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374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5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74화
374화. 아! 형산파 (1)
연씨세가의 동향에 대한 보고를 받은 마청기는 의문이 들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죽자 사자 덤벼들던 그들이 지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잠잠했다. 평야에서 적운상의 아들을 다치게 할 뻔했다는 보고는 이미 받았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저렇게 숨죽이고 있을 리가 없었다.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청기가 아버지인 마조형에게 물었다. 지금은 뒤로 물러났지만 아직도 그는 건재했다. 오히려 모든 것을 마청기에게 넘기고 만날 무공에만 전념하니 예전보다 더욱 강해진 상태였다.
“글쎄다. 연씨세가 놈들이 교활해서 무슨 짓을 꾸미는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구나.”
“쯧.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냐? 그냥 밀어버리면 그만이지.”
성격이 괄괄한 마삼이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러자 머리를 쓸 줄 아는 마인걸이 그를 타박했다.
“너는 그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힘으로만 모든 일을 해결하려 하느냐?”
“쳇! 형님도 참. 그러려고 만날 땀흘려가며 연공한 것 아니오?”
“끙. 넌 도대체가…….”
마인걸이 다시 뭐라고 한마디 하려는데 갑자기 집무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뭐냐?”
“죄송합니다. 문주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큰일?”
“그게…… 포호대 놈들이 연씨세가로 쳐들어갔습니다.”
“뭐야? 갑자기 왜? 누가 그런 명령을 내린 거야?”
“문주님께서 고민하는 것을 알고 자발적으로 움직인 것 같습니다.”
과잉충성이었다. 문주인 마청기를 위해서 한 짓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납이 되는 일은 아니었다.
“제길! 빨리 사람들 모아! 문 내에 비상 걸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무기 챙겨서 나오라고 해! 연씨세가로 간다!”
마청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빠르게 지시를 내리자 마삼이가 탁자를 쾅하니 내려치며 소리쳤다.
“옳거니! 이제야 움직이는구나!”
호왕문이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때 연씨세가는 한가하기만 했다. 그들에게는 원대한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발판이 되어줄 비밀의 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적운혜였다.
적운혜가 두육택과 만나서 싸웠던 그 주점에는 화적성과 혁이태 말고도 한 명이 더 있었다. 하지만 그는 구석진 곳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어서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그는 연씨세가의 말단 무사였는데 그날 있었던 일을 위에 보고했다. 우연찮게 그 보고를 들은 태상가주 연협성은 엉뚱한 계획을 세웠다. 적운혜를 두육택의 손에서 구해와 손자인 연호민과 짝지어주려는 것이다.
그러면 천하제일의 고수인 적운상과 사돈이 되고, 그로 인한 이익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적운혜를 데리고 온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적운혜가 연호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연호민은 나름 얼굴도 잘생기고 무공도 뛰어났다. 가문도 좋으니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셈이었다. 하지만 혁이태나 화적성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했다.
그러니 두 사람을 봤을 때도 별 감흥이 없던 적운혜가 연호민을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연호민은 적운혜를 보는 것만으로도 헤실거리면 마냥 좋아했다.
이에 참지 못하고 연협성은 오늘 밤 두 사람을 맺어주기로 했다. 물론 정당한 방법이 아니었다. 효능이 강한 춘약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호왕문의 포호대가 쳐들어왔다고 한다. 시기가 참 뭣 같았다. 다른 때 놔두고 하필 이럴 때 쳐들어올 것이 뭐란 말인가?
“너는 호민이의 일을 계속 진행시켜라. 호왕문의 고양이들은 나와 석강이가 알아서 할 것이다.”
동생에게 그리 말하고 연협성은 자리를 떴다. 적운혜와 연호민은 방금 춘약이 들은 차를 마셨다. 효과가 나오려면 조금 시간이 걸렸다.
적운혜를 여기까지 납치해 온 노인은 방문 앞을 지키며 주위를 경계했다. 이번 일에 세가의 존망이 걸려있었다. 어떻게든 성사시켜야 했다.
* * *
적운휘는 나연란과 계속 한 방향으로만 달렸다. 그러다 보니 마을이 나왔으나 적운휘는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연씨세가가 나왔다.
“여기가 어디예요?”
“여기는 연씨세가인데. 한때는 호남칠대세력에 들어갔던 곳이야. 지금이야 형산파의 위세에 눌려있지만 그 당시에는 대단했었어.”
“그래요?”
적운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누가 누이를 데려갔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쭉 따라와 보니 이곳이 나왔다. 물론 중간에 다른 곳으로 갔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곳이 의심스러웠다.
“아버지와 사돈이 되면 굉장하겠죠?”
“뭐? 아, 무, 물론이지. 호호.”
나연란은 순간 당황이 되어서 말을 더듬거렸다. 갑자기 사돈이라니?
적운휘도 자신에게 마음이 있었던가?
