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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132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132화

131화. 애초에 급이 달랐다

 

 

 

 

다음 날 아침.

새벽부터 간양 곳곳에서 보수 작업이 시작되었다.

장정이라는 장정들은 모두가 동원되었고 인근 성에서 모집된 목수와 인부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진가는 곳간을 열었고 은가장에서도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자 간양 사람들은 너도나도 팔을 걷어붙이고 재건에 나섰다.

무너진 집들은 이전보다 더욱 탄탄하고 더욱 멋스럽게 지어졌다.

여인들은 계속해서 새참을 날라 왔고 술도가에서는 수레를 동원했다.

“그쪽을 잡으세요!”

소강의 외침에 모두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무 기둥을 밀었다.

“거기! 꽉 잡아요! 놓치면 무너집니다!”

“예! 소가주님!”

사방에 활기가 넘쳐흘렀다.

소강과 무인들이 기둥을 세워 기틀을 잡으면 인부들이 만들어 구운 흙벽돌이 순식간에 쌓였다.

지붕을 맡은 이들이 기와를 가지런하게 놓으면 내부 공사를 담당한 이들이 부서진 문을 걸고 여인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청소를 했다.

우지직!

그런데 그만 기둥을 잡고 있던 인부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아름드리 기둥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아래쪽에서 일하던 이들이 통째로 깔릴 판이었다.

“어! 안 돼!”

소강이 급히 몸을 날리려는데 누군가 무너지려는 기둥을 받쳤다.

“어?”

서문중걸이었다.

그는 인부들처럼 무명옷을 입고 있었다.

“적성! 그쪽을 잡아 끌어당겨!”

“예, 소가주님!”

열의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넘어지려던 기둥이 제자리를 잡았다.

“뭐 해? 고정 안 해?”

서문중걸의 말에 소강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왜…….”

소강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는 반말이지 이 자식아. 한참이나 어린 놈이…….”

서문중걸이 혼잣말처럼 투덜거리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강의 눈에 또 다른 모습이 보였다.

“야! 뭐 하냐? 정신 안 차려!”

황보인과 황보가의 무인들, 팽천기…… 그리고 별동대의 무인들이 모두 나와 건물을 수리하는 것을 돕고 있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툭!

옥명자가 어깨를 치며 웃었다.

“다들 뭔가 변한 것 같지 않습니까?”

“예. 뭐…….”

무인들이 돕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기초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남은 것은 목수들의 작업이니 무인들이 도울 일은 그들을 보조하는 허드렛일뿐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불평불만을 하지 않았다.

“허, 내 많은 현장을 돌아다녔지만 무림인들이 돕는 건 처음이오. 이리 빨리 진행되니 공사가 금세 끝나겠네. 그래, 자 이리들 오시오. 백주라도 한잔하고 합시다.”

나이 많은 대목장(大木匠)이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저, 형……님. 같이 술 한잔하고…….”

소강이 조심스럽게 권하자 서문중걸이 머쓱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됐다. 우린 따로…….”

그리고 모두가 휴식을 하자 일을 돕던 황보인과 무가의 후계들이 서문중걸을 따라 구석진 곳에 둘러앉았다.

멀리 떨어져 앉는 그들의 모습에 소강이 환하게 웃으며 술병 여러 개를 챙겨 다가가자 금세 그 주위로 사람들이 몰렸다.

황보인과 별동대의 무인들은 어색한 표정이었지만 그다지 싫지 않은 것 같았다.

예정보다 빨리 일이 진행되자 술자리가 길어졌다.

“참, 형님에 대한 말씀을 좀 해 주시오. 무위에 대한 것 말고는 알려진 게 없어서…….”

옥명자의 말에 소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참 대단하셨지요. 누구보다 열심히 수련하셨으니까요. 저는 아마 흉내도 못 낼 겁니다.”

“…….”

진소청에 대한 이야기였다.

관심 없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무인들은 죄다 소강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집중했다.

“열두 살 때인가? 그때부터 한 삼 년 동안 쉬지도 않고 수련을 하시더군요. 아버님말로는 무아(無我)의 상태셨다고…….”

