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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106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106화

105화. 독마를 만나다

 

 

 

 

“멈춰라!”

베어 내고 태우며 달리던 소청의 앞으로 십여 개의 강맹한 장력이 날아들었다.

콰아앙!

독기를 가득 머금은 장력과 화기를 머금은 소청의 기운이 허공에서 폭발했다.

대막혈궁의 무인들 뒤로 나타난 자들은 모두가 적의를 입고 있었다.

독혈보를 지탱하고 있는 열 명의 단주였다.

“하독하라!”

누군가의 외침에 따라 화혈독이 뿌려졌다.

파하학!

깨어진 열 개의 약병과 함께 짙은 독 기운이 공동 안을 가득 채웠다.

“끄아악!”

독 기운은 피아를 가리지 않았다.

소청은 물론이거니와 대막의 무인들까지 집어삼키며 녹여 버렸다.

‘화혈독!’

후아악!

창대가 불길을 토해 내자 잠식해 오던 독 기운이 주춤했지만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전과는 달리 순혈의 독.

독혈보의 일반 무인들이 가지고 있던 것이 흡입을 통해 중독되는 것이라면 막 뿌려진 화혈독은 닿는 모든 것을 녹여 놓았다.

“으아아악!”

눈앞에 있던 대막의 무인이 흐물거리며 녹아내리다가 불이 붙은 것처럼 타올랐다.

‘독성이 다르다? 설마 독혈보의 정예?’

소청의 눈동자에 화광이 짙어졌다.

대막혈궁의 무인들은 대부분 광풍단으로 옮겨 갔다고 했다.

하지만 독혈보의 정예가 남아 있다면 독마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소청은 창대를 힘주어 움켜쥐었다.

쿵!

힘 있게 밟은 진각과 함께 창대가 빛을 뿜어내었다.

슈아앙!

창술의 기본인 찌르기.

하나 그에 실린 기운은 그 무엇보다 강했다.

화르륵! 콰아앙!

“크아악!”

“끄억!”

창극에서 뻗어 나간 기운이 전방에 있던 무인들을 모조리 꿰뚫고 지나갔다.

드드득! 콰앙!

쌍장을 뻗어 소청의 기운을 쳐 냈던 무인은 상체가 통으로 날아가 버렸다.

치이익.

허리 위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지만 피가 나오지 않았다.

불로 지진 듯한 상처.

쿠웅.

남아 있던 하반신이 쓰러지자 독혈보의 단주들의 얼굴에 당황스러움과 함께 놀람이 어렸다.

시야를 가로막은 무인들을 모조리 갈라 통로를 만들자 독혈보의 단주들이 보였다.

아홉의 무인.

하나하나가 기운을 갈무리할 줄 아는 무인이었다.

지금까지 소청의 창날에 죽은 대막혈궁의 조무래기들이나 혈독에서 작업(?) 중이던 독혈보의 무인보다 훨씬 윗줄의 고수들이었다.

“화, 화혈독이 듣지 않다니. 네, 네놈은 누구냐!”

적의인 중 하나가 소청을 향해 물었다.

“죽을 놈들이 알 필요는 없지. 독마는 어디에 있나?”

“…….”

그들은 소청을 알지 못했다.

또한 저런 화기를 몸 전체로 뿜어내는 양강 무학을 익힌 자가 무림에 있다는 사실도 들은 바가 없었다.

“자존심이 과하군. 감히 혈독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탈출시키고…….”

슈아악! 퍼억!

사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청의 창대가 움직였다.

“으읏!”

방금 전까지 말을 하고 있던 동료의 머리가 날아가고 지나간 자리에서 눈을 찡그리게 할 정도로 막대한 열기가 느껴졌다.

자신들도 모르게 옆으로 피했던 단주들은 소청을 노려보았다.

“재료……. 그래. 네놈들에겐 그저 재료에 불과하겠지.”

소청의 몸에서 지독한 화기와 뒤섞인 살기가 파도처럼 쏟아져 나왔다.

“너희도 죽을 거야. 네놈들이 재료라고 부른 저 사람들처럼…….”

창대가 붉은 궤적을 그려 내었고 용암처럼 뜨거운 열기가 쏟아져 나갔다.

“놈을 죽여라!”

소청의 창이 움직이는 순간 독혈보의 단주들이 일제히 몸을 날리며 독장을 뿜어내었다.

콰드득! 콰앙!

소청이 휘저어 놓는 궤적으로 파고들었던 독혈보의 단주들이 저마다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으며 튕겨 나왔다.

성한 자는 하나도 없었다.

