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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344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7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44화

344화. 움직이는 황궁 (3)

 

“어디 갔다 왔어요?”

방으로 돌아오자 주양악과 백수연이 백리난수와 함께 앉아 있었다. 백리난수는 적운상을 보자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피했다. 적운상은 말없이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자 백리난수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미안해요.”

“아니다. 이제는 괜찮은 거냐?”

“네. 그들이 저한테 섭혼술을 걸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널 위해서라고 하더군.”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밖에서는 악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말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대부분이 상황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이고 누명을 쓴 사람들이에요.”

백리난수는 섭혼술이 걸려 있는 동안의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잘 대해줬는지를 알고 있었다.

적운상은 별말 하지 않고 차를 마셨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전부 악인의 길로 들어서지는 않는다. 그랬다면 세상에는 악인들만 있을 것이다. 슬기롭고 지혜롭게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니 결국 각자의 선택이었다.

“위진학은 어떤 사람이지?”

“그는 뭐랄까… 따뜻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아요. 아주 차갑고 냉철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을 아낄 줄 알아요. 혼자서 활동하기를 좋아하는 사파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종속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에요. 차가운 사람이 마음을 열고 다가오니까 감동을 하는 거죠.”

백리난수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적운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위진학이라는 사람의 성품을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목표가 있지? 뭔가 원하는 것이 있을 거야.”

“맞아요. 마도연맹을 사파제일, 아니 천하제일의 방파로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왜지?”

“네?”

“그렇게 큰 문파로 키우고 싶은 이유가 있을 것 아니야.”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적운상은 남은 차를 마저 마시다가 문득 적교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희는?”

“아까 진진랑과 함께 이곳을 둘러본다고 나갔어.”

주양악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적운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안 말렸어?”

“에?”

멍한 표정을 하고 있는 주양악을 지나치며 적운상이 다급하게 적교희를 찾으러 가려고 할 때였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진진랑이 창백한 얼굴로 들어왔다.

“큰일 났어요, 적 대협.”

“무슨 일이야?”

“교희가 독에 중독되었어요.”

진진랑이 하는 말에 모두가 깜짝 놀라서 그녀를 쳐다봤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적운상을 봤다. 적운상의 성격상, 진진랑의 목을 단숨에 날려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적운상은 침착하게 진진랑을 보며 말했다.

“안내해.”

“네?”

“교희가 있는 곳이 어디야?”

“이쪽이에요.”

진진랑이 앞장서자 적운상이 그 뒤를 따랐다. 그러자 방에 있던 백수연과 백리난수, 주양악도 그 뒤를 따라갔다.

* * *

 

방 안에는 생각지도 못하게 위진학과 채심의가 와 있었다. 적운상이 방 안으로 들어서자 두 사람이 옆으로 비켜섰다. 그러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침상에 누워 있는 적교희가 보였다.

적운상은 적교희에게 다가가 완맥을 잡았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진진랑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지?”

“내 잘못이에요. 나를 죽인다고 해도 할 말이 없어요. 이곳에는 독선당(毒仙堂)이라고 독물들을 키우는 건물이 있어요. 거기 이야기를 했더니 꼭 한번 보고 싶다고 졸라대는 통에 그만…….”

“무슨 독에 중독된 거지?”

“오룡사(五龍蛇)에게 물렸어요. 다행히 그곳을 관리하는 독와자(毒蛙者)가 제때에 응급처치를 해서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해독할 수가 없어요. 알다시피 오룡사의 독은 지독하기로는 천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요.”

진진랑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백수연과 주양악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적교희가 진진랑과 방을 나갈 때 백수연과 주양악은 백리난수를 살피고 있었다. 그래서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고를 당했으니 적운상을 볼 면목이 없었다.

“일단 이거라도 먹여봐요.”

채심의가 그렇게 말하면서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서 열었다. 그러자 거기에 있는 둥근 환약에서 청량한 향이 사방으로 번져갔다. 그런 것으로 보아 보통 영약이 아닌 것 같았다.

“그게 뭐죠?”

주양악이 묻는 말에 채심의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소림사의 소환단이에요.”

“에?”

소림사에는 두 개의 영약이 유명했다. 바로 대환단과 소환단이었다. 대환단은 천고에 없을 영약으로 몇 알 되지 않았다.

소환단은 대환단에 비하면 효능이 한참이나 떨어졌지만 그래도 대단한 영약으로 취급되었다. 무공을 모르는 일반인이 먹으면 무병장수하고, 무공을 익힌 사람이 먹으면 적게는 삼 년에서 많게는 오 년의 내공이 증가했다.

거기다 내상을 치료하고 독을 해독하는 데도 탁월한 효능이 있었다. 하지만 만들기가 지극히 까다로워서 한 번 만드는 데 십 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그래서 그리 많지도 않았고 쉽게 구할 수도 없었다. 세간에서 어쩌다 소환단이 한 알이라도 유통되면 그야말로 부르는 것이 값이었다. 그런 것을 채심의는 아낌없이 내놓은 것이다.

“적 소저가 이렇게 된 건 본 맹의 책임이에요. 맹주님께서 귀빈으로 대접한다고 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유감이에요. 어떻게든 해독을 할 방법을 찾을 테니까 잠시 시간을 주세요.”

채심의는 그렇게 말하면서 적교희의 입에 소환단을 넣으려다가 멈칫했다.

“소환단의 효능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저렇게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먹이면 기도에 걸릴 수도 있어요.”