“뭣이! 열두 살에 무아의 경지에서 수련을 했다고?”

황보인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

모두가 바라보자 쑥스러웠던지 헛기침을 하며 앉았다.

제 형을 자랑하는 게 기분이 좋았던지 소강은 쉬지도 않고 말을 쏟아 내었다.

대부분 어느 정도의 과장이 섞인 이야기였지만 어쩌겠는가? 소강의 눈에는 그리 보였을 터인데…….

“제가 강해진 것은 모두 형님 때문입니다. 그 뒤로는 대족장과도 수련을 했고, 혁련 형님과도 수련을 했지요.”

“호, 혹시 혁련 형님이 사도련의 소련주?”

“예.”

“……!”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뭐 이런 사기스러운 경험이 있단 말인가?

이건 뭐 수련하는 급이 달랐다.

영약이야 이름난 가문의 후계들이라면 누구나 하나씩은 먹어 본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운남의 대족장에 사도련의 소련주라면 둘 다 오존이 아닌가?

오존이랑 수련을 한다고?

수제자나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오존과 수련해 본 사람이라면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검존의 진전을 이은 옥명자 정도랄까?

깨달음의 차이가 다르니 당연히 강해질 수밖에…….

“하지만 여전히 형님을 뛰어넘을 수 없었습니다.”

소강이 쑥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자 모두의 눈동자에 같은 감정이 떠올랐다.

당연하지! 이 자식아! 그 괴물이랑 어떻게 비교를 해! 무황 정도면 모를까…….

모두가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이보게. 소강…… 공자?”

서문중걸이 쭈뼛거리며 말을 걸었다.

“편히 말씀하세요. 제가 한참 동생인 것을요.”

“그, 그래도…….”

“암요. 제가 제일 동생이기도 하고 다 같은 전우가 아닙니까?”

소강이 무척이나 순박하게 웃었다.

“옥명 형님도 이젠 말 좀 놓으시고요.”

“그, 그럴까?”

“예, 당연하지요.”

“그러세, 그럼. 핫핫핫.”

옥명자가 말을 놓자 모두가 너도나도 편안한 표정을 했다.

사실은 불편했던 것이다.

자신들보다 한참 위의 고수.

더욱이 황보인은 무참하게 얻어맞은 경험도 있었다.

“근데 서문 형님은 무슨 말씀을 하시려던 거였습니까?”

“아, 그…… 수, 수련을 좀…….”

“나와 함께 수련해 주게!”

갑자기 황보인이 치고 나와 그의 말을 빼앗아 버렸다.

이 자식이 내가 할 말을!

서문중걸이 황보인을 잡아먹을 듯이 째려보았다.

“수련요? 흠,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할게요.”

“나도 해 주게!”

“나도!”

갑자기 모두가 동네 학당을 다니는 아이들처럼 손을 들었다.

이것들이!

더듬대다가 순서를 빼앗겨 버렸다.

점점 차례가 밀려나는 서문중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예. 다들 같이 수련하면 좋죠. 저도 아직 경험이 일천해서……. 하지만 일단은 보수를 좀 마무리 지어야.”

“자, 가세!”

황보인이 벌떡 일어났다.

“…….”

“지금 술이나 퍼먹고 놀 시간이 어디 있어! 자, 움직이자고!”

“아, 내 정신 좀 보게. 흙을 더 날라 와야 하는데…….”

“누구 열양공 할 줄 아는 사람 없어? 벽돌 굽는 데 너무 오래 걸려!”

“내가 하겠네!”

“아니, 대목장 이 사람은 도대체 어디서 술을 퍼먹는 게야!”

갑자기 소강과 옥명자를 제외하고 벌떡 일어나 자신의 일거리를 찾아 움직였다.

“……뭐 좋은 현상이네요.”

옥명자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자, 가죠.”

“예? 아, 예.”

소강이 그 뒤를 따랐다.

 

* * *

 

늦은 밤, 소진각.

