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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45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8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145화

혈하-第 145 章 신녀의 쌍둥이동생

 

아무튼 그래도 사군보와 배가영은 상당히 친숙해졌다.

남녀라는 동물이 원래 붙어있다 보면 가까워지고 또 정이 들게 마련인 모양이었다.

물론 그녀가 정성스럽게 사군보를 보살펴 준 것도 일조를 담당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한데 정말이지 골치 아픈 일이 하나 있었다.

배가영은 하루에 세 번씩이나 옷을 갈아입는다.

하필이면 꼭 사군보가 방안에 있거나 그가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을 때만 갈아입는다.

그러니 보름달 같은 엉덩이며, 탱탱한 젖가슴을 보는 사군보의 입장은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정말이다.

그냥 뒤에서 덮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옷을 벗으면서 이쪽을 살짝 쳐다볼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정도라면 그래도 참을 만하다.

 

-나 예뻐요?

-속상해 죽겠어요. 나 요즘 살찐 것 같지 않아요?

 

후딱 갈아입고 잽싸게 나갈 일이지.

왜 옷을 갈아입으면서 하고 싶은 말이 그리도 많은 것인지.

어쨌든 오늘도 그녀는 우아한 모습으로 사군보의 앞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녀의 나신은 향기를 뿜는 나신이라 할 수 있다.

배가영은 다리를 살짝 들어 분홍빛 속옷을 벗어 내리고 있었다.

사군보는 지극히 못마땅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말을 뱉었다.

“혹시 결벽증이라도 있는 거 아냐?”

“그건 왜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옷을 너무 자주 갈아입어서 그렇지. 옷 자랑하려고 그러는 건 아닐 텐데.”

“신경 쓰지 말아요. 그럼 되잖아요?”

사군보는 대뜸 소리쳤다.

“눈앞에서 엉덩이가 왔다 갔다 하는데 어떻게 신경을 쓰지 말라니? 그리고 부탁이 있어.”

“말해 봐요.”

“옷을 갈아입는 것까지는 좋은데 속옷은 여기에서 갈아입지 말고 밖에 나가서 갈아입었으면 좋겠는데.”

배가영은 어이없는 투로 말했다.

“다른 사람들한테 몸매 자랑할 일 있어요? 밖에서 갈아입게. 그리고 내가 왜 밖에 나가서 갈아입어야 하죠?”

“신경 쓰이게 하니까 그렇지.”

“여기가 내방인데 어디 가서 갈아입으라는 거예요? 웃겨 죽겠어. 정말…….”

“그게 그렇게 되는가. 빌어먹을…… 방주한테 말해가지고 지금 당장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그래야지. 마굿간이라도 좋으니까.”

 

**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사군보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으나 그 옆에 찰싹 달라붙다시피 한 배가영은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방에만 있으면 안 된다면서, 나가서 바람도 쐬자면서 배가영은 사군보를 끌고 나온 채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나오니 좋죠?”

배가영의 물음에 사군보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좋소. 무지무지하게……”

배가영은 샛별같이 반짝이는 눈으로 사군보를 보며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사람은 겪어봐야 알 수 있다는 말이 맞긴 맞는 모양이에요.”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겐가.

“처음에 나는 탈명혈하라 해서 엄청 대단하고 정말 사내 중의 사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사군보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내가 어쨌다고 트집을 잡는 거요?”

“째째하잖아요. 여자가 무슨 기미를 보이면 그냥 모르는 척하고 반응을 보일 것이지 그게 아니잖아요.”

결국 여자가 꼬리를 치면 못이기는 척하고 받아주지 왜 자꾸 꽁무니를 빼느냐?

이런 식의 말이었다.

‘째째하다고? 남의 속 모르면 입이나 닥치고 있을 것이지.’

이제 사군보는 여자가 무서웠다.

걸리는 여자마다 무지무지한 색골들이니 어찌 여자가 무섭지 않겠는가.

배가영은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주위를 쓸어보며 아름다운 눈빛으로 사군보를 바라보았다.

“한가하죠?”

주위의 전경은 너무나 조용했으며, 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강간이 일어나도 모를 정도로 조용하죠?”

배가영은 돌연 사군보의 팔짱을 끼며 얼굴을 자연스럽게 그의 가슴에 묻었다.

“이곳엔…… 우리 둘 뿐이에요.”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대체 무엇인가.

배가영은 팔을 낀 채 더욱 바싹 몸을 기대어 왔다.

그러면서 빤히 올려다보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지극히 도발적인 것이었다.

뭉클……

팔을 통해 전해오는 이 기묘한 감촉은 사람의 말초신경을 극도로 자극하는 것이었다.

사군보는 쓴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

‘정말 골치 아프군. 한 번 응해주던가 해야지. 그렇지 않았다가는 응해줄 때까지 귀찮게 굴게 생겼어.’

생각을 굳히는 순간 사군보가 지극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가영.”

배가영의 탄력 있는 몸이 흠칫 떨렸다.

“방금 가영이라고 하셨나요?”

“왜 싫어?”

“아, 아니에요. 좋아요. 너무너무…….”

배가영은 감격하다 못해 아예 황홀하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더욱 적극적으로 몸을 기대왔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친구야! 나 양사다

 

느닷없이 사군보의 귀를 통해 모기소리보다 작은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전음이었다.

그리고 그 전음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태양반 양사다.

 

-친구야, 부럽다, 정말…… 미녀하고 단둘이서 그런 아늑한 곳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웃음기가 실린 전음은 계속 들려왔다.

 

-친구야. 지금 내가 누구하고 같이 있는지 아나? 바로 부방주인 오현경하고 침상에 나란히 누워 있는 중이다.

