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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19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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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월진천 19화

18화. 신위

 

 

 

 

소청의 창, 패월에서 살기 어린 기운이 뿜어졌다.

그 속도를 따라잡기도 힘들 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창대에 당가의 최정예라 불리던 녹의단 무인들은 제대로 검을 펼치기도 전에 튕겨 나갔다.

“망할! 대공자와의 비무 때보다 더욱 강해지다니! 뭣들 하느냐! 상대는 하나다! 추혼연환진을 펼쳐라!”

소청의 무공에 놀란 당호가 기겁해 외쳤다.

녹의단 무인 수십이 소청을 포위하며 휘돌듯 움직이자 소청의 기세가 순식간에 수그러들었다.

“됐다! 이대로 놈을 꿇려라!”

진식에 막혀 잠시 주춤한 소청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온 힘을 용천으로 뿜으며 진각을 밟았다.

꾸웅!

무겁게 내리밟은 기운에 발이 청석에 한 뼘이 넘도록 박혀 들었다.

우우우웅!

거대한 떨림이 일어나고 진각을 중심으로 연무장의 청석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더니 폭발했다.

콰과과광!

폭뢰라도 던져진 듯 연무장에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졌고 진을 구성하던 녹의단 무인들이 폭발에 휩쓸려 사방으로 튕겨 나왔다.

“이, 이런! 강제로?”

놀란 당호가 주춤하는 사이 소청이 지옥의 야차처럼 다가왔다.

“망할!”

차가운 느낌이 목에 닿았다.

스걱!

눈을 감지도 못한 당호의 목이 허공을 날아 바닥을 뒹굴었다.

땡땡땡!

비상종이 울려 퍼졌다.

내성을 지키는 주요 무인들은 물론이고 외성의 이들까지 창검으로 무장하고 몰려들었다.

“이게 무슨!”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피 칠갑을 하고서도 당가 최강이라 불리는 녹의단을 여름날 파리 쫓듯이 쓸어버리는 모습에 무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막아라! 당장 막으란 말이야!”

당구독이 실성한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대었다.

수많은 무인들이 서둘러 소청을 향해 몸을 날렸다.

겹겹이 몰려드는 무인들에 뒤로 밀리는가 싶던 소청이 곧게 뻗어진 검면을 밟고 솟구쳐 올랐다.

당가의 무인들이 고개를 드는 순간 높게 세워진 소청의 창극에 거대한 공 모양의 기운이 만들어졌다.

“피, 피해라!”

내려치는 창대에서 거대한 기운이 쏟아졌다.

콰콰콰콰!

단 한 번의 내려침으로 수십의 무인들이 압살당해 버렸다.

“이, 이런…….”

소청은 아무리 막고 공격해도 지치지도 않는지 곧장 당구독을 향해 달렸다.

“멈춰라, 이놈!”

뒤늦게 달려온 만독전주 당욱이 웅혼한 외침과 함께 주먹을 뻗었다.

수십 개의 권영이 생겨나 소청의 전신을 노렸다.

전신을 압박해 오는 기세에 소청이 코끝을 찡그리며 마주 주먹을 뻗었다.

콰앙!

두 개의 주먹이 부딪치고 소청이 반 장이 넘는 되는 거리를 미끄러져 물러났다.

“쿠엑!”

한 손으로 땅을 짚은 소청이 울컥거리며 핏물을 토해 내었다.

분노로 인해 이전 싸움에서 단전의 기운을 모조리 뽑아내고 인당의 기운을 끌어내지 못한 나머지 당욱의 주먹을 받아 내지 못했다.

“가소로운 놈!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기세등등해진 당욱이 당구독의 앞을 막으며 소청을 노려보았다.

소매로 입가를 닦은 소청이 당욱을 노려보며 인당의 기운을 단전으로 보냈다.

휘우우우!

그의 몸에서 또다시 막대한 기운과 투기가 피어올랐다.

“비켜…….”

핏발이 선 눈과 함께 지옥의 유부에서 들려오는 그것처럼 싸늘한 목소리가 당욱에게 닿았다.

