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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134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134화

133화. 영원히 고통받는 황보인

 

 

 

 

빠악!

“컥!”

아프다.

온 힘을 실어 내지른 배천격(排天擊)이 고작 휘돌려진 창대가 일으킨 바람에 무력화되었다.

그리고 휘어져 들어온 창대가 오금을 때리자 저절로 무릎이 꿇려졌다.

“크윽!”

그리고.

뻐억!

잠시의 틈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휘어져 들어온 창대의 뒷부분이 그의 뒤통수를 때렸다.

개구리처럼 앞으로 꼬꾸라진 황보인은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망할! 어째서! 왜!

자신이냐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쓰러진 황보인의 시선에 소강과 함께 대련을 하고 있는 서문중걸이 보였다.

자고로 대련은 저래야 하는 것이다.

서로 공수를 주고받고 빈틈이 있으면 예를 다해서 알려 주고…….

그런데 소청은 빈틈을 발견하는 순간 봐줄 생각 따위는 없는 듯이 전력을 다해 공격했다.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시련이 찾아온단 말인가?

아침에 밟은 개똥 때문일까? 아니면 지난밤 산책 중에 맞은 새똥 때문일까?

“야! 빨리 안 일어나? 몸집은 곰 같은 게 어디서 약한 척이야?”

약한 척이라니! 얼마나 아픈데! 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소청의 찡그린 얼굴을 보는 순간 모든 분노가 사라지고 마음이 평온해졌다.

어찌 이 만년 교룡보다 더 강하고 야차보다 악해 보이는 놈에게 반항할 수 있단 말인가?

반항한다면 필시 죽을 때까지 매질을 당할 것이 틀림없었다.

“예! 이, 일어납니다.”

“자, 다시 간다! 아까처럼 어설프게 하면 죽을 줄 알아!”

“…….”

소청의 공격이 시작되는 순간 황보인의 눈에 일찌감치 정신을 잃고 쓰러진 악이군의 모습이 스쳤다.

‘망할…… 이 얼굴 때문에…….’

모든 게 진소강 때문이었다.

 

간양 전투가 있은 지 달포(15일)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힘이 많이 들어가는 기초 공사가 끝난 뒤, 무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서천맹의 건물이 다시 지어지고 있었지만 이미 많은 인부들이 몰려갔기에 그들이 나설 필요까지는 없었다.

별동대의 후계들은 묵혀 두었던 소강과의 대련을 통해 수련을 시작했다.

소강은 정말 대단했다.

옥명자, 악이군, 서문중걸, 황보인, 팽천기까지…….

소강은 그들이 완전히 지칠 때까지 대련을 해 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무학에 대한 토론.

어느새 가장 나이 어린 소강은 그들의 마음을 뺏어 가고 있었다.

흠모의 대상이 되었고 모두가 그를 수좌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분 것인지 모자겸의 병상을 지키고 있던 소청이 연무장으로 나왔다.

소강과 수련하는 별동대원들을 보며 자신도 도와주겠노라고…….

“내가 하지.”

악이군이 호기롭게 나섰다.

“좋은 자세로군.”

소청이 웃으며 창대를 잡았고 모두가 악이군을 염려했다.

그는 소강에게 당한 이후 병상 신세를 졌기에 전투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

즉, 소청의 무위, 아니 악랄함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후우…….”

창과 창의 싸움.

모두가 곁눈질하며 둘의 대련에 집중했다.

선인지로(仙人指路)에서 시작해 진마창(進馬槍), 점창(點槍), 호미표(虎尾標)로 이어지는 오십육식은 중원 사대창이라는 명성을 얻기에 걸맞은 움직임을…….

보이지도 못하고 고작 십 초 만에 무너졌다.

발이 땅에 닿지도 않았다.

악이군은 허공에 매달린 것처럼 사방에서 날아드는 창대에 두들겨 맞고 정신을 잃었다.

“약해 빠져 가지고……. 다음!”

‘다음!’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순간 별동대의 무인들이 모조리 눈을 깔았다.

시선을 마주치면…….

그런데.

“황보인, 나와.”

“왜! ……요……?”

황보인이 발악하듯이 외쳤지만 반말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째려봤잖아.”

“제가 언제! ……요?”

안 째려봤다.

소강에게 얼굴을 맞은 이후로 내려앉은 코뼈 때문에 눈 사이가 몰려서 그리 보이는 것뿐이다.

“어쭈? 비웃어?”

안 비웃었다.

소강에게 맞아서 얼굴 근육이 다쳐서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을 뿐이었다.

