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362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62화
362화. 황궁대전 (1)
콰콰콰콰콰콰쾅!
순간 천지(天地)가 진동하는 뇌성벽력(雷聲霹靂)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적운상을 향해 덤벼들었던 고수 열두 명이 거대한 힘에 밀려 모두 뒤로 튕겨져 나갔다.
적운상이 휘두른 태룡도가 그린 원은 단 한 번만으로도 그들의 공격을 모두 튕겨내 버렸다. 게다가 강기를 뿜어내면서 휘둘렀기 때문에 그들은 무기를 떨어트리거나 내상을 입었다.
그 같은 무위에 황제는 멍하니 할 말을 잊고 몸이 굳어버렸다. 사람이 어찌 벼락을 다룬단 말인가?
저런 무공은 보도 듣도 못한 것이었다. 그때 적운상이 정자의 지붕을 뚫고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러자 잠시 넋을 잃고 있던 주위의 또 다른 고수들이 일제히 적운상을 향해 짓쳐들었다.
콰콰콰콰쾅! 파지지지직!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나무가 갈라지고 바위가 부서졌다. 연못 위에 떨어진 벼락은 일 장이 넘는 물기둥을 만들어냈고, 덕분에 물고기들의 시체가 둥둥 떠다녔다.
그리고 뒤이어 적운상에게 짓쳐들었던 고수들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콰앙! 쾅! 쾅!
제대로 내려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날아오를 때보다 더한 속도로 떨어지며 넓은 정원 곳곳에 처박혔다.
황제는 멍한 눈으로 그들을 보다가 놀라서 헛바람을 들이켰다. 사람이, 사람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저게 어찌 가능하단 말인가?
과거, 도가 하늘에 다다른 도사들이 하늘을 날아다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순양자라 불리는 여동빈은 도력도 대단했지만 검술도 뛰어나서 날아가는 검에 올라타 천리를 갔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이야기들은 어디까지나 전설일 뿐이었다. 황제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여겼었다.
그런데 하늘을 날아가는, 정확히는 허공을 디디며 달려가는 적운상을 보자 그게 모두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아주 잠깐 사이에 적운상은 하늘을 날아 황제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허…….”
절로 탄성이 나왔다. 저런 사람을 자신이 잡아두려 했단 말인가?
기껏 그런 관직을 주면서?
스스로가 생각해도 부끄럽고 한심했다. 선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얕은 잣대로만 판단을 하려고 했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가소로웠겠는가?
그를 붙잡고자 한다면 관직이 아니라 천하를 내주어야 할지도 몰랐다.
“놀랍구나, 놀라워. 천외천(天外天)이라……. 정녕 하늘 밖에 또 다른 하늘이 있었음을 오늘에야 깨닫는구나.”
이번 내기는 보지 않아도 결과가 자명했다. 그가 하고자 한다면 막을 수가 없었다. 벼락을 다루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를 과연 누가 막을 수 있을까?
황제가 한탄을 하는 동안 적운상은 빠르게 궁 밖을 향해 몸을 날리고 있었다.
“막아라!”
쉬이이이익!
황궁의 숨은 고수 삼십여 명이 동시에 적운상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들이 뿜어내는 기세가 대단하여 웬만한 고수들은 숨도 쉬지 못하고 당할 정도였다.
그러나 적운상은 그들 중 한 명의 어깨를 발로 밟고 가볍게 그들의 협공에서 벗어났다.
“헉!”
“무슨…….”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속도에 그들은 경악을 했다. 일반적으로 경공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한 번 도약에 다다를 수 있는 거리는 십 장이 한계였다.
보통의 고수들은 한 번씩 도약할 때마다 오 장 정도를 디디고, 경공에 특출 난 자들은 칠, 팔 장 정도를 디딘다. 그리고 경공의 대가라고 하는 자들이 거의 십 장에 가까운 거리를 한 걸음에 이동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적운상은 한 걸음을 디딜 때마다 무려 이십 장에 가까운 거리를 단축시키고 있었다. 게다가 그 빠름이란, 눈으로 쫓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막아라!”
“어떻게든 막아!”
여기저기서 고함소리가 울리며 곳곳에서 경계를 서던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러나 그들도 넋을 잃고 쳐다보기만 할 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적운상은 건물들의 지붕을 디디고 여유롭게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그러한 경공이 가능한 이유는 무극의 영역에서 계속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흐아아아압!”
그때 커다란 기합소리와 함께 무서운 기세로 창이 하나 날아왔다.
파앙!
적운상이 상체를 젖히면서 팔로 창을 후려치자 위로 날아가던 창이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옆으로 튕겨졌다. 그로 인해 적운상은 멈춰 설 수밖에 없었고, 자연히 몸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곳에는 조황인을 비롯한 다섯 명의 고수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모두가 황궁에서는 손가락에 꼽히는 고수들이었다. 적운상이 그들 앞에 내려서자 수백 명의 병사들이 주위를 둥그렇게 에워쌌다.