간양 전투가 끝나고 닷새가 지나서야 잠들어 있던 소청이 깨어났다.

그의 방 안에는 신승을 비롯해 진가신과 섭약란, 소강과 소혜, 초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으음…….”

“괜찮으십니까?”

소강이 반가운 얼굴로 물었다.

“음, 그래.”

뻐근함이 남아 있었고 내력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몸을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소강이 소청을 끌어안았다.

머리를 쓰다듬다 볼에 생겨난 상처를 보니 마음이 쓰라렸다.

잘생긴 얼굴에…….

“제수씨 미안합니다.”

소청이 소혜를 향해 못내 미안함을 표하자 그녀가 활기차게 웃었다.

“미안하긴요. 샌님 같은 얼굴이었는데 훨씬 강해 보이고 좋네요.”

그녀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어쨌든 다행이네.”

신승이 얼굴 가득히 미소를 머금었다.

“아, 대족장은 어찌 되었습니까?”

소청이 모자겸의 안부부터 물었다.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 의원 말로는 한 달 정도 정양을 하면 큰 이상은 없을 것 같다더구나.”

“예…….”

진가신의 말에 소청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고작 스물…….

마천의 잔당을 쫓았던 그들 중 혈승을 막기 위해 고강족의 전사 일백이 남았었다.

그에게는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가족과도 같은 이들이었다.

백타를 비롯한 고강족의 무인 대다수가 죽고 스물밖에 살아남지 못했다.

깨어나면 한동안 아픔이 클 것이다.

“휴우, 그래도 다들 돌아온 모양이네요.”

“그래. 모두 돌아와서 이곳저곳을 손보고 있는 중이다. 사돈께서 꽤 애를 쓰고 계신다.”

“아.”

은가장주인 은장소는 서천맹을 복원 중이라 성도에 있으면서도 중원 곳곳에서 인부를 고용해 간양 지원을 도왔다.

“나중에 감사를 드려야겠군요.”

소청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더 쉬지 않고?”

못내 걱정된 섭약란이 말했지만 소청인 고개를 저었다.

“답답합니다. 바람을 좀 쐬어야겠습니다.”

“아니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머님.”

섭약란의 만류에 소청은 은은하게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따뜻하고 포근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소청이 밖으로 나가려 하자 초사가 벌떡 일어나 부축했다.

“됐어. 그렇게 요란 떨 정도의 부상은 아니야.”

“…….”

소청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소진각의 마당에 왕칠 이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황보인을 비롯한 별동대의 무인들이었다.

“다들 형님이 걱정되어서…….”

소강의 말에 황보인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걱정은! 그냥 지나는 길에……. 딱히 밤에 할 일도 없고.”

“아, 암요.”

소청의 건강한 얼굴을 본 황보인이 머쓱해진 표정으로 급히 소진각을 빠져나갔고 나머지도 그 뒤를 따랐다.

“뭐야, 저것들?”

소청이 눈살을 찌푸리자 소강이 웃으며 말했다.

“익숙지 않아 그런 모양입니다. 그래도 저들이 모두 나서 준 덕에 간양의 재건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뭐? 쟤들이? 도와줬다고?”

“예. 저녁에는 수련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수련을 해?”

“예.”

“하아! 지랄들 하고 있네. 왜 갑자기 열심히 하는 척이야? 파락호들이 갑자기 철이 들었나?”

소청이 코웃음을 치며 웃었다.

“그래서? 소강 너는?”

“예? 아직은 보수 공사 중이라 간간이 저들과 대련만 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흐흠, 급 떨어지는 것들이랑 대련해 봐야 실력만 줄지. 알았다. 너는 내가 특별히 수련시켜 주지.”

“…….”

소청의 음흉한 미소에 소강은 소름이 돋아 오르는 것 같았다.

“근데 어째 군사가 안 보이네? 서천맹에 있나?”

소청의 물음에 초사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닙니다. 그분은…….”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초사가 빙긋이 웃었다.

“직접 가 보시겠습니까? 밤이 되었으니 지금쯤 그곳에 계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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