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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41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1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141화

혈하-第 141 章 신녀방주

 

오현경이 말했다.

“신녀방에서 양 대협에게 혈첩을 보낸 것은 한 가지 부탁을 드리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뜻밖에도 탈명혈하께서도 본 방에 오시게 되어 무한한 영광이어요.”

사군보는 실내를 둘러보며 느릿하게 말했다.

“부탁이라……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들어온 이 별각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도 모르겠구려.”

오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역시 예리한 판단이군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혹시 미염부인을 기억하시나요?”

“미염부인!”

어찌 잊을 수 있으랴.

“그녀는 지금 어디 있나요? 내가 워낙 바쁘고 경황이 없다보니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군요.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은데.”

“미염부인은 지금 소주 지부에 나가 있어요.”

“아! 그렇군요. 대신 사과한다고 말 좀 전해주시겠습니까?”

“아니오. 그럴 필요 없어요. 이미 미염부인은 자기 할 몫을 다했으니까요.”

“네?”

“사실 여기 이 자리에 온 양 대협과 마찬가지로 미염부인은 탈명혈하 사 대협을 본 방으로 초빙하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오셨으니 그 임무를 다한 거지요.”

“일이 그렇게 된 거군요. 허면……날 이리로 초빙하고자 했던 이유 역시 양 형과 같은 이유 때문이겠군요.”

“맞아요. 두 분 외에도 몇몇 분을 은밀하게 초빙했지만 아쉽게도 다른 분들은 자격이 맞지 않아서……”

“자격?”

“자세한 것은 추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오현경은 좌측의 벽으로 시선을 돌리며 그곳을 향해 가볍게 손뼉을 두 번 쳤다.

짝! 짝!

손뼉소리가 울림과 동시.

그그긍.

좌측에 있는 투명한 벽이 서서히 양쪽으로 열렸다.

“앗!”

“읏! 추워!”

사군보와 양사는 두 눈에 경악의 빛을 떠올렸다.

벽 안에는 서리 같이 허연 김이 어려 있었다.

마치 벽을 두고 다른 세상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추운 세상.

또 놀라운 광경이 그 안에 펼쳐져 있었다.

그 안에는 보석처럼 빛나는 세 소녀가 거기 있었다.

한 겹의 서리가 어려 있는 듯한 그녀들의 살결은 흡사 잘 손질된 백옥처럼 윤기가 흘렀다.

그녀들 사이에는 지극히 호화로운 얼음의 침상이 있었다.

그 침상 위에 한 여인이 반듯한 자세로 누워 있었다.

얼음 침상 위에 누워 있는 여인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듯했으며 전신에는 이상한 기류가 어려 있었다.

사군보와 양사는 내심 경악했으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세 소녀들은 얼음 침상의 여인을 보호하고 있는 여인들로서 신녀방의 삼화(三花)라고 불렀다.

오현경은 사군보와 양사를 응시하며 조금 가라앉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얼음 침상 위의 여인이 바로 신녀방의 방주님이에요.”

“방주?”

사군보는 흠칫 했다.

작년 그는 신녀방 방주를 도화방 감옥에서 만났다.

그 당시 그녀는 이지가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녀의 뇌 속에 최면을 걸어 이름과 신분을 잊지 않게끔 해 두었다.

그런데 방주라고?

다르다.

그녀와 얼굴도 몸매도 다르다.

정말 모를 일이었다.

그때 그 감옥 속의 여자가 진짜인지, 아니면 얼음 침상에 누워있는 여자가 진짜인지 두고 볼 일이다.

한편.

태양반 양사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은 채 나름대로의 사념에 잠겨 있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오직 그 자신뿐이었다.

오현경이 말했다.

“방주께서는 전혀 몸을 움직이지 못해요.”

양사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우리더러 어떻게 해달라는 얘기요?”

오현경은 조용히 말을 꺼냈다.