“끄으으으…….”

팔다리가 뜯기고 머리가 으깨진 아홉의 단주들은 몇 초를 버티지 못하고 신음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열기의 정수에서 만들어졌다는 화혈독의 독기마저 태워 버린 소청이 축융(祝融: 불의 신)처럼 우뚝 서서 대막혈궁의 무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우두둑.

쓰러진 독혈보의 단주의 머리를 짓밟아 으깨 놓으며 한 걸음씩 다가서는 그의 모습은 무엇도 아닌 ‘공포’의 화신이었다.

“으으으…….”

두려움을 안고 살아 본 것이 언제였던가?

무공의 고하는 있었지만 최고라 자부했던 대막혈궁의 무인들이었다.

단 한 번도 눈앞의 적을 두고 물러난 적이 없던 이들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앞에 선 사내.

사람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살기와 화기를 머금은 지독한 안광에 심혼이 불타 버릴 것만 같았다.

그는 홀로 마천의 열두 하늘 중 하나인 독혈보의 단주 열 명을 단 몇 초 만에 죽여 버렸다.

“으으으…….”

소청의 걸음이 가까워 오자 온몸이 짓눌리는 듯한 느낌에 신음이 절로 뱉어졌다.

스걱!

가볍게 그은 창날이 닿지도 않았지만 십수 명의 목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푸학!

분수처럼 솟구친 핏물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럼에도 무표정하기만 한 소청은 더욱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를 막아선 대막혈궁의 무인 일백은 그의 걸음에 맞춰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인원수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가서면 죽는다.’라는 사실이 그들의 머리에 깊이 각인되어 갔다.

“사, 살 수 있을 리가 없어…….”

신음처럼 뱉어 낸 중얼거림 속의 두려움은 전염병처럼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으아악! 살려 줘!”

“도망쳐!”

점점 더 가까워 오는 공포에 대막혈궁의 무인들이 공동으로 이어진 다섯 방향의 통로를 통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서로를 짓밟고 밀어내는 그들은 아비규환의 전장에서 도망치는 이들처럼 보였다.

‘고수?’

막 또 한 걸음을 내딛던 소청의 눈이 찡그려졌다.

막대한 기운을 가진 인물이 공동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꾸아아앙!

거대한 기운이 터트려지며 밀려들었던 무인들을 모조리 튕겨 내었다.

“끄어어어…….”

바닥에 처박힌 무인들은 녹아내리는 몸을 보며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이게…….”

무인들을 밀어내고 동굴에서 나타난 것은 녹빛 눈동자를 가진 어린아이였다.

그는 갑자기 생긴 불안감에 혈독을 보며 뿌듯함을 느껴 보려던 독마였다.

이제 곧 준비를 마치고 역천대공과 함께 중원을 정벌한다는 생각에 묘한 흥분마저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감히…….”

눈앞에 펼쳐진 것은 독혈보의 최정예인 열 명의 단주들의 처참한 죽음이었다.

혈독을 만들기 위해 지난 십 년간 이곳저곳에서 잡아들인 포로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대막혈궁의 무인들은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로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독혈보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혈독을 더러운 발로 짓밟아 놓았고 잡스러운 피가 섞여 들어갔다.

독마의 눈에 핏발이 솟구쳤다.

“그만 멈추지 못하겠느냐!”

그의 외침은 공동을 쩌렁쩌렁하게 울렸지만 무인들의 눈동자에 떠오른 공포를 지우진 못했다.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게야?”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독마의 쌍장이 사방으로 뿜어지자 도망치던 무인들이 피를 뿜으며 쓰러지고 녹아내렸다.

하지만 멈추질 않는다.

무엇에 홀린 듯이 도망치고 있었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진한 두려움에 휩싸이게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독마에 의해 무인들이 죽어 나가자 도주자들은 다른 방향의 동굴로 몰려들었다.

무너진 동굴, 독마에 의해 가로막힌 또 하나의 동굴.

다섯이었던 입구가 셋으로 줄자 도망치던 무인들이 몰려 짓밟혀 죽어 나갔다.

소청의 손에 죽은 이들보다 도망치다 짓밟혀 죽는 이들의 수가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퍼엉!

온 힘을 다해 후려친 독장에 십수 명의 무인들이 피를 뿜으며 튕겨 나가자 순식간에 독마의 앞쪽이 휑하니 비워졌다.

그리고.

파앙!

단숨에 허공을 뛰어넘은 소청이 독마의 앞에 내려섰다.

그리고 내리깐 눈으로 독마를 바라보며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이 씨발 늙은 애새끼…… 아직 있었구나.”

