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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335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35화

335화. 비무 (3)

 

적운상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계속 명상을 했다. 그러다 시간이 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심을 먹지 않았지만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오히려 공복 상태라서 정신이 더 맑았다.

적운상이 방을 나오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적운상은 천천히 일현과 비무를 했던 그 장소로 향했다. 잠시 거기서 기다리자 화산이로가 나왔다. 그러자 사람들이 열띤 함성을 지르며 우르르 몰려들었다.

“충분히 쉬었나?”

적운상과 비무를 할 일로가 물었다. 그러자 적운상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푹 쉬었습니다.”

“그럼 이제 시작하세나.”

“형산파의 적운상입니다. 금안뇌정신공과 풍뢰십삼식, 그리고 낙연검법을 익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적운상이 먼저 예의를 갖추자 일로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같이 예의를 갖추었다.

“화산파의 일로일세. 자하신공(紫霞神功)과 이십사식매화검법(二十四式梅花劍法)을 익혔네.”

적운상이 태룡도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일로도 검을 뽑았다. 화산파의 제자들만 쓰는, 자루에 매화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검이었다.

순간 일로의 몸에서 기세가 뿜어져 나오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자신들도 모르게 한 걸음씩 더 물러났다. 대체적으로 도를 닦는 도문에서 무공을 익힌 사람들은 저렇게 흉포한 기세를 뿜어내지 않는다. 저런 기세는 무림세가의 무인들에게서 주로 나타났다.

적운상은 일로의 기세 속에서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마치 강물의 세찬 물살 속에 우뚝 솟아 있는 바위와 같았다.

그때 일로의 검이 움직였다. 쭉 뻗어내는 검 끝이 파르르 떨리면서 매화를 그려냈다. 적운상이 그것을 피해서 옆으로 움직이자 매화가 연이어 그려지면서 뒤를 쫓았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크게 감탄을 했다. 특히 적양진인은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십사식매화검법은 화산파 최상승의 검법이었다. 빠르고 표홀하며 변화가 극심했다. 그러나 그런 뛰어남에 비해 위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반드시 심후한 내공이 뒷받침이 되어야 했다. 화산파에서 매화검수가 되어야만 전수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매화검수 정도 되면 내공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십사식매화검법을 펼치기에 충분했다. 그렇지 않고 이십사식매화검법을 배워서 펼치면 제 위력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배우나 마나였다.

그러나 부족한 힘을 그렇게 내공으로 뒷받침하지 않는 방법도 있었다. 검으로 매화를 피우는 것이었다.

검을 뻗어낼 때 몸을 진동시켜 그 힘을 검에 완벽하게 실으면 검첨이 마치 매화를 그리듯이 떨리게 되면서 위력이 굉장해진다. 하지만 말이 쉽지 그걸 해내는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보통 다섯 개의 매화만 그려내도 굉장한 것이었다.

화산파의 장문인인 적양진인도 자하신공의 힘을 빌려야만 간신히 다섯 개의 매화를 그려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일로는 내공의 힘은 거의 쓰지 않고 오로지 검법의 묘리만으로 매화를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그것도 무려 여덟 개나 되었다.

적운상이 찔러오는 일로의 검을 쳐내지 않고 피하는 이유도 그래서였다. 검에 실린 힘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맞서지 않고 피하고만 있는 것이다.

파카카카칵!

마지막 매화가 적운상의 어깨 부분을 스치면서 옷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살짝 스쳤을 뿐인데도 그랬다.

“아!”

지켜보던 백수연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옆에 있던 주양악도 마찬가지였다. 오전에 있었던 일현과 비무를 할 때는 이렇게 걱정이 되지 않았었다. 두 사람의 비무가 조용하니 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승부가 나도 서로 간에 그리 크게 다치지는 않을 거라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일로와의 비무는 상당히 격렬했다. 비무 도중에 어느 한쪽이 죽는다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였다.

후웅! 훙!

적운상이 풍뢰십삼식을 펼쳤지만 일로는 여유롭게 피하면서 재차 매화를 그려냈다. 이번에도 여덟 개의 매화가 연이어 만개를 하다가 마지막은 적운상의 옆구리를 스쳤다.