“아주 자신감이 넘치는군.”

“…….”

비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쩍!

창대의 뒷부분이 복부를 깊숙이 찔렀다.

“꺼억…….”

황보인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중심이 흐트러지는 순간.

휘류류류…….

소름 끼치는 바람 소리와 함께 창대가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빠바바바박!

경쾌하고 차진 소리에 연무장에 있던 이들은 쉬지도 않고 침을 삼켰다.

털썩.

정신을 놓아 버린 황보인이 바닥에 쓰러지고 소청이 고개를 돌렸다.

“다음!”

저승사자의 외침과도 같은 부름에.

파파팍!

서문중걸은 혼신의 힘을 다해 소강과 대련을 했고 나머지 별동대원들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회피했다.

“이것들 봐라?”

소청이 이죽거리며 대기하고 있는 별동대의 무인들을 향해 다가갔다.

“패월!”

그 순간 초사가 연무장으로 뛰어들었다.

“응?”

“검후께서 오셨습니다.”

“검후께서?”

이미 제갈휘문을 통해 연락을 받은 뒤였다.

제갈휘문은 백인회 이외에도 또 다른 무인대를 조직하고 있었다.

그 시일이 늦어져 신승과 백인회가 먼저 왔지만 만약 조금만 더 빨랐으면 새로운 무인대가 서천맹을 지원했을 것이다.

멸마단(滅魔團)이라는 이름을 가진 무인대.

소림의 십팔동인, 화산의 적매검수, 무당 십걸을 포함해 구파의 제자들로 구성된 수천 명의 무인대였다.

제갈휘문은 그들이 조직되자마자 검후와 함께 서천맹으로 보내겠다 연통을 보냈었다.

모자겸의 상태가 좋아지고 있으니 운남의 무인들까지 합한다면 서천맹은 이전과 달리 철옹성이 될 것이었다.

“어디 계시냐?”

“가주님과 대화 중에 있습니다.”

“알겠다.”

소청이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멈춘 듯한 표정으로 별동대를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아깝군. 대련은 다음에 하지.”

“…….”

모두가 십년감수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소청이 연무장을 떠나자 모두가 초사를 향해 달려왔다.

“잘했네.”

“복 받을 걸세.”

“자네가 우리의 생명의 은인일세.”

“…….”

초사는 당황스러움에 눈을 끔벅거리다가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아, 패월과 대련을 하신 모양입니다.”

“이 사람! 무슨 소리를 그리하는가!”

“맞네! 대련이라니! 이게 어디가 대련인가! 일방적인 구타지!”

“고문이야!”

저마다 울분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

쓰러진 둘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초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 쓰러져 있는 모습이 익숙했다.

자신들이 처음에 소청을 만났을 때부터 당해 왔던…….

“패월께서 여러분들을 많이 아끼시는 모양입니다.”

“…….”

순간 초사의 말에 모두가 멍한 표정을 짓다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웃었다.

“핫핫핫! 이 사람 농이 심하군.”

“그러게나 말일세.”

“…….”

오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뭐, 직접 경험해 봐야 알겠지. 패월과 대련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초사는 그저 속으로 웃기만 했다.

 

* * *

 

“어서 오게.”

“검후를 뵙습니다.”

진가의 가주전에는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소청이 안으로 들어서자 이런저런 칭찬과 인사들이 오고 갔다.

검후와 신승, 섬뢰.

“어쩐 일이십니까?”

“대군사에게 연통을 받지 못했나?”

“검후께서 멸마단을 이끌고 서천맹으로 가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진가로 오신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한 터라…….”

“어허! 성도와 간양이 코앞이거늘 어찌 성도에 와서 진가를 들르지 않고 떠난단 말인가?”

그 말에 진가신은 만족스럽게 웃었고 소천은 몰래 쓴웃음을 지었다.

언제부터 진가가 검후 같은 사람이 꼭꼭 방문해야 하는 곳이 되었단 말인가?

인생만사 새옹지마라더니 그 말이 꼭 맞는 말이었다.

“소혜가 나의 제자이니, 진가는 우리 보타문과 사돈지간이나 다름없네.”

“아, 그도 그렇군요.”

소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멸마단이 도착했으니 신승께서는 백인회와 함께 연맹으로 돌아가시는 건가요?”

신승이 이끄는 백인회는 정천의 주력이라기보다는 별동대의 성격이 강했다.

서천맹을 지키기에는 그 수가 적었다.

소청의 물음에 신승이 아쉬운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이곳에는 자네가 만든 별동대가 있으니 우리는 북천맹을 지원하라 했네.”