나이 차이가 좀 나지만 이 정도는 흠도 아니었다. 나연란은 얼굴이 살짝 붉어져서 적운휘를 제대로 쳐다보지를 못했다. 적운휘가 그런 뜻이 아니라 다른 뜻으로 물었다는 것을 그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에 들어가봐야겠어요.”
“뭐? 왜?”
“만약에 이들이 아버지와 사돈이 되고 싶어 한다면 누이를 데려갔을 가능성이 있는 거잖아요.”
“그거야 그렇지만…… 너무 억지 아닐까?”
“들어갔다가 누이가 없으면 다시 나오면 되죠.”
“하지만 연씨세가는 굉장히 넓어. 그 안에서 어떻게 찾으려고?”
“넓어도 누이는 가치가 있는 사람이니까 아무 곳에나 있게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도 무작정 들어가는 건…….”
아무리 형산파 사람이라도 몰래 들어갔다가 걸리면 죽음을 당한다하더라도 할 말이 없었다.
“걱정 말아요. 란 누이는 여기에 있어요. 나 혼자 갔다 올 테니.”
“아니야. 나도 같이 갈래. 어떻게 너 혼자 보내.”
나연란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하자 적운휘가 미소를 지었다.
“저는 란 누이의 그런 점이 좋아요.”
살짝 나연란을 한 번 껴안은 후에 적운휘는 훌쩍 몸을 날려 담을 넘었다. 나연란은 그제야 얼굴이 빨개져서는 적운휘가 사라진 담을 봤다. 뒤쫓아 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래서 방실거리고 있는데 멀리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호왕문의 포호대가 들이닥친 것이지만 나연란은 그러한 사실을 몰랐다.
* * *
“쳐라!”
“흐랴앗차!”
파가가가각! 콰쾅!
“아아아악!”
“이 자식들!”
고함소리와 비명소리, 거기에 상대를 욕하는 소리가 간간이 섞여 울리며 피가 튀었다. 오십 명의 포호대는 양손에 낀 호조를 사납게 휘두르며 연씨세가의 무사들을 찍어 넘겼다.
마치 호랑이 떼가 미친 듯이 날뛰는 것 같았다. 포호대의 무사들을 달리 광호(狂虎)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러한 흉포한 기세와 죽음을 불사하며 달려드는 악에 받친 근성 때문이었다.
일반무사들이 계속 쓰러지자 안에서 연씨세가의 정예인 암영단이 나왔다.
“잘 만났다!”
“전에 못다 한 승부를 내자!”
까깡! 따다다다다땅!
일제히 검을 빼 든 암영단이 포호대를 향해 공격해갔다. 그들은 화려한 검 놀림으로 호랑이를 유린하듯이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정면대결로는 미친 듯이 날뛰는 그들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이에 둥그렇게 포위를 해서 도망치지 못하게 한 후에 차륜전으로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이것들이…….”
“한쪽으로 뚫고 들어간다!”
포호대의 대장이 크게 소리치자 흩어져서 날뛰던 사내들이 한쪽으로 모였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의 창이 되어 주위를 완전히 포위하고 있던 암영단을 찔러갔다.
콰콰콰콰콰쾅!
“크아아악!”
“아아아악!”
양쪽 모두 피해자가 속출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수가 많은 연씨세가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그 수적인 우위를 무마시킬 정도의 호왕문 무사들이 우르르 몰려온 것은.
“오늘 끝장을 본다! 가자!”
문주인 마청기가 앞장서서 소리치니 호왕문의 무사들이 사기를 높였다. 그걸 보고 연씨세가의 가주인 연석강도 앞으로 나섰다.
“망할 고양이 놈들! 오늘 모조리 죽여주마!”
“타핫!”
“하압!”
따땅!
마청기와 연석강의 검이 맞부딪쳤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호왕문의 무사들과 연씨세가의 무사들이 서로 맞부딪쳐갔다.
콰콰콰콰콰쾅!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걸 보고 있던 연협성은 기가 막혔다. 하루만, 딱 하루만 늦게 왔더라면 저들은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적운상과 사돈을 맺은 연씨세가를 감히 누가 쳐들어올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일이 꼬이려는지 하필 오늘 이렇게 저들이 쳐들어온 것이다. 이에 연협성은 치밀어 오르는 화가 눌러지지 않았다.
“모조리 죽여주마!”
태상가주인 그가 검을 뽑아 들고 휘두르자 호왕문에서는 마인걸이 나섰다.
“크하하하하! 한판 붙어 보자구나, 교활한 연씨놈아!”
“이놈!”
따다다다다땅!
마인걸의 호조와 연협성의 검이 부딪치자 무사들이 사기를 더 올리며 서로를 공격해갔다. 연씨세가의 앞마당에서 그렇게 한창 싸움이 일고 있을 때,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후원은 조용하기만 했다. 그저 간간이 고함소리와 비명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그곳에 소리 없이 나타난 자가 있었다. 적운휘였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후원 안쪽에 있는 별채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숲 양쪽에서 여섯 명의 무사들이 적운휘를 공격해왔다.
