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월진천 153화 | 성인 무협 소설 | 무료소설.com

성인소설, 음성야설, 무협소설, 판타지소설등 최신소설 업데이트 확인
무료소설 검색

무료소설 고정주소 안내 👉 무료소설.com

패월진천 153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0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153화

152화. 도적의 본능

 

 

 

 

멸절사태 자신도 하나의 벽, 껍질을 뚫지 못하고 결국은 백대 고수에 머무르고 말았다.

승혜 역시 백대 고수에 근접한 무위를 가지고 있었다.

깨지 못하면 결국은 머무를 수밖에 없다.

씨앗이 단단한 껍질을 뚫어야만 나무가 되고 풀이 되는 법이고, 껍질을 뚫어야만 홰를 치며 목청껏 소리를 뽑아내는 닭이 된다.

멸절사태는 무아의 상태에서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는 승혜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픔, 고뇌, 집착…….

분명 그 같은 감정에서 기인한 무아일 것이다.

아팠으리라.

그렇기에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이 더욱 고통스러우리라.

하지만 맹수의 손톱과 발톱은 무뎌지고 부러지고 빠졌다 다시 나야만 튼튼해지는 법이니…….

하나 깨지 못하면?

어쩌면 그것이 제자를 망치는 것은 아닐까?

기대와 불안이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충돌했다.

“정히 불안하시면 좀 더 지켜보다 제가 막겠습니다.”

소청이 환하게 웃으며 멸절사태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밤이 지나 새벽이 다가올 때까지 둘은 말없이 승혜를 바라보고 있었다.

황보가의 연회는 이미 끝난 지 오래였고 고요한 적막 가운데 승혜의 창무(槍舞)만이 새벽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멸절사태는 단 한 순간도 승혜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함께해 줄 것이다.

그 끝이 무엇이든 간에…….

시간이 흘러 아침이 밝아 왔다.

소청은 이제 시간이 머지않았음을 깨달았다.

자신도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던가?

처음 무아의 경지에 들었을 때는, 그리 길지 못했다.

하루가 못 되는 시간.

쉬지 않고 창대를 휘둘렀으니 온몸의 근육이 버티지를 못할 것이다.

육체가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한번 경험해 보았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지속 시간이 길어질 것이고 더 많은 경지를 체득하게 될 것이다.

소청은 그렇게 무아에 빠져드는 시간을 반복해서 수련하며 삼 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었다.

티잉-!

궤적의 탄성을 이겨 내지 못한 창날이 부러졌다.

“아!”

묘한 감탄성과 함께 승혜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우웩!

승혜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각혈을 했다.

검은 핏물이 바닥을 흥건하게 적셔 놓았다.

“승혜야!”

“……!”

멍한 눈으로 바라보는 승혜의 흐릿한 눈에 멸절사태의 모습이 보였다.

“스승님?”

“…….”

멸절사태가 아릿한 눈으로 자신의 제자를 바라보았다.

“다행이네요. 제가 손쓸 필요가 없어서…….”

소청이 환하게 웃었다.

“진 공자?”

“지금의 느낌을 기억하세요. 분명 다시 찾아올 겁니다.”

“…….”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던가?

그저 지독하게 허기가 질 뿐이었다.

“장문인, 휴식이 필요할 겁니다. 밤새 창대를 휘둘렀으니 지금은 무척이나 허기질 겁니다.”

소청의 말에 멸절사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비틀거리는 승혜의 몸을 안았다.

“손이 이리도 상해서야…….”

“……아!”

그제야 아픔을 느낀 승혜가 얼굴을 찡그렸다. 손바닥 껍질이 죄다 벗겨져 있었다.

“애썼다. 애썼어.”

멸절사태가 그녀를 안타까운 표정으로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 * *

 

황보가에서 휴식을 취한 지 사흘째, 소청 일행은 떠날 준비를 서둘렀다.

원래의 일정이라면 연회가 끝난 다음 날 곧바로 혁련휘를 만나기 위해서 정사 연맹으로 출발했겠지만 승혜가 회복되길 기다린 것이다.

“가면 언제 또 오는 것이냐?”

모처럼 돌아온 아들을 다시 내보내기 싫어 장사의 끄트머리까지 배웅한 황보숭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마천이 완전히 사라질 때쯤 돌아오지 않을까요?”

“휴우…… 알았다. 부디 몸조심하거라!”

“예.”

황보인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황보 가주님.”

소청이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이 황보숭을 향해 다가갔다.

“말씀하시게.”

황보숭이 자세를 바로 하고 대답했다.

비록 약관의 청년이었지만, 황보세가의 은인이었다.

또한 이미 그가 파락호 같았던 황보인의 성격을 바꿔 놓고 어떤 기연을 주었는지도 듣게 되었다.

