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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365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9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65화

365화. 혼례식 (2)

 

그때 내공이 담긴 초사영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모두 조용히 해주십시오. 이제 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사람들은 나이에 비해 대단한 초사영의 내공에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초사영이 혼례식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붉은색의 혼례복을 입고 붉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주양악과 백수연이 모습을 보이자 모두 흐뭇한 얼굴로 그녀들을 봤다.

적운상은 그녀들과 함께 먼저 나한중과 막정위에게 절을 하고 차를 올렸다.

“축하한다. 백년해로해라.”

“하하하. 아들딸 열 명만 나아라.”

나한중과 막정위의 덕담에 하객들이 큰 목소리로 웃었다. 그들에게 예를 갖춘 후에 세 사람은 백수연의 할아버지인 백구환과 아버지인 백태정에게도 절을 하고 차를 올렸다.

“수연이를 잘 부탁하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변치 말게나.”

백태정은 백수연을 이렇게 보내자니 눈물이 글썽거렸다. 하지만 보는 눈이 많아서 필사적으로 참았다. 백구환이 그런 백태정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그렇게 윗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절차가 끝나자 적운상과 백수연, 주양악은 서로 예물을 교환했다. 그리고 천지신명께 성혼을 고한 후에 서로 마주 보며 평생 변치 않을 사랑을 약속했다. 그러자 초사영이 내공을 실어서 사람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이로서 이들이 부부가 되었음을 모두에게 알립니다!”

사람들의 박수소리와 환호소리가 대청에 크게 울려 밖으로까지 퍼져 나갔다.

예식절차는 그게 끝이었다. 이제 적운상이 신부들을 신방으로 데려가서 첫날밤을 보내면 된다.

그런데 하객들이 쉽게 보내주지를 않았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신방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막고 신부의 얼굴을 보여 달라고 외쳐댔다.

“그냥 가면 섭섭해서 어떻게 하오?”

“맞소이다! 나는 적 대협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백 소저를 보려고 왔소이다!”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데려가면서 그냥 가려는 거요?”

“하하하하!”

원래 신부의 얼굴을 가린 붉은 천은 신방에 갈 때까지 걷어내지 않는 법이었다. 그러나 하객들이 짓궂게 애원을 하니 그럴 수가 없었다.

이에 어쩔 수 없이 백수연과 주양악이 얼굴을 가리고 있던 붉은 천을 걷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그야말로 선녀가 따로 없었다.

백수연은 호남제일미라고 불릴 만큼 미모가 대단했다. 그런데 오늘은 혼례화장까지 했으니 당연히 그 미모가 빛을 발했다.

주양악은 백수연만큼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환골탈태를 해서 피부가 잡티 하나 없이 깔끔했고, 은근히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었다. 전부 천마의 내단을 취한 이후의 변화였다.

두 미녀를 보며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적운상에게는 야유를 퍼부었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씩이나 데려가는 것이 배가 아팠던 것이다.

적운상은 웃으면서 그들의 야유를 받아들였다. 그러다 하객들 중 몇몇 사람에게서 살기를 느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손을 쓰면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움직임이 제한되기 때문이었다.

잠시 방법을 생각하던 적운상은 내공을 실어서 크게 소리쳤다.

“잠시 조용히 해 주십시오!”

시끌시끌하던 장내가 조용해지자 살기를 일으켰던 자들이 당황을 했다. 분위기가 이러면 섣불리 행동할 수가 없었다.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여기 있는 두 명의 신부와 저는 신방으로 가려고 합니다.”

적운상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사람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데 원치 않는 불청객들이 방해를 하려고 하는군요.”

“누구요? 누가 감히 천하제일의 고수가 가는 길을 막아선단 말이오!”

“하하하하.”

누군가가 재치 있게 받아치자 사람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저는 지금 너무나 행복합니다. 이 행복을 불청객들이 방해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잠시 멀리 떠나 있으려고 합니다. 후일 인연이 닿으면 다시 볼 날이 있을 겁니다.”

말을 마친 적운상이 백수연과 주양악을 각각 한 손으로 안았다. 그러고는 가볍게 그 자리를 박차고 날아올라 훌쩍 대청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적운상을 공격하려던 자들이 사람들을 마구 밀치며 뒤를 따라 달렸다.

“뭐야?”

“저들을 막아!”

“막아라!”