“뭣이?”

파악!

흙더미가 솟구쳤고 소청의 모습이 사라졌다.

퍼억!

측면에서 나타난 소청의 주먹이 당욱의 갈비뼈를 박살 내며 복부를 깊이 파고들었다.

눈이 튀어 나올 듯 커진 당욱은 신음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앞으로 꼬꾸라졌다.

뒤이어 달려온 만독전의 무인 십수 명을 때려눕히고 당구독에게 막 닿으려는 찰나.

은신해 있던 당천기의 호조가 할퀴어 왔다.

허리를 뒤로 젖혔지만 의복의 앞부분이 길게 찢어졌다.

소청은 상처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뻗어지는 호조 아래로 몸을 낮췄다가 솟구치며 짧아진 창을 찔렀다.

“커억!”

비명을 내지름과 동시에 소청의 곧게 뻗어 올린 발이 직각으로 내리쳐졌다.

녹혈당의 부당주인 당천기는 제대로 된 초식도 펼쳐 보지 못하고 바닥에 처박혀 정신을 잃었다.

“죽어라! 이놈!”

당천기로 인해 시간을 번 당구독이 퇴보를 밟아 삼양관으로 물러나며 품에서 수백 개의 비침을 날렸다.

절정에 이른 ‘천녀산화’가 펼쳐졌다.

하지만 소청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이 괴물 같은!”

승리를 다짐했던 당구독의 희열은 찰나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흐아압!”

소청이 기합성과 함께 몸을 쭉 펴며 창대를 들자 박혔던 비침이 핏물과 함께 뽑혀 나왔다.

높이 세운 창대를 하늘을 향해 멈췄던 소청이 양팔에 힘줄이 돋아 오르도록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양손으로 잡은 창 ‘패월’이 중단에서 휘둘러졌다.

후웅!

창날이 일으킨 바람이 대지에 부딪혀 양 갈래로 갈라졌다.

쩌저적!

창극이 그어진 호선을 따라 세상이 반으로 갈라졌다.

콰콰콰쾅!

청석으로 만들어진 단이 터져 나가고 당구독이 물러났던 삼양관이 반으로 쪼개졌다.

쿠구구궁.

수백 년 동안 이어지며 그 많은 위기에서도 오롯이 서 있던 삼양관의 반이 무너져 버렸다.

무너진 삼양관에 당구독이 핏발 선 눈으로 온몸의 기운을 끌어모아 쌍장을 내질렀다.

“이노옴!”

당가의 주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사방을 무섭게 짓누르는 내력이 소청을 향해 뻗어 나갔다.

쩌어엉!

당가의 수백 무인을 쓰러뜨린 소청이 창을 던지고 세 번째 혈의 기운을 당겨 당구독의 쌍장에 맞섰다.

둘의 손이 거세게 부딪쳤고 강렬한 기파로 만들어진 폭풍에 부서진 삼양관의 잔해가 사방으로 휩쓸려 나갔다.

“쿠허헉!”

당구독이 소청의 내력을 이기지 못하고 검붉은 피를 뿜어내며 밀려나 부서진 기둥에 부딪혔다.

소청은 피가 뚝뚝 떨어질 듯 붉어진 눈으로 살기를 뿜어 대면서 그의 앞으로 비틀거리며 다가갔다.

막대한 내력을 연속해서 뻗어 낸 때문인지 그의 몸 안도 온전치 못했다.

“어째서…….”

소청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당구독의 모가지를 움켜쥐려는 찰나.

푸욱!

“…….”

시퍼렇게 날이 선 검 하나가 그의 뱃가죽을 뚫고 들어왔다.

퍼억!

누군가의 발길에 얻어맞은 소청이 튕기듯 날아가 땅바닥을 뒹굴었다.

“치, 칠영!”

천추, 천선, 천기, 천권, 옥형, 개양 요광이라 불리는 일곱 명의 무인 당가 칠영.

당 가주의 수신 호위로 그들이 펼치는 합격진은 백대 고수를 가둘 만큼 강력했다.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늦어서 죄송합니다, 가주.”

