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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70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1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70화

69화. 소림대환단

 

 

 

 

“이건?”

“소림의 대환단일세. 자네의 내상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네.”

“…….”

소림의 대환단.

소청은 입을 떡하니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 아무렇게나 남에게 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오로지 소림의 최고수들에게만 대를 이어 보관되어 오는 물건이었다.

영물 중 최고를 꼽으라면 응당 자신이 취했던 짐조의 내단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 낸 영단의 최고봉을 꼽으라면 누구나 ‘소림대환단’을 말했다.

수백 포기의 영초를 으깨고 다져 달이고 달이기를 반복해 약효의 정수만을 모아 만들어지는 소림대환단.

영물의 내단은 단번에 내공을 증진시키는 효능이 있다.

하지만 영단은 앞으로 더욱 큰 내공을 쌓을 수 있도록 틀을 마련해 주는 물건이었다.

소림에서 만들어 내는 소환단은 장문인에 오를 자에게 주어진다.

흔하지 않은 경우지만 더러 선물로 외부인에게 주기도 했다.

하지만 대환단은 달랐다.

연이 닿은 자에게만 주어지는 물건이었다.

그 판단은 오로지 신승에게 달려 있었다.

“이걸 왜 제게…….”

의아했다.

신승이 어째서 자신에게 대환단 같은 소림의 보물을 내어 준단 말인가?

“그저 인연이라 생각하게. 나는 자네에게서 정천의 미래를 보았고, 내가 가진 물건이 정천을 지킬 것이라고 믿네.”

“…….”

불가의 인연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이 너무나 뜬금없었다.

“태존이 그러했듯 나 역시 자네 같은 이가 정천에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네. 자네가 가는 길이 어떠할지 모르나 대환단의 인연이 소림을 지키는 방법이 될 것이라 그리 여겨졌네. 아미타불.”

소청의 손에 옥갑을 쥐여 준 신승이 합장을 하고 소림을 향해 빠르게 떠났다.

소림 대환단을 바라보는 소청의 얼굴에 묘한 감정이 어렸다.

무림 공적.

천하제일 신투.

전생의 삶에서는 무던히도 쫓겨 다녀야 했다.

모두가 욕하고 모두가 잡아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다.

중원 무림을 지켜야겠다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비고를 찾아 신투의 삶에서 이루지 못한 한을 풀고 싶은 마음이 전부였다.

그렇기에 자신 이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진가를 떠나고자 했고,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자 했다.

선후를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며 살아 본 적이 없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생각하고 즉흥적으로 행동했다.

그저 당가를 싫어했기에 싸웠고 당태위가 꼴도 보기 싫었기에 때려눕혔다.

그것이 진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자신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자들이 아닌가?

진가는 그런 자신에게 가족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한 부모의 정을 느꼈고 동생과의 우애를 느꼈다.

진무월창의 무인을 통해서 동료라는 감정을 느꼈고 그들의 죽음에 분노하며 슬퍼했다.

모자겸은 그저 ‘원래 그자의 물건’이었던 삼두홍사의 내단으로 인해 자신을 은공이라 불렀다.

그리고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켜 주었다.

사도련의 영웅이었던 혁련휘는 친구라는 말을 알게 해 주었다.

그는 자신과 얼마 되지 않은 관계에서도 소중한 것을 필사적으로 지켜 주었다.

그 모두가 생각하고 한 행동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전한 뜨거운 애정이 전해져 소청은, 아니 막야는 서서히 바뀌어 갔다.

그저 자신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베푼 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저 과거처럼 마천에 짓밟혀서는 안 된다 생각했다.

그래서 마천은 무너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천이라는 자들에 의해 진가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기에 세작을 잡아 죽이고 폭마와 잔마를 죽였다.

이제 환마를 죽일 차례였다.

그런데 태존과 신승은 자신이 정천의 미래라고 했다.

신승은 대환단까지 내어 주었다.

기분이 너무 묘했다.

하지만 싫은 기분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는 것,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는 것은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저 익숙지 않은 감정에 아닌 척했을 뿐이었다.

‘인연은 개뿔……. 먹어 주마. 먹으라고 준 건데.’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다.

소청은 망설이지 않고 옥갑을 열었다.

청량한 기운이 감돌아 향기만으로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꿀꺽.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아 목으로 넘어가는 대환단에 강렬한 기운이 솟구쳤다.

소청이 지체 없이 팔괘연환공을 운용하자 대환단의 기운이 물 만난 고기처럼 퍼덕거리며 신나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연구되어 온 영단답게 소청의 몸에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았다.

