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341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41화
341화. 마도연맹 (3)
“자네가 무적일검이로군. 아니지. 이제는 천하제일검이라고 불러야 하나? 어쨌든 만나게 돼서 반갑네. 위진학일세.”
“적운상이오.”
“그녀는 놓아주는 것이 어떻겠나? 사내대장부가 여인을 핍박하는 모습은 별로 보기에 좋지가 않군. 그녀는 총명하기는 하지만 무공은 그리 뛰어나지 않네. 자네의 기세에 눌려 심장마비라도 일으킬까 봐 걱정되는군.”
“난수의 섭혼술을 먼저 풀어주시오.”
“약속함세. 그러니 그녀를 풀어주게나.”
“섭혼술을 푸는 것이 먼저요.”
“자네는 지금 나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군. 이래서야 대화가 되지 않지.”
위진학의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따당!
“큭!”
“흡!”
두 사람은 분명 이 장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그리고 백수연과의 거리도 그 정도였다. 그런데 갑자기 백수연의 바로 앞에서 두 사람이 뒤로 튕겨나갔다.
위진학은 놀란 눈으로 적운상을 노려보면서 재빨리 채심의를 안고 뒤로 훌쩍 날아올랐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일곱 명의 장로들이 적운상을 향해 쇄도해 갔다.
“그만둬!”
콰아아아아앙!
뾰족한 외침과 함께 후끈한 기운이 덮쳐오자 일곱 명의 장로들 중 네 명이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폭음이 울리며 흙먼지가 확 날렸다.
그사이에 적운상은 무극의 영역으로 들어가서 세 명의 장로들에게 태룡도를 휘둘렀다.
따아앙!
“크헉!”
한 명은 휘둘러오던 칼과 함께 공중으로 붕 튕겨졌고, 또 한 명은 어깨를 베였으며, 마지막 한 명은 삼 장이나 뒤로 밀려나다가 땅을 뒹굴며 다시 삼 장을 더 나가떨어졌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적운상이 갑자기 사라졌다가 일 장 정도 떨어진 곳에 나타난 것으로만 보였다. 그런데 세 명의 장로들이 그렇게 된 것이다.
적운상이 고개를 돌려 남은 네 명의 장로들을 봤다. 그들은 기가 질렸는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적운상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그들을 막아선 주양악 때문이었다.
믿을 수 없게도 그녀가 뽑아 든 검에서는 두 자나 되는 시뻘건 검기가 이글거리면서 타오르고 있었다. 검강이었다. 검성 우형승이 가르쳐줬던 것을 적운상이 전해줬었는데 그걸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 것이다.
아까 네 명의 장로들을 공격했던 기운도 바로 검강이었다. 검강은 뭐든지 잘라낸다. 그 어떤 보검보다도 예리하고 날카롭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게가 없었다. 다시 말하면 가볍디가벼운 절세의 보검보다 날카로운 검을, 그것도 길이가 보통의 검보다 두 자나 긴 검을 들고 싸우는 것이다. 실력 차이가 크게 난다고 해도 그 차이를 메우고도 남았다.
무엇보다 위압감이 대단했다. 무형의 기운이 눈에 보일 정도의 유형의 기운으로 바뀌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해졌다.
“저, 저게 도대체…….”
“강기인가?”
역시 전대의 마두들이라서 경험이 많았다. 주양악이 뿜어내는 기운이 강기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렇다 해도 저건…….”
그들이 본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과거에 그들이 접한 강기는 기껏해야 두 촌의 넓이에 길어봐야 한 자 정도였다. 그런데 주양악의 강기는 검을 완전히 감싸고 있는데다가 길이는 두 자가 넘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아무리 봐도 이제 스무 살 정도 된 것 같은데 어찌 저런 강기를 뿜어낸단 말인가?
적운상은 주양악이 강기를 뿜어내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수련을 하기 싫어하면서 도망만 다니더니 나름대로 노력을 했던 것이다.
채심의를 부축하고 있던 위진학은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그의 무공은 심검의 경지를 넘어서서 탈인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적운상과 마찬가지로 삼 초식을 펼칠 동안 무극의 영역에 머물러 있을 수가 있었다.
