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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345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0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45화

345화. 사투 (1)

 

적운상이 마도연맹에서 머문 지 어느새 삼 일이 되었다. 적교희는 다행히 아침에 정신을 차렸다. 죽을 뻔한 것도 모르고 독에 중독되기 전보다 몸이 가벼워졌다고 좋아했다. 그러다 적운상한테 아주 호되게 혼이 나고는 풀이 죽었다.

점심때가 되자 적운상은 위진학을 찾아갔다. 위진학은 후원에서 꽃을 가꾸다가 적운상이 오자 웃으면서 반겼다.

“어서 오게.”

“정원이 아늑하니 좋군요.”

“몇 년 동안 정성을 쏟았더니 이제야 제법 모양이 나는군. 누이동생은 좀 어떤가?”

“덕분에 다 나았소. 내공이 늘어서 좋아라하고 있소.”

“훗! 다행이로군. 말했던가? 내게도 그녀 또래의 누이동생이 있다네. 워낙에 천방지축이라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세.”

풍민주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적운상은 그녀를 만났던 것을 생각하자 위진학이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쪽으로 가세나. 차나 한 잔 하지.”

위진학이 정원 한쪽에 있는 돌로 된 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두 사람이 그리로 가서 자리에 앉자 시녀가 와서 차를 내놓고 갔다.

“그래. 생각은 해봤나?”

“그 대답을 하러 온 거요.”

“알고 있네.”

위진학은 마시던 차를 내려놓고 적운상을 쳐다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제의는 거절하겠소.”

“그런가? 안타깝군. 내 딴에는 노력을 많이 했는데 말일세.”

“알고 있소.”

“그런데도 거절을 한단 말인가?”

“힘들어도 형산파를 일으켜 세우는 쪽이 낫소. 한 번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게 되면 또 그러게 되지.”

“그도 그렇군. 알겠네. 그렇게 결정했다니 어쩔 수 없지.”

“나를 죽일 생각이오?”

“그래야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네. 자네가 마도연맹으로 오지 않으면 내가 하려는 일에 방해가 되네.”

“무슨 일을 하려는지 물어도 되겠소?”

“별일 아닐세. 그저 하늘을 엎어버리고 싶을 뿐일세.”

하늘을 엎는다는 말은 지금의 황제를 죽이겠다는 뜻이었다. 놀라운 말이었지만 적운상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위진학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별로 놀라지 않는군.”

“별일 아니라고 하지 않았소?”

“그야 그렇지만… 혹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었나?”

“아니오. 단지 짐작만 했을 뿐이오. 난수가 말하기를 당신은 마도연맹을 강호제일의 세력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는군.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소. 만약 당신이 어딘가 하나의 문파에 속해 있다면, 사부와 사형제들이 있어서 그런 말을 한다면 그저 그러려니 했을 거요. 누구나 그런 야망을 품으니까. 하지만 마도연맹은 여러 사람들이 모인 집합체요. 그런 사람들을 모아서 큰 세력을 만들려고 한다면 뭔가 목적이 있다는 뜻이지. 당연히 하찮은 목적은 아닐 테고, 내가 당신이라면, 그런 세력을 가지고 있다면 뭐를 할까 생각해봤소. 그러니 답이 나오더군.”

“후후. 정말 대단하군. 대단해. 무공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머리까지 총명하군.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탐이 나네.”

“한 가지 물어도 되겠소?”

“뭐든 물어보게나.”

“왜 그 같은 일을 하려는 거요? 내가 보기에 당신은 권력에 욕심이 없어 보이오.”

“사람들에게는 모두 개개인의 사정이 있는 법일세. 자네 일검일살 부운초가 왜 검을 뽑을 때마다 한 사람씩 죽이는지 아나?”

“모르오.”

