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48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5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48화
혈하-第 148 章 넉살 좋은 아우
“인제 속 시원히 얘기 좀 해줘봐! 대체 무슨 일이야?”
양사는 무척 화가 났다.
갑작스럽게 신녀방을 떠난 사군보.
그저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말 한 마디만 툭 던지고 가 버렸다.
그런데 더 웃긴 것은 신녀방 사람들이다.
그가 떠나는 게 당연하다는 듯 보냈다.
언제는 다리몽둥이를 부러트려서라도 눌러 앉혀 두고, 신녀방주를 치료하게 만들겠다고 살기까지 풀풀 뿌리던 그녀들이 이젠 신녀방주가 정상이 되었다고 완전 ‘나몰라.’다.
오현경은 그를 바라보았다.
“상공은 태음신맥이 무엇인지 아시죠?”
“알긴 알지.”
“태음신맥은 음기가 충만하여 끝내 죽는 천형이지요. 그것을 고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천연(天緣), 즉 하늘의 기연이랄 수 있는 영물을 통해 고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연(人緣), 사람의 기연인데……방주님과 사 대협은 그 인연으로 맺어진 거지요.”
“그럼 당연히 잡아야지.”
“그게 또 그렇지 않아요.”
“왜?”
“선대의 악연때문이에요.”
“악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 내용은 차마 말씀드릴 수 없어요. 엮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뿐이에요.”
“누구?”
“방주님요.”
“허참! 페관들어갔잖아. 언제 나올 줄 알고. 달리 방법이 없나?”
“없어요.”
그때였다.
“있어!”
차갑고, 딱딱한 음성이다.
그 음성에 양사와 오현경은 고개를 돌려 창을 바라보았다.
언제 나타났는지 소소가 서 있었다.
“누구? 어? 방주랑 닮았네? 아닌가? 안 닮은 것도 같고?”
“소소예요. 방주님 쌍둥이 동생.”
“쌍둥이면 닮아야 하는데 전혀 아니잖아, 머리카락도 하얗고.”
“쌍둥이라고 해서 다 똑같이 생긴 건 아니에요.”
오현경은 픽 웃고는 소소에게 말했다.
“소소, 무슨 방법이 있다는 거지?”
“하늘에 맡겨야지.”
“하늘에 맡겨?”
“응. 언니는 폐관에 들어갔지만 사실 대성한다는 보장이 없어.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폐관을 깨고 나와서 사 공자와 화합을 하는 게 더 나아.”
“그건 알지만 방주는 스스로 길을 가고자 폐관을 택했어.”
“그러니 바보지. 나 같으면 사 공자 다리를 붙잡고 늘어진다. 돌아가신 아빠에게 뭐가 죄송스럽다고……”
“소소! 전대 방주님 애기는 하지 마!”
“알아, 안다고! 그냥 답답해서 그래.”
“어차피 방주는 폐관에 들어갔고 사 대협은 떠났어.”
“다시 잡으면 돼. 사실 그러려고 내가 다 얘기한 거니까.”
“그래도 그건 아니었다.”
“아냐, 언니는 말 못해도 난 할 수 있어.”
“됐다. 내가 무슨 말을 해.”
쌍둥이자매지만 신녀방주와 소소의 성격은 천지차이다.
소소는 자기가 하고 싶으면 뭐든 하고 보는 성격이다.
“나도 갈래.”
“가긴 어딜 간다고?”
“어디긴 따라가는 거지.”
“소소. 그건 안 돼!”
“이미 마음 정했어! 그거 통보하려고 온 거야.”
휙-
소소는 창을 통해 몸을 날렸다.
그녀가 떠나자 오현경이 어느새 창으로 달려가 창틀을 손으로 집으며 상체를 창밖에 내보인 채 소리쳤다.
“소소! 엉뚱한 생각하지 마!”
멀리서 소소의 음성이 들려왔다.
“호호호! 사 공자님은 이곳을 떠났어. 나도 뒤를 따를 테니 나중에 언니가 폐관하고 나오면 그렇게 말해. 부방주, 안녕!”
“소소!”
오현경이 외쳐 불렀지만 더 이상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양사가 창으로 와 오현경의 어깨를 잡으며, 시선은 창밖에 둔 채 말했다.
“설마 무슨 짓을 하려고?”
