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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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7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54화
혈하-第 154 章 젊은 고수들
쏴아-!
천살마조는 열 손가락을 모두 갈고리처럼 구부렸다.
무서운 조공의 경기가 쏟아지며 용사린의 목을 조여 왔다.
용사린은 그를 완전히 무시한 듯 조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천살마조는 대노했다.
“건방진 놈……”
그의 쌍조가 용사린의 목과 머리통을 잡아챘다.
곧 뇌수가 터지고 피가 솟구칠 것 같았다.
한편,
또 다른 사해맹 고수 철둔괴(鐵鈍傀)는 영호윤을 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풍기는 기세를 보아 무당파 선기(仙氣) 같은데. 무당파도 이젠 다 되었군. 손속들이 이렇게 매서워서야 이게 흑도지 무슨 정도냐?”
“정파라고 해도 상대가 악한이라면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는다. 악인 하나를 죽여 선한 사람 백을 구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죽여주마!‘
“그래? 의기가 당당하다만……어쩌지, 오늘 이 자리가 네놈 무덤이 될 것이다.”
“그건 끝을 봐야 알지!”
쌔애액-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영호윤의 검이 춤을 추었다.
무당의 태극혜검이다.
“죽어!”
철둔괴의 손에는 그의 독문무기인 철망치가 들려 있었다.
윙-
철망치가 허공을 가르는 둔탁한 소리.
그와 동시 철둔괴 옆에 있던 네 명이 영호윤을 향해 몸을 날리며 속으로 계산했다.
‘검세가 예리하지만 그래봤자 애송이다. 검 측면으로 쳐내고, 그 사이 빈틈으로 파고들어 철망치로 머리를 부순다.’
탕!
철망치와 영호윤의 검이 격돌했다.
그 순간 철둔괴는 자신의 계산이 틀어졌음을 느꼈다.
철망치가 영호윤의 검을 쳐내려 할 때 그가 검을 움직여 충격 지점을 바꾼 탓이다.
뿐만 아니다.
영호윤의 검이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휘어지더니 한 바퀴를 빙글 돌았다.
타아아앙!
검을 세로로 돌리며 반탄력을 이용해 철망치를 쳤다.
철망치는 중병이다.
힘을 중시하는 중병의 특성이 철둔괴의 중심을 무너트렸다.
철둔괴의 목이 날아갔다.
철둔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절명했다.
혈지주(血蜘蛛)가 소리쳤다.
“철둔!”
혈지주는 부르르 치를 떨었다.
“애송이놈, 철둔은 방심해 당했지만 우린 다르다!”
“달라도 마찬가지일 텐데.”
탈탈.
영호윤이 검에 묻은 피를 털었다.
혈지주는 침음을 삼켰다.
“무당의 태극혜검이 강호 일절이라 하지만! 그것도 누가 펼치느냐에 따라 달리지는 법!‘
혈지주는 빠르게 옆을 휘둘러보았다.
대감도를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천면귀(千面鬼).
손잡이가 길고 날이 넓은 반달 모양의 도끼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있는 횡단도부(橫斷屠斧).
그리고 자신까지 셋이다.
‘이러고도 지면 죽어야지!’
혈지주는 내공을 끌어 올렸다.
그 순간 영호윤이 검을 앞으로 찌른 채 제비처럼 몸을 날렸다.
검을 겨누고 달려드는 그녀의 검에는 살기가 줄기줄기 흐르고 있었다.
슈슈슉-
“다들 조심!”
“타핫!”
혈지주 등이 영호윤을 에워싸며 공세를 펼쳤다.
***
난행을 당해 정신이 없는 소녀를 안정시킨 사군보.
그의 가슴은 치미는 분노와 살기로 펄펄 끓고 있었다.
용사린은 천살마조와 드잡이를 벌이고 있다.
영호윤은 세 명의 노인들과 공방을 치루고 있다.
사군보는 한 노인을 목표로 잡았다.
악조(惡鳥).
그를 보자마자 사군보가 한 말이다.
“당신, 여기서 뭐해?”
악조의 눈썹이 꾸물거렸다.
“뭐?”
그 순간이다.
팡-
공간을 압축시키며 사군보가 빠르게 달려들었다.