“우선 두 분께서는 방주님께 가까이 가서 그분을 한 번 보도록 하세요.”

“다가가라고?”

양사는 흠칫했다.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쳐다본 뒤에 오현경을 따라 천천히 벽 안으로 들어갔다.

벽 안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심장이 멎을 정도로 오싹한 냉기를 느꼈다.

이곳은 차라리 냉동실이라고 하는 편이 옮았다.

사군보와 양사는 공력을 운용하여 냉기를 몰아내며 신녀방주의 얼굴을 보았다.

“아……!”

사군보와 양사는 동시에 탄성을 발했다.

가까이 신녀방주의 모습을 보니 정녕 전율이 일어나고 눈이 현란할 지경이었다.

두 사람은 느낄 수 있었다.

망사 옷 속에 얼핏 드러난 그녀의 살결이 유리처럼 투명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마치 유리로 만든 여인 같았다.

‘세상에…… 이처럼 신비스럽고 불가사의한 여인이 있었다니.’

솔직한 그들의 심정이다.

삼단처럼 곱게 늘어뜨린 긴 머리.

비록 한 올의 머리카락일망정 그곳에서도 그윽한 향기가 풍기는 듯하였다.

반듯한 이마는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오뚝한 코, 도톰하여 타는 듯 붉은 입술.

달빛 아래 사슴을 연상케 하는 가녀린 목덜미 아래.

믿을 수 없다.

인간이 아름답기로 어찌 이토록 완벽하게 아름다울 수가 있단 말인가.

두 사람은 경탄했다.

신녀방주.

그녀는 아름다움과 신비를 동시에 지닌 불가사의한 여인이었다.

사군보의 눈이 순간적으로 빛을 발했다.

‘혹시 신녀방주가 태음신맥이 아닐까?’

태음신맥.

여자들에게만 나오는 절맥이다.

태음신맥에 걸리면 온몸에 냉기가 차게 된다.

결국 그 냉기로 인해 혈맥이 얼어서 나이 20살이 되기 전에 죽고 만다.

사군보는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공적으로 공기를 차게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신녀방주의 전신에서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며 서며 나오는 냉기.

그것이 방안 공기와 함께 융합해서 기온 자체를 떨어트려 놓았다.

이런 선천적인 냉한지기는 태음신맥을 타고나야만 생성할 수 있다.

사군보는 다시 신녀방주를 살폈다.

‘얼핏 봐도 20세 정도……’

태음신맥은 20세 이전에 요절을 한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살아 있다.

‘만약 태음신맥이 맞는다면 어쩌면 나에게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

혜진은 만년설연실과 천년선학의 타액. 그리고 태음신맥과의 합방을 통하면 체내에 융합되지 않은 내기들을 조화롭게 융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사군보는 의술을 안다.

지금 신녀방주의 몸 상태는 태음신맥에 걸린 여자와 비슷하다.

아니 거의 확신에 가깝다.

다만 불가사의한 것은 그녀의 지금 몸 상태다.

잠들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태도 아니다.

육체의 모든 부분은 정지되어 미동도 않고 있었으나 오직 한 곳, 살아 움직이는 부분이 있었다.

별빛처럼 맑은 유리처럼 투명한 그녀의 눈.

그것은 측량할 수 없이 깊은 수수께끼의 신비를 담고 살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사군보를 보는 순간 그 눈은 경악과 희열, 또한 고통과 번뇌의 빛으로 복잡하게 뒤엉켜 들었다.

왜인가.

그녀가 경악하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다시 희열에 충만해졌다가 급격히 고통스럽게 번민하는 이유는 뭔가?

사실 신녀방주는 사군보를 보는 순간 어떤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마치 운명의 부름 같은 충격이다.

‘그래, 이 사람이야! 이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 움직일 수 없는 나를 움직이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사람이야.’

그녀는 그것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몸을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운우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그가 그것을 받아들이길 거절한다면?’

