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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67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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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월진천 67화

66화. 몰아붙이다

 

 

 

 

남궁진수를 비롯해 살아남은 남궁가의 인물들을 모조리 후원에 구금해 놓은 소청은 자신이 무너뜨린 남궁가의 풍경을 바라보며 밖으로 나갔다.

주 전력이 빠져 버린 남궁가는 그리 강한 상대가 아니었다.

고작해야 백대 고수의 끝자락도 잡지 못한 남궁천린이 최고수였고, 무인은 일백밖에 되지 않았다.

가솔들에게 무슨 죄가 있을까?

금성희와 대화를 해 보았을 때 그녀는 폭멸마동을 위해 유괴된 아이들에 대한 내용 자체를 모르는 눈치였다.

남보다 조금 더 높은 신분으로 아랫사람을 괴롭혀 온 것을 죄라 하며 단죄한다면 몰라도, 적어도 마천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소청은 천천히 부서진 정문 밖으로 나갔다.

남궁천세.

그리고 마천에 동조한 자들.

남궁천세가 마천임이 밝혀지면 그들 중에 변절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경계는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남궁천세가 출발했다면 천망팔진을 구성했던 무인들이 그 뒤를 따라올 것이다.

자신은 제갈휘문이 도착할 때까지 남궁천세를 최대한 몰아붙이기만 하면 된다.

그가 분노하고 이성을 잃어 마천임을 스스로 보이도록…….

 

얼마나 기다렸을까.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지겨워질 때쯤 멀리서 장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우우우!

마치 호랑이가 제 영역을 알리듯이 커져 가던 울음이 끊어졌을 때.

남궁천세가 살기 어린 모습으로 부서진 정문 앞에 선 소청을 보며 내려섰다.

그의 눈에 들어온 남궁세가의 모습은 처참했다.

오랫동안 남궁의 위용을 자랑했던 정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뒤로 무너진 대전각이 보였다.

바로 앞에 남궁가를 두고도 그 안의 내용이 어찌 되었는지 알 길이 없어 더욱 조바심이 느껴졌다.

“늦었군.”

담담하게 말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소청의 말에 남궁천세의 눈에 핏발이 돋아 올랐다.

스르릉.

남궁천세는 고검을 천천히 뽑아 들어 지면으로 뻗었다.

파사삭.

검에서 일어난 기운이 지면을 파헤쳤다.

“남궁가에 있던 이들은 어찌 되었나?”

피어나는 분노와 함께 걸음을 내딛는 그의 서늘한 간격이 점점 더 넓어졌다.

“큭큭, 웃기는 놈이네. 남들의 목숨은 그리 쉽게 생각하면서 제 식솔들의 목숨은 끔찍하게도 생각하는군.”

소청이 이죽거리며 피풍의를 끌러 내었다.

차라락!

휘말린 피풍의가 창으로 변했고 진득한 투기가 뿜어져 다가오는 남궁천세의 기운을 밀어내었다.

“적어 두지 않았나? 서두르지 않으면 모조리 죽이겠다고. 남궁천린은 건물과 함께 묻었다. 그리고 너의 식솔들은…… 모조리 목을 베었지. 시체라도 확인하려면 나를 넘어야 할 거야.”

소청은 소연무장의 건물에 가둔 그들을 모조리 죽였다고 하며 분노를 부추겼다.

스스스.

남궁천세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죽였다……고?”

“살려 둘 이유가 없지.”

“그들은 죄가 없었다.”

“죄가 없어?”

소청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남궁천세를 비웃었다.

“너는 진가로 감찰단을 보냈을 때 살려 줄 생각이었나? 모조리 마천으로 몰아 죽이려 했겠지. 그런데 뭐? 너의 식솔들은 죄가 없어? 진가, 내 가족들은 죄가 있어서 죽이려 했나? 소강은 죄가 있어서 남궁천위를 시켜 그리 모질게 매질을 했나?”

“…….”

“나도 똑같이 해 준 것뿐이다. 단지 진가는 살았고, 남궁은 죽은 것이지.”

뿌드드득.

남궁천위의 이빨이 모질게 갈렸다.

“감히 사천의 떨거지 주제에……. 죽여 주마. 네놈의 목을 자르고 내 반드시 진가에 개미 새끼 한 마리 남지 않게 해 주마.”

“그래. 나 역시 너를 죽일 생각이야. 너를 죽이고 방유현을 찾아서 목을 딸 거야. 마천과 관계된 모든 것을 부숴 주겠어.”

“광오한 놈. 능력이 되는지 보겠다!”

장검이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원을 만드는 순간 그의 발이 지면을 박찼다.

팡!

지면을 낮게 쓸어 온 그의 검이 사선으로 올려쳐지며 양손으로 틀어막은 창대를 때렸다.

