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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370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70화

370화. 적운혜 (2)

 

“그보다는 제가 먼저 한 잔 올리겠습니다.”

“좋다. 그럼 따라봐라.”

의외로 두육택이 순순히 응하자 혁이태는 그가 있는 탁자로 갔다. 그리고 술병을 들어서 그의 잔을 채우려고 했다.

두육택은 혁이태가 하는 짓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러다 손을 뻗어 혁이태의 마혈을 짚으려고 했다.

“헛!”

혁이태는 재빨리 몸을 틀어서 두육택의 손을 피했다. 그러자 귀도가 등에 차고 있던 대도를 뽑아서 크게 휘둘렀다.

콰아아앙!

혁이태가 뒤로 물러나며 피하자 귀도의 대도가 의자 하나를 부수며 바닥을 때렸다. 찰나에 두육택이 다시 혁이태의 마혈을 짚으려고 했다.

혁이태는 검을 뽑으려고 했으나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에 등 뒤에 있는 벽을 박차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그렇게 몸을 빼냈음에도 불구하고 검을 뽑을 수가 없었다. 귀도가 밑에서 대도를 휘둘러왔기 때문이다.

혁이태는 다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자신을 공격해오는 대도의 도면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그러면서 그 반동을 이용해서 옆으로 날아가며 검을 뽑았다.

“좋다!”

혁이태의 상황판단과 적절한 초식의 운용을 보며 화적성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도를 뽑아 들고 살도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앙!

살도는 얼결에 화적성의 칼을 막았다가 뒤로 정신없이 밀려났다.

콰앙!

주점의 기둥에 등을 부딪치고서야 간신히 멈춰 선 살도는 인상을 찌푸리며 화적성을 노려봤다. 파천일도라더니 과연 그런 별호를 얻을 만했다. 단 일격을 막아냈을 뿐인데 벌써부터 손목이 시큰거렸다.

“어디 얼마나 대단한가 해보자!”

화적성이 호기롭게 외치며 다시 도를 휘둘러갔다. 그러자 살도가 감히 맞받아치지 못하고 옆으로 물러나며 피했다.

네 사람이 그렇게 주점에서 싸우기 시작하자 술을 마시던 손님들이 겁을 먹고 우르르 밖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적운혜는 미동도 않고 앉아서 여전히 창밖만 보고 있었다.

그런 적운혜를 보고 눈을 빛내던 두육택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걸 보고 마음이 다급해진 혁이태가 사력을 다해 귀도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귀도의 무공은 혁이태의 아래가 아니었다.

화적성 역시 두육택을 막기 위해서 적운혜가 있는 쪽으로 가려고 했지만 살도가 보내주지 않았다.

“비켜!”

콰아아아아앙!

화적성이 숨겨두었던 비기를 펼치자 살도가 뒤로 확 튕겨져 나가 주점의 벽에 처박혔다. 그는 내상을 입은 듯, 입가로 피를 흘러내렸다.

그러나 화적성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충분히 내공을 끌어올리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비기를 펼치는 바람에 기혈이 뒤틀렸다.

“퉤엣!”

화적성은 붉은 피를 거칠게 뱉어내면서 두육택을 향해 달려들었다. 몸이 정상이 아니었지만 두육택이 적운혜에게 가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이에 억지로 내공을 끌어올려 다시 한 번 비기를 펼쳤다.

후우우우우웅!

매서운 칼바람이 일며 화적성의 도가 두육택의 머리를 쪼개려 했다. 그러나 두육택은 코웃음을 치며 가볍게 손을 한 번 휘저었다. 그러자 어느새 그의 등에 매달려 있던 커다란 대도가 그의 손에서 빙글 돌더니 화적성의 도를 쳐서 날려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앙!

“컥!”

화적성은 마치 뒤에서 누가 확 잡아당긴 것처럼 맥없이 날아가 의자와 탁자를 마구 부수면서 나뒹굴었다. 비록 몸 상태가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전력을 다한 일격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히 튕겨져서 험한 꼴을 당하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나마 그 와중에서도 도를 놓치지는 않았다.

그는 밑바닥에서부터 구르며 살아왔기 때문에 도를 놓친다는 것은 죽음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설령 목이 날아간다 해도 싸움이 끝나기 전까지는 절대로 도를 놓지 않았다.

“타핫!”

파앙!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탁자가 하나 날아왔다. 두육택은 대도를 휘둘러 그 탁자를 가볍게 쪼개버렸다. 그 틈을 뚫고 공중에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검을 찔러오는 혁이태의 모습이 보였다.

적운혜가 위험해지자 혁이태는 화적상과 마찬가지로 무리를 하며 귀도의 다리를 베었다. 그러고는 탁자를 두육택에게 던지고 곧바로 날아올라 그 뒤에 몸을 숨긴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두육택이 약간 놀라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런 방법으로는 두육택에게 상처 하나 낼 수가 없었다.

쩡!

두육택이 손목을 까딱이자 탁자를 쪼갰던 대도가 밑에서부터 위로 치솟았다. 그대로라면 혁이태의 검이 두육택을 찌르기도 전에 몸이 두 동강 나고 말 상황이었다.

혁이태는 어쩔 수없이 검을 거둬서 발밑으로 내려 두육택의 대도를 막았다. 그러자 두육택의 대도가 검과 함께 그를 천장까지 날려버렸다.

콰아아아아앙!