전격을 두른 주먹이 악조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네놈이 감히 날 기만해!”
옆으로 빠르게 서너 걸음 물러서며 소리치는 악조.
악조가 있던 자리까지 단숨에 달려왔지만 결국 헛손질을 한 채 걸음을 멈춘 사군보는 목을 까닥였다.
“안 통하네?”
상관없다는 양 악조를 느긋하게 주시하는 사군보.
악조의 노기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이놈!”
팡!
노성을 지르는 악조의 권각이 허공을 갈랐다.
악조의 권각에는 시퍼런 강기가 둘러져 있었다.
악조는 처음부터 최선을 다했다.
가능한 빠르게 사군보를 처리하고 동료들을 도울 생각이 앞선 탓이다.
공격일변도!
강하게 몰아치는 권각을 맞아 사군보는 물 흐르듯 유려하게 대처해 갔다.
사군보는 서두르지 않았다.
상대가 조급하게 나온다면 오히려 느긋하게 방어를 하면서 틈을 찾으면 된다.
그리고 기회는 의외로 빨리 왔다.
심장을 노리고 뻗어온 악조의 붕권(崩拳)이 시야에 잡혔다.
순간 사군보의 손이 독수리의 발톱처럼 굽어졌다.
혈나수다.
그의 손이 악조의 손목을 잡더니 그대로 비틀어 버렸다.
우득!
“크윽!”
악조의 몸이 오른쪽으로 비틀렸다.
겨드랑이가 훤히 보일 정도로 열린 옆구리로 사군보의 손이 섬전처럼 뻗었다.
빠지직!
전격을 두른 적령장이다.
“컥!”
사군보의 공격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오른 팔목을 쥐고 있었다.
팔목을 놓자마자 재빠르게 팔꿈치를 꺾었다.
우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하얀 뼈가 드러났다.
사군보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어깨를 잡아 뜯었다.
“크악!”
악조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하얀 눈자위에 빨간 실핏줄이 팍팍 터지는 가운데 악조는 바싹 다가선 사군보의 낭심을 향해 오른발을 차 올렸다.
“비겁하게!”
빈 허공을 차는 소리.
사타구니로 올라오는 예기에 사군보가 뒤로 물러선 것이다.
그 사이 악조는 왼손으로 오른팔의 주요 혈을 눌렀다.
피를 멈추게 하는 혈을 누른 악조가 거친 숨을 토해냈다.
“네, 네놈은 누구냐?”
“사군보.”
“네놈이 탈명혈하라고?”
“그래, 바로 나다.”
악조는 시간을 끌수록 자신이 불리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죽여주마!”
악조는 상체를 수그렸다.
자세도 좁아졌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호랑이가 잔뜩 몸을 낮추듯이.
먹이를 향해 달려 나가기 일보 직전의 긴장이 그에게서 우러나왔다.
사군보는 그 자세에 경각심을 높였다.
상처 입은 맹수는 무섭다.
저 자세에서 지독한 살기가 엿보였다.
자칫 방심하다가는 목덜미가 물어 뜯긴다.
‘놈이 쓸 수 있는 체술은…….’
힐끔 사군보의 시선이 악조의 두 다리로 향했다.
오른팔이 망가진 악조가 그 몸으로 취할 수 있는 공격은 각법 밖에 없었다.
사군보는 악조의 발을 주의했다.
다다다.
잔뜩 상체를 웅크린 악조가 사군보에게 달려들었다.
예상 밖이다.
오른 주먹이 먼저 날아왔다.
이미 망가져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은 주먹이지만 다리만 신경 써 온 사군보에게는 뜻밖의 수였다.
급히 손바닥으로 막았다.
탁!
그 순간 등골을 타고 올라가는 섬뜩함.
“이 팔, 너나 가져라!”
악조의 오른팔이 부풀어 올랐다.
내공으로 자신의 팔을 폭발시키려는 수작.
바싹 다가온 상태에서 강력한 내공을 품은 팔이 폭발한다면 그 뼛조각 하나하나가, 살점 하나가 모조리 흉기다.
사군보는 급히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늦었다.
이미 작정을 한 악조다.