적운상은 풍뢰십삼식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로가 펼치는 이십사식매화검법의 빠르기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이에 백운검을 뽑아서 낙연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쉬쉬쉬쉬쉬쉭!

서로의 검이 교차되면서 상대의 요혈을 노리고 뻗어갔다. 일로는 생각보다 적운상의 검이 빠르게 움직이자 조금 당황을 했다. 아까 일현과 비무를 할 때 낙연검법을 보기는 했지만, 옆에서 지켜본 것과 직접 대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적운상은 어떻게든 승기를 잡기 위해서 낙연검법의 절초를 연이어 펼치고 있었다.

“좋은 검법이로구나.”

일로가 칭찬을 하면서 뒤로 슬쩍 빠졌다. 적운상을 유인하려는 것이다. 적운상은 그것도 모르고 일로가 물러나자 재빨리 따라붙으면서 검을 찔러 넣었다.

그러다 그제야 뭔가를 느끼고는 급히 몸을 뒤로 빼려고 했다. 그때 일로의 검첨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떨다가 이내 적운상의 상체를 모두 덮어버릴 정도의 매화를 피워냈다.

이십사식매화검법의 마지막 초식인 매화만개(梅花滿開)였다. 하지만 그것이 매화만개라는 것을 알아본 사람은 적양진인과 이로 두 사람뿐이었다. 화산파의 제자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매화만개는 자신이 그려낼 수 있는 매화를 한꺼번에 모두 그려내는 초식이었다. 그러니 여덟 개의 매화를 그려낼 수 있는 일로가 펼치는 매화만개라면 순식간에 여덟 개의 매화가 펼쳐져야 했다.

그런데 지금 일로의 검은 오로지 한 송이만을 만개시켰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매화만개였다. 이십사식매화검법을 창시했다는 화산파의 조사만이 가능했던 매화만개가 바로 그것이었다.

적운상은 일로의 검을 피할 수가 없자 무극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예상을 했다는 듯이 일로도 뒤따라 무극의 영역에 들어섰다.

거기서 적운상은 무작정 뒤로 물러나다가 시간을 다 보냈다. 반대로 일로는 그런 적운상을 쫓아가다가 무극의 영역에서 튕겨져 나왔다. 바로 그 순간, 적운상의 백운검이 일로의 매화만개 초식을 뚫고 들어왔다.

일로는 크게 놀랐으나 당황하지 않고 검을 당겨 적운상의 백운검을 쳐냈다.

따앙!

당겨오는 검에 매화만개의 변화가 그대로 담겨 있었기 때문에 그 위력이 굉장했다. 적운상은 검이 부딪치는 순간 손목을 타고 찌르르 하는 고통이 일자 자신도 모르게 백운검을 놓아버렸다.

“합!”

일로가 짧게 기합을 내지르며 당겼던 검을 다시 내뻗었다. 이번에는 피할 길이 없었다. 받아치려고 해도 적운상의 손에는 지금 무기가 없었다. 허리에 있는 태룡도를 뽑기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일로는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그건 너무 이른 자신감이었다.

적운상은 일로의 검이 가슴 바로 앞까지 오자 금안뇌정신공의 뇌기를 주먹에 실어서 힘껏 쳐올렸다.

따아아앙!

적운상의 주먹이 검면을 때리자 검이 밑으로 확 휘었다가 위로 튕겨 올라왔다. 동시에 뇌기가 검을 타고 갔다.

“헉!”

일로는 순간 찌릿한 기운이 파고들자 화들짝 놀랐다. 그사이에 적운상의 주먹이 바람과 뇌기를 대동한 채 무섭게 날아왔다.

다급해진 일로는 적운상과 마찬가지로 검을 그대로 놓아버리고 손바닥으로 적운상의 주먹을 맞받아치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파파팡!

연속으로 일곱 번이나 주먹을 휘두른 적운상이 어깨로 일로의 가슴을 받으려고 했다. 일로가 팔로 그걸 막아내자 머리로 얼굴을 받았다.

빠악!

“크윽!”

일로는 아찔한 충격에 주춤거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적운상이 일로의 어깨를 노리고 손을 뻗었다. 일로는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도 적운상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그건 오히려 적운상이 바라던 일이었다. 어깨를 노리고 뻗어가는 손을 일로가 팔을 뻗어 빙글 감아서 돌리자 적운상이 그 팔을 잡고 몸을 바짝 붙였다. 그러고는 금안뇌정신공의 뇌기를 한 번에 쏟아냈다.