그렇게 수가 많으면 두려움이 있을 수가 없건만,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함께 두려움이 언뜻언뜻 비치고 있었다. 적운상의 인간 같지 않은 움직임을 모두 봤기 때문이었다.
“여기까지일세.”
조황인의 말에 적운상은 별말 없이 태룡도를 뽑아 들었다. 그러자 조황인의 옆에 있던 환관이 앞으로 나섰다. 삐쩍 마르고 키가 큰 늙은 환관이었다.
“무공이 대단하다 들었다. 내가 한번 견식해보마.”
“소 공공. 혼자서는 무리요.”
“후후. 조 대인이 그런 말을 하니까 더욱이 겨뤄보고 싶군요.”
조황인은 그를 더 말리려다가 말았다. 지금 이곳에 있는 다섯 명은 조황인과 겨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고수들이었다. 그래서 적운상의 무공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면 둘 정도로 충분하다는 자만을 하고 있었다. 그런 자만을 버리지 않는 한 적운상에게는 절대로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황인은 소 공공이 적운상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면 모두 생각이 바뀔 거라 여긴 것이다.
“가진 재주를 모두 펼쳐 보거라.”
소 공공이 그렇게 말하면서 양손을 늘어트렸다. 그러자 소매가 확 부풀어 오르면서 희미하게 빛이 났다.
“소수신공(素手神功)이로군.”
갑옷을 입은 장군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소수신공은 수공(手功) 중에서는 천하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굉장한 무공이었다.
연공을 할수록 손이 강철처럼 단단해져서 뚫지 못하는 것이 없어지며, 손에서 하얗게 빛이 나는 것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음기(陰氣)를 다루는 무공이기 때문에 여자가 아니면 익힐 수가 없었다. 소 공공은 환관이라서 소수신공을 익히는 것이 가능했다.
적운상이 태룡도를 휘둘러오자 소 공공은 망설임 없이 손으로 그걸 후려쳤다.
파앙!
소 공공은 약간 놀랐다. 손이 조금 얼얼했기 때문이었다. 소수신공을 펼칠 동안 소 공공의 손은 어떤 보검보다도 단단하고 날카로워진다. 그래서 이렇게 손이 얼얼할 일이 생길 수가 없건만, 어찌된 연유란 말인가?
소 공공은 일단 뒤로 물러나서 거리를 뒀다. 하지만 적운상이 다시 공격을 해오자 그걸 막을 수밖에 없었다.
파앙!
이번에는 내공을 더 끌어올려 팔 성의 기운을 담았다. 하지만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아까보다 더 손이 얼얼했다.
소 공공은 크게 놀라며 적운상을 노려봤다. 그러다 적운상이 들고 있는 태룡도에 눈이 갔다. 호수(護手)에 조각되어 있는 용머리의 모양과, 용의 입에서부터 길게 뻗어있는 도신(刀身)을 보아하니 보통 칼이 아니었다. 필시 보도(寶刀)가 분명했다.
“보통 칼이 아니구나.”
“당신 손도 보통이 아니오.”
적운상은 길게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진이었다. 그런데 이곳까지 오는 동안 일각이 넘는 시간을 소모했다.
게다가 이들과 싸우는 동안 주위는 병사들로 인해 몇 겹으로 포위가 되고 있었다. 그들을 뚫고 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적운상의 눈에 황금색의 물결이 일렁거렸다. 금안뇌정신공을 끌어올린 것이다.
파지지직!
태룡도에 금안뇌정신공의 뇌기를 싣자 미미하게 신경을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 이에 소 공공이 인상을 살짝 쓰는데 적운상이 움직였다.
후우우웅! 빠지지지직!
조사묘에서 익힌 일자(一字)베기였다. 하나의 선이 완벽하게 횡으로 그어졌다. 소 공공이 놀라서 양손을 크게 휘둘러 적운상의 베기를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였다. 그는 자신의 소수신공에 대해 너무 자만을 했다. 소수신공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어쨌건 뼈와 살로 되어 있는 사람의 손으로 펼치는 것이었다.
게다가 적운상의 베기는 그 단단한 석벽에 한 자 이상 칼을 박아 넣은 상태에서 휘두르는 것이었다. 자르고자 하면 자르지 못할 것이 없었다.
파앙!
세 번째의 부딪침이었다. 소 공공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크게 울렸다.
“으아아아아악!”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소 공공의 양손은 엉망이 되어서 너덜거리고 있었다. 저런 상태라면 앞으로 소수신공을 펼치는 것은 무리였다.