누운 채, 말도 못한 채, 그저 맑은 눈동자만 빛내면서 신녀방주는 고민했다.

‘그가 날 거절한다면 그때는 어쩌지? 난 일어나 움직이고 싶은데.’

한편.

사군보는 신녀방주를 바라보며 나름대로 생각에 잠겼다.

‘무리를 했군.’

마치 운명을 거부하려고 어떤 모험을 시도했던 것 같은 느낌.

그녀가 반신불수의 몸이 된 것은 일종의 주화입마다.

뭔가.

자기 몸을 상대로 어떤 실험 같은 것을 하다가 결국 이렇게 된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모험을 시도하는 도중 그것이 실패하면서 사특한 기운이 몸을 망쳤다면?

사군보는 오현경에게 시선을 돌렸다.

“태음신맥이군요.”

“어떻게 그걸 한 눈에!”

오현경은 놀란 눈을 했다.

“보아하니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무언가 시도를 하고, 주화입마에 드는 바람에 사지가 마비된 것 같군요. 다만 그 덕에 태음신맥이 지닌 저주에서 벗어나 아직 살아 있을 수 있었고……”

사군보의 눈은 예리했고 또 어김이 없었다.

오현경은 놀란 어조로 입술을 떼었다.

“맞아요. 방주께서는 한 가지 모험을 하시다가 주화입마에 걸리게 되었어요. 그 주화입마를 풀어야 방주는 일어날 수가 있어요.”

사군보의 눈이 빛났다.

‘역시 내 예상이 틀림없었다.’

사군보는 운명의 순리를 따르지 않고 그에 역행하려던 신녀방주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다.

그저 주어진 운명대로 살다 가는 게 대부분 인간의 삶이다.

그 운명을 거스르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과감하게 행하는 자들은 그리 흔치 않다.

만약 그로 인하여 어떤 불상사가 생긴다 하더라도 능히 감당할 용기를 지닌 여자.

행여 목숨을 잃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해도 기거이 주어진 운명에 도전하는 여자.

그런 여자가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다.

사군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방주는 어떤 모험을 하다가 이렇게 되었나요?”

오현경은 그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이 세상에서 방주님의 주화입마를 깨뜨리고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사람 오직 당신뿐이군요.”

엉뚱한 답변이다.

그러나 전혀 엉뚱한 것이 아니었다.

오현경은 예리한 눈길로 사군보를 직시했다.

“사 대협은 방법을 알고 있죠?”

“왜 그렇게 생각하죠?”

“그 누구도 방주님의 상태를 보자마자 태음신맥이란 것을 알아내지 못했어요. 심지어 사 대협은 방주님이 주화입마 상태라는 것도 알아냈어요.”

“그것만으로 내게 방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묵혈사령신공!”

“음!”

오현경의 단호한 어조에 사군보는 침음했다.

오현경은 답을 찾았다는 양 얼굴을 밝게 빛냈다.

“강호에 알려진 묵혈사령신공은 죽음의 기운이란 말이 있어요. 세상에 가장 음하고 습하며 사특한 기운이지만 그 극음은 태음과 일맥상통하지요. 게다가 태음은 대지의 기운 즉, 토양(土陽)의 속성을 지녔어요.”

“묵혈사령신공 역시 토양이고.”

“맞아요. 사 대협이 묵혈사령신공을 익혔다는 정보를 알아낸 미염부인이 사 대협을 초빙하려 한 거지요. 그런데 그게 설마 진짜 방주님에게 도움이 되게 될 줄은.”

“부방주의 총명함에는 내가 졌어요.”

“그렇군요. 정말 치료가 가능하군요!”

기뻐 말하는 오현경의 두 눈에는 다분히 협박적인 면까지 보이고 있었다.

만일 거절할 경우 능히 어떤 댓가도 각오하라는 뜻이 그녀에 역력히 드러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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