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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154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2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154화

153화. 똥 밟았다

 

 

 

 

“어이, 네가 막야냐?”

“예? 예.”

“그 네가 뭐 배수들의 우상 뭐 그런 거라며?”

“아니 뭐, 제가…….”

퍼억!

“아극!”

방효곤은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렀다.

“소매치기들의 우상?”

퍽퍽퍽.

“뒷골목의 영웅?”

콰직, 퍽퍽퍽.

“…….”

쩍쩍쩍!

이 씨발, 말은 하고 때려라!

방효곤은 미소 띤 얼굴로 쉬지 않고 자신을 짓이겨 놓았다.

딱히 뭘 하다 걸린 것도 아니었다.

지주 부임과 동시에 그가 내린 명령은 ‘동정호 인근의 쓰레기를 청소한다’였다.

정말 쉬지도 않고 맞았다.

기분 나쁘면 패고, 밥 먹고 와서 패고, 뒷간 다녀와서 패고, 숨 쉬다가 패고…….

그냥 팬다.

묶어 놓고 사흘 밤낮을 쉬지도 않고 때렸다.

“도,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요? 우리도 사람이오. 사람에게 어찌 이런…….”

“응? 사람? 누가?”

“…….”

“네놈들은 그냥 쓰레기야.”

그리고 또 패고.

흉신악살 같은 얼굴을 하고 인권 따위는 개무시한 채 계속해서 때렸다.

속칭 ‘갱생’이라는 목적하에 쉬지도 않고 구타가 자행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배수였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건들지 않았기 때문에 살 수 있었다는 것이다.

흉기를 들었거나 타인에게 상해를 입혔던 자는 모조리 목이 잘렸다.

고관대작의 자식?

악마 같은 방효곤 앞에서는 호패조차 내밀지도 못했다.

괜히 비호했다가는 사돈에 팔촌의 죄까지 탈탈 털어서 집안을 풍비박산 내 버린 것이 그였다.

어째서 그럴 수가 있냐고?

당연하다.

무관직에서 시작했던 그는 황제 직속의 동창영반이 직접 찾아와 영입을 제의했을 만큼 엄청난 무공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공도 무공이지만 그의 뒷배 또한 무지막지했다.

올곧은 성품에 공명정대한 사건처리로 당금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는 형부상서 방유척의 큰아들이었으니까.

부전자전, 아주 부자가 쌍으로 공명정대(?)했다.

“어이, 막야…….”

방효곤의 손이 다가오자 막야가 퉁퉁 부은 얼굴로 소스라치게 놀랐다.

“안 때려, 안 때려. 뭘 놀라고 그래.”

“…….”

“풀어 주면 이제 배수 짓 때려치우는 거지?”

왜 갑자기 뜬금없이 부드러운 것인지…….

하지만 무려 닷새를 두들겨 맞았다. 이제는 숨소리만 들어도 무섭다. 막야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한 거다.”

끄덕끄덕.

한 호흡에 머리를 수십 번이나 끄덕인 것 같다.

“좋아. 풀어 주지. 앞으론 정직하게 돈 벌면서 살아라. 지켜본다.”

그때는 그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무지막지한 매질에 장독이 올라 한 달이나 정양을 하고 일어난 뒤로 어디서 ‘방’ 자만 들려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지만 제 버릇 개 못 주고,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했던가?

다섯 살, 흑웅방에 팔린 이후로 줄곧 뒷골목에서 살아온 막야였다.

쉽게 돈 벌 수 있는 기술이 있는데 뭐 하러 생고생을 한단 말인가?

그리고.

“어이, 막야.”

씨발…… 뭔 자철석이냐?

그렇게 막야는 지부 방효곤이 지주로 있는 동안 여덟 번을 잡혀 들어갔다.

그때 사라진 뼈가 수도 없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오고, 겨울 지나면 봄이 오는 법!

방효곤이 승차했다.

관인의 승차를 그리 기뻐하며 축하해 본 적이 없었다.

그날만큼은 동정호 인근에서 죄를 지고 숨어 살던 이들이 한마음으로 뛰어나와 얼싸안고 ‘만세’를 외쳤다.

그런데…….

“어이 막야.”

“…….”

“오랜만이지? 네놈들을 잊지 못해서 또 왔다.”

“…….”

“이번에 악양부 지부(知府)로 승차해서 또 왔네.”

