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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136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2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136화

135화. 남겨진 기억

 

 

 

 

다음 날 새벽.

소청은 전초가 사라졌다는 지월곡으로 향했다.

물론 초사와 비마대 이외에도 악이군과 황보인이 뒤따르고 있었다.

‘흐흐흐, 경쟁자 하나를 떼 냈다.’

‘흐흐흐, 때려 달라고 해야지.’

무엇이 그렇게도 좋은지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사천의 지월곡 인근.

전초에 도착하자 하오문의 조사대와 사라진 이들과 교대하려던 무인들이 소청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사 중인 장소다 보니 흔적이 섞일까 아무도 현장으로 진입은 하지 않고 있었다.

소청은 하오문 조사단의 수장을 불렀다.

“태준이라고 했나?”

“예.”

“이곳에서 어떤 조사를 했지?”

“저희가 처음 왔을 때는 남겨진 흔적과 발자국을 위주로 조사를 했습니다. 그 후로 잔여 독의 흔적, 혈흔, 암기까지 모두 고려해 보았지만 특이점은 없었습니다.”

“흐흠…….”

소청이 멀리서 현장을 바라보며 턱 언저리를 쓸었다.

조사단의 임무 특성상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에 발자국이 섞일 리 없었다.

그것은 초사와 비마대도 마찬가지였다.

현장에 남아 있는 것은 전초를 지키던 무인들의 발자국뿐이었다.

남겨진 발자국만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었다.

전투가 있었다면 적이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해도 전초의 무인들의 발자국은 어지러워야 했다.

하지만 너무 평이했다.

일상적인 발걸음.

마치 정말로 어느 순간 사람들이 증발해 버린 것만 같았다.

그럴 리야 없을 터.

바닥이 아니라면?

소청이 무슨 생각에서인지 고개를 들었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 수많은 나뭇가지들.

하오문의 조사단이 놓친 것을 찾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기 전초의 교대조를 이끄는 자가 누구냐?”

“접니다.”

“좋아. 사라진 자들의 무공 수위는 어느 정도였지?”

“저희와 비슷할 듯싶습니다.”

숫자는 동일하다.

“좋아. 그럼 한번 습격해 보면 알겠지.”

“예?”

“사라진 무인들의 발자국에 서라. 다른 곳은 밟지 말고…….”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소청의 명이 떨어졌으니 의아해하면서도 모두가 시킨 대로 했다.

“지금부터 최선을 다해 주변을 경계해라.”

“…….”

“초사!”

소청은 그들을 남겨 둔 채로 초사와 비마대를 이끌고 사라졌다.

그리고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전초를 지키는 무인은 하오문, 황보인, 악이군을 제외한 서른 명이었다.

소청은 비마대에게 각기 노려야 할 인물들만 지정해 주었을 뿐 방법에 대해서는 일러 주지 않았다.

“지금부터 전초를 습격한다. 흔적을 남겨서도 안 되고 적에게 들켜서도 안 된다.”

“…….”

“참고로 만약에 들키면…….”

소청의 싸늘한 미소를 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비마대는 수련을 받았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분명 들키는 순간 엄청난 구타가 자행될 것이 뻔했다.

비록 그들의 수련에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그들은 스스로 맞겠다며 애원하는 악이군과 황보인과는 달랐다.

“시작해.”

팟!

소청의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초사와 비마대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훗, 제법이군. 많이 늘었어.’

소청은 흐뭇해하면서 그들이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그저 확인하는 작업에 불과했지만 멸마단의 무인들에게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고 초사와 비마대에게는 구타와 직결되는 문제였다.

어느 한쪽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에 긴장감이 극도로 끌어 올려졌다.

바위의 그림자에 스며든 초사는 적의 아래를 노렸다.

아니다.

바닥을 밟았으니 이미 미세한 흔적이 남았을 것이고 저 상태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죽일 수는 없다.

그리고 곳곳에 숨어든 자들…….

소청은 은신한 초사와 비마대의 위치를 살폈다.

그리고.

‘어?’

나무 위.

