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3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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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46화
346화. 사투 (2)
파가가각!
한껏 몸을 비틀어서 피했지만 위진학은 옆구리를 깊게 베이고 말았다.
“크아아악!”
그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과 달려드는 일곱 명의 장로들을 향해 적운상이 강기를 뿌려댄 것은 거의 동시에 이루진 일이었다.
파지지지지지직! 콰콰콰콰콰콰쾅!
“크아아악!”
“아아아악!”
장로들도 위진학과 마찬가지로 비명을 지르면서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장로들 중 한 명은 뇌기를 정통으로 맞고 그 자리에서 혀를 빼물며 즉사했다. 두 명은 다리를 맞았고, 세 명은 팔에 맞아 무기를 놓쳤고, 나머지 한 명은 어깨를 맞았다. 생각지도 못한 광범위한 공격에 한순간에 모두 당한 것이다.
하지만 적운상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오른쪽 다리를 깊숙이 베이고 장력에 등을 얻어맞는 바람에 내상이 심했다.
적운상은 피를 토해내면서도 정신을 바짝 차렸다. 품에서 금창약을 꺼내서 다리에 난 상처에 바르고 옷을 찢어서 감았다. 그리고 내상약을 꺼내서 삼켰다.
그러는 동안 장로들도 스스로의 상처를 살피기 시작했다. 어깨를 다친 장로의 상처가 비교적 가벼웠다. 그는 지혈을 하고 나서 적운상을 죽이려다가 위진학을 봤다. 상처가 너무 중했다. 저대로 놔두면 죽을지도 몰랐다. 우선의 그의 상처를 살펴야 했다.
그가 잠시 갈등하는 사이에 적운상은 다리를 절며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뒤를 쫓아! 맹주님은 우리에게 맡… 크윽!”
소리를 지르던 장로가 신음 소리를 냈다. 다친 팔에서 타들어가는 것 같은 고통이 일었기 때문이다.
“어서 가!”
어깨를 다친 장로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적운상을 쫓기 시작했다. 맹주인 위진학이 죽는다면 그도 죽어야 했다. 이대로 놓칠 수는 없었다.
적운상은 백수연 등이 있는 방으로 달렸다. 그러나 그리로 가기도 전에 앞이 가로막혔다. 모두들 마도연맹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이었다.
“후욱!”
적운상은 숨을 내뱉으면서 조사묘에서 익힌 베기를 했다. 그러자 사나운 칼바람이 그들을 덮쳐가며 거기에 섬뜩한 느낌을 더했다. 그 때문에 태룡도가 닿지도 않았는데 겁을 먹고 뒤로 훌쩍 물러났다.
그 순간 적운상은 이를 악물고 비마보를 펼쳐서 그들의 머리를 뛰어넘었다. 다친 다리에서 아찔한 통증이 일었지만 필사적으로 눌렀다.
“헛!”
“뒤쫓아라!”
그들이 뒤늦게 적운상을 쫓기 시작했다. 다리를 다친 적운상은 금방 그들과 거리가 좁혀졌다. 그때 맞은편에서 주양악이 백수연, 백리난수, 적교희와 함께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사형!”
주양악은 피투성이가 되어서 달려오고 있는 적운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예전이라면 몰라도 근래에 들어서는 단 한 번도 저렇게 다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다리까지 절고 있지 않은가?
“오라버니!”
적교희도 걱정이 되는지 적운상을 소리쳐 불렀다. 그렇게 서로 만나는 사이에 적운상의 뒤를 쫓던 사람들도 도착했다.
주양악이 그들을 보고 살기를 뿜어내면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두 자나 되는 검강이 뻗어 나와 그들을 무 베듯이 베고 지나갔다.
“물러나!”
파가가가가가가가각!
“아아아악!”
“크아아악!”
다리나 팔을 잘린 사람들은 그나마 비명이라도 질렀지만 몸뚱이가 잘려 나간 사람들은 비명조차도 지르지 못하고 꼬꾸라졌다.