“…….”

뭔 승차가 이리도 빠르단 말인가?

종오품 지주에서 정사품 지부라니? 이 나라에는 법도가 없단 말인가?

“너 그동안 나 없는 사이에 엄청 많이 털었던데?”

“제가요? 그럴 리가…….”

“아니야 너 맞아. 딱 보니까 너던데 뭘.”

그의 입가에 새하얀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막야는 눈물을 머금고 동정호를 떠났다.

그때가 나이 이십 대 후반, 팔괘연환공이라는 무공을 얻게 되었다.

그 이후로 막야는 무공을 익히기 시작해 신투가 되었고 그를 만나지 못했다.

그렇게 인연이 끝난 줄 알았는데…….

 

“어이, 황보인!”

순간 소청이 흠칫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그 목소리가 마치 ‘어이, 막야.’ 하는 것처럼 들렸다.

“오랜만이구먼.”

“정말 오랜만이네.”

휴우…….

황보인과 인사를 하는 방효곤의 모습에 소청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많은 세월이 지났는데 뇌리에 박혀 있는 듯 방효곤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지를 않았다.

“자네가 이곳엔 어쩐 일인가?”

“나? 이번에 동정호 지주로 왔네.”

지금이 그때의 그 시기인가?

어쨌든 황보인과 서로 아는 사이라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소청은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져 있고 싶은 마음에 악이군의 뒤로 슬쩍 숨었다.

악이군이 의아하게 쳐다보았지만.

“그냥 티 내지 말고 앞에 봐. 뒈지고 싶지 않으면…….”

소청이 친절하게 속삭여 악이군의 고개를 돌려놓았다.

“허, 나이 서른에 지주대인이라니 정말 대단하군그래.”

“다 내가 잘나서 그렇지. 핫핫핫.”

제 자랑을 정말 뻔뻔하게도 한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었다.

그런데 가만…….

방효곤과 말을 놓고 지내는 황보인의 나이가?

“야, 쟤 몇 살이냐?”

소청이 여전히 악이군의 뒤에 몸을 감춘 채 은밀하게 물었다.

“올해 스물여덟일 겁니다.”

스물여덟…….

그렇게 나이가 많았나?

“저 관인은 방효곤이라는 자인데 꽤 지체 높은 집안의 자제입니다.”

“형부상서 방유척…….”

“어? 아시네요.”

당연하지.

모를 리가 있나. 저 새끼한테 당한 게 얼만데…….

“역시 대단하십니다. 관의 인물들까지 다 꿰고 계시다니…….”

“…….”

“하긴 대단한 자이긴 하지요. 동창 영반이 직접 영입을 제안할 정도로 무공이 뛰어난 자입니다. 동배의 무관들 중에는 아마 최고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물론 알고 있다.

대단한 자다. 특히나 그의 궁술(弓術)은 무림 고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의 등 어림에 걸려 있는 특이한 무기 십자궁(十字弓).

황제가 직접 하사했다는 그 무기.

그의 손에 죄를 지은 무림인들이 얼마나 죽어 나갔던가.

소청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황보인과 방효곤의 대화에 집중했다.

“흠, 내 자네에게 물어볼 말이 있네.”

“응?”

“근자에 민가가 습격당하는 사건이 많아서 말이야. 흔적을 보았을 때는 무림인들이 틀림없는데……. 뭐 아는 거 없나?”

“민가가 습격을 당하고 있다고?”

“그래, 벌써 호남성에서만 다섯 건일세.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 연관성이라는 것이 없더군.”

“흠…….”

황보인이 심각하게 얼굴을 찌푸리다가 고개를 돌렸다.

보지 마! 딴 데 봐! 라고 소리치고 싶었는데 이 멍청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청 쪽으로 방효곤을 데려왔다.

아주 자랑스럽게…….

“어쩌면 우리 대장께서 알고 계실지도 모르네.”

이 망할 자식이!

“자네의 대장? 허, 대단한 분인가 보군.”

“암, 대단하지. 정천 무림의 최고수이시네.”

“호오!”

흥미, 흉신악살 같은 방효곤의 얼굴에 흥미라는 것이 보였다.

“자, 인사드리게. 우리 대장님이네. 대장, 이쪽은…….”

순간 황보인은 소청의 피 맺힌 듯한 눈빛에 뱀 만난 개구리처럼 얼어붙었다.