“그럼 섬뢰님과 함께 돌아가시겠군요.”

소청의 시선이 신승을 지나 섬뢰를 향했다.

북천맹주로 내정된 섬뢰의 얼굴은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어찌 영전(榮轉)을 하시는데 그런 표정이십니까?”

“무인에게 영전 따위가 다 무슨 소용인가? 싸움이 있는 곳에 있어야 빛을 발하는 법이거늘……. 이미 대막혈궁이 무너진 마당에 영전을 해 보아야 뒷방 노인밖에 더 되겠나.”

섬뢰의 투덜거림에 소청이 미소를 지었다.

나이로 따지면 신승이나 검후보다 한참이나 연장자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범처럼 전장을 휘젓고 다닐 정도로 왕성한 정력을 가지고 있었다.

“헛헛, 문주께선 소승과 함께 가는 것이 불편한 모양이외다.”

“당연한 것 아니오. 뒷방 노인이 되는 것도 서러운데 재미없는 불자와 그 먼 길을 동행하라니…….”

섬뢰의 말에 모두가 미소를 머금었다.

“문주님, 뒷방 노인은 아닐 겁니다. 대군사는 아마도 가장 힘든 곳에 두 분을 보내시는 걸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뒷방 노인이 아니라니. 그리고 어찌 이곳보다 힘들 수가 있단 말인가?”

“무너진 대막혈궁과 토번의 마궁이 저들의 손에 넘어갔다면 북해라고 무사하지 못했을 겁니다.”

“북해까지 말인가?”

“추측이긴 합니다만 저는 분명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

“항시 북쪽을 주시하셔야 합니다. 분명 저들은 대막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일 겁니다.”

“호? 그렇단 말인가?”

싸움이라는 말에 섬뢰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잘됐구먼. 내 마천이라면 아주 이가 갈리네. 놈들이 쳐들어오기만 하면 대막을 피로 물들일 것이야.”

“쯧쯧, 어찌 살생만을 생각하는지. 아미타불…….”

“흥, 어찌 신승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게요. 내 두 눈으로 저들을 일장에 때려죽이며 미소 짓는 신승의 얼굴을 보았거늘…….”

“아니 제가 언제…….”

섬뢰의 농에 신승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좌중에 또 한 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음껏 웃어 본 것이 언제였던가?

“한데 자네는 여전히 서천맹주가 될 생각이 없는 겐가?”

“예.”

소청은 고민조차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되레 물어본 검후가 당황할 정도였다.

“거, 사람 칼 같기는……. 하지만 그리되면 서천맹주가 될 사람이 없는데…….”

검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서천맹으로 오면서 제갈휘문이 전서구로는 설득이 안 될 테니 직접 설득을 해 달라 했었다.

그런데 고민조차 없는 것을 보면 설득을 해도 들어먹힐 것 같지 않았다.

“저는 별동대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 마천을 상대하기 수월할 듯합니다.”

“음…….”

이미 그의 활약을 보았던 신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마음에 둔 사람은 있습니다.”

“마음에 두었다?”

소청의 말에 진가신은 물론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혈육지간이다 보니 제가 직접 추천하기가 꺼려져서…….”

“혹, 이 공자를 말하는 것인가?”

“…….”

소청이 대답이 없자 신승이 무릎을 때렸다.

“핫핫핫! 나는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네.”

“흠, 이 공자라면야.”

섬뢰마저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아직 나이도 어린 터라…….”

소청이 겸연쩍은 표정을 짓자.

“이미 약관이거늘, 그리고 이런 시국에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능력이 있다면 응당 자리를 맡아야지! 내 연맹주와 부맹주께 적극 추천하도록 하겠네.”

“나도 동의하네. 내가 본 이 공자라면 충분히 그만한 능력이 있지. 암!”

신승과 섬뢰가 앞다투어 소강을 칭찬했고 진가신은 벅찬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 날.

섬뢰와 신승은 무인들을 이끌고 북천으로 떠났다.

“아이구 머리야…….”

헤어짐이 아쉽다며 섬뢰가 밤새 술을 권한 탓에 소청은 늦은 아침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패월…….”

“……왜?”

“저, 연무장에 가 보셔야겠습니다.”

“연무장에?”

“예. 황보 공자가 그만…….”

“…….”

“검후께서 화가 나시어서…….”

“왜? 검후께도 대들었냐?”

“아닙니다. 검후께서 별동대의 노고를 치하하시려 방문했는데…… 황보 공자께서 계속 째려보는 것도 모자라 비웃는 바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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