분명 소리가 들렸음인데 소청의 손에 아무런 충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부딪혀 튕겨 나지 않은 검면이 창대를 쓸다 비틀리며 소청의 가슴을 베어 왔다.

차락!

창대로 가는 진기를 풀어 버린 소청은 유연해진 피풍의를 꼬아 검을 묶었다.

남궁천세는 괜히 오존이 아님을 보여 주듯 검을 당기며 빈손을 펴서 뻗었다.

퉁!

피풍의가 풀려 나가자 검이 튕겨지며 묘한 울음을 만들어 내었다.

몸을 뒤로 물려 일 장을 피한 소청이 피풍의를 휘말아 창대로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창대의 끝을 잡으며 찔렀다.

쩌엉!

창대의 끝이 검면을 때렸다.

푸쉬쉬쉬.

밀려난 남궁천세가 자신의 검을 무심하게 응시했다.

소청의 창대에 검이 휘어져 버렸다.

한 호흡이 채 못 되는 순간에 벌어진 짧은 공방을 벌이고 물러난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뭐야? 고작 이 정도야? 오존이라더니…….”

소청의 이죽거림이 속을 긁어 놓자 남궁천세의 눈가가 씰룩거렸다.

우웅.

검에 이전보다 더욱 짙고 강렬한 기운이 맺히자 휘어졌던 검이 곧게 뻗어졌다.

검강.

푸르스름하게 맺힌 기운은 검의 형체마저 감추고 서너 배나 길어졌다.

팟!

남궁천세가 뛰어올랐고 소청이 자세를 낮추며 빠르게 창을 뻗었다.

검강은 순식간에 서른여섯 개의 변화를 만들어 내며 소청의 허리, 가슴, 목을 노렸다.

따다당!

뻗어졌던 창대가 휘돌려지며 선명한 쇳소리를 만들어 내었다.

수직으로 떨어진 남궁천위가 지면을 밟자마자 세 줄기 횡격을 뻗어 내었다.

반월형의 기운이 폭사하듯이 갈고리처럼 뻗어 나오자 소청은 창대를 지지해 허공으로 솟구쳤다.

까강! 깡! 깡!

세 번의 격음과 함께 창대로 강렬한 진동이 타고 올라 소청의 손아귀를 진하게 울렸다.

순간 창대를 힘 있게 움켜쥔 소청이 비틀어 뽑아 올리며 진기를 풀어 버렸다.

취릿!

펼쳐진 피풍의가 날카로운 예기를 머금고 회전하며 남궁천세의 상단을 쓸어 갔다.

허리를 젖힌 남궁천세는 검을 찍어 버텼다가 그 휘어짐을 이용해 소청의 떨어져 내리는 몸을 향해 곧게 검을 뻗어 넣었다.

차라락! 짱!

창으로 변한 피풍의가 검면을 때려 방향을 틀었고 순식간에 서너 합이 교환되었다.

지면에 내려섬과 동시에 곧게 뻗어 낸 창극이 비틀리며 뻗어졌다.

창대를 타고 흐른 경기가 수십 가닥의 회오리를 만들며 남궁천세의 심장을 노렸다.

짜우……!

검을 들어 창극을 막자 회전하던 경기 다발이 뻗어져 감싸 안듯이 휘어져 남궁천세의 등을 노렸다.

“흐아압!”

쩌엉!

등 뒤를 노리는 경기를 무시한 남궁천세가 진각을 밟으며 호신강기를 일으켰다.

꽈과과광!

경기와 호신강기가 부딪히며 소음을 만들었고 진각에 대지가 폭발하듯이 터져 올랐다.

하지만 소청의 창대는 물러나면서도 쉬지 않았다.

연거푸 다섯 번이나 이어진 찌르기가 몰아치는 바람처럼 남궁천세의 옷자락을 모조리 잘라 놓았다.

뿌득. 뿌드득.

이가 부러지듯이 갈렸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이 오존에 오른 자신과 막상막하의 힘을 보인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장에 목을 베어 버리고 싶었지만 자신의 공격을 쥐새끼처럼 피하고 옷자락을 찢어 놓았다.

분노가 더해지고 더해져 이마에 굵은 힘줄이 툭툭 불거져 올랐다.

휘이이이.

그의 몸에서 뻗어 나온 서릿발 같은 기운이 삼 장여의 공간을 갈라놓기 시작했다.

파삭.

가까워진 나무며 풀들이 남궁천세의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조각조각 베여 나갔다.

퍼억, 퍼억!

깊이 밟은 대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뿌드드드드.

소청을 바라보는 남궁천세의 눈에 선 핏발이 짙어져 적광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후웅!

횡으로 그어진 검격에 반월형의 강기가 소청을 향해 날아갔다.

“후우우우…….”

짧게 숨을 내쉰 소청이 태극의 기운을 단전에 모아 일시에 창대에 실었다.

후우웅!