적운휘는 달려가던 힘을 이용해서 자세를 낮추고 몸을 회전시켰다. 그러자 여섯 개의 검이 그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갔다.
“놈!”
가장 가까이에 있던 무사가 찔러갔던 검을 옆으로 그어왔다. 하지만 그가 검을 완전히 휘두르기도 전에 적운휘가 바짝 붙어서 그의 팔을 꺾고 옆구리를 힘껏 올려찼다.
파앙!
“커억!”
그의 몸이 살짝 떠올랐다가 떨어졌다. 그사이에 세 명이 적운휘의 상하체를 노리고 검을 찔러왔다. 적운휘가 뒤로 물러나면서 공격을 피하자 나머지 두 명이 가세해서 다섯 개의 검이 정신없이 찔러왔다.
그런데도 적운휘는 당황하지 않고 그 공격을 모두 피해내다가 한 사람의 팔을 잡고 확 잡아당겼다. 그러자 네 명의 검이 그의 등을 찌르려다가 멈칫하며 방향을 틀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적운휘는 잡고 있던 사내의 턱을 손바닥으로 올려치고 어깨로 밀어서 두 명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이어서 남은 세 명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자 어깨와 가슴을 얻어맞은 그들이 뒤로 삼 장이나 붕 떠올랐다가 나동그라졌다.
“이런…….”
당황한 두 명이 뒤늦게 적운휘를 공격하려고 했으나 어림도 없었다. 갑자기 훅 사라진 적운휘는 그들의 발밑에서 솟구쳐 오르면서 두 명의 가슴을 밀어 쳤다.
콰앙!
“컥!”
“허억!”
두 사람이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적운휘가 힘을 적당히 조절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가슴이 다 으스러졌을 것이다.
그렇게 여섯 명을 해치운 적운휘는 별채로 달려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마른 체구의 노인이 무료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호오…… 여기까지 오다니 제법이구나. 어쨌든 무료하던 차에 잘 됐다.”
노인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검을 꺼내들었다.
“오너라. 한 수 가르쳐주마.”
적운휘는 노인의 무공이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그냥 봤을 때는 몰랐는데 검을 뽑아 들자 기세가 확 달라졌다. 저 정도의 기세라면 누이가 싸운다 해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적운휘는 약간 긴장한 얼굴로 두 주먹을 움켜쥐고 금안뇌정신공을 끌어올렸다.
파직!
주먹에 뇌기가 맺히면서 그 기운이 약간 흘러나오자 노인의 의외라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그때 적운휘가 기합을 내지르며 선공을 해갔다.
“타핫!”
파파파파파팡!
연속으로 여섯 번이나 주먹이 뻗어나갔다. 그 하나하나가 강맹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위력이 강해도 맞아야 효과가 있는 법이다. 적운휘의 주먹은 노인의 옷깃도 스치지 못했다.
순간 적운휘가 초식에 변화를 주며 주먹을 내려쳤다. 이어서 발로는 무릎을 찼다. 노인이 그걸 피해 뒤로 물러서자 크게 한 걸음을 디디면서 주먹을 쭉 뻗어냈다.
그러자 극맹한 금안뇌정신공의 기운이 적운휘의 주먹을 타고 같이 뻗어나갔다. 그걸 보고 노인은 크게 감탄을 했다. 보기에는 아직 약관도 되어 보이지 않는데 기를 이렇게까지 다룰 수가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적운휘의 나이가 어려 약간 방심을 하고 있던 노인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적운휘가 뻗어오는 주먹을 우측 손바닥으로 맞받아쳤다. 거기에는 노인이 평생 쌓아온 내공이 팔 성이나 담겨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커헉!”
“흡!”
적운휘는 뒤로 튕겨져서 삼 장이나 날아갔다. 그리고 땅에 제대로 착지를 하지 못해 몇 번이나 굴렀다. 그에 비해 노인은 서너 발자국만 뒤로 밀렸을 뿐이다.
그러나 얼굴은 굉장히 창백했다. 금안뇌정신공의 뇌기가 그의 속을 헤집어놓았기 때문이다.
금안뇌정신공의 뇌기는 상대의 내공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뚫고 들어간다. 그래서 노인은 적운휘가 전력을 다한 뇌기를 모두 받아내야 했다. 그리고 적운휘는 노인의 팔 성에 달하는 내공을 그대로 받아냈다.
“끄윽…….”
간신히 몸을 일으키던 적운휘는 쿨럭거리면서 피를 한 움큼이나 토해냈다. 정신이 어질어질하고 눈이 흐릿했다. 속에서는 자꾸 뭔가가 꾸역꾸역 넘어왔다.
“운휘야!”
누군가가 부르는 목소리에 적운휘는 그쪽을 봤다. 그러자 뿌연 시야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뛰어오고 있는 나연란의 모습이 보였다.
“란……누이…….”
“운휘야! 적운휘! 정신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