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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156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156화

155화. 수련? 기연? 뭔 소리야?

 

 

 

 

“읏, 추워.”

황보세가를 떠나온 소청이 별안간 몸을 움츠렸다.

“왜 그러십니까?”

“갑자기 오한이…….”

찬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오한이라니?

초사가 의아하게 쳐다보자 소청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분명 저놈 때문이야. 저놈이랑 함께 있어서 몸이…….’

소청의 시선은 황보인과 노닥거리는 방효곤을 향했다.

하지만 감히 뭐라고 하기가 내키지 않았다.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을 향해 가끔씩 호감 어린 시선을 보내올 때마다 몸에 한기가 스미는 것 같았다.

‘도착하자마자 떼 버려야지. 저 흉신악살 같은 놈이랑 함께 있으면 수명이 줄지, 줄어.’

소청은 한숨을 내쉬며 바삐 말채찍을 휘둘렀다.

그런데.

무한의 관도를 지나 정사 무림 연맹의 성문이 가까워질수록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뭐지?”

군병이다.

창검을 치켜세우고 성문을 지키는 것은 무인이 아니라 전시에 준하는 모양으로 갑주를 차고 있는 관의 군인들이었다.

소청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말을 몰아 그 앞으로 다가갔다.

“멈춰라!”

“…….”

군병들의 외침에 말고삐를 당긴 소청이 가늘어진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놈! 말에서 내리지 못할까?”

관의 무인들이 대놓고 반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과 드잡이질 하기도 싫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아 오를 정도였다.

소청이 가만히 서 있자 초사가 황급히 말에서 내려 다가갔다.

“이곳은 정사 무림 연맹인데 어찌 관인들이 지키는 겁니까?”

“며칠 전부터 관이 이곳을 통제하게 되었다.”

“예? 어째서?”

“알려 줄 이유는 없다. 통행이 금지되어 있으니 물러가라!”

관병들이 창극을 겨누어 위협해 왔다.

관인과 싸울 수 없었던지라 초사가 난감해하며 돌아왔다.

“도대체 뭐가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따로 연락을 받은 것도 없는데…….”

초사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방효곤이 드디어 자신이 나설 차례라는 듯이 소청에게 슬쩍 눈길을 주고 말을 몰아갔다.

마치 자신의 호감을 꼭 기억해 달라는 듯한 눈빛이었지만 소청은 재빨리 외면해 버렸다.

“나는 악양부 소속 상계지주 방효곤이다.”

“……!”

그가 자신을 알리는 군패를 내밀자 관병들이 급히 고개를 숙이고 총기장(總旗將: 50부장)이 달려왔다.

“충!”

비록 소속은 달랐지만 방효곤의 명성은 군에서도 꽤나 유명했다. 젊은 장수들에게서 영웅 같은 존재랄까?

무림으로 따지면 진소청 정도의 유명세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그가 가진 막강한 배경을 봤을 때, 출셋길이 훤하게 보장된 인물이니 잘 보여서 나쁠 것이 없었다.

“어찌 된 일인가?”

“첨사 대인의 명으로 이곳을 통제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또한 식자재와 같은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통과시키지 말라 해서…….”

“뭐라? 첨사 대인이면 이상백 장군이 아니더냐?”

“예, 맞습니다.”

“관무불침이 명확한데 어찌 그런 명을…….”

“잘은 모르나 도독부에서 명이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도독부?”

도독부라면 군권의 최고 수장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아무리 방효곤이라 해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음…….”

일행에게 돌아온 방효곤은 소청을 힐끗거리며 황보인에게 말했다.

“이거 도독부의 명이라면 내 선에서 어찌해 볼 수가 없겠는데. 무한에 어디 마땅한 곳이 없겠는가? 내 사정을 알아보고 찾아가겠네.”

“마땅한 곳이라…….”

황보인이 의사를 묻기 위해 소청을 쳐다보다가 또다시 헉, 하는 소리와 함께 눈을 돌렸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건가? 하는 마음이 들게 할 정도로 살인적인 눈빛이었다.

