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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359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8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59화

359화. 황제와의 대면 (1)

 

“반갑네. 나는 강사용이라고 하네.”

관복을 입은 관리가 인사를 건네자 적운상은 포권을 취했다.

“적운상이오.”

“가세나.”

그는 적운상을 커다란 문이 있는 곳까지 안내를 했다. 그러고는 그곳에 서서 안을 가리켰다.

“들어가시게.”

적운상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넓은 공터에 양쪽으로 백여 명 가까이 되는 병사들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모두 풍기는 기세가 대단한 것으로 봐서는 무공이 상당한 경지에 오른 병사들이었다.

“발진(發陣)!”

양쪽으로 도열해 있는 병사들의 중앙에 서있던 사내가 크게 구령을 내렸다. 그러자 병사들이 일제히 창을 들어 적운상을 겨눴다.

적운상은 그들을 보면서 미간을 살짝 좁혔다. 황궁에서 대놓고 이런다는 건 황제가 자신을 시험하려는 의사였다. 이대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나중에 귀찮은 일이 생길까 봐 황제가 원하는 대로 해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적운상은 태룡도를 뽑아 들었다. 창을 상대하기에는 백운검보다는 태룡도가 좋았다.

적운상이 앞으로 달려 나가자 병사들이 동시에 기합을 내지르며 창을 찔러왔다.

“하!”

적운상은 태룡도에 금안뇌정신공의 뇌기를 잔뜩 실어서 그들의 창을 모두 쳐냈다. 태룡도가 한 번씩 원을 그리며 움직일 때마다 서너 개에서 많게는 대여섯 개의 창들이 튕겨져 나갔다.

훙훙훙훙훙! 따다다다다땅!

태룡도와 창이 계속 부딪치면서 연이어 파공음이 일었다. 병사들은 태룡도에 튕겨져 나오는 창을 붙잡고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 바람에 적운상은 순식간에 그들을 반 이상이나 지나쳐갈 수가 있었다.

그때였다. 병사들이 적운상을 둥그렇게 에워싸더니 동시에 창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그 뒤에 있던 병사들은 창을 위에서 아래로 힘껏 내려쳤다. 빠져나갈 곳이 전혀 없는 협공이었다.

적운상은 그 자리에서 팽이처럼 몸을 휘돌렸다. 그러면서 그 회전력을 이용해서 태룡도를 휘둘렀다.

후우우우우웅! 따다다다다다땅!

마치 회오리바람이 나무를 쓸어버리는 것 같았다. 적운상의 태룡도는 사방팔방에서 찔러오고 내려쳐오는 창을 모두 쳐냈다. 거의 신기에 가까운 빠르기였다.

“허…….”

명령을 내리던 장군이 그걸 보고 허탈하니 탄성을 내뱉었다. 무공이 대단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설마 백 명이 펼치는 절진을 상대로 저렇게까지 선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적운상은 지금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만약 적운상이 그들을 죽이고자 마음먹고 움직였다면 벌써 승부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실력을 겨루는 자리였기 때문에 적운상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태룡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타핫!”

창을 연이어 쳐내던 적운상이 앞에서 찔러오는 창대를 밟고 전방으로 힘껏 날아올랐다. 그러자 옆에서 네 명이 같이 뛰어오르면서 창을 찔러 넣었다.

따당! 땅땅!

적운상은 태룡도를 휘둘러서 그들의 창을 가볍게 쳐내면서 아래를 봤다. 밑에서는 적운상이 내려설 곳을 짐작하고 미리 그곳에 모여 창으로 찌르려고 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그들의 창에 그대로 찔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적운상은 공중제비를 돌며 그들이 찔러오는 창을 모조리 쳐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내지른 창대를 밟고 다시 앞으로 날아갔다.

“헛!”

“막아라!”

“앞으로 못 가게 해!”

병사들이 소리치면서 다시 적운상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적운상은 이미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던 장군과 삼 장 정도의 거리를 두고 땅으로 내려서고 있었다.

장군이 그런 적운상을 보고 창을 움켜쥐고 빙글빙글 돌리다가 맞서 나갔다.

훙훙훙훙!

적운상은 태룡도를 늘어트린 채 앞으로 달려가다가 크게 일보를 디디면서 힘껏 휘둘렀다. 조사묘에서 익힌 베기였다.

완벽하게 힘과 기세, 그리고 내공이 실린 일격을 장군은 창으로 후려쳤다. 계속 창을 돌리고 있다가 그 회전력을 이용해서 휘둘렀기 때문에 그 위력이 굉장했다.

떠엉!

태룡도와 창이 부딪치는 순간 장군의 몸이 위로 붕 치솟았다. 적운상은 태룡도를 한 손으로 휘둘렀다. 그에 비해 장군은 회전력까지 더해서 양손으로 창을 휘둘렀다. 그런데도 장군은 삼 장 가까이 튕겨졌다가 간신히 땅으로 내려섰다.

약간의 내상으로 인해 속이 뒤틀리고 창을 잡고 있던 손아귀가 찢어졌지만 그것 말고 다른 부상은 전혀 없었다. 적운상이 일부러 튕겨내기만 한 것이다.