오현경을 고개를 저었다.
“몰라서 그래요. 소소는 방주님에게 항상 지는 것을 불만으로 갖고 있어요. 한번만이라도 언니를 이기고 싶어 하죠. 어쩌면 그녀는 사 공자님을 유혹해서 언니의 것을 차지하려 할지도, 아니 그럴 거여요. 분명!”
오현경을 고개를 돌려 양사를 보았다.
“어쩌면 좋죠? 사 공자님은 떠나고, 방주님은 폐관에 들었으니 누가 말리죠?”
양사는 조용히, 그러나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친구는 멍청하지 않아.”
“하지만 어느 사내가 열 계집 마다해요?”
양사는 오현경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달라!”
말을 그리 했지만 양사의 속은 달랐다.
‘그래, 소소는 예뻐, 예쁜 계집이 꼬리를 치면 안 넘어갈 사내 없지.’
그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좋겠다. 누구는……’
**
신녀방을 나온 사군보는 자신이 있는 곳이 안휘성 합비 근처임을 알았다.
그는 합비성으로 갔다.
그곳에서 장강 운하를 타고 동정호로 갈 생각이었다.
객잔에 들어 식사를 하고 있을 때다.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왔다.
그는 아직 20세가 되어 보이지 않았다.
18, 19세 정도 된. 이제 갓 소년의 티를 벗은 청년이었다.
얼굴은 대단히 선이 확실하여 준수한 용모였다.
허나 기이하게도 그의 밖으로 드러난 부분의 모든 피부는 흑의와 강한 대조를 이룰 정도로 창백했다.
흑의청년은 왼손에 무엇인가 헝겊으로 말은 기다란 물건을 들고 있었다.
그를 본 순간 사군보는 흠칫했다.
흑의청년의 눈빛은 마치 가을하늘처럼 파랗게 착각이 들 정도로 맑고 담백했다.
사군보가 놀란 것은 그 눈빛 때문이 아니었다.
흑의청년의 자세 때문이었다.
청년은 왼손에 긴 물건을 가볍게 든 채 문 앞에 서 있었다.
그 모습과 자세에서는 그야말로 단 한 치의 헛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청년은 지극히 완벽한 무도의 자세대로 서 있는 것이었다.
더구나 청년이 왼손에 쥐고 있는 긴 물건은 그 완벽한 자세에서 하나의 예각을 차지하고 있었다.
상대가 만약 청년을 공격하자면 틀림없이 그 긴 물체를 주의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필히 목에 구멍이 뚫릴 것이 분명했다.
“……”
사군보는 크게 놀랐다.
‘저 청년의 전신은 그대로 팽팽히 당겨진 활시위와 같구나. 어떤 움직임과 동작도 모두다 무도에 기본을 두고 있다. 또한……’
그는 청년이 쥐고 있는 긴 물체를 바라보았다.
‘저것은 분명히 검이다. 그렇다면 저 청년은 오직 검만을 익혔으며 검을 위해 사는 것이 틀림없다.’
사군보의 생각은 계속 된다.
‘저 청년의 눈은 지극히 고요하고 담백하다. 그것은 필시 무서운 고도의 수련을 통해서만 얻은 최상의 고수들의 눈빛이다.’
사군보는 다시 생각했다.
‘저런 눈빛을 가진 자는 무림에 나온 이래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사군보는 내심 중얼거렸다.
‘대체 저 청년의 정체는 뭐지? 누가 저런 고수를 키웠을까?’
흑의청년은 주점 안을 훑어보다 사군보를 발견했다.
순간,
“……”
그의 고요한 눈에 미묘한 파문이 일어났다.
허나 곧 그는 창백한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사군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제가 같이 앉아도 될까요?”
사군보는 빙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앉으세요.”
흑의청년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사군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자기소개를 했다.
“용사린(龍史隣)이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형씨는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사군보는 의외로 청년이 대범한 것에 놀라며 말했다.
“아, 나는 사군보라고 합니다.”
흑의청년, 즉 용사린은 즉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탈명혈하, 묵혈의 후예라는 당신이……”
용사린은 새삼스러운 듯 사군보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이 살인귀라 소문이 난 탈명혈하라니……뭔가 잘못되었다. 강호소문이란 믿을 바가 못 된다더니……직접 보니 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 아닌가?’