그들이 본 것은 적운상이 베기를 하고 소 공공의 손에서 하얀 기운이 확 뿜어져 나온 것뿐이었다. 그런데 결과가 저랬다.
황궁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고수가 삼 초식도 못 버티고 패했다. 그제야 남은 네 사람은 조황인의 말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그들 중 그 누구도 소 공공을 겨우 삼 초식 만에 이기지 못했다. 소 공공이 방심을 했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협공합시다.”
“체면 따질 때가 아닌 것 같소.”
네 사람이 뜻을 모았다. 그러자 조황인이 그들을 향해 한마디 했다.
“그는 탈인의 경지에 올라 있소. 손을 쓰면 망설이지 말고 전력을 다하시오.”
“그게 정말이오?”
“그렇소. 그는 나와 같은 경지에 올라 있소. 아니 어쩌면 더 높은 경지에 올라 있을지도 모르오.”
“음…….”
“일단 확인을 해봅시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다섯 사람이 일제히 움직였다.
후우우웅!
험악하게 생긴 장군이 들고 있던 청룡언월도를 휘두르자 세찬 풍압이 밀려오며 적운상을 덮쳐왔다. 이어서 좌측에서는 온통 검은색의 창이 파르르 떨며 찔러왔고, 뒤에서는 한 자루의 검이 표홀하게 목을 노리고 공격해왔다.
남은 한 명은 문사풍의 중년사내였는데, 그는 싸울 생각이 없는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검을 늘어트리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조황인은 보통의 칼보다 조금 큰 대도를 휘두르며 적운상의 우측에서 공격해갔다.
따다다다다땅!
적운상의 태룡도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룡언월도를 쳐내며 검은색의 창을 겹쳐 누르고, 이어서 우측에서 휘둘러오는 조황인의 대도를 막아냈다. 그때 뒤에서 빠르게 검이 비집고 들어오자 적운상은 몸을 공중으로 뽑아 올리며 연이어 발을 내질렀다.
파파파파팡!
“크윽!”
“흡!”
청룡언월도와 흑색의 창을 쓰는 장군들이 적운상의 발길질을 막아내며 뒤로 물러났다. 장병기는 단병기에 비해 위력은 좋지만 변화가 재빠르지 못했다. 그래서 가까운 거리에서 내지르는 발길질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대도를 휘두르는 조황인과 검을 쓰는 자는 달랐다. 그들은 재빨리 몸을 틀어 피하며 다시 대도를 휘두르고 검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그들의 도와 검이 적운상의 몸에 닿기도 전에 태룡도에서 강기가 뿜어져 나왔다.
빠지지지지직!
“크헉!”
“헉!”
마치 벼락이 떨어진 것 같은 뇌기에 두 사람은 깜짝 놀라서 후다닥 물러났다. 하지만 검을 쓰는 자는 미처 피하지를 못하고 가슴에 뇌기를 맞고 말았다. 조황인은 예전에 한 번 봤었기 때문에 피하는 데만 전력을 다했지만, 그는 어설프게 검으로 막으려고 했던 것이다.
콰아아아앙!
폭음이 울리면서 검을 쓰던 사내의 몸이 마치 끈 떨어진 연처럼 뒤로 날아가 처박혔다. 그걸 보고 조금 거리를 두고 서서 검을 늘어트리고 서있던 문사풍의 중년사내가 눈을 부릅떴다.
‘강기인가?’
그는 강기를 다뤘다. 그것도 검에서 한 자 이상 뽑아낼 정도의 실력자였다. 하지만 저런 형태의 강기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하앗!”
그때 조황인이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서 적운상을 향해 대도를 휘둘렀다. 그러자 적운상도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서 그의 공격을 쳐내고 어깨로 가슴을 들이받으려고 했다.
조황인이 기겁을 하며 옆으로 피하자 적운상의 태룡도가 위에서 무서운 기세로 떨어져 내렸다.
따앙!
피할 사이도 없이 간신히 막아낸 조황인은 한쪽 무릎이 풀썩 꺾였다. 그 상태에서 적운상은 금안뇌정신공의 뇌기를 흘려보내려고 했다.
그때 무극의 영역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끝났다. 그러자 적운상의 좌우측에서 청룡언월도와 흑색의 창이 날아왔다.
후우우우우웅! 훙!
적운상은 훌쩍 뒤로 물러나서 그들의 공격을 피했다.
“어떻게 된 거요?”
“말하지 않았소? 그도 탈인의 경지에 올랐다고.”
“그럼 지금이 기회로군.”
그랬다. 탈인의 경지에 올라 무극의 영역에서 머무를 수 있는 것은 겨우 삼 초식을 펼칠 동안이었다. 그리고 한 번 무극의 영역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다시 들어가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니 지금 그들이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서 공격을 한다면 적운상은 꼼짝없이 당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