은수가 숨은 위치.

들키지 않는다.

나무껍질은 지면보다 단단하니 발자국이 남지 않는다.

‘저곳이군.’

일단 적이 암습을 가한 위치를 추측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은수의 위치에서 흔적도 없이 적을 무력화시킬 만한 방법이 없다.

가능한 방법은 암기? 독?

소청은 고개를 내저었다.

한 명이라도 쓰러졌다면 그 흔적이 남았을 것이다.

남은 방법은 허공에 끌어 올려 죽이는 방법뿐이었다.

올가미…….

순간, 소청의 눈이 가늘어지고 수많은 가설들이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광경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도적이 남의 집에 숨어들기 위해서는 언제나 수많은 상황을 머릿속으로 연출해야만 했다.

지키는 자의 움직임, 진입 경로, 경계하는 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한 사각지대…….

어느새 전초가 있던 숲속은 조금씩 잔상이 겹쳐지듯 변해 사흘 전으로 돌아갔다.

 

주변을 경계하다 교대 시간에 맞춰 전초로 돌아온 무인들…….

“어이, 명안. 다음 조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그러게나 말이야. 벌써 약속된 시각에서 반시진이 지났는데…….”

곳곳에서 투덜거림이 들려왔다.

그들은 전투에 투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멸마단의 무인들이었다.

“돌아가면 주루에서 한잔 어때?”

“좋지!”

동료가 건넨 말에 술 생각이 났는지 말을 받은 무인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마천과의 싸움을 겪어 보지 못했던 그들이기에 교대 시간의 기강은 해이할 수밖에 없었다.

야숙을 한 지 사흘째.

거처가 있다고는 해도 타인의 눈에 띄지 않도록 만든 임시로 만든 곳에 불과했다.

서둘러 돌아가 묵은 때를 벗겨 내고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투덜거리며 쉬고 있는 그들을 누군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

면사로 얼굴을 가린 여인.

그녀의 신호에 따라 습격자들이 나뭇가지를 타고 쏘아져 나갔다.

한 번에 일 장여의 거리를 뛰어넘는 경공이었지만 그들이 밟은 나뭇가지는 잔떨림조차 만들어 내지 않았다.

날렵하고 가벼운 경공과 은신술을 수련한 자들이었다.

습격자들은 작은 소음조차 만들어 내지 않고 전초 무인들에게서 가장 가까운 나무 위에 자리를 잡았다.

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올가미가 마치 거미줄처럼 내려와 전초 무인들의 목에 걸렸다.

“어? 뭐……?”

전초의 무인 송곡이 목덜미에 무언가 닿는다는 느낌을 받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으득!

올가미가 당겨졌다.

신음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몸이 붕 떠 버리는 순간 마혈이 짚였다.

서른 명이 당한 것은 단 한 순간이었다.

 

“거기까지!”

소청의 외침에 곳곳에 숨어 있던 초사와 비마대원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헉!”

“컥! 이, 이런!”

지척에 숨어 있는 이들이 나타나자 멸마단의 무인들이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놀람을 토해 내었다.

그 순간 모든 잔상이 흩어지듯이 사라지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소청은 곧바로 현장을 재현하고 있는 무인들의 머리 위에 자리 잡은 나뭇가지 위로 뛰어올랐다.

미세하게 나무껍질이 눌려 있다.

한 사람의 무게를 끌어 올렸음에도 감각을 극도로 끌어 올린 촉감으로 겨우 느낄 정도였다.

이러니 하오문이 발견할 수 없었겠지.

‘전초의 무인들이 바라보는 방향이 서로 달랐다. 필시 한 번에 제압했을 거야. 그렇다면 지휘하는 자가 있었을 거고. 아무런 제약도 없이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라면?’

소청이 나뭇가지를 밟고 솟구쳤다.

가능성 있는 몇 곳 중 한 곳에서 소청이 멈췄다.

‘이곳이군.’

전체의 움직임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자리.

습격자들의 경공은 비마대에 뒤지지 않는다. 또한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서른 명을 무력화시켰다.