그 같은 깨달음을 얻었을 때는 그야말로 세상을 모두 가진 것 같았다. 그 누구도 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면 모두가 일초지적(一招之敵)이었다.
어쩌다 같은 탈인의 경지에 오른 자들과 겨루기도 했지만 그와 같이 삼 초식을 펼칠 시간 동안 무극의 영역에서 머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만난 것이다. 적운상은 그와 똑같이 무극의 영역에서 삼 초식을 펼쳤다. 더 놀라운 것은 자신이 무극의 영역에 들어서는 것을 알고 맞받아쳤다는 것이다.
위진학은 상대가 무극의 영역에 들어서는 것을 알아채기 위해 몇 번이나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제 서른 살도 안 되어 보이는 적운상이 완전히 그와 같은 경지에 있었다.
그것만도 놀라운데 앳되어 보이는 아가씨가 검강을 펼친다. 마도연맹에 수많은 고수들이 있지만 저 정도의 강기를 뽑아내는 인물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저 두 사람이 합심해서 날뛰면 마도연맹은 오늘 무너질지도 몰랐다. 사람 수야 마도연맹이 많으니 결국에는 저들을 죽이겠지만 그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할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들은 마도연맹이 어느 날 갑자기 뚝딱 생겨난 줄 알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개성이 강한 사파의 사람들을 모으고 통제하기 위해서 위진학은 오랜 세월을 보내야 했다.
마도연맹은 그가 이십여 년 동안 밤낮으로 노력한 결정체였다. 그런 마도연맹이 겨우 두 명한테 무너지게 놔둘 수는 없었다.
“멈춰라!”
위진학의 목소리가 잔잔하니 울리자 모두들 기세를 조금씩 죽였다. 하지만 적운상에 대한 경계는 풀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가 위진학에게 위해를 가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자네의 실력은 알았네. 약속대로 백리 소저에게 건 섭혼술도 풀어주지. 그러니 칼을 거두게. 우리는 더 이상 자네와 싸울 뜻이 없네.”
위진학이 그렇게 말하면서 장로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장로들이 모두 무기를 거두고 뒤로 훌쩍 물러났다. 주위를 에워싸고 있던 백여 명의 사내들도 마찬가지였다. 일제히 무기를 거두고 기세를 눌렀다.
그걸 보고 적운상도 태룡도를 집어넣었다. 계속 싸우면 보나마나 양패구상(兩敗俱傷)이었다. 어느 한쪽도 무사하지 못한다. 그런데 저쪽에서 대화할 뜻을 비치니 다행이었다.
“저기 저 아가씨도 이제 그만 검을 거두라고 하게.”
“양악아.”
“알았어요.”
그제야 주양악이 강기를 거두며 검을 검집에 넣었다. 그러고는 웃으면서 적운상의 곁으로 다가갔다.
“모두 따라오시오. 귀빈으로 대접을 하겠소.”
위진학이 그렇게 말하면서 대답을 듣지도 않고 몸을 돌렸다. 적운상은 백리난수의 섭혼술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 * *
그리 크지 않은 대청에 위진학과 적운상이 마주 보고 앉고 나머지 사람들이 그 옆에 앉았다. 위진학의 옆에 앉아 있는 채심의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적운상과는 시선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시녀들이 차를 내려놓고 가자 위진학이 적운상을 보며 말했다.
“들게. 독은 안 들었으니 염려하지 말고.”
“청차로군.”
적운상이 차를 한 모금 마신 후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위진학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맞네. 쉽게 구할 수 없는 최고급품이지.”
“맹주님.”
백리난수가 부르자 위진학이 그녀를 봤다.
“제게 섭혼술을 걸었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그래. 사실이다.”
“왜 그런 거죠?”
“이곳으로 올 때의 네 모습을 생각해보거라. 너는 마치 삶을 끝내려는 사람처럼 모든 것을 포기했었다. 설요원이 가자고 했을 때 두말없이 따라온 것도 그래서이지 않으냐?”