무언가?

원망, 분노, 복수심, 구타…….

뭐 이딴 눈빛이…….

“핫핫, 꽤 젊은 분이시군요. 전 또 이 친구의 대장이라기에 나이 지긋하신 무림의 고수신 줄 알았습니다.”

“아, 예…….”

갑자기 소청의 눈이 한없이 부드러워지고 듬직하던 어깨마저 살짝 낮아졌다.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껏 그 누구에게도 당당하던 소청이 아니던가?

무황에게도 거침없이 당당하던 그의 모습을 보았던 초사로서는 지금 소청의 모습이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싸우면?

이길 수 있겠지.

하지만 생각처럼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정신적 외상이라고나 할까.

원래 도둑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무림인보다 힘없는 관인이 더 무섭다.

지금은 도둑이 아니라 중원 무림계에서 가장 이름을 날리는 그였지만…….

“저는 방효곤이라고 합니다.”

“지, 진소청입니다.”

순간 방효곤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오! 황보 저 친구의 대장이시라기에 보통 분이 아닌 줄은 알았지만 그 진혼창이셨습니까?”

“…….”

소청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의 이름은 중원 무림뿐 아니라 관에서도 꽤나 유명했다.

특히나 무공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 무관직 장수들에게 그의 이름은 전설처럼 퍼지고 있었다.

“핫핫핫! 정말 대단하십니다! 진 공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번 만나 뵙고 싶었거늘 이리 만나게 되니 영광입니다!”

“…….”

소청은 전혀 만나고 싶지 않다.

지금 이 자리를 서둘러 끝내고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저, 묻고 싶은 것이…….”

“핫핫핫, 내 정신 좀 보게. 혹 무림인들의 민가 습격에 대해 아는 바가 없습니까?”

“글쎄요. 저는 잘…….”

소청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흠, 그렇군요. 이거 어렵게 되었습니다. 민가가 이곳저곳에서 너무나 큰 피해를 입는 바람에 관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는지라…….”

“아, 예…….”

소청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쩍 먼 산을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방효곤의 눈만 마주쳐도 자꾸만 심장이 두근거렸다.

뭔 연인도 아닌데…….

“아, 이리된 것 우리와 함께 정사 연맹으로 가 보는 것은 어떤가? 무림의 정보가 모두 모이는 곳이니 도움이 될 만한 게…….”

황보인은 나름 친구를 위해 말을 꺼냈다가 불을 토하는 소청의 눈빛에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 새끼가 죽으려고?

어디서 저승사자를 옆에 두고 함께 가자는…….

그런데.

“그게 좋겠소. 민가에 이만한 습격이 있으니 무림도 모른 체할 수는 없는 일이오. 분명 도움 될 일이 있을 것입니다. 함께 갑시다.”

멸절사태가 소청의 속도 모르고 선의를 베풀었다.

“예? 장문인, 하지만 관무불침인데…….”

방효곤과 함께 가는 일은 피하고 싶었던 소청은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말했다.

“진 공자, 아무리 관무불침이라 해도, 우리가 마천으로 인해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도울 일은 도와야지요.”

이걸로 아미와의 인연은 끝이다! 앞으로는 절대 도와주지 않으리라!

소청은 콧김을 내뿜으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핫핫핫! 안 그래도 사건이 하도 풀리지 않아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면 동행하시지요.”

“…….”

“너희들은 돌아가 있거라. 나는 무한 정사 무림 연맹으로 갈 것이다.”

“예! 대인!”

악양 지부의 군사들이 열을 맞춰 돌아가고 방효곤이 소청 일행에 합류했다.

“자, 출발합시다!”

“…….”

말을 달리기 시작한 뒤로 황보인과 방효곤의 대화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 대부분이 소청에 대한 궁금증이었고 황보인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이야기인 양 한껏 과장해 대답했다.

참 이야기를 맛깔나게 잘한다.

황보인은 또 다른 재능을 찾은 셈이었다.

그걸 또 전부 믿은 방효곤의 소청을 바라보는 눈빛에 점점 더 호감이 어렸다.

소청은 황보인의 입을 틀어막아 버리고 싶었다.

앞으로 사흘이나 더 가야 하는데…….

제길, 똥 밟았다.

그것도 무지하게 큰…….

소청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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