칠영의 우두머리인 천추좌가 당구독을 부축하며 고개를 숙였다.

“…….”

힘겹게 일어난 소청은 가쁜 숨을 내쉬며 몸에 박힌 검을 뽑아내었다.

뿜어진 핏물이 그의 옷을 붉게 물들였지만 지혈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소청은 지친 눈으로 자신의 앞을 막은 당가 칠영을 바라보았다.

짜증이 몰려왔다.

당구독이 눈앞에 있었는데…….

벗과 같은 수하들을 저리 만든 자가 눈앞에 있는데 자꾸만 막혀서 다가가지 못하는 게 너무나 화가 났다.

“비……켜…….”

여전히 기세를 잃지 않은 모습에 천추좌는 눈을 찡그렸다.

“서 있는 게 고작이거늘…….”

소청은 네 번째 혈의 기운을 단전으로 보냈다.

“거치적…….”

범처럼 매서운 기세가 폭풍처럼 터져 나오자 천추좌의 눈이 찢어 질 듯 커졌다.

“거치적대지 말라고! 이 개새끼들아!”

파악!

손을 뻗어 창대를 당겨 잡은 소청이 사라졌다.

그리고 칠영들은 순간적으로 소청의 움직임을 놓쳐 버렸다.

“칠성진을 펼쳐 가주님을 보호해라!”

당가칠영이 다급하게 움직여 자리를 잡기도 전에.

치이이익!

너무도 빠른 속도에 신발이 타는 냄새와 연기가 ‘확’ 하고 피어올랐다.

“헙!”

소청의 창대가 요광성의 측면에서 휘둘러져 왔다.

빠아악!

칼을 들어 막았지만 부질없었다.

칼이 엿가락처럼 휘었고 요광좌가 튕겨 나갔다.

칠영이 다급히 검을 내질렀다.

요광좌를 공격함과 동시에 결과도 확인하지 않은 소청의 모습이 또다시 사라졌다.

이번에는 옥형성좌의 좌측이었다.

악귀처럼 잔인하게 변한 소청의 얼굴을 발견하는 순간.

“끄으윽!”

뇌전같이 찔러 넣은 창대의 뒷부분에 등이 솟구치도록 강한 타격을 입은 옥형성좌가 튕겨 나갔다.

“저런! 개양좌가!”

칠성의 꼬리가 잘려 버리자 천추좌가 다급히 개양좌를 향해 몸을 날렸다.

높이 들어 올렸던 창극에 거대한 기운의 공이 만들어졌다가 일거에 내리쳐졌다.

쩌어어엉!

개양성을 담당하던 무인은 칠영 중에도 가장 무공이 낮았다.

그렇기에 온 힘이 담긴 소청의 일격을 알고도 막지 못했다.

파악!

정신을 잃은 그의 멱살을 잡고 사라진 소청의 잔상을 검격이 꿰뚫었다.

“허억…… 허억…….”

소청이 잠시 물러나 가쁜 숨을 몰아 내쉬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여덟 곳의 기운을 모조리 끌어다 사용했고 흘린 피가 적지 않았다.

과하게 사용한 기운에 팔다리가 후들거렸다.

하지만 당구독을 보는 순간 또다시 분노가 치밀었다.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내력이 무한하지는 않을 터! 놈, 지쳤구나!”

천기성좌가 뻗어낸 검격이 가까워오자 소청은 들고 있던 개양성좌를 내밀었다.

“헛!”

놀라 검격을 비틀어 물리는 순간 그의 오른쪽 어깨를 창날이 꿰뚫었다.

“크윽!”

일그러진 천기좌의 얼굴에 소청의 주먹이 틀어박혔다.

콰앙!

한 방에 쓰러진 천기좌의 등을 밟은 소청은 팔을 잡고 역으로 꺾어 버렸다.

팔꿈치 뼈가 살갗을 찢고 튀어나왔다.

“끄아아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소청의 잔인한 모습에 천주좌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파악!

소청은 마지막 남은 회음의 기운을 단전으로 돌렸다.