위진학의 말을 듣고 백리난수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더니 고개를 저었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정말 그랬었나요?”
“그래. 그래서 섭혼술을 걸었다. 물론 적운상이 올 때까지 얌전하게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지. 하지만 너를 헤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건 저도 알아요. 그럼 섭혼술을 풀면 저는 예전의 그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나요?”
위진학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백리난수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네가 싫다고 해도 나는 이미 적운상과 약속을 했다. 네게 건 섭혼술을 풀 것이다.”
“알았어요.”
“마침 저기 오는군.”
위진학의 말에 모두가 대청의 입구를 봤다. 그러자 키가 작은 노파 한 명이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부르셨습니까?”
“그러네. 수고스럽더라도 난수에게 건 섭혼술을 풀어주게나.”
“알겠습니다.”
노파는 난수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똑바로 쳐다봤다.
“마혈을 짚을 것이다.”
“네.”
백리난수가 순순히 응하자 노파는 그녀의 마혈을 짚었다. 그리고 어깨에 손을 올리고 백리난수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잠시 그러고 있자 백리난수의 눈이 서서히 감기더니 이내 완전히 감기면서 고개가 힘없이 옆으로 픽 꺾였다. 그제야 노파는 백리난수의 마혈을 풀고 위진학을 보며 말했다.
“섭혼술을 풀었습니다. 푹 자고 나면 예전과 같이 될 겁니다.”
“수고했소.”
“그럼.”
노파가 고개를 한 번 살짝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백수연과 주양악이 정신을 잃고 있는 백리난수에게 다가갔다.
“정신을 차릴 때까지 눕혀놓는 것이 좋겠군. 그대가 방으로 안내해주구려.”
“알겠어요.”
위진학의 말에 채심의가 마시던 차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적운상과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하던 차라 속으로 내심 잘됐다고 생각했다.
“가요. 이쪽이에요.”
채심의가 안내를 하려고 하자 백수연이 적운상을 봤다. 따라가도 되는지 의견을 묻는 것이다. 이에 적운상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제가 안을게요.”
주양악이 그렇게 말하면서 백리난수를 번쩍 안아들었다. 그녀들이 대청을 나가자 위진학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적운상의 옆에 딱 붙어 있는 적교희에게로 향했다. 적교희는 위진학의 시선을 태연하게 받아넘기며 차를 홀짝였다.
“예전부터 자네를 한 번 만나고 싶었네.”
“나는 형산파의 제자요.”
“알고 있네. 하지만 그렇다고 마도연맹에 소속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나? 자네가 형산파의 제자이기는하지만 한때 무림맹에 소속되었던 것처럼 말일세.”
“관두시오. 나는 어디에도 소속될 생각이 없소.”
“다시 생각해보게. 자네가 천하제일검이라는 명성은 얻었지만 형산파는 그걸 받쳐줄 힘이 없다는 걸 자네도 알 걸세. 자네의 명성이 널리 알려질수록 수많은 고수들이 자네에게 도전을 할 텐데, 그들 중에는 나쁜 뜻을 품은 자들도 많을 걸세. 자네가 일일이 그들을 모두 상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형산파에서 처리를 해야 할 텐데, 작은 지역에서 노는 자들이야 감당할지 몰라도 천하에 이름이 알려진 자들은 감당하기가 힘들 걸세. 듣기로는 무림맹이 와해되면서 앙심을 품은 자들이 많다더군. 아마 황궁에서도 움직일 걸세. 그러니 마도연맹에 들어와서 자네의 지인들을 지키게. 어떤가?”
위진학의 말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 계속 딱 잘라서 거절을 하던 적운상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어떻게 되는 거야 상관이 없지만 주변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으니 그게 문제였다.
“생각할 시간을 주시오.”
“물론일세. 삼 일 정도면 되겠나?”
“충분하오.”
“그럼 그때까지 여기서 푹 쉬게나.”
“그러겠소.”
적운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위진학이 시녀를 불러서 적운상과 적교희를 방으로 안내하게 했다. 위진학은 적운상이 대청을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은 예감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