뒤늦게 패악룡이 그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자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여기저기서 무기를 뽑아 들고 그들을 향해 휘둘렀다. 그러나 그들의 무공이 만만치 않았다. 경황이 없는 가운데도 그들은 침착하게 자신들을 향한 공격을 피하며 계속 적운상을 쫓았다.

대청 밖은 하객들로 꽉 차있었다. 그리고 그들 틈에도 적운상을 노리는 자들이 끼어 있었다. 그들은 적운상이 백수연과 주양악을 안고 갑자기 나타나자 다급하게 무기를 뽑아 달려들었다.

적운상은 그들을 피해 가까이에 있던 중년인의 어깨를 밟고 공중으로 힘껏 날아올랐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적운상을 따라 날아올랐다.

사람들은 갑자기 일어난 일에 어안이 벙벙하여 멍하니 있다가 하늘 위로 솟아오르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크게 감탄을 했다. 그것은 흔하게 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

그때 적운상이 지척까지 다다른 사내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면서 그의 얼굴을 밟고 더 높이 날아올랐다. 그걸 보고 적운상을 따라서 날아올랐던 사내들도 동료의 몸을 밟고 힘껏 날아올랐다. 그러자 백여 명이 넘던 사람들의 수가 삼분의 일 정도로 줄어 이제는 삼십여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꽉 잡아!”

적운상이 백수연과 주양악을 향해 소리치면서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 허공답보를 펼쳤다.

“헉!”

“무슨…….”

사람들은 말로만 듣던 허공답보를 직접 보자 놀라움에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사람이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저리 밟으며 날아갈 수가 있단 말인가?

그때 누군가가 북받쳐 오르는 감동을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

“좋다!”

그 한마디가 기폭제가 되어 여기저기서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는 바람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사람들은 그들이 정말 적운상을 죽이려고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혼례식에 으레 한 번씩 있는 축하공연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험악한 분위기를 풍기며 칼을 뽑아 들기는 했지만 피를 흘린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적운상을 뒤쫓기 위해 일시에 경공을 펼쳤던 것이 너무나 화려하게 보였던 것이다.

“이대로 여기를 벗어나자.”

“정말?”

“응.”

“갑자기 왜 그러는데?”

주양악이 묻는 말에 적운상은 대답 없이 미소만 지었다. 그리고 허공을 가볍게 차며 앞으로 나아갔다. 상황이 그러자 암습을 가하려던 사람들은 이제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저 적운상이 멀어지는 것을 보고 있어야만 했다. 솔직히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놀라운 무공을 보니, 더 이상 싸울 마음도 들지 않았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적운상을 적대시하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사실 천라지망을 뚫었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더 이상 상대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양쪽에 백수연과 주양악을 안고 날아가는 모습이 마치 두 명의 선녀를 대동한 채 우화등선(羽化登仙)을 하려는 신선과 같이 보였다.

“사형! 행복해야 해! 사저도!”

은서린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세 사람이 멀리 떠나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직감했다. 적운상에게서 얼핏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갈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행복하기를 바랐다. 다시 몇 번이나 소리를 지르던 은서린은 눈물을 참지 못하고 옆에 있는 혁무한의 품을 파고들었다.

혁무한은 그런 은서린의 등을 다독여주며 멀어져가는 적운상을 봤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지.”

그 언젠가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돌아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막정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이렇게 떠나는 것도 좋겠지.”

막정위가 멀어져가는 적운상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다 적운상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자 옆에 있는 나한중을 봤다. 나한중은 미소를 지으면서 힘내자는 뜻으로 막정위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 * *

 

적운상은 몇 년이 지나도 강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돌았다. 혈마사를 단신으로 쳐부순 일부터 시작해서 무당삼현과 화산이로를 꺾은 일까지 사람이 둘만 모이면 적운상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어린 아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자신이 적운상이라고 하며 막대기를 휘두르고 다녔다. 젊은이들은 적운상과 같이 되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아무것도 없는 삼류문파에서 천하제일의 고수가 된 적운상은 그들의 우상이었다.

천하를 주유하며 악한 이들을 벌하고 최고의 미녀들을 얻어 어딘가로 사라진 적운상의 일대기는 그야말로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영웅담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더 흘러 십 년이 넘어가자 차츰 이야기가 사그라지면서 전설로만 남게 되었다. 살아있는 전설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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