빠지지지지지지직!

“크아아아아악!”

일로는 전신을 치고 들어오는 엄청난 뇌기에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적운상이 손을 놓고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면 심장마비로 즉사했을 것이다.

“콜록콜록… 학…학…….”

기침을 심하게 하던 일로가 가슴을 부여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다 호흡이 좀 안정되자 몸을 바로 세우며 물었다.

“방금 그게 뭐였느냐?”

“금안뇌정신공입니다.”

“뇌기를 연성하는 무공이구나.”

“그렇습니다.”

“만약 팔을 잡혔을 때 내가 무극의 영역에 들어갔다면 쫓아올 수 있었느냐?”

“물론입니다. 팔을 잡을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께서 그러지 않으셔서 그대로 손을 쓴 겁니다.”

“정말 꼼짝없이 죽을 뻔했구나. 너는 괜찮으냐?”

그제야 사람들은 적운상도 멀쩡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자세히 보니 얼굴이 창백했다. 금안뇌정신공의 뇌기를 쏟아 넣는 순간 일로가 깜짝 놀라서 밀어낸 내기에 당한 것이다.

“견딜 만합니다.”

“네가 이겼다. 무당삼현 외에 나를 이리 곤란하게 만든 사람은 네가 처음이구나.”

“어르신의 검법이 너무 대단해서 얕은 수를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닐세. 그 얕은 수에 죽을 뻔하지 않았나? 그러니 결코 얕은 수가 아닐세.”

“많이 배웠습니다.”

“즐거웠네.”

적운상이 포권을 취하자 일로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비무가 끝나자 그때까지 조용하게 숨죽이고 있던 사람들이 장내가 떠나가라 함성을 질렀다.

사실 적운상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모든 면에서 무당삼현과 화산이로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적운상이 유리한 것이라고는 젊다는 것, 오로지 그것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이긴 것이다.

“설마 했는데 일로까지 져버렸군.”

이현이 혀를 차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일현이 졌는데 일로가 이기면 자신들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 그러니 진 것이 다행이라 여겨졌다.

“앞으로 적운상의 명성이 천하를 울리겠군요. 무적일검 적운상이란 이름 뒤에는 항상 천하제일의 고수라는 말이 따라다닐 겁니다. 그로 인해 모든 이들의 선망과 질투를 한 몸에 받게 될 터, 그의 행보가 궁금해지는군요.”

삼현의 말에 이현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적운상을 봤다. 적운상은 자신들을 이겨놓고도 전혀 기뻐하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이길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무표정하니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있었다. 그 모습이 조금 얄미웠지만 그게 적운상의 성격임을 알기에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뭘 하든, 엇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한쪽에서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일영진인과 구지선사였다.

“진정 인중룡(人中龍)이로구려. 왜 그때는 보이지가 않았었는지 모르겠소.”

일영진인이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하는 말에 구지선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모든 것을 가려버리지 않았소? 자리를 찾기보다는 사람들을 보듬을 생각을 해야 했거늘, 그랬다면 적운상도 무림맹을 위해서 움직였을 것이고 그로 인해 오히려 우리의 자리가 더욱이 탄탄해졌을 것이오.”

그랬을 것이다. 만약 무림맹이 힘없는 군소문파들을 밑에 두려 하지 않고 잘 아울렀다면 임옥군도 그리 죽지도 않았을 거고, 그럼 적운상을 얻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되었다면 천하제일의 고수가 무림맹에서 나오는 것이 되니 얼마나 막대한 이득을 봤을 것인가?

그런 것을 생각하니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아예 생각지도 않은 채 여전히 적운상을 적대시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적양진인을 비롯한 몇몇 문파와 세가의 수장들이었다.

“이대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오.”

“물론이오.”

의견을 달리한 장문인들을 제외하고도 그들의 세력은 막강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황궁을 이용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니 아무리 적운상이라고 해도 꺾이지 않을 수 없으리라.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오.”

그들은 못마땅한 듯이 적운상을 노려봤다. 하지만 적운상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그러한 시선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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