강한 자들이다.

마천이라는 의심은 더욱 확고해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그들은 단 한 명의 무인도 현장에 남겨 두지 않았다.

“이상한 놈들이군. 이 정도 실력이라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차라리 그편이 더 흔적이 남지 않는다.

소청의 눈이 찡그려졌다.

지나갈 수도 있음에도 그들을 데려갔다. 어째서?

의구심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사이 모두가 소청이 하는 양을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다.

나무를 여인 살결 만지듯이 조심스럽게 더듬지를 않나, 허공으로 솟구쳐 이곳저곳을 돌아 한 곳에 멈추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뭐 하는 지랄이지?’

황보인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소청이 아래로 뛰어내렸다.

“초사!”

“예.”

“적은 전초의 수보다 많았다. 최소 삼십 이상, 은신과 경공을 전문적으로 수련한 놈들이다.”

소청은 자신의 생각을 빠르게 밝혔다.

“놈들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나뭇가지 위를 일일이 만져서 확인하고 표시를 남겨라. 눈으로 봐서는 알 수 없는 흔적이다.”

“예!”

초사와 비마대, 하오문의 조사단들이 소청의 명령에 나뭇가지 위로 뛰어 올라갔다.

황보인과 악이군은 도무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적의 규모와 무공의 경지까지 추측해서 말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또한 흔적을 조사하는 것은 일반적인 무인들이 하는 일이 아니었다.

전문적인 추적자들이나…….

‘도대체 능력이 어디까지인 거지? 어째서 이런 것까지 알고 있는 거야?’

황보인과 악이군은 의아할 따름이었지만 도저히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각, 이각…….

시간이 점차 흐르고 초사가 소청에게 달려와 보고를 했다.

“패월!”

“찾았나?”

“많진 않지만 흔적이 곧장 동쪽으로 향해 있습니다.”

“동쪽?”

“예.”

“좋아. 하오문의 우진혜에게 알려라. 가용한 모든 자산을 동원해 이곳에서부터 부채꼴 모양의 범위를 훑는다. 이곳 전초에서 사흘, 혹은 나흘 거리 안에 놈들이 있다. 이동 속도는…….”

탐색 범위가 너무 커지면 놓치는 것이 많아진다. 저들의 경공 속도를 최대한 빠르게 계산해 내야 했다.

초사와 비마대는 경공을 전문적으로 수련했으니 너무 빠르다.

그들이 사람 하나를 들고 뛴다면?

“야, 황보인!”

“예?”

“너 하루에 얼마나 뛸 수 있냐?”

“그게…….”

갑작스러운 질문에 황보인이 당황한 표정으로 소청을 째려보았다.

“쉬지 않고 뛴다면 한 오백 리?”

“…….”

소청이 잠시 고민했다.

놈들은 사람이 드문 곳을 이용했을 테니 경로가 직선을 그릴 리가 없었다.

분명히 주변을 경계하면서 조심스럽게 이동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이동 속도는 하루 이백 리다. 시간이 지났으니 반경 육백 리를 모조리 확인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하오문의 조사단을 이끌고 있던 무인이 단번에 대답했다.

자신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적의 흔적을 찾아내는 소청의 모습에 적잖이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우진혜가 직접 찾아가서 부탁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하오문의 무인들이 사라지고 난 뒤 소청은 어찌할까를 고민했다.

동쪽.

소청의 시선이 동쪽을 향했다.

이대로 곧장 동쪽으로 간다면 뭐가 있을까?

“설마? 아미?”

어째서 불안감이 드는 것일까?

지금의 아미파의 상황은?

간양 전투에서 수많은 무인들이 목숨을 잃었었고, 남아 있는 아미의 주력은 이미 서천맹에 합류해 본산은 비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남아 있는 것은 건물을 지키기 위한 백여 명의 인물들뿐이었다.

“확인해 봐서 나쁠 것은 없겠지. 일단 우리는 아미산으로 간다!”

소청을 선두로 대열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황보인과 악이군은 영문도 모른 체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젠장! 뭘 좀 알려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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