“…….”

마종과 두 대공 이외의 상대를 올려다본 적이 없었던 독마는 자신의 앞에 선 자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가슴을 지나 목선, 그리고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독마의 눈이 찢어질듯 부릅뜨였다.

“네, 네놈! 설마…….”

“덕택에 고생 좀 했다. 그 산에 삼 개월이나 갇혀서…….”

어금니를 갈며 이죽거리는 소청의 모습에 독마의 눈동자가 거세게 떨렸다.

“지, 진소청 네놈이 어찌 살아 있었단 말이냐?”

“염라한테나 물어봐라!”

소청이 독마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자 강렬한 열기가 소용돌이치듯이 뻗어 나갔다.

‘우웃!’

엄청난 열기에 머리칼이 그을리며 냄새를 피워 올리자 독마가 급히 머리를 숙이고 일 장을 후려쳤다.

콰아앙!

장력이 폭발하며 녹빛 기운이 퍼져나갔다.

‘정통으로 때렸다. 아무리…….’

독마는 서둘러 몸을 피하고 상황을 살피려 했다.

이전에 소청을 만났을 때 그가 독 기운에 어느 정도 내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독장을 정면에서 맞았으니…….

휘리리링!

‘…….’

측면으로 몸을 날린 독마는 대기를 가르며 무언가 날아오는 소리에 서둘러 팔을 교차했다.

쩌어억!

“크윽!”

독마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독강을 일으켜 막았음에도 팔이 부러지는 것 같았다.

튕겨 나온 힘에 의지해 허공에서 회전해 방향을 틀었던 그의 정면으로 공격이 이어져 왔다.

쩍! 쾅!

머리를 스쳐 간 창대가 공동의 바위 벽을 후려치고 거센 진동을 만들어 내었다.

등줄기로 소름이 끼쳤다.

허용했다면 머리가 날아갔으리라.

다행히 소청의 기운에 열기가 서려 있었기에 후속 공격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몸을 비틀어 쫓아오는 기운을 향해 쌍장을 날린 독마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첫 번째는 어찌 피했지만 허공에 뜬 상태일 테니…….

“뭐 하냐?”

“…….”

뒷머리가 쭈뼛하게 설 정도로 소름 끼치는 목소리와 함께 턱이 돌아갔다.

콰직!

“커억!”

어느새 자신의 등 뒤에서 나타난 소청이 팔꿈치로 얼굴을 강타했다.

슈아아…… 터엉.

독마의 신형이 빠르게 바닥에 처박혔다가 튕기듯이 솟구쳤다.

턱이 부서진 것 같았지만 고통을 느낄 새가 없었다.

서둘러 방어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 이렇게 빠른…….’

빠를 뿐 아니라 창에 실린 기운이 소름 끼치도록 강했다.

휘이익! 쩌억!

하지만 자세를 취하기도 전에 창대가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슈아아…… 터엉!

튕겨 나간 독마의 신형이 바위 벽에 부딪혔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크으윽!”

몸을 일으키는 순간 옆구리에서 숨을 쉬기 힘들 정도의 통증이 찾아왔다.

왼쪽 갈비뼈가 모조리 부서졌다.

더욱이 불에 닿은 듯이 옷은 물론 피부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쓰라렸다.

터벅, 터벅…….

혼란스럽게 도망치는 대막혈궁의 무인들 사이로 소청이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왔다.

쩌억!

소청의 발이 쓰러진 독마의 부서진 옆구리를 걷어찼다.

“크윽…….”

한참이나 바닥을 뒹군 독마의 옆구리에서 피가 배어 나와 바닥을 적셨다.

치이익.

피조차 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녹색 피가 바위마저 녹여 내었다.

저벅, 저벅, 저벅.

발소리가 들려왔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소청의 기운이 독마의 전신을 짓누르며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들었다.

쩍! 쩌억!

아래에서 위로 올려쳐진 창대가 그의 복부를 강타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도망칠 수도 없었다.

거미줄에 묶여 버린 독나방처럼 천천히 다가와 후려치는 소청의 공격을 준비도 없이 허용하고 있었다.

저벅.

발걸음 소리가 들리면 여지없이 몰매가 이어졌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찾아왔다.

“컥, 커억…….”

땅을 짚고 울컥이자 어린아이 주먹만큼이나 큰 울혈이 쏟아졌다.

저벅, 저벅…….

독마는 발소리가 너무나 싫었다.

“이 개자식이!”

삐이-!

독마는 사력을 다해 입을 오므리고 피리를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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