용사린은 강호에 떠도는 한 가지 소문을 머리에 떠올렸다.
천라삼군은 정사양도의 인물들로 백도나 흑도가 아닌 독자적인 길을 걷는 고수들이다.
그런 그들이 군림성을 지지하다 못해 아예 군림성에 가입을 했다.
그와 아울러 강호가 난세다 보니 뚜렷한 적이 없던 고수들이 천라삼군이 군림성에 가입하자 앞 다투어 가입했다고 한다.
어디 그 뿐인가.
수룡왕 이만기!
장강에 수 많은 분타를 둔 수왕채의 방주인 그가 녹림도들의 연맹인 녹련에 가입하지 않고 군림성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종남파의 최고 배분자이자 종남파 수석장로인 적미도장.
그가 군림성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는 목격담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종남파에서는 적미도장을 반도로 공포하고 그를 영원히 종남파에서 추방했다.
흑도와 녹림.
나아가 정사 중간에 있는 고수들까지 끌어들이고도 모자라 백도의 명숙까지 가입시킨 군림성의 위세에 강호는 전율했다.
그렇지만 강호에 알려진 것은 오직 하나다.
탈명혈하 사군보가 성주라는 사실 뿐이다.
용사린은 가슴이 서늘한 것을 느꼈다.
“정말……탈명혈하십니까?”
“……”
사군보는 말없이 술을 마셨다.
그는 용사린이 왜 이렇게 놀라는 지 그 이유를 안다.
그 역시 귀가 뚫려 있어 강호에 무성히 떠도는 소문을 익히 들었다.
한때는 군림성을 찾아가 왜 내가 당신네들의 성주냐고 따질 생각도 갖았었다.
하나 그는 무시해 버렸다.
그 자신이 분명 군림성의 성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무슨 목적을 가졌건 그 자신만 아니면 되지 다른 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용사린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미처 몰라 뵈었습니다.”
사군보가 그를 바라보았다.
“미리 알았다면?”
“예엣?”
용사린은 어안이 벙벙했다.
미리 알았다면?
정말 탈명혈하인줄 알았다면 내가 이 자리에 앉았을까?
난 단지 이 사람의 기도에 끌려 합석을 했을 뿐이지 다른 뜻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가 누구건 무슨 상관이 있는가.
용사린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사군보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형님……아! 제가 나이가 어리니 형님이라 불러도 되죠?”
“……”
사군보는 넉살 좋은 용사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하세요.”
“형님! 하세요가 뭡니까? 그냥 말 놓으세요.”
“그건 내가 차차 알아서 하겠습니다.”
“하~ 보기와는 달리 딱딱하시네.”
용사린은 짓궂은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형님, 소제는 형님이 누구건 관계가 없습니다. 형님의 풍모에 반해 이 자리에 앉았지 이름 따위가 무슨 대수입니까?”
사군보는 빙그레 웃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이 사람은 생김새와 달리 무척 호방하군.’
사군보는 마음이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용사린은 점원을 불러 새로운 술과 안주를 시켰다.
“자, 제가 한잔 올리겠습니다.”
“고맙군요.”
사군보는 단숨에 술을 마셨다.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각기 삼배를 나누었다.
술이 어느 정도 돌자 용사린의 창백한 얼굴에 은은히 화색이 피어올랐다.
그는 약간 흥분한 듯 말했다.
“난 이곳에 들어와 무척 놀랐습니다.”
“왜?”
“하하하, 이곳에 형님 같은 고수가 있을 줄은 정말 놀랐기 때문입니다.”
사군보는 빙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것은 오히려 내가 할 말이다. 어찌 이 내가 자네 같은 영걸과 비교나 되겠는가?”
용사린은 맑은 눈에 묘한 광채를 발산하며 말했다.
“아닙니다. 소제는 안력만큼은 남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합니다. 최소한 무림에서 형님만한 고수는 불과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군보는 그 말에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그런 과찬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나는 그저 평범한 강호인에 불과하네.”
용사린은 반짝이는 눈으로 사군보를 응시했다.
그는 상대가 절대고수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듯 했다.
그는 문득 사군보가 등에 메고 있는 명왕검에 시선을 두었다.
그 명왕검은 취취가 금화보고에서 가져온 것이다.
검수인 용사린은 검에 먼저 관심을 준 것이다.
용사린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