 

사군보는 흠칫했다.

‘맙소사! 그렇다면 양사가 오현경을 낚아 올렸단 말인가?’

정말이다 양사가 계속해서 신녀방에 눌러 앉아 있다가는 이곳의 처녀란 처녀는 아예 씨가 마를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놀라운 일이었다.

그 먼 곳에서 이곳까지 전음을 보낼 수가 있다니.

천리전음술을 펼치면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어떻게 사군보가 배가영과 함께 있는 것을 그가 아는 것일까?

천리신안술(千里神眼術)로 보나?

한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헉! 현경, 거긴…… 으음……

 

느닷없이 전음 대신에 양사의 신음이 들려오는 게 아닌가.

‘오잉? 이건 또 뭔 소리?’

사군보가 의아해 할 때 잠시 후 양사의 전음이 다시 들렸다.

 

-미안하다. 현경이가 갑자기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더니 거시기를 음……좌우지간 그랬다.

 

사군보는 뜨악했다.

안 봐도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전음이 이어졌다.

 

-친구야, 내가 왜 전음을 보내는지 아나? 현경이가 그러는 데 신녀방주가 폐관에 들어갔다 한다. 아마도 섬라옥수를 극성까지 익히려고 하는 것 같다 하는데 친구는 그 소식 아직 못 들었지?

 

‘신녀방주가 폐관을!’

다소 놀라긴 했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놀랄 일이 아니다.

신녀방 방주가 섬라옥수공을 극성까지 익히지 못한다면 신녀방주로서 자격이 없다 할 수 있다.

‘나와 관계를 맺은 이후 그녀의 모든 병증을 깨끗이 사라졌다. 내 묵혈사령신공이 그녀의 몸을 탈태환골을 시켜주었다. 섬라옥수공을 익히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음을 깨달은 그녀는 폐관에 들어간 것이다.’

양사의 전음이 이어진다.

 

-근데 말이다. 신녀방주에게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말 들어 봤냐?

 

‘쌍둥이 동생?’

사군보는 금시초문이었다.

 

-그 쌍둥이 동생이 아주 불여우라 하더라. 욕심이 많고, 재능도 뛰어나 신녀방주보다 더 탁월한 재녀지만 동생이란 이유 하나로 방주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 하더군. 만약 친구가 신녀방주를 끝내 치료하지 못했다면, 그래서 신녀방주가 나이 20세가 넘도록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면 그 동생이 방주 자리를 앉게 되어 있었다더라.

 

‘그랬었군,’

사군보는 문득 의선당의 종통이나, 신녀방의 종통이나 그 전통은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황제의 자리를 황태자에게 세습하듯 말이다.

 

-친구야, 기억하지? 며칠 전 현경이가 우릴 신녀방주에게 처음 데려갔을 때 눈에 쌍심지를 키고 성난 암호랑이처럼 꼭 신녀방주를 구해야 한다고 방방 뜬 일을 말이야. 그게 다 그 이유 때문이란다. 욕심 많은 동생이 방주가 되면 신녀방의 앞날이 어떻게 변할 줄 몰라 원로와 주요 요직에 있는 사람들은 전전긍긍했다 하더라. 그래서 친구는 신녀방의 은인이란다. 달리 주상(主上)이라 부르겠느냐?

 

‘주상? 후후후……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군.’

 

-그런데 말이다. 친구야, 조심해라.

 

‘뭘?’

 

-그 동생이 친구 널 유혹해 발아래 둔다 하더라. 언니를 구해준 것은 좋지만 그로 인해 자신은 평생 이인자로 있어야 하니 그 분풀이라나 어쨌다나. 그 얘기를 듣고 걱정이 되어서 하는 것이니 여자 조심해라. 여자가 꼬리를 친다 해서 헤벌레 해 아무 여자에게 마구 정 주지 말고.

 

‘지금 누구보고 여자를 조심을 하라는 거지? 헤벌레?’

사군보는 실소했다.

 

-그 동생은 변장의 귀신이란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모습을 바꾼다 하더라. 조심! 또 조심……으헉! 현, 현경……아직 난 준비가……흐으음……

 

무슨 일이 있는지 전음 뒷부분은 숨넘어가는 소리였다.

잠깐 시간이 지난 후 양사의 전음이 이어진다.

그것은 전음이기보다는 염장을 지르는 숨 찬 말소리였다.

 

-친, 친구야, 더 이상 말, 흐윽!……못하겠다……조심……아아……난중에 말하자.

 

더 이상 전음이 들리지 않았다.

보아하니 부방주 오현경도, 태양반 양사도 뜨거운 몸을 더 주체할 수 없어 운우(雲雨)의 맛을 보러 들어간 듯싶었다.

사군보는 실소했다.

“자고로 영웅은 미인을 마다하지 않는 법이라 하지만 양 형은 좀 심하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는데 갑자기 배가영이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뭐가요?”

사군보는 그제야 옆에 배가영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얄미운 여자. 갑자기 내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아 이상한 낌새를 눈치 차렸을 텐 데도 가만히 기다려주다니.’

사군보는 그윽한 시선으로 배가영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붙였다.

“조금 전에 나에게 뭐라 했지?”

“아! 그거요? 째째하다 했어요.”

“째째한 인간이라고?”

사군보가 살며시 턱을 들어 올리자 배가영은 어떤 기대감을 가졌는지 가늘게 몸을 떨었다.

“가영, 당신은 이제 보니 정말 아름답군.”

“피이……거짓말!”

“정말이야. 나는 원래 거짓말하고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야.”

말과 함께 사군보와 팔은 자연스럽게 배가영의 허리를 감쌌다.

배가영 또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사군보의 어깨에 살포시 얼굴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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