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368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68화
368화. 방문객 (3)
“허…….”
“그런…….”
여기저기서 놀라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적운상이 혼례식장에서 모습을 감춘 지 어느새 이십여 년이 다되어 가고 있었다. 그 후로 두문불출(杜門不出), 소식 하나 전해지지 않았는데 이렇게 장성한 아들이 나타난 것이다.
“네가 정말 적운상의 아들이로구나. 하하하. 나는 혁무한이라고 한다. 네 아버지에게 내 이야기를 들어봤느냐?”
“아, 혁 아저씨였군요. 물론 들어봤습니다. 한때 철이 없어서 나쁜 짓을 많이 했었다고…….”
“험!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만 들은 거냐?”
“아닙니다. 아직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은서린이란 분한테 몹쓸 짓을 하다가 나중에 잘못을 뉘우치고 개과천선(改過遷善)했다는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도대체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한 거냐? 적운상은 아닐 테고 보나마나 주 소저겠구나. 그렇지?”
“주 소저라면 작은 어머니를 말하는 겁니까?”
“작은 어머니? 그럼 네 친어머니가 백 소저냐?”
“어머니의 성은 백씨가 맞습니다.”
“그럼 네 위로 형이나 누이가 있겠구나.”
“네. 맞습니다.”
“하하하하. 거참…… 동생은 없느냐?”
“어머님들이 지금 모두 임신 중입니다.”
“뭐? 하하하하.”
혁무한은 호탕하게 고개를 젖히며 크게 웃었다. 그러다 암영단과 포호대 사람들이 뚫어져라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의식하고는 무안함에 헛기침을 몇 번 했다.
“험험. 당신들 오늘 정말 큰일 날 뻔했소. 만약 이 아이가 다쳤다면 적운상과 척을 지게 되는 건데, 그랬다면 모두 무사하지 못했을 거요.”
“음…….”
“모르고 한 일이니 너그럽게 넘어갑시다. 다친 사람도 없지 않소?”
암영단 중 한 사람이 하는 말에 혁무한이 미간을 살짝 좁히며 탐탁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아이의 무공이 뛰어났기에 그리 된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찌 될 뻔했소? 그러니 오늘은 일단 각자의 문파로 돌아가시오. 이 아이가 온 것을 보니 적운상도 올 것 아니겠소? 아무 이유도 없이 당신들이 이 아이를 공격했다는 것을 알면 그가 크게 화를 낼 거요. 주 소저가 임신해 있으니 그마나 조금 다행이군. 적운상은 제쳐두더라도 그녀의 성격이나 무공이 어떤지 당신들도 들은 바가 있지 않소?”
“음…….”
그랬다. 적운상의 그늘에 가려서 그렇지 한때는 주양악에 대한 소문도 자자했었다. 가녀린 체구로 아름드리나무를 쑥쑥 뽑아서 휘두르는 거력은 웬만한 고수들조차도 학을 떼게 만들었었다.
게다가 성격은 또 어땠던가?
괄괄하니 남자 같아서 호탕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래서 주양악에게 붙은 별호가 거력신녀(巨力神女)였다.
“알겠소. 혁 대협 말대로 오늘은 물러가도록 하겠소. 그…… 혹시 적 대협이 오면 상황을 잘 말해주기 바라오. 우리가 적의가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오.”
“부탁드리오.”
이것이 천하제일고수라는 적운상의 이름이 가진 위력이었다. 포호대와 암영단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숙이며 부탁을 하고는 자리를 떴다.
혁무한이 크게 한숨을 내쉬며 그들을 보다가 적운휘의 어깨를 툭 쳤다.
“가자. 너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어디로 갑니까? 저는 찾아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찾다니? 누구를? 형산파에 가려고 온 것이 아니었냐?”
“아닙니다. 저는 누이를 찾기 위해 왔습니다.”
“누이라면 주 소저가 딸을 낳았냐?”
“네. 그리고 작은 어머니는 이제 소저가 아닙니다.”
“아, 그렇구나. 하하. 이제는 주 부인이라고 불러야겠구나.”
혁무한은 적운휘의 성격이 조금 까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에 조금 생각을 해보니 나이답지 않게 침착한 것이나 냉정해 보이는 표정과 말투가 백수연을 빼다 박았다.
“저기에는 네 아버지의 사형제들이 있다. 가서 사정을 말하면 네가 누이를 찾는 일을 도와줄 거야. 너 혼자 찾는 것보다는 그 편이 빠르지 않겠냐? 저들도 너로 인해 적운상의 소식을 들을 수 있으니 필시 기뻐할 거다.”
잠시 생각을 하던 적운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혁무한의 말대로 그렇게 하는 것이 누이를 빨리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그런데 아까는 왜 형산파가 아니라고 한 거냐?”
“형산파에 입문하면 모두가 장문인의 제자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형산파의 무공은 배웠지만 정식으로 입문을 한 것이 아니라서 그렇게 대답한 겁니다.”
혁무한이 걸음을 옮기면서 묻자 적운휘가 무표정하니 대답했다.
‘역시나 까칠한 녀석이로군.’
그런 생각을 하며 혁무한은 언덕 위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저들이 얼마나 기뻐할지 보지 않아도 훤했다. 형산파에서 기다리고 있는 은서린의 환하게 웃는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아른거렸다.
* * *
“에엑!”
“이 애가 적 사형의 아들이라고?”