“음…… 듣던 대로 실력이 대단하군. 탄복했소. 지나가도 좋소.”

장군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적운상은 시험이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장군에게 포권을 해 보인 적운상이 그를 지나쳐서 커다란 문으로 향했다. 그러자 문이 저절로 양쪽으로 열리더니 약 오십여 명의 병사들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방금 겨룬 병사들과는 복장이 달랐다. 경갑을 두르고 있는 것은 똑같았지만 입고 있는 옷의 재질이 훨씬 좋아보였고, 풍기는 기세도 아까 그들보다 훨씬 강했다.

“우리를 지나쳐서 저기 있는 전각으로 가면 되오.”

그들의 수장이 큰 소리로 외치자 적운상이 말없이 포권을 취했다.

“칼을 뽑아라!”

수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오십여 명의 병사들이 일제히 박도를 뽑아 들었다. 그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적운상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적운상은 태룡도를 휘둘러 빠르게 그들을 제압해나가기 시작했다. 힘과 힘의 대결이었다. 병사들이 전력을 다해 휘둘러오는 박도를 적운상은 태룡도로 모두 부숴버렸다.

따당! 땅!

“크윽!”

“헉!”

병사들은 적운상이 휘두르는 태룡도를 받아내면서 어이없이 부서져 버리는 박도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떤 병사들은 박도를 그대로 놓치기도 했고, 어떤 병사들은 부러지는 박도와 함께 뒤로 나동그라지기도 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이십여 명이 제압당했다. 그러자 그때까지 지켜보고만 있던 수장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커다란 대두도를 뽑아 들었다.

“합진(合陣)!”

“하앗!”

남은 병사들이 먼저 적운상을 향해 박도를 휘둘러왔다. 적운상이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자 거기에 십여 명이 박도를 겹쳐대며 태룡도가 움직이지 못하게 내리눌렀다. 그러는 사이에 그들의 수장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대두도를 휘둘러왔다.

적운상의 내공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십여 명이 넘는 고수들이 전력으로 내리누르는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태룡도가 멈춰있는 상태에서 그렇게 눌렸기 때문에 그걸 떨쳐낼 방법이 없었다.

병사들의 수장이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적운상이 갑자기 태룡도를 놓고 주먹으로 자신의 어깨를 노리고 내리쳐 오는 대두도의 옆면을 후려쳤다.

따앙! 파지지직!

“크학!”

병사들의 수장은 갑자기 대두도가 엄청난 힘으로 튕겨지면서 찌릿한 뇌기가 몸으로 파고들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 순간 적운상의 주먹이 그의 어깨를 때렸다.

파앙!

“으악!”

수장이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붕 떠오르는 동안 적운상은 태룡도를 내리눌렀던 병사들을 향해 풍뢰십삼식을 펼쳤다. 양쪽 주먹에 실린 강맹한 힘이 병사들의 몸을 사정없이 난타했다.

퍼퍼퍼퍼퍼퍼퍼펑!

“크아아악!”

“아아아악!”

비명소리가 연이어 울리면서 병사들이 마치 뒤에서 누가 확 잡아당긴 것처럼 날아가서 땅을 나뒹굴었다. 적운상이 휘두르는 주먹을 막아내는 병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얼결에 박도를 휘두른 병사들이 몇 명 있었지만 의미 없는 몸짓이었다.

적운상의 주먹에 맞고 튕겨진 그들의 수장이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땅으로 떨어지는 그 짧은 시간에 이십여 명에 달하던 병사들도 모두 그 꼴이 되었다.

“후욱…….”

호흡을 정리한 적운상이 주위를 둘러봤다. 서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적운상은 땅에 떨어진 태룡도를 주워 들고 처음에 병사들의 수장이 이야기한 전각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 * *

 

전각 안에는 젊은 환관이 한 명 서서 적운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젊은 환관이 고개를 숙이며 말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적운상은 말없이 그를 따라갔다.

전각 안은 굉장히 어두웠다. 그런데도 젊은 환관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뭔가가 보여서 저리 걷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곳에 익숙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아도 빠르게 걸어갈 수가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어둠을 뚫고 소리 없이 암기 몇 개가 날아왔다. 적운상은 이렇게 대놓고 암습을 가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암기가 몸 바로 앞에까지 왔는데도 피하지를 못하다가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서 그것을 피해냈다.

타탕!

암기가 벽에 꽂히면서 미약한 소리가 났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적운상의 발밑에서 검 하나가 쑥 튀어나왔다. 적운상은 재빨리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러다 머리카락이 뭔가에 잘려나가는 것을 느끼자마자 무극의 영역에 들어갔다.

주위의 모든 것이 느려졌다. 오로지 적운상만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적운상의 머리카락을 자른 것은 얇은 실이었다. 뭐로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사람의 몸 하나쯤은 가볍게 잘라버릴 정도로 질기고 강했다. 그런 실이 공중에 가득 쳐져 있었다.

적운상은 태룡도를 뽑아서 도면으로 그 실들을 누르는 반탄력을 이용해서 전각의 출구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무극의 영역에서 벗어나자 지나온 길 여기저기에서 낮은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적운상을 암습하기 위해 몸을 숨기고 있던 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적운상이 지나쳐 가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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