대환단의 기운은 단전의 외벽을 탄탄하게 만들며 조금씩 넓혀 가고 있었다.

원래의 크기보다 넓어진 단전에 흡수되지 못하고 세맥에 잠들었던 짐조의 기운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왔다.

웅…….

묘한 울림과 함께 단전에 내력이 가득히 들어찼다.

차오르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 대환단의 영기가 스스로 움직여 독맥으로 흘렀다.

여덟 혈이 이어지는 작은 길을 거대한 관도로 만들고 그 혈의 크기를 키워 놓았다.

단전을 채우고 남은 짐조의 기운이 대환단의 움직임을 따라 독맥으로 치달았다.

우우웅!

거대한 관에 물이 차듯 소청의 몸에서 웅장한 소리가 울려 나왔다.

단전과 독맥 여덟 혈을 모조리 휘돈 대환단의 기운은 할 일을 마친 것처럼 사라졌다.

단전과 여덟 혈맥에 기운이 고루 나눠 남긴 소청의 몸에서 밝은 빛 무리가 빠져나왔다가 그의 머리 위에서 모여들어 보름달처럼 빛났다.

“후우우…….”

보름달이 아스라이 부서져 들숨을 따라 콧속으로 스며들고 날숨을 따라 몸 안에 쌓였던 탁기가 새어 내왔다.

소청의 운기는 하룻밤이 지나는 동안 이어졌다.

 

환술에서 깨어난 검존과 함께 격전지로 다가왔던 초사는 소청을 발견했었다.

찬란한 금빛이 그의 전신을 감싸고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것이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과정임을 깨달았기에 초사와 비마대는 그의 주위에 진을 형성해 호법을 섰다.

좌정한 채 허공에 뜬 소청의 머리위에 보름달과 같은 기운이 떠올랐다가 흡수되자 금빛은 사라졌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도록 운기가 이어졌다.

“잠잠합니다.”

초사의 말에 검존이 소청을 지그시 바라보다 환희에 찬 표정을 금치 못했다.

“대단한 기운이네. 조금만 기다려 보세. 곧 깨어날 참인 듯하니.”

그리고.

운기를 마친 소청의 눈이 천천히 뜨였다.

순간 백광이 폭발하듯이 쏟아져 나왔다가 서서히 사라졌다.

그의 눈은 심연처럼 깊어졌고 몸에선 아무런 기세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무공 자체를 익히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

“패월!”

초사의 부름이 있었지만 소청은 답을 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신기한 듯이 쳐다보았다.

단전은 더욱 넓고 탄탄해져 있었고 여덟 독맥을 지나는 통로가 더없이 질기고 넓어졌다.

그리고 그 안을 가득 채운 기운이 대해처럼 넘실거렸다.

소청은 문득 자신의 주먹을 움켜쥐어 보았다.

주먹 안에 무언가 가득히 들어찬 감각에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초사.”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강렬한 힘이 느껴졌다.

딱히 기운을 일으킨 것도 아닌데 전보다 더욱 대하기가 어려웠다.

“예, 패월.”

“얼마나 지났지?”

“운기를 시작하신 지 하루 반이 지났습니다.”

“그렇게나…….”

생각보다 긴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짐조의 내단을 취했을 때보다는 현저히 짧은 시간이었다.

“혹, 제갈휘문에게 온 연락은 없었나?”

“아직입니다.”

“그렇군.”

소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반, 남궁에 도착한 시간까지 합하면 사흘.

지금쯤이면 북진한 세력이 화산과 만났을 것이고 소림과 무당이 움직였을 것이다.

“신승이 대환단을 주고 간 모양이군.”

“예.”

“잘되었네. 그래 어떠한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흐흠…….”

고개를 내젓는 그를 보는 검존은 막연히 그의 경지를 추측했다.

또다시 끓어오른 마기로 인해 자신의 내공을 묶어 두었으니 소청의 내공을 가늠할 길은 없었다.

하지만 기세가 안으로 갈무리되고 안광마저 사라졌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필경 ‘반박귀진’에 접어들어 오존 혹은 그 이상의 경지에 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존께서는 화산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자네는?”

“일단 태존 어른을 따라 방유현을 쫓겠습니다.”

“알겠네. 지금의 나로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터이니.”

검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초사.”

“예.”

“제갈휘문에게 연락을 보내라. 방유현을 잡고 나면 정천맹에서 기다리겠다고.”