“어디 어디?”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적운휘를 향해 너도나도 몰려들었다. 그러고는 요목조목 뜯어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세히 보니 적운상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적운상보다는 백수연의 모습이 더 보였다.
적운휘는 사람들이 빤히 쳐다보는데도 별 반응 없이 태연하게 서있었다. 그런 점은 적운상의 성격과 똑같았다.
“모두 뭐하는 거야? 애가 놀라잖아.”
체구가 작은 여인이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며 파리 쫓듯 휘휘 물러나게 만들었다. 은서린이었다. 그녀의 나이 벌써 중년이 다되었건만 워낙에 동안이어서 이제 갓 약관을 넘긴 걸로 보였다.
적운휘는 은서린을 빤히 쳐다보다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잘생긴 얼굴로 그렇게 미소를 지으니 주위가 다 화사해지는 것 같았다.
이에 이미 혼인을 한 은서린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고, 나연란은 아예 넋을 잃고 쳐다봤다. 막정위의 딸과 초사영의 딸도 얼굴이 붉어져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꺅꺅댔다.
그러나 정작 본인인 적운휘는 여자들이 왜 저러는지 이유를 몰라 의아해했다.
사실 산을 내려와서 이곳으로 오는 동안 저러는 여자들을 꽤 많이 봐왔었다. 그때마다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친분이 없어서 애써 무시를 했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버지인 적운상의 사형제들이니 물어봐도 괜찮겠다 싶어서 은서린에게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왜들 그러는 겁니까?”
“응? 아, 아니야. 호호. 네가 너무 귀여워서 그러는 거야.”
“어렸을 때는 어머니들에게 그런 말을 많이 들었지만 열다섯이 넘은 이후로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는 저도 성인입니다.”
“풋! 미안. 하지만 그거하고는 다른 의미야.”
“네?”
“됐어. 그보다 적 사형은 어떻게 지내?”
“잘 지냅니다. 낮에는 무공수련을 하고 밤에는 어머니들과 놉니다. 가끔 누이나 제 무공도 봐주고요.”
“건강하니?”
“네.”
“주 사저는? 수연 언니도 건강하고?”
“두 분 다 지금 임신하셨습니다.”
“뭐?”
생각지도 못한 말에 은서린이 잠시 멍한 얼굴을 했다. 다산이 좋다고는 하지만 적운휘의 나이가 열다섯이니 지금 아이를 낳으면 십오 년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정도의 나이 차이면 부모와 자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으그…… 주책들이야.”
“하하하하. 나는 부럽기만 하구나. 그 나이에도 그렇게 금술이 좋다니 말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많을수록 좋지 않으냐?”
막정위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은서린은 혁무한을 봤다. 사실 그들은 혼인한 지 꽤나 되었지만 아직까지 아이가 없었다.
“누이를 찾으러 왔다고 했지?”
“네.”
“그럼 적 사형도 나온 거니?”
“아닙니다. 누이가 가출한 걸 알고 아버지가 화가 나서 나가려는 걸 어머니들이 말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온 겁니다.”
“그렇구나. 그런데 누이가 이곳으로 온 거야?”
“모릅니다. 하지만 평소에 아버지와 어머니들께 들었던 곳이 여기니 아마 이곳으로 올 겁니다. 벌써 어딘가에 와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 그럼 우리가 네 누이를 찾는 걸 도와줄게.”
“감사합니다.”
“아니야. 적 사형의 일인데 어떻게 모른 척하겠니. 음…… 누이한테 무슨 특색이 있니? 입고 있는 옷이라든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뭔가가 있으면 더 빨리 찾을 텐데.”
“누이는…….”
잠시 생각을 하던 적운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누이에 대해서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왔다. 어렸을 때부터 누이는 적운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데리고 다니면서 사고는 자신이 다 치고 뒤집어씌우기는 적운휘한테 다 뒤집어씌웠다. 그래서 늘 혼나는 건 적운휘였다. 부모님 앞에서는 어찌나 여우 짓을 하는지 생각하기조차 싫었다. 이번에도 작은어머니가 부탁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왜 그래?”
“아닙니다. 누이는 키는 이 정도 되고 늘씬한 몸매에 아버지가 가지고 다니던 태룡도와 백운검을 차고 있을 겁니다. 말보다는 항상 행동이 앞서니까 절대로 방심하면 안 됩니다. 작은어머니를 제일 무서워하는데 지금 움직이지 못하는 걸 알고 가출을 한 겁니다.”
“일단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겠다. 적 사형하고 주 사저 사이의 딸이니까 용모도 출중하겠고, 그렇게 칼을 두 개씩 가지고 다니는 아가씨는 흔하지 않으니까 어쩌면 쉽게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저도 찾겠습니다.”
“물론이지. 그럼 연란이와 함께 다니는 것이 좋겠다.”
“에? 저요?”
“그래. 운휘는 이곳 지리를 잘 모르니까 길 안내를 해줘야지. 왜? 싫어?”
“아,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자자. 결정이 됐으면 이제 다 같이 식사를 하지.”
막정위가 나서서 말하자 모두 식당으로 이동했다. 가는 동안 나연란은 적운휘를 계속 힐끔거렸다.
‘참 잘생겼단 말이야.’
늘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야 했던 적운상의 모습이 보여서 더욱이 마음이 설레고 있다는 걸 나연란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인들도 그렇다는 것 역시 전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