“주, 주루나 개, 객점을…….”

“아닙니다. 근교에 진가의 표국 분점이 있습니다.”

망할 대답이 초사에게서 나왔다.

초사 네가 나를 배신할 것이라고는…….

아, 정말 도와주는 놈이 없다. 내가 너희를 이렇게 키웠더냐?

각혈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이따 그곳을 찾아가겠습니다.”

소청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방효곤이 인사를 하고 연맹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 굳이……. 이따 몰래 숨어들어 가 봐도 되는데…….”

소청의 의사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망할…….

소청은 풀이 죽은 모습으로 말 머리를 돌렸다.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가 힘없이 관도에 울려 퍼졌다.

“대, 대장, 가시죠.”

“……!”

황보인의 말에 소청이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어헉!”

“너희들 수련 안 한 지 꽤 됐지?”

“예?”

“흐흐흐, 그래. 오늘은 아주 특별 훈련을 시켜 줄게.”

“…….”

소청의 얼굴이 악귀처럼 변하고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하자 황보인과 악이군은 소름이 돋아 올랐다.

수련이 좋긴 하지만 먼저 하자고 한 적은 처음인데…….

“그리고 초사…….”

“예에?”

“너희들도 준비해라.”

소청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퍼지고 으스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화가 났다.

분명 화가 난 모습이었다.

어째서? 왜?

그런데.

“저기, 저도 수련시켜 주시면 안 될까요?”

승혜가 끼어들어서 말했다.

“예? 소저는 딱히 죄가…….”

“예?”

“아, 아닙니다. 소저는 따로 수련을 도와 드리겠습니다.”

“…….”

 

* * *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어째서 군부에서 상호 불가침을 어긴단 말입니까?”

이상백을 찾아간 방효곤이 따지듯이 물었다.

“어허, 관여치 말게. 도독부의 지시라지 않는가?”

이상백은 다짜고짜 자신을 찾아온 방효곤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뒷배가 형부(刑部)가 아니었다면 지주의 직책을 가진 방효곤이 이품 군후인 자신과 독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따지다니…….

“첨사 대인, 이것은 군법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민간의 사건은 각 현청의 형부에서 먼저 다루어야 합니다. 어찌 도독부에서 직권으로 명을 내릴 수 있단 말입니까?”

“…….”

방효곤의 말에 이상백이 보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노려보았다.

“자네, 원소속을 잊은 겐가?”

“그것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상관이 없다? 지주로 책무를 다하고 있으나 자네는 도독부 소속의 무장이네.”

“첨사 대인!”

방효곤이 소리를 지르자 이상백이 탁자를 거세게 내리쳤다.

“이노옴! 지금 네놈이 도독부의 명을 따지고 들다니! 항명이라도 하려는 게냐!”

“…….”

“각 성의 군벌들은 평시에 최우선으로 치안을 유지하게 되어 있다.”

“관무불침입니다.”

“닥쳐라, 이놈! 민가에 대규모 피해가 있으면 황상의 심기에 누가 됨을 모른단 말이냐!”

“첨사 대인.”

“이놈이 그래도! 썩 나가거라! 꼴도 보기 싫다!”

“…….”

방효군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

나라에는 엄연한 국법이 있다. 각자 하는 일이 있어 육부가 나누어져 있고 군부가 별개로 존재하는 법이다.

육부의 일을 군부가 관여해서는 안 되는 법이었다.

“첨사 대인, 이번 도독부의 결정을 형부와 황상께서도 알고 계십니까?”

“뭣이? 이놈이 끝까지?”

더 이상 나눌 말이 없었다.

이상백이 만약 형부의 협조를 구했다면 황상의 직인이 찍혀 있어야 했다.

도독부의 명령도 마찬가지였다.

민간의 사건을 위해 정사 연맹의 성곽을 포위하는 데 움직인 병력이라면 이 또한 황상의 직인이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명령서는 도독부의 단독 결정이었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충성하는 것은 도독부가 아닌 황상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이 감히!”

이상백은 뜬금없이 방해꾼이 나타나자 열이 뻗쳤다.