“모시겠습니다.”

초사의 대답에 소청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따라오지 마. 거치적거려…….”

“…….”

“그럼 정천맹에서 만나도록 하지.”

파앙!

말을 마침과 동시에 지면을 박찬 소청의 신형이 순식간에 산을 뛰어넘고 사라졌다.

이전보다 훨씬 빨라진 그의 속도에 초사는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애초에 따라가지도 못했겠네.”

거치적거릴 것이라는 그의 말이 대번에 이해되었다.

 

* * *

 

“허억, 허억…….”

태존의 추격을 피해 몸을 돌볼 새도 없이 도망치던 방유현, 아니 환마는 무한 인근에 도착했다.

역천의 진언으로 모은 내력이 서서히 고갈되어 가고 있었다.

눈에 어린 마기가 사라지고 검게 변했던 살갗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다행히 강을 만나 물길을 타고 도주했기에 목전까지 따라왔던 태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겨우 한숨 돌리게 된 그는 복부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검존을 이용하기 위해 허용했던 검상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흘렀다.

점혈을 하고 내력으로 상처를 봉(封)했음에도 검존의 검에 담겨 있던 자하의 기운으로 인해 피는 멈추지 않았다.

또한 신승에게 허용한 금강장의 흔적이 항마의 힘을 발휘해 마기를 흩어 놓고 있었다.

‘소림과 무당, 화산이 나선 이상 종남과 오대 무가의 세력은 점차 와해될 것이다. 어차피 돌이킬 수 없다. 곤륜과 해남을 합류시켜 피해를 가중시키고 마천으로 돌아간다. 일단은 몸을 빼서 후일을 도모하는 수밖에…….’

방유현은 상처를 치유하고 내력을 회복하기 위해 산자락의 으슥한 곳을 찾아 거대한 진법을 만들었다.

마천 십이세의 주인들은 모두가 한 가지 기예에 특출 난 능력을 가진 자들이었다.

방유현으로 위장한 그의 본래의 이름은 송천백.

그는 환영곡이라는 단체의 수장이자 환마로 불렸다.

그가 가진 무공도 뛰어났지만 환술과 진법에 있어서는 최고라 자부했다.

과거 마천 비고를 만들 당시 마천주의 명령으로 만상귀혼진을 만들었던 곳은 전전대의 환마와 환영곡이었다.

마천주를 죽이고 마천을 하나로 모은 마종이 마천의 본거지를 옮기라 했을 때, 폭마가 기존의 마천을 날려 버렸고 환마가 십이방회무진을 펼쳐 놓았다.

마종의 명령으로 정천맹에 숨어든 그는 제갈휘문을 이용해 정천에 수많은 세작을 심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 왔다.

그리고 진소청이 나타났다.

그로 인해 정천에서 마천의 움직임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남궁천세를 향해 의심이 집중되는 사이 방유현은 제갈휘문의 꼬리를 잡는 데 주력했다.

폭마와 잔마가 드러나고 마천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순간 드디어 제갈휘문이 몰래 숨겨 둔 세력을 찾을 수가 있었다.

회유하지 못한 구파의 저력, 삼존의 존재도 걱정이었지만 제갈휘문이 숨기고 있는 세력을 확인하지 못했기에 지난 십 년간 쉬이 움직일 수 없었다.

드디어 꼬리를 잡았고 제갈휘문을 몰아붙일 수 있었다.

그런데 모든 게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제갈휘문이 무너졌고 그를 시작으로 정천에 분열을 만들었다.

그런데 망할 진소청이라는 놈이 모든 것을 어그러지게 만들었다.

‘이 개자식이……. 내 어떻게든 네놈만은…….’

절로 이가 갈렸다.

그 순간.

지잉-.

내력을 회복하고 있던 송천백은 자신과 정신이 연결된 기환진이 보내는 경고를 느꼈다.

‘후후, 과연 태존인가? 벌써 이곳을 찾았단 말이지. 하나 네놈은 진을 쉽게 뚫지 못할 것이다. 네놈이 이곳까지 올 때쯤에 나는…….’

그런데.

지잉-.

방유현의 미간이 잔뜩 찡그려졌다.

접근한 자는 순식간에 진을 모조리 뚫고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진법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듯이…….

‘이, 이럴 수가. 너무 빠르다.’

내력을 회복하려던 방유현은 결국 운기를 멈추고 도망칠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힘으로는 태존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천백, 오랜만에 보는군.”

진을 뚫고 온 자가 방유현에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다,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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