“그럼 어쩌죠?”

“가장 좋은 건 입으로 먹이는 거예요. 외부의 기운에 노출 되면 효능이 줄 수가 있어요.”

채심의가 그렇게 말하면서 적운상을 봤다. 적운상보고 하라는 건지 자신이 할 테니 허락을 해달라는 뜻인지 알 수가 없는 눈빛이었다.

“이리 주시오.”

적운상이 채심의에게서 소환단을 받아서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적교희에게 입을 맞추고 소환단을 밀어 넣었다. 소환단은 조금씩 녹으면서 정말 적교희의 기도를 막으려고 했다. 적운상은 혀를 이용해서 소환단을 굴려서 기도가 막히지 않게 했다.

그렇게 소환단을 모두 먹이고 입을 떼었다. 그러자 위진학이 옆으로 와서 말했다.

“잠시 비켜주게나. 내가 진기도인(眞氣導引)을 하겠네.”

진기도인은 내공의 소모가 굉장히 심했다. 그래서 한 번 하고 나면 아무리 내공이 뛰어나도 며칠 동안 푹 쉬면서 요양을 해야 했다.

“지금 진기도인을 하면 방금 먹인 소환단의 효능을 더욱 살릴 수 있을 걸세. 어쩌면 독을 몰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네.”

적운상은 위진학을 잠시 쳐다보다가 말없이 옆으로 비켜섰다. 그러자 위진학이 적교희의 단전과 가슴에 손을 살짝 얹은 후에 진기도인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내공의 소모가 상당히 심한지 위진학의 이마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러자 채심의가 품에서 수건을 꺼내서 조심스럽게 땀을 닦아줬다.

“후우…….”

적교희에게서 손을 뗀 위진학이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몸을 비틀거렸다. 그러자 채심의가 재빨리 부축을 했다.

“괜찮으세요?”

“괜찮소. 조금 무리를 했을 뿐이오.”

“어떤가요?”

백수연이 걱정스럽게 묻자 안심하라는 뜻으로 위진학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위험한 고비는 넘겼소. 독을 대부분 밀어냈지만 아직도 조금은 남아 있소.”

그렇게 말하던 위진학이 갑자기 인상을 쓰더니 그 자리에 앉아서 가부좌를 틀었다.

“맹주님!”

채심의가 놀라서 위진학을 불렀다. 그러다 그가 운기조식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곧 입을 닫았다. 이럴 때는 아주 작은 충격을 받아도 내상을 입거나 주화입마에 빠질 수가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죠?”

백수연이 묻는 말에 채심의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진기도인을 하면서 적 소저의 독을 몰아낼 수 없으니까 몸으로 끌고 온 것 같아요.”

“아!”

사람들은 크게 감탄을 했다. 진진랑의 잘못이라지만 사실 적교희가 저렇게 된 것은 사고였다. 적교희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그런데 채심의는 망설이지 않고 그 귀한 소환단을 내놓았고 위진학은 목숨이 위태로울 걸 알면서도 독을 자신의 몸으로 끌어왔다. 그 같은 책임감을 보이니 진실한 마음이 느껴졌다.

운기조식을 끝낸 위진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채심의가 그를 옆에서 부축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며칠만 지나면 거뜬히 일어날 걸세. 나는 가서 좀 쉬어야겠군. 나중에 또 보세나.”

위진학은 그렇게 말하면서 채심의와 함께 방을 나갔다. 그러자 적운상이 적교희의 맥을 다시 짚어봤다. 위진학의 말대로 독이 거의 없어진 상태였다.

적운상은 금안뇌정신공을 운용해서 미약하게 뇌기를 흘려보내 남은 독을 모두 태워버렸다. 사실 적운상은 처음부터 이렇게 적교희의 독을 모두 없애버릴 수가 있었다.

그래서 적교희가 독에 중독이 되었다고 했을 때도 침착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말하면서 나서지 않은 이유는 위진학이 어떻게 행동하나 보기 위해서였다. 위진학은 책임감 때문인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베풀었다.

백수연과 주양악은 그런 위진학의 행동에 조금 감동한 모양이지만 적운상은 아니었다. 애초에 적교희가 독에 중독되었다는 것부터가 조금 의심스러웠다. 억측일 수도 있지만 위진학이 자신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벌인 일일 수도 있었다.

적교희의 독을 모조리 태워버린 적운상이 이불을 끌어올려서 잘 덮어줬다.

“괜찮은 거야?”

“응. 독은 모두 없어졌어. 별일 없을 거야.”

“하아… 다행이다.”

주양악이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미안해. 내가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백수연이 하는 말에 적운상이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별일 없이 끝났잖아. 교희한테는 오히려 잘된 일이야. 소환단을 먹고 진기도인까지 받는 바람에 내공이 크게 늘었을 테니까.”

“그래도…….”

“그런데 그 맹주라는 사람은 사형한테 잘 보이려고 아주 필사적이던데.”

“네가 그런 것도 알아차릴 줄은 몰랐는걸.”

“왜 몰라. 나를 바보로 아는 거야.”

주양악이 화가 나서 언성을 높이려고 하자 적운상이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밀었다.

“진정해. 교희 깨겠다.”

“흥!”

코웃음을 치는 주양악을 놔두고 적운상은 적교희를 봤다. 그러면서 위진학이 내민 손을 잡을지 말지 마음속으로 결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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