“저쪽 건물로 들어가자. 크윽!”
“안 되겠어요. 업혀요.”
백리난수가 적운상을 업으려고 했다. 그러자 주양악이 한걸음에 달려오면서 소리쳤다.
“내가 업을게.”
“안 돼. 난수하고 양악이는 무공이 뛰어나니까 사람들을 막아줘. 운상이는 내가 업을게.”
백수연이 두 사람을 말리면서 적운상을 업으려고 했다. 그러자 적운상이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부축만 해줘.”
“괜찮기는. 체면 생각하지 말고 빨리 업혀. 이러다 모두 죽어.”
백수연이 당차게 말하면서 적운상을 업었다. 옆에 있던 적교희가 그녀를 도왔다.
“어디로 가지?”
“저쪽으로. 그쪽에 이곳을 빠져나가는 통로가 있어.”
“알았어. 양악이 네가 앞장서. 교희는 나한테 바짝 붙어 있고 난수는 뒤를 맡아줘. 가자.”
“네!”
백수연이 빠르게 지시를 내리면서 달리자 세 명이 동시에 대답하면서 경공을 펼쳤다.
* * *
“어떻게 된 거예요?”
채심의는 상처가 심한 위진학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적운상에게 당했습니다.”
“이럴 수가. 빨리 의원을 불러와요! 어서!”
“이미 데리러 갔습니다.”
위진학은 일단 응급처치는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채심의가 따로 손을 쓸 필요는 없었다.
“그는, 적운상은 어떻게 됐죠?”
“지금 도주 중입니다.”
“성을 빠져나갔나요?”
“아닙니다. 동편의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을 모아요. 내가 직접 가겠어요.”
“하지만…….”
“어서요! 그를 놓치면 맹주님의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아요!”
“알겠습니다.”
사내가 대답을 하고 밖으로 달려 나가자 채심의가 위진학의 뺨을 쓰다듬었다.
“조금만 기다려요. 가서 그를 반드시 죽이고 올게요.”
독한 말을 내뱉으며 채심의는 살기 가득한 모습으로 방을 나와 적운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으로 가는 동안 마도연맹의 고수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렇게 적운상이 있다는 전각에 도착해보니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어떻게 됐죠?”
“안에 있습니다. 하지만 풍 소저가 인질로 잡혀 있어서 손을 못 쓰고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풍민주는 위진학이 친동생처럼 아꼈다. 성이 다르지 않았다면 정말 친동생으로 착각을 할 정도였다.
“내가 가보겠어요.”
“위험합니다.”
“상관없어요. 민주를 구하지 못하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아요. 어서 비켜요.”
“총사.”
“이건 명령입니다.”
“알겠습니다.”
그제야 사내가 비켜서자 채심의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풍민주의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마도연맹의 고수들이 그녀를 보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안에 있나요?”
“그렇습니다. 문을 못 열게 합니다. 문을 열면 풍 소저를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있어서 안의 상황을 볼 수가 없습니다.”
“알았어요.”
탕탕!
“적 대협, 잠시 이야기 좀 나눠요.”
채심의가 방문을 두드리면서 소리치자 방 안에서 적운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시오.”
“얼굴도 안 보고 대화를 할 건가요?”
“그렇소. 내 허락 없이 방문을 연다면 이 아가씨의 팔을 베겠소. 그럼 살아난다 해도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할 거요.”
‘영악해.’
채심의는 적지 않게 당황이 됐다. 인질을 잡고 있어도 어떤 상황인지 알면 기회를 봐서 어떻게든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저렇게 방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이쪽에서는 인질의 상태를 모르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군요. 그럼 이렇게 대화를 하죠. 우선 그녀를 풀어주세요. 그럼 당신들의 목숨은 보장을 하겠어요.”
“안 믿소.”