도끼질을 하듯 창대의 끝을 잡고 내려친 일격이 반월형의 강기의 중심을 때렸다.

드드드드. 짜우우우…….

힘겨루기를 하듯이 두 개의 기운이 부딪치며 귀가 아플 정도로 거슬리는 소리를 만들어 내었다.

파악!

태극의 기운을 이기지 못한 강기가 반으로 갈라지며 양쪽으로 튕겨 나갔다.

콰앙! 콰앙!

갈라진 강기가 남궁가의 담벼락을 통째로 터트려 버렸다.

“이노옴!”

남궁천세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개천(開天)!”

수직으로 들어 올린 검에 맺혔던 강기가 모조리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극점에 다다랐던 강기가 수많은 기운으로 나뉘며 쏟아져 내렸다.

마치 유성우처럼 변해 소청을 노리고 날아왔다.

창대를 휘돌려 뒤로 잡은 소청이 히죽거리며 재빠르게 몸을 물렸다.

유성우가 물러나는 소청을 따라 휘어지며 집요하게 쫓았다.

그 순간 소청이 멈칫하는가 싶더니 수십 개의 잔상을 만들었다.

콰콰콰콰.

내리꽂힌 유성의 강기가 잔상에 남은 소청의 기운과 부딪히며 연무장을 모조리 터트려 버렸다.

물러나던 소청의 몸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가 싶더니 사라졌다.

“합!”

어느 순간 남궁천세의 발밑에서 나타난 소청의 손이 태극의 기운을 머금고 뻗어졌다.

우우웅!

갑자기 나타난 소청의 모습에 당황하며 물러난 남궁천세가 손안에 기운을 모아 부딪쳐 갔다.

쩌어어엉!

거대한 기운의 부딪힘에 너울처럼 퍼져 나간 충격파가 사방을 집어삼켰다.

“쿨럭!”

튕겨 나가 버린 남궁천세가 한쪽 무릎을 꿇고 시커먼 피를 토해 내었다.

소청은 멈추지 않았다.

무릎을 꿇은 남궁천세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 순간!

사방에서 검기가 쏟아졌다.

남궁천세의 코앞까지 다가갔던 소청이 창대를 바닥에 꽂아 멈추며 재빨리 물러났다.

파파파파팍!

검기 다발이 소청이 있던 자리를 훓으며 뒤쫓았다.

우우웅!

물러나던 소청이 창을 던지고 양손에 기운을 모아 부딪쳤다.

꽈아아앙!

충격파가 너울처럼 퍼져 나가며 뒤쫓은 검기를 모조리 부숴 버렸다.

‘젠장, 저쪽이 더 빨랐군.’

소청의 눈이 찡그려졌다.

천망팔진을 구성했던 남궁가의 무인들이 남궁천세의 뒤를 쫓아 돌아왔다.

“창궁검진을 펼쳐라! 마천의 주구이자 대남궁에 덤벼 온 악적을 처단한다!”

남궁천휴의 명령에 창궁검수들이 소청을 둘러쌌다.

소청의 시선이 자신을 포위한 창천검수들을 훑었다.

‘이러면 곤란한데……. 남은 태극은 두 번뿐. 제갈휘문이 올 때까지는 버텨야 하는데…….’

속이 탔다.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갈휘문이 증인들을 데려오는 속도와 남궁가의 무인들이 도착하는 시간을 잘못 계산했다.

아마도 설득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모양이었다.

“이거 참, 어이가 없네. 오존이라더니 겨우 이 정도야? 수하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였어?”

“…….”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 낸 남궁천세의 눈이 소청을 향했다.

창천검진에 갇혀 있으면서도 창대를 어깨에 올리고 오만하게 서 있는 모습에 미간이 와락 일그러졌다.

남궁가에서 더욱 멀어졌다.

고작 코앞에 있는데 놈만 죽이고 나면 되는데,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잔마를 죽였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무황 위도혁이 나선 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잘못된 판단이었다.

놈은 막 오존의 경지를 넘본 자신보다 훨씬 강했다.

마치 내력이 무한한 것처럼 자신을 그토록 밀어붙이고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호흡이 거칠어지기는커녕 몸에서 피어오른 투기가 자신의 간격마저 밀어내며 압박해 오고 있었다.

“왜? 나를 죽이겠다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로 갔지?”

“…….”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치밀어 오른 화가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네놈…….”

거칠어진 호흡을 헐떡거리는 남궁천세가 소청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그 순간 남궁천세의 뒤로 붉은 연기가 솟구쳤다.

초사가 보낸 신호였다.

‘왔군.’

소청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제갈휘문이 도착했다.

증거를 보여 줄 시간이었다.

제갈휘문의 누명을 벗기고 남궁천세가 마천임을 밝혀야 할 시간이었다.

“고작 이따위 떨거지들을 믿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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