“크악!”

천장에 등을 부딪쳤다가 떨어져 내리는 혁이태를 두육택이 다시 두 동강 내려고 했다. 그러나 조용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때문에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그만둬요.”

쿠웅!

두육택이 멈칫하는 그 잠깐 사이에 혁이태는 바닥에 간신히 내려섰다. 그러자 두육택이 인상을 쓰면서 그의 가슴을 발로 차버렸다.

파앙!

“크흡!”

혁이태는 두 팔을 겹쳐서 두육택의 발차기를 막아냈지만 한쪽 팔이 부러지면서 가슴에까지 충격이 왔다.

콰아아앙!

탁자 하나를 부수며 나동그라진 혁이태는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그걸 보고 두육택이 코웃음을 치면서 적운혜를 봤다. 그러고는 잠시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원래 두육택은 혁이태를 베어버리려는 순간, 그녀의 한마디에 멈칫했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자신이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화풀이를 단단히 할 요량이었는데 적운혜와 눈이 마주치자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그런 것은 금방 잊어먹고 말았다. 적운혜의 새까만 눈동자는 너무나 아름답고 맑았다. 게다가 뭔가 함부로 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물러날 두육택이 아니었다.

“계집. 방금 네가 나한테 명령을 내렸었느냐?”

“명령이 아니었어요. 그냥 말했던 것뿐이에요.”

“흥! 저기 있는 두 놈이 너를 지키기 위해서 저렇게 되었는데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로구나.”

“나는 저 사람들을 알지 못해요.”

“뻔뻔한 계집이로군.”

두육택의 말에 적운혜의 고운 아미를 살짝 찡그려졌다.

“당신은 왜 나를 자꾸 계집이라고 부르는 거죠?”

“시끄럽다. 나를 따라와라. 내가 네게 계집으로서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요 없어요. 그러니 나한테 상관하지 말고 그냥 가세요.”

“상황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로군.”

그렇게 말하면서 두육택이 그녀의 목을 틀어쥐려고 했다. 보통은 이러면 조금이라도 몸을 움츠리거나 겁을 먹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적운혜는 미동도 않고 두육택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자 오히려 두육택이 손을 멈췄다. 적운혜가 이렇게 당당하고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 믿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네 이름이 뭐냐?”

“당신에게는 알려주고 싶지 않아요.”

“그럼 네 아비는 누구냐?”

“그것도 말해주고 싶지 않아요.”

“호된 꼴을 당해야 말을 하겠구나.”

두육택은 빠르게 손을 뻗어 적운혜의 마혈을 제압하려고 했다.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마혈을 짚을 수가 없었다. 중간에 적운혜가 그의 손을 쳐냈기 때문이었다.

“흥!”

두육택은 코웃음을 치면서 다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적운혜는 그의 손을 쳐냈다.

타탁! 타타타타탁!

두육택은 계속 한 손으로 적운혜의 마혈을 짚으려고 했다. 이에 적운혜는 놀랍게도 앉은 상태 그대로 한 손만 사용해서 두육택의 손을 전부 쳐냈다.

그걸 보고 화적성과 혁이태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저렇게 빼어난 외모로 혼자 다니는 것도 그렇고 허리에 도와 검을 차고 있는 것을 보고 무공을 어느 정도 할 줄 안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설마 두육택하고 맞먹을 정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두육택은 한 손만 써서는 적운혜를 제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참지 못하고 대도를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탁자가 부서지면서 적운혜가 앉아있던 의자까지 박살이 났다. 하지만 적운혜는 이미 자리를 박차고 몸을 피한 상태였다.

후우우우웅!

어느새 뽑혀서 그녀의 손에 잡힌 태룡도가 두육택의 대도를 연속으로 때렸다.

따다다다다다땅!

두육택은 대도를 잡고 있는 손에 찌릿찌릿하니 충격이 오자 깜짝 놀랐다. 이제 스물도 안 되어 보이는 적운혜의 내공이 생각보다 너무나 강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저 나이에 쌓을 수 있는 내공이 아니었다.

사실 적운혜는 어렸을 때 주양악이 진기도인을 해주고 벌모세수까지 해줬다. 거기다 내공의 일부를 전해줬기 때문에 그녀의 내공은 거의 일갑자(一甲子)에 달했다.

일갑자의 내공은 육십 년 동안 쌓은 내공을 뜻한다. 그러니 두육택과 거의 비슷했던 것이다.

후우우우우웅!

두육택의 대도가 갑자기 사납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적운혜의 무공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전력을 다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적운혜는 무공은 뛰어났지만 실전경험이 턱없이 적었다. 적운상이 그녀를 단련시킨다고 혹독하게 가르치기는 했지만, 실전에 관해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금 적운혜가 펼치는 도법은 단순하기 그지없는 풍뢰십삼식이었다. 두육택의 무공이 조금만 낮았더라면 풍뢰십삼식이 통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두육택은 모든 면에서 그녀보다 조금씩 월등했고, 자연히 풍뢰십삼식의 허점도 단번에 파악해냈다.

따앙!

오십 초식이 넘어갔을 때 태룡도가 적운혜의 손을 떠나 벽에 가서 박혔다. 그리고 적운혜는 두육택의 손에 목을 움켜잡히고 말았다. 그 상태에서 두육택이 조금만 힘을 준다면 적운혜의 얇은 목은 그대로 꺾이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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