“그가 어렸을 때 마을에 도적떼가 쳐들어와서는 약탈을 했다네. 물건만 가져가면 될 것을 그들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희롱을 했지. 누구든 그들이 휘두르는 칼질을 단 한 번이라도 피하면 살려주기로 말일세. 마을 사람들은 모두 무공을 전혀 모르는 양민들이었네. 무공을 익힌 그들의 칼을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지. 그의 눈앞에서 모두가 죽어갔네. 그리고 드디어 그의 차례가 왔지. 그는 도적이 휘두르는 칼을 피해 뒷걸음질을 쳤다네. 그러다 그만 죽어 있는 마을 사람의 시체에 발이 걸려서 넘어지고 말았지. 그 바람에 칼을 피하게 됐고. 도적은 정말 약속대로 그를 살려줬다네. 오로지 그만 그렇게 살아남은 걸세. 웃기지 않나? 더 웃긴 건 그가 뒷걸음질을 치다가 걸린 시체가 바로 그의 부모님이었다는 걸세.”

거기까지 말한 위진학이 미소를 지으면서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그 후로 무공을 배운 그는 그 도적들을 찾아가서 똑같이 말했다고 하더군. 일검만 피하면 살려주겠다고 말일세. 하지만 아무도 그의 일검을 피하지 못했지. 그는 그 도적들을 같은 방법으로 죽이기 위해서 오로지 일검만으로 상대를 죽이는 검법을 극성까지 익혔기 때문일세.”

“그 이야기를 왜 하는 거요?”

“처음에 말했지 않았나? 사람에게는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다고. 자네가 이곳으로 오던 날 죽이려고 했던 독심혈화 설요원이나 흉신악살 사도공도 모두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지. 진진랑도 마찬가지일세. 그리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고.”

적운상은 그제야 위진학이 말하는 의도를 알아챘다. 위진학은 세세한 이야기를 하기 싫었지만 그 뜻만은 전하고 싶어 했다. 자신이 정당하고 옳다는 것을 적운상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충분히 대답이 됐소. 결정은 했소?”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내게로 오면 자네가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게 될 걸세.”

“예전에 호천마궁의 궁주도 그런 말을 했었소.”

“후우… 그렇군. 알겠네.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냥 가게나. 자네가 방해가 되기는 하지만 그건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되겠지. 잠시지만 즐거웠네.”

적운상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위진학에게 포권을 취했다. 그러자 위진학도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받았다.

“나중에 다시 보세나.”

적운상이 무표정하니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몸을 돌릴 때였다. 갑자기 위진학이 적운상의 등을 향해 한쪽 손바닥을 쭉 뻗어냈다. 방심했을 거라 여겨 기습을 한 것이다. 치졸한 행동이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는 적운상과 그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적운상은 그러한 위진학의 행동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 이에 침착하게 상체를 젖히면서 발로 위진학의 손을 차올렸다.

파팡!

위진학은 기습이 실패로 돌아가자 풀썩 주저앉아 몸을 한 바퀴 돌리면서 적운상의 다리를 쓸어 찼다. 방금 자신의 손바닥을 차느라 적운상은 한쪽 발이 올라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아주 시기적절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적운상은 땅을 지지하고 있는 한쪽 다리의 힘만으로 힘껏 뛰어올랐다. 그러자 위진학의 발이 방금까지 적운상이 있던 자리를 쓸면서 돌로 된 의자를 부쉈다.

콰아아앙!

적운상은 공중제비를 돌면서 태룡도를 뽑아 들었다. 그러자 위진학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고는 바로 무극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카가가각!

위진학이 머리를 노리고 검을 찔러오자 적운상도 무극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태룡도로 공격을 걷어내면서 그의 어깨를 노리고 내려쳤다. 절묘한 초식이기는 했지만 위진학은 몸을 틀어서 가볍게 피해버렸다.

그러자 헛손질을 한 적운상이 태룡도를 위로 그어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위진학이 적운상의 목을 찔러갔다.

따당!

적운상이 태룡도를 들어서 공격을 막아내자 위진학이 신법을 펼쳐서 옆으로 이동했다. 동시에 태룡도에 붙어 있는 자신의 검을 미끄러트려 적운상의 목을 찔러갔다.

