

다행인 것은 이곳의 환경이 지내기에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먹을 것은 호수 안에 가득했다. 호수 주변의 버섯들도 나름 맛이 괜찮았다.

밤에는 조금 쌀쌀했지만 분지라서 바람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서로 붙어서 자면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적운상은 이제 간신히 앉아 있을 정도로 상처가 나았다. 그러자 백수연과 백리난수, 그리고 주양악의 무공을 봐주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지켜보고 충고는 얼마든지 해줄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무공을 돌아봤다. 예전에는 풍뢰십삼식은 물론이고 낙연검법이나 금안뇌정신공이 모두 불완전했었다.

그래서 항상 고민하고 다방면으로 생각하면서 발전을 시키려고 했었다. 하지만 무공이 높아지면서 그런 마음을 잊었다. 흔히들 일이 잘 안 풀리면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한다.

지금의 적운상이 그랬다. 사실 위진학이 쓴 방법은 생각지도 못한 충격적인 방법이었다. 타개책(打開策)이 없는 한 그들과 다시 겨뤄도 결과는 똑같았다.

더군다나 그들이 그런 방법을 생각해냈다면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생각해낼 수가 있었다. 어떻게든 타개책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것이 없었다. 무공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것 말고는.

하지만 이미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있는 적운상이었다. 탈인의 경지 그 이상의 경지는 없었다.

그렇다면 좀 더 완숙해져야 했다. 무극의 영역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늘리고, 다시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기까지의 시간은 줄여야 했다.

그때부터 적운상은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다리의 상처 때문에 가부좌는 틀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편안하게 눈만 감았다. 백수연이나 주양악, 백리난수가 보기에는 마치 잠을 자는 것 같았다.

적운상은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는 항상 명상에 잠겼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가다 어느새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 세 달째가 되었다.

적운상의 몸은 점차 회복이 되어 이제 내상은 거의 다 나아가고 있었다. 다리의 상처도 많이 좋아져서 절뚝거리기는 했지만 걸어 다닐 정도는 되었다.

그렇게 돌아다닐 수가 있게 되자 적운상은 가장 먼저 적교희가 휩쓸린 급류가 흐르는 곳으로 갔다. 그러고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있다가 돌아왔다.

멀리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주양악이 그걸 못 봤을 리가 없었다. 주양악은 미안한 마음에 어깨가 축 처졌다.

다시 한 달이 지났다. 네 달이나 여기서 지내다 보니 네 사람은 이제 어느 정도 이곳의 생활이 익숙해졌다.

파팡! 팡!

“아야!”

주양악의 내공에 밀려서 엉덩방아를 찧은 백리난수가 곱게 눈을 흘겼다. 할 일이 없으니 두 사람은 백수연과 함께 하루의 대부분을 무공수련으로 보냈다.

“내가 내공 쓰지 말라고 그랬지?”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그만…….”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전혀 미안한 표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미워할 수가 없어서 백리난수는 그냥 웃고 말았다. 초식의 운용만 보자면 주양악은 백리난수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공만 따지면 반대로 주양악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백수연은 두 사람의 대련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항상 내공을 쓰지 않고 초식으로만 비무를 하면 저렇게 끝이 났기 때문이다.

“수연 언니도 같이 해요. 양악이랑 둘이서 함께 덤비는 것이 좋겠어요.”

백리난수가 하는 말에 백수연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래. 맞고 나서 후회하지 마.”

“내가 할 말이에요.”

“훗!”

그녀들이 그렇게 대련을 하는 동안 적운상은 멍하니 앉아서 호수를 보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그는 무극의 영역에서 좀 더 머물 수 있는 방법과 다시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기까지의 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매일 명상을 하고 있지만 탁 트이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며칠째 이렇게 쭈그리고 앉아서 호수만 바라보고 있었다. 백수연이 어울리지 않게 청승 떤다고 뭐라 했지만 적운상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였다. 문든 뭔가 깨닫는 것이 있었다. 호수는 보기에는 흐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밑에서는 흐르고 있었다.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사방이 막힌 분지지만 바람이 흐르고 있었고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흐른다!’

적운상은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흐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쾌속의 시간에, 일반적인 시간의 흐름보다 몇 배나 빠른 시간이 흐르는 공간, 그것이 바로 무극의 영역이었다.

그 영역에 들어섰다가 튕겨 나오는 건 몸이 버티지 못해서였다. 일반적인 시간의 흐름에 익숙한 몸이라서 아무리 단련을 해도 삼 초식을 펼치는 시간 정도만 머물 수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단순하게 그렇게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무극의 영역 내에서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그건 단련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무극의 영역에 들어갔던 사람들의 경지는 모두 똑같았지만 단련의 강도는 다 달랐다. 그런데도 일관되게 거의 같은 시간만 무극의 영역에 머물 수가 있었다.

‘뭔가 있다!’

그걸 느낀 순간 적운상은 자세를 바로 했다. 그리고 무극의 영역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적운상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튕겨져 나왔다.

그러자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신체가 단련된 정도에 따라 무극의 영역에서 머무는 시간이 달라진다면 무리를 했을 경우 몸이 부서지더라도 계속 머물러 있어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되면 항상 튕겨져 나왔었다.

적운상은 가만히 앉아서 무극의 영역에 들어갔다가 튕겨져 나오는 것을 계속 반복했다. 아직 몸이 완전히 나은 상태가 아니라서 상당히 힘들었지만 끈기를 가지고 계속 반복했다.

그러자 어슴푸레하던 깨달음이 점점 선명해지면서 밝아졌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머리가 확 깨었다.

“아!”

적운상은 환희에 젖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무극의 영역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적운상은 그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시공을 초월한 공간에 있었다. 그것은 완벽한 부조화였다. 있지만 있지 않았고, 없지만 없지 않았다.