피가 멈추고 지쳐 가던 몸에 다시금 힘이 돌자 광기에 물든 야수처럼 당가 칠영을 덮쳤다.

“아, 암기를 뿌려라!”

다급해진 천추좌가 진식을 풀고 훌쩍 물러나자 칠영들이 검을 버리고 품속에서 비침을 뿌렸다.

막지도 않고 비침에 몸을 허용한 소청은 그대로 눈앞에 있는 천권좌와 천선좌의 어깨를 잡아 뜯었다.

우드득!

“끄아아악!”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공격에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노옴!”

동료가 또 당하자 물러났던 천추좌가 노성을 토하며 검을 직선으로 찔러 넣었다.

순간 흘린 피가 많았던지 현기증에 비틀거리던 소청의 배가 꿰뚫렸다.

“됐…….”

소청은 손이 검을 잡은 천추좌의 팔을 움켜쥐었다.

조소처럼 싸늘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그의 팔을 잡아 비틀어 버렸다.

“끄아아악!”

비명이 날카롭게 울려 퍼졌고 비틀린 팔에서 여지없이 허연 뼈가 튀어나오며 피 분수를 뿜었다.

으드득!

“끄아악!”

소청은 천추좌의 팔을 뜯어 버렸다.

뼈와 살이 통째로 뽑혀 나가는 고통은 어떠한 무공을 익힌다 해도 막을 수가 없었다.

“끄르르륵…….”

천추좌는 결국 거품을 물며 정신을 잃어버렸다.

당구독의 눈에는 소청이 상처를 입은 범처럼 포악해 보였다.

쓰러질 듯하면서도 다가오는 그의 눈에서 스산하게 흘러나오는 살기에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뒷걸음질 쳤다.

피를 철철 흘리며 비틀대던 소청이 창을 뻗었다.

“크으윽!”

누가 막을 새도 없었고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당구독의 어깨가 꿰뚫렸다.

“으아아압!”

그대로 밀어 버린 창대가 당구독과 함께 기둥에 박혔다.

그리고.

산악과도 같은 기세를 품은 주먹이 당구독의 복부를 거칠게 파고들었다.

콰앙!

콰앙!

연거푸 내지른 주먹에 기둥의 뒷부분이 터져 나갔다.

당구독은 생전 처음으로 느껴 보는 지독한 고통에 구토를 하고 말았다.

소청은 당구독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이윽고 치가 떨리도록 잔인한 목소리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 당구독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아직이야.”

“…….”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온몸을 옥죄어 오는 소청의 진득한 기운에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이, 이노…….”

뒤늦게 달려온 당가의 무인들이 고개를 돌린 소청의 원독에 찬 눈빛에 헛바람을 삼키며 멈춰 버렸다.

“계속 덤벼도 좋아. 아직 멀었거든……. 네놈들은 알아야 해. 그동안 네놈들이 거들먹거리며 얼마나 많은 사람을 괴롭혀 왔는지. 그리고…….”

털썩.

창대를 뽑아낸 소청이 당구독을 모두가 보는 앞에 던졌다.

사천을 호령하던 당가의 지배자가 처참한 몰골로 토사를 하며 꿈틀거렸다.

“느껴 봐. 저들에게 준 고통만큼…….”

소청이 천천히 당구독에게 다가가는 동안 그 누구도 입을 떼지 못했다.

퍼억!

올려졌던 창대가 당구독의 등을 때렸다.

피 떡이 되어 정신을 잃을 때까지 창대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턱.

그때 모자겸, 네 곳의 가문과 함께 흑린을 공격해 무너뜨리고 당가를 향해 달려왔던 진가신이 소청의 팔을 잡았다.

“…….”

“그만하면 되었다. 그만하면…….”

핏발이 선 눈으로 아비를 노려보던 소청은 힘없이 창대를 내렸다.

“아버지…… 아이들이……. 아이들이…….”

소청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고 진가신은 그런 아들을 가슴에 안았다.

잠시 후 진정이 된 소청은 진가신의 품을 떠나 진무 월창의 무인들에게 다가갔다.

“가자.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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