카가가가각!

적운상은 몸을 숙여 위진학의 공격을 피하면서 태룡도를 빙글 돌렸다. 그러자 태룡도의 도첨이 밑으로 향하면서 위진학의 다리를 찔러갔다.

따앙!

위진학이 그걸 막아내는 순간 시간이 다 되면서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무극의 영역에서 튕겨져 나왔다. 그때였다.

“지금이다!”

위진학이 크게 소리치자 일곱 명의 장로들이 일제히 적운상을 공격했다. 그들은 적운상이 눈치채지 못하게 멀리 떨어져 있다가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자 바로 달려온 것이다.

따다다다다땅!

적운상의 태룡도가 쉴 새 없이 빠르게 움직이며 일곱 명의 장로들이 휘두르는 무기들을 모두 쳐냈다. 장로들은 자신들의 공격이 너무나 쉽게 막히자 크게 놀라면서 가진 절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적운상은 금방 수세로 몰렸다. 공격이 어찌나 사나운지 변변찮은 반격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 동안 위진학은 뒤로 물러나서 구경만 했다.

잠시라도 몸을 쉬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무극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자 장로들을 향해 소리쳤다.

“물러나시오!”

위진학의 외침에 장로들이 일제히 물러났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위진학이 무극의 영역으로 들어가서 적운상을 공격해갔다.

따당! 땅! 땅!

인간의 오감으로는 쫓을 수 없는 극쾌의 빠른 세상에서 두 사람은 순식간에 삼 초식을 교환하고 튕겨져 나왔다. 조금 떨어져서 그걸 본 장로들이 다시 적운상을 향해 달려들며 공격을 퍼부었고, 위진학은 아까처럼 뒤로 빠져서 휴식을 취했다.

차륜전이었다. 이대로 가면 적운상이 지고 만다. 위진학은 적운상과 대면한 첫날 검을 섞어보고 서로 경지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적운상이 마도연맹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그를 상대할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밤을 새우면서 고민을 한 결과 지금과 같은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적운상의 강점은 무극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만 빼면 장로들만으로도 충분히 그와 맞설 수가 있었다.

그러니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 있는 동안은 자신이 상대를 하고, 그 외에는 장로들이 상대를 하는 차륜전을 펼칠 수가 있었다.

적운상은 쉬지 않고 계속 싸워야 하지만 자신은 장로들이 싸우는 동안 쉴 수가 있었다. 그런 만큼 한 번 무극의 영역에 들어갔다가 다시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는 시간이 거의 일정했다. 그에 비해 적운상은 조금씩 지쳐가기 때문에 그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승패의 관건이었다.

위진학은 쉴 만큼 쉬자 다시 무극의 영역으로 들어가서 적운상을 공격했다.

따당! 콰아아앙!

위진학과 적운상이 무극의 영역에서 튕겨져 나오자 장로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위진학은 이제 한 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적운상의 반응이 아주 약간이지만 느렸었는데 그걸 눈치챈 것이다.

위진학은 적운상이 싸우는 걸 눈여겨보면서 감탄을 했다.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고 장로들을 일곱 명이나 상대하는데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런 방법이 아니라 일대일로 적운상과 붙었다면 필패였다. 그런 생각을 하자 조금 자존심이 상하기는 했지만 이미 시작한 일이었다. 끝을 봐야 했다.

위진학은 이번에 끝장을 볼 생각으로 내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서 적운상을 향해 쇄도해 갔다.

쉬이이이익!

위진학이 펼친 절초를 적운상은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이어서 두 번째 초식도 피해냈다. 마지막 세 번째 초식은 피해낼 수가 없자 태룡도로 맞받아쳤다.

위진학은 솔직히 조금 놀랐다. 이번에는 끝장이 나리라 여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운상은 한 번 더 견뎌냈다. 위진학이 놀라워하며 무극의 영역에서 튕겨질 때였다. 갑자기 적운상의 태룡도가 옆구리를 베어왔는데 뻔히 알면서도 그 공격을 막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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