그렇게 무극의 영역에 계속 머물고 있는데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이대로 영영 무극의 영역에서 나가지 못할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적운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도 이곳이 아직도 무극의 영역인지 아니면 원래 있던 곳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이에 적운상은 고개를 돌려 깔깔거리면서 비무를 하고 있는 백수연과 백리난수, 그리고 주양악이 있는 곳을 봤다.

그 순간 적운상이 그녀들 앞에 나타났다.

“아! 깜짝이야!”

“꺄악!”

호수에서 그녀들이 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무려 오 장에 달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거기에 앉아서 청승을 떨던 적운상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자 그녀들은 깜짝 놀랐다.

“사형, 어떻게 된 거야? 얼굴이 창백해. 또 내상이 도진 거야?”

주양악이 걱정을 하며 물었다. 그러자 적운상이 그녀의 어깨를 잡더니 확 끌어안았다.

주양악은 적운상의 과격한 애정표현에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하지만 거부하지 않으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적운상을 불렀다.

“사형, 왜 그래?”

“헉헉…….”

거친 숨을 뱉어내던 적운상은 주양악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나가자.”

한밤중에 눈을 뜬 적운상이 모두를 향해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그러자 주양악이 여전히 걱정이 된다는 얼굴로 적운상의 이마를 짚어봤다.

“열은 없는데.”

“괜찮아. 잠시 무리했을 뿐이야.”

“만날 멍하게 앉아만 있었잖아. 그런데 뭘 무리했다는 거야?”

설명해준다고 이해할 주양악이 아니었다. 적운상은 그냥 포기하고 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나가자.”

“우리도 나가고 싶지만 어떻게 나가냐고?”

“일단 자. 내일 알려줄게.”

“어? 뭐야? 방법이 있어?”

“하루 종일 호수만 바라보더니 방법을 찾았구나?”

백수연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나 적운상은 미소만 지을 뿐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어쨌든 방법이 있다는 사실에 주양악과 백수연은 뛸 듯이 기뻤다. 드디어 이곳에서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과 다르게 백리난수는 표정이 어두웠다. 그녀는 이곳에서 나가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모두와 함께 계속 지내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나가면 더 이상 적운상과 함께 지낼 수가 없었다. 그것이 그녀를 슬프게 했다.

 

다음 날, 적운상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다리를 절면서도 몸을 풀었다.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무극의 영역에 오래 머물렀던 후유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일어났어?”

“응.”

백수연이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옆에서 자고 있는 주양악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요즘 양악이가 잠이 많아진 것 같아. 요 며칠 동안은 초저녁만 되면 잠들어서 항상 제일 늦게 일어나잖아.”

“더 이상 게을러지지 않게 백 누이가 신경 좀 써줘.”

“여기에 있을 때는 마음대로 하게 놔둬. 특별히 할 일도 없는걸 뭐.”

“어제 말했잖아. 오늘 나갈 거라고.”

“정말 방법이 있는 거야?”

“응.”

잠시 후에 백리난수가 일어났고 한참이 지나서야 주양악이 일어났다. 네 사람은 물고기와 버섯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그런 후에 적운상이 이끄는 대로 급류가 흐르는 곳으로 갔다.

“뭐야? 여기로 가자는 거야? 물살이 저렇게 센데? 몸이 남아나지를 않을걸.”

백수연이 가당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그러자 적운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야. 물살이 센 건 얼마 되지 않아. 조금만 가면 물살이 약해질 거야. 그러니 거기까지만 조심해서 가면 돼.”

“그걸 어떻게 알죠?”

백리난수가 궁금하다는 듯이 묻자 적운상이 돌멩이 하나를 들어서 휙 급류에 던졌다. 그러자 돌멩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봤어?”

“네.”

“나는 저 돌멩이가 급류를 벗어날 때까지의 소리를 들을 수가 있어.”

“에엑!”

갑자기 주양악이 소리를 질렀다. 적운상이 하는 말은 너무나 터무니없었다.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런 급류 속에 빠진 돌멩이가 흘러가는 것을 어떻게 소리만으로 알 수가 있단 말인가?

“말도 안 돼…….”

백수연도 쉽게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자 적운상이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저쪽으로 가봐. 저기 호수 가장자리에 바위가 있는 곳으로. 그럼 물고기 세 마리가 있을 거야. 도망갈지도 모르니까 조용히 가봐.”

이곳에서 적운상이 말하는 곳까지의 거리는 적어도 십 장은 되었다. 이 먼 거리에서 호수 안에서 노니는 물고기의 수를 알아맞힌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주양악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마보를 펼쳐서 적운상이 말한 바위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러고는 호수 안을 보니 정말 물고기가 딱 세 마리 있었다.

주양악은 놀라움에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잠시 그렇게 넋을 놓고 있자 정말인지 궁금해하며 백수연과 백리난수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주양악과 같은 표정을 지었다.

세 사람은 조금 멋쩍어하면서 적운상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정말이네.”

“신기해요. 어떻게 그걸 알 수 있죠?”

“나도 몰라. 갑자기 그런 것이 들리더라고.”

갑자기는 아니었다. 무극의 영역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수 있게 되자 생긴 능력이었다. 보지 않아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확연하게 알 수가 있었는데 그 범위가 방금과 같이 십 장이 넘었다. 가히 신기에 가까운 능력이었다.

“일단 저기에 있는 바위들을 잘 피해야 해. 그 이후에는 오른쪽과 왼쪽에 번갈아가면서 바위가 있어.”

적운상은 땅바닥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가면서 세 사람에게 설명을 했다. 세 사람은 목숨과 직결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해서 들었다. 그렇게 몇 번이나 바위의 위치를 말해준 적운상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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