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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343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4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43화

343화. 움직이는 황궁 (2)

 

적운상은 마도연맹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줄곧 하나의 시선을 느꼈었다. 맹주인 위진학과 싸울 때나 방에서 쉴 때도 내내 그 시선이 느껴졌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서 쫓아가서 잡을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거리가 가까워진 것이다.

그쪽에서 방심을 했는지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건 기회였다. 그래서 적운상은 백수연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틈을 보이다가 그를 쫓기 위해 몸을 날린 것이다.

그는 흑색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상당히 빨랐다. 적운상이 전력으로 비마보를 펼치는데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이곳의 지리를 잘 아는지 움직이는 데 거침이 없었다.

전각의 지붕을 밟고 날아가다가 중간에 방향을 틀어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적운상은 그의 기척을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기척만 잡아내면 어디로 가든 잡을 수가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쫓아가자 마도연맹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적운상이 주위를 마구 휘젓고 다니니 경계를 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다.

그때 적운상이 계속 쫓던 자가 성 밖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보였다. 그 밑은 천애의 낭떠러지였다. 누구를 막론하고 떨어지면 살아남기 힘들었다.

적운상은 그곳에 도착하자 밑을 살폈다. 안개가 자욱해서 아래가 잘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오?”

마도연맹 사람들이 근처로 오며 물었다. 적운상은 아래를 계속 살피면서 그들에게 물었다.

“이 아래에는 뭐가 있소?”

“보다시피 절벽이오. 아무것도 없소.”

“내려가 봐야겠소.”

“헛! 안 되오. 그대가 잘못되면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오.”

“잘됐군. 내가 내려가서 한 시진이 지나도 올라오지 않으면 찾으러 내려오시오.”

“잠깐…….”

그가 말릴 사이도 없이 적운상은 절벽 밑으로 몸을 날렸다. 한없이 밑으로 추락하던 적운상은 태룡도를 뽑아서 힘껏 절벽에 박아 넣었다.

콰아아앙!

폭음이 울리면서 태룡도의 도신이 반 이상이나 절벽을 뚫고 들어갔다. 거기에 밑으로 떨어지던 적운상의 체중이 걸리자 밑으로 기다란 홈을 만들어내다가 이내 멈췄다.

적운상은 양손으로 태룡도를 잡고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에서 아래를 살펴봤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우측에 동굴이 있는 것 같았다.

얼추 거리를 잰 적운상은 절벽에 일 장을 후려치며 그 반탄력으로 태룡도를 뽑아냈다.

그러자 적운상의 몸이 다시 아래로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동굴 어림에 도착하자 적운상은 같은 방법으로 다시 태룡도를 절벽에 박아 넣어서 매달렸다. 그러고는 훌쩍 몸을 날려 동굴 안으로 내려섰다.

동굴 안은 빛이 들어오지 않아 깜깜했다. 하지만 어디에선가 물이 흐르는 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적운상은 그 소리에 의지해서 어두운 동굴 속을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잠시 그렇게 이동하자 조금씩 주위가 밝아졌다. 천장이 휑하니 뚫려 있는 곳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지하수가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적운상이 거기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갑자기 물속에서 누군가 팍 치솟았다.

파앙!

얼결에 주먹을 내지르자 물속에서 나온 사람이 그걸 맞받아치고 뒤로 날아가 동굴의 벽에 등을 부딪쳤다. 적운상은 순식간에 그 사람과 거리를 좁히며 태룡도를 뽑아서 휘둘렀다.

콰아아앙!

“꺄아아아아악!”

뾰족한 비명 소리가 크게 울렸다. 상대가 여자였던 것이다. 적운상의 태룡도는 벽을 사정없이 가르다가 그녀의 목 바로 앞에서 멈췄다.

그녀는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 일도 생기지 않자 질끈 감았던 눈을 조심스럽게 떴다. 그러자 아주 잘생긴 적운상의 얼굴이 바로 앞에 보였다.

“누구냐?”

적운상이 벽에 박힌 태룡도를 뽑아내면서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렸다. 선뜻 대답하지 않고 눈동자를 굴려대는 모양새가 거짓말을 하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딴생각 하지 못하게 적운상은 발로 그녀의 머리 바로 옆을 힘껏 찼다.

콰아아앙!

“꺄아아아아악!”

그녀가 다시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움츠렸다. 적운상은 그녀의 바로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눈높이를 맞춘 후에 물었다.

“두 번 묻게 하지 마라. 누구냐?”

“풍민주요.”

“두건 벗어.”

“안 돼요.”

“옷까지 다 벗겨버린다.”

적운상이 협박을 하자 여자가 재빨리 두건을 벗었다. 그러자 묘령의 어여쁜 얼굴이 드러났다. 적운상은 일부러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씨익 웃었다. 그러자 풍민주가 흠칫 몸을 떨었다.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그대로 대답을 하는 거야. 알았지?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그때마다 옷을 하나씩 벗기고 마지막에는…….”

적운상은 일부러 말을 하지 않으면서 다시 한 번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풍민주가 양손으로 가슴을 감싸면서 몸을 최대한 웅크렸다.

“왜 날 감시했지?”

“감시 안 했어요.”

“내가 이곳에 올 때부터 계속 지켜봤었잖아.”

“그건…….”