콰앙!

방효곤이 닫고 나간 문에 벼루가 던져져 산산이 조각났다.

“망할 놈이 감히…….”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었다.

만약 방효곤이 제 아비인 형부상서에게 발설하면 괜한 추궁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으드득.

이 갈리는 소리를 낸 이상백이 밖을 향해 외쳤다.

“게 누구 없느냐! 서둘러 도독부에 연락을 보내라!”

“예!”

수하에게 명을 내린 이상백은 좀처럼 화가 풀리지 않았다.

 

* * *

 

씩씩거리며 형부에 전서를 보낸 방효곤은 진가 표국을 찾아갔다.

그런데.

“쿠엑!”

“끄아악!”

“으아악!”

사방이 비명 소리로 가득했다.

마치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설마? 습격인가?

방효군은 곧바로 등 어림에 메어진 십자궁을 들고 쏜살같이 비명 소리를 찾아 달렸다.

화살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궁술은 화살이 필요 없는…….

찌이익-!

현장으로 뛰어든 방효군은 곧바로 시위를 당겼…….

“어?”

뻗어 누워 정신을 잃은 악이군.

신들린 듯이 휘둘러지는 창에 두들겨 맞으며 비명을 질러 대는 황보인.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소청과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나타나 비명을 질러 대는 초사까지…….

가, 같은 편 아니었나?

방효곤은 자신도 모르게 시위를 놓아 버렸다.

도무지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뭔가 하는 것 같은데…….

대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일방적인 그냥 구타였다.

“크핫핫핫!”

그 와중에 소청은 광소를 터트리며 창대를 휘둘렀고.

“감사합니다!”

맞은 이들은 진심을 다해 고마워하고 있었다.

“이게…… 뭔…….”

개 같은 경우?

그런데 그런 방효곤을 향해 승혜가 다가왔다.

“특이하죠?”

“예? 예.”

“수련입니다.”

“…….”

수련이라고? 저게?

하지만 다음 말이 더 가관이었다.

“정말 친절한 분입니다. 저렇듯 사람들에게 기연을 베풀어 주시다니……. 저에게도…….”

아쉬워하는 얼굴은 또 뭐란 말인가?

여인이 아닌가? 설마 맞고 싶어 하는 건가?

그리고 기연이라니. 자신이 아는 ‘기연(奇緣)’이 무림에서는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인가?

도대체 저게 어딜 봐서 기연이란 말이오! 강압적인 구타지!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승혜의 얼굴에 부러움이 떠올라 있어서 차마 하지 못했다.

부엉, 부엉.

“이런 씨, 정신 사납게!”

초저녁 부엉이 소리에 방효곤이 신경질적으로 활시위를 당겼다.

찌이이이-! 팡!

아무것도 걸리지 않은 시위가 놓아졌다.

쐐애액!

무언가 허공을 가르며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푸드…….

그리고 더 이상 부엉이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우웩!”

멀리서 부엉이의 눈을 통해 소청 등을 지켜보고 있던 음마는 갑자기 끊어져 버린 동화에 각혈을 토했다.

만수통령술을 시전한 짐승과 음마의 정신은 연결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섭혼술을 끊기 전에 부엉이가 죽어 버린 터라 충격과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내상을 입은 것이다.

“왜 그러는가?”

혈승이 의아한 얼굴로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소청을 감시하기 위해 보낸 녀석이…… 무언가에…….”

음마가 거친 숨을 헐떡거리며 대답했다.

“발각되었단 말인가?”

혈승의 말에 그녀가 힘겹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오. 분명 진소청은 아니었는데……. 일단은 좀 쉬어야겠소.”

음마가 내상을 다스리기 위해 눈을 감고 운기에 들어갔다.

“……?”

혈승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위험하다.

화산으로 보냈던 권마가 사도련의 소련주에게 죽임을 당했다.

무황이나 진소청뿐인 줄 알았는데 경계해야 할 대상이 늘어난 셈이었다.

‘홀홀, 역시나 만만치 않은 상대가 아닌가?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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