어차피 망가진 팔 하나를 내주고 상대의 목숨을 빼앗는다면 이득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쾅!
악조의 오른팔이 폭발했다.
빠르게 거리를 벌렸지만 사군보의 몸으로 날아드는 파편은 마치 그물을 펼친 것 같았다.
‘지독한!’
설마하니 이런 수를 펼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주저할 겨를이 없었다.
사군보를 묵혈사령신공을 두른 두 손바닥을 땅을 향해 내쏟았다.
꽈드드득.
지면이 일어나고 땅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흙덩이, 흙먼지가 마치 벽을 치듯 사군보 앞에 생성되었다.
퍼퍽! 퍼퍽!
핏덩이와 뼛조각이 흙벽에 부딪치는 가운데, 사군보가 반격을 가했다.
“천붕!”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게 응축되는 내공.
그것은 수없이 작은 구슬이 되었다.
공기를 밀치듯 두 손바닥을 밀어냈다.
탕! 타타타탕-
수 없이 많은 구슬들이 벽을 뚫고 날아갔다.
어느 것은 아직 날아오고 있는 뼛조각과 살점에 부딪치고, 어느 것은 공간을 뚫으며 빠르게 악조에게 쇄도해 갔다.
“이, 이런 빌어먹을!”
악조는 치 떨리는 소리를 냈다.
자신의 공격이 의외였다면, 사군보의 공격 역시 의외.
급히 호신강기를 쳤지만 오른팔을 폭발시키기 위해 내력을 썼기 때문에 내공이 쉽게 모이지 않았다.
평소보다 더 얇은 호신강기.
그 결과는 처참했다.
“크아아아악!”
수십 발의 화살이 관통하듯 악조의 몸이 벌집이 되었다.
휘시시시…….
만신창이가 된 채 수많은 구멍으로부터 줄줄 핏물을 흘려내고 있는 악조.
“끄……끄…….”
악조는 핏물 가득한 눈으로 사군보를 노려보다 고개를 떨구었다.
“아주 벌집을 만들었어, 벌집을!”
혈지주와 마주하고 있는 영호윤의 말이다.
혈지주의 눈에도 벌집이 되어 죽은 악조의 모습이 보였다.
악조뿐만 아니라 함께 영호윤을 공격하던 동료들도 죽었다.
세 사람이 달려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힐끔 옆을 본 혈지주의 얼굴이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둘 뿐인가?’
여섯의 당주 중 천살마조는 용사린과 아직 싸우고 있지만 그 역시 위태로웠다.
‘오래 못 버티겠군.’
참패다.
혈지주는 눈길은 사군보에게 둔 채 물었다.
“저자가 탈명혈하인가?”
“맞다.”
“대단하군.”
“대단하긴 하지!”
핑-
검에 묻은 핏방울을 털어낸 영호윤이 검을 중단의 위치로 세웠다.
“그나저나, 우리 끝내지?”
“끝이라…….”
혈지주는 영호윤의 말에 피식 웃고는 검을 영호윤에게 겨눴다.
“와라!”
“풋.”
영호윤의 입가에 가벼운 웃음이 흘렀다.
영호윤의 몸이 움직였다.
움직였다고 느낀 순간 이미 영호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빠르다.’
저 빠른 경공 신법과 현란한 보법에 죄다 쓰러졌다.
속도에서 진 것이다.
혈지주 역시 그 속도의 뜨거운 맛을 보아야 했다.
픽-
혈지주는 뜨거운 뭔가가 자신의 목을 훑고 지나갔다는 것을 느꼈다.
혈지주는 눈을 부릅떴다.
“쾌(快)…… 천하제일이라 해도…….”
혈지주는 말하지도 못하고 무너졌다.
“으악-”
천살마조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의 목에서 분수 같은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으…… 크윽!”
천살마조는 두 손으로 자신의 목을 움켜쥐며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쿵!
천살마조는 뒤로 넘어갔다.
그제야 그의 손이 목에서 떨어지고 목이 몸에서 분리되어 데굴데굴 굴렀다.
실로 참혹한 죽음이었다.
사해맹의 괴인들은 모두 전신이 차갑게 식을 정도로 놀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당주급 고수들이 세 사람에 의해 꼬꾸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