뭔가 말을 하려던 풍민주가 얼굴이 빨개지면서 입을 닫았다.

“뭔데? 말 안 하면 내가 어떻게 한다고 했지?”

그렇게 말하면서 적운상이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가 기겁을 하면서 소리쳤다.

“꺄악! 안 돼요! 대답할게요. 잘생겨서 그랬어요. 잘생겨서…….”

말해놓고 어지간히 쑥스러운지 그녀는 적운상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적운상은 생각지도 못한 말이 그녀의 입에서 나오자 조금 어이가 없었다. 뭔가 다른 목적이 있어서 지켜봤을 거라 생각했는데 단순히 그런 이유였단 말인가?

“마도연맹 소속이냐?”

“네.”

“절벽에서는 뛰어내리고 어떻게 여기로 온 거야?”

“커다란 천으로 저항을 줄이면 떨어지는 속도가 줄어요.”

예상외의 방법이었다. 적운상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에 다른 질문을 했다.

“여기는 어디로 이어져 있지?”

“내 방으로요.”

“가자.”

“네?”

“네 방으로 가자고.”

“지금요?”

“그래. 앞장서.”

“네.”

풀죽은 모습으로 풍민주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힐끔힐끔 뒤를 따라오는 적운상을 한 번씩 쳐다봤다.

좁은 동굴을 한참이나 가자 앞이 막혀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위로 올라갈 수 있게 사다리가 놓여 있었다.

그리로 먼저 올라가던 풍민주가 중간에 멈춰서 아래에 있는 적운상을 보며 말했다.

“오라버니가 알면 안 되니까 조용히 해야지 돼요.”

“네 오라버니가 누군데?”

“위진학이요.”

이것 역시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위진학에게 저런 동생이 있을 줄은 몰랐다.

“잠깐. 이리 다시 내려와.”

“왜요?”

“말 안 들을래?”

“알았어요.”

풍민주가 밑으로 내려오자 적운상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위진학하고는 성이 다르잖아.”

“아버지가 달라요.”

“그럼 어머니가 같군.”

“아니요. 어머니도 달라요.”

“끙.”

적운상은 어째 자꾸 풍민주의 수법에 말려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악의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원래 말투가 그런 것이다.

“그럼 어떻게 위진학이 오라비가 되는 거야?”

“어렸을 때부터 한 집에서 자랐거든요. 진학 오라버니는 어렸을 때 어디에선가 우리 아버지가 데려왔었어요. 하지만 나를 끔찍하게 위해줬죠. 지금도 그러고요.”

“방금 우리가 온 동굴 아래로는 어디로 연결되어 있지? 이곳에서 나갈 수 있나?”

“안 가봐서 모르지만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 밑에는 괴물 물고기가 사는 커다란 호수가 있대요.”

아이 같은 말투에 적운상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괴물 물고기라니…….

“이제 위에 아무도 없어. 올라가도 괜찮아.”

“아, 혹시 위에 있는 사람의 인기척까지 알아채는 거예요?”

“내가 너를 어떻게 쫓아왔을 것 같아?”

“헤에…….”

풍민주가 신기하다는 듯이 적운상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약간의 존경심도 담겨 있었다.

“오라버니 말고 그런 사람은 처음 봐요. 부 할아버지가 가끔 그러기는 하지만 안 맞을 때가 많거든요.”

“부 할아버지?”

“네. 사람들은 일초일살이라고 부르던데 내가 보기에는 아니에요. 검을 뽑고도 나를 베지 못한 적이 많거든요.”

“하…….”

안 봐도 대충 상황이 어땠을지 짐작이 갔다. 풍민주는 외모는 그리 뛰어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사람을 끄는 힘이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없는 것이라도 구해다가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지는, 그런 매력이 있었다.

풍민주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자 적운상이 뒤를 따라 올라갔다. 그녀의 방은 단출하니 꾸밈이 전혀 없었다. 한창 꾸미고 다닐 나이인데도 그 흔한 동경조차도 없어서 마치 남자가 쓰는 방 같았다.

“왜 그렇게 봐요? 아항. 여자 방 같지 않아서 그러죠?”

“아니. 이 정도면 괜찮아. 이보다 더한 방도 봤었거든.”

주양악의 방이었다. 지금이야 주위 사람들의 잔소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을 치우고 살지만 예전에는 아주 가관이었다. 방 청소는커녕 빨래까지 여기저기 널려 있고 먹다 만 음식들까지, 도대체가 여자 방이라고는 절대로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그런 주양악의 방에 비하면 이 방은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어쨌든 깨끗하니까 말이다.

“앞으로는 그렇게 숨어서 보지 마라. 벨지도 모르니까.”

“하나도 안 무서워요. 부 할아버지도 처음에는 그런 말을 했었어요.”

더 말해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적운상은 그대로 방을 나왔다. 그러자 풍민주가 뒤를 따라 나와 적운상의 팔을 붙잡았다.

“왜?”

“오라버니한테는 비밀이에요?”

“뭘.”

“내가 그랬다는 거요. 그리고 방 밑에 비밀통로가 있는 것도요.”

“그러지.”

“정말이죠?”

“나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

“좋아요. 믿을게요.”

“그럼 이제 이것 좀 놔주지.”

“아, 미안해요.”

그제야 풍민주는 꽉 잡고 있던 적운상의 팔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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