“언제까지 그녀를 인질로 잡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당신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그건 내가 걱정할 일이오. 그나저나 당신이 이곳으로 온 것을 보니 위진학의 상처가 죽을 정도는 아닌가 보군.”
“그래요. 맹주님은 그 정도 상처에 죽을 사람이 아니에요.”
“어쨌든 그가 정신이 들 때까지는 시간이 있겠군.”
“하아… 당신은 정말… 영특하군요.”
“칭찬으로 듣겠소.”
“상황이 이러니 말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그날 당신이 적 소저에게 먹인 소환단에는 독이 들어 있었어요. 알고 있나요? 당신은 물론이고 적 소저도 독에 중독되어 있어요. 지금은 발작을 하지 않겠지만 며칠 후엔 내장이 다 녹아내릴 거예요.”
“칠보사(七步死)로군.”
“맞아요. 무색에 무취, 무향인 독이죠. 해독약은 오로지 나만 가지고 있어요. 그녀를 풀어주고 대화를 한다면 해독약을 주겠어요.”
“필요 없소.”
“이대로 죽을 생각인가요?”
“독은 이미 모두 없앴소.”
“믿을 수 없어요.”
“진진랑에게 듣지 못했소? 그날 나는 교희가 독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침착했었소.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오?”
‘설마…….’
채심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적운상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내가 익힌 무공은 어떤 독이라도 태워버릴 수가 있소. 물론 다른 사람이 중독이 되어도 마찬가지요.”
“그런…….”
채심의는 마지막 수단까지 허물어지자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이 없었다. 그때 적운상이 생각지도 못한 걸 요구했다.
“나는 조금 쉬고 싶소. 알고 있겠지만 상처가 가볍지 않아서 당신하고 이야기를 나누니 피곤하오. 그리고 배도 고프군. 먹을 걸 가져다주시오. 물론 최고급 요리여야 하오. 정확히 일각의 시간을 주겠소.”
“무리예요. 그 시간 안에 어떻게 요리를 만들라는 거죠?”
“좋소. 그럼 이 각을 주겠소.”
“적어도 반 시진은 필요해요.”
“허튼 수작 마시오. 이 아가씨의 잘린 손목을 보고 싶거든 그렇게 하시오.”
적운상의 위협에 채심의는 화가 치솟았지만 필사적으로 눌렀다. 지금은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냉정을 유지해야 했다.
“정확히 이 각이오. 그동안 나는 좀 쉬고 싶으니까 말 걸지 마시오. 말을 걸면 이 아가씨의 비명 소리를 듣게 될 거요.”
“잠깐만요. 민주는 정말 무사한가요? 목소리를 듣고 싶어요.”
“언니.”
“그래. 걱정하지 말고 있어. 금방 구해줄 테니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적운상이 다시 풍민주가 말을 하지 못하게 아혈을 짚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부터 이 각이오.”
적운상은 그 말을 하고 피곤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주양악이 재빨리 그를 부축했다. 그들과 같이 있어야 할 백수연과 백리난수, 그리고 적교희는 보이지 않았다. 풍민주가 이용하던 그 통로로 모두들 빠져나간 것이다.
“우리도 가자. 이 각 안에 여기서 벗어나야 해.”
“알았어.”
주양악이 바로 대답을 하고 적운상을 부축해서 비밀통로로 내려갔다. 그러자 적운상이 주양악을 보며 말했다.
“가서 그녀도 데리고 와. 여기에 숨겨둬야 찾는 데 시간이 걸리지.”
“응.”
주양악은 다시 방으로 올라가서 풍민주를 데리고 왔다. 적운상은 그녀를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거기에 가만히 있으면 그들이 구해주러 올 거다.”
풍민주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마혈과 아혈이 짚여 있어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가자.”
“응.”
주양악이 적운상을 업고 통로를 따라 사라졌다. 풍민주는 그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쪽으로 가도 빠져나갈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