“지금은 우연한 기회로 저희가 막았으나 마천이 다시 노릴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때는 어쩌면 저희가 도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알고 있네.”

“그들은 강합니다. 방비를 튼튼히 해 두십시오.”

“알겠네.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중원 무림에 피해를 줬었는데 이렇게 황보가를 지켜 준 것뿐 아니라 내 아들에게 가르침을 준 자네와 진가에 감사할 따름이네.”

황보숭이 진심으로 소청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그럼.”

소청이 인사를 하고 말 위에 올랐다.

그리고 여전히 아쉬운 듯이 황보세가의 무인들을 바라보는 황보인을 향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이, 이제 그만 가지? 권왕.”

“…….”

소청의 말에 황보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악이군과 비마대가 몰래 킥킥거리며 웃었다.

“흠, 흠! 추, 출발하시죠.”

황보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체하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말채찍을 때렸다.

“어이, 권왕 같이 가!”

소청이 장난스럽게 말을 몰아 그를 뒤쫓았고 일행들이 일제히 달렸다.

그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호북성 무한 정사 연맹이었다.

황보가에서 머무는 사흘 동안 제갈휘문과 연락을 주고받아 본 뒤였다.

음마의 습격과 권마의 습격.

그들 이외에는 마천의 인물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화산으로 갔던 혁련휘가 권마를 죽인 뒤 소청을 만나기 위해 출발했다고 하니 길을 서둘러야 했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의 얼굴이 그리웠다.

‘지난번에 황학루에서 나한테 뜯어 간 게 금 한 관이었던가? 좋아, 내 기필코 두 관을 얻어먹으리라!’

다짐 아닌 다짐을 하며 말을 달리는 소청의 얼굴에는 혁련휘에 대한 생각으로 흐뭇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런데 막 장사를 벗어나 동정호가 있는 악양 인근에 도착했을 때였다.

‘피 냄새?’

코를 찌르는 듯한 역겨움이 느껴졌다. 전방의 마을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초사!”

말고삐를 잡아당겨 멈춘 소청의 외침에 초사와 비마대가 마을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비마대원 하나가 그들을 향해 손짓을 보냈다.

위험은 없다는 뜻이다.

“무슨 일일까요?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데 이 정도의 피 냄새라면…….”

악이군이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창대를 움켜쥐었다.

“일단은 들어가 봐야지.”

소청이 천천히 말을 몰아갔다.

마을로 들어서는 순간 혈향에 이어 지독한 악취가 났다.

그리고 처참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건물이란 건물은 거의 대부분 무너져 있었고 사방에 시신이 가득했다.

무가가 아닌 일반 민가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었다.

초사와 비마대는 이런 상황에 무척이나 적응이 잘되어 있는 것인지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고 마을 곳곳을 조사하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요? 짐승의 습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은데…….”

승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지만 소청은 대답하지 않았다.

짐승? 그럴 리가.

물론 시신에는 뜯어 먹힌 상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죽은 이후에 생긴 상처가 분명했다.

만약 짐승이 습격했다손 치더라도 마을에 이 정도의 피해를 입히자면 범이 온다 해도 한두 마리 정도로는 턱도 없다.

짐승은 이렇듯 잔인하게 사람들을 죽이지 않는다.

산을 내려와 민가를 습격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습격했다 해도 딱 배고픔을 해결할 정도였다.

이런 참상을 만들어 낸 것은 사람의 짓이 분명했다.

간간이 민가가 습격당하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도적 떼가 출몰할 때도 있었고, 범죄자들이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독을 푸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패월.”

“…….”

“좀 보셔야겠습니다.”

초사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소청은 급히 말에서 내려 초사를 따라갔다.

시신.

그리고 남겨진 상처.

“무림인입니다. 남겨진 흔적을 봤을 때 어느 파의 무공인진 모르겠으나 뜯긴 흔적이나 잘린 상처를 봤을 때 기공에 의한 것이 확실합니다.”

“음…….”

이런 시기에 민가를 습격한 무림인이라? 좋지 않다.

이것은 마치 일부러…….

“시신의 경직도는?”

“혈액의 응고 상태나 부패 상태를 보았을 때, 사흘 혹은 나흘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사나흘…….”

황보세가의 전투가 끝났던 시간이었다.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소청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는데 피 냄새를 맡은 들개들이 골목 어귀로 들어오고 있었다.

먼저 온 손님을 경계하듯이 개들 중 한 마리가 소청을 묘하게 바라보았다.

간간이 뜯어 먹힌 흔적이 있는 시신들의 상처는 저놈들 짓인 모양이었다.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될 일이다.

시체의 기운을 머금었으니 필시 광견이 되어 해악을 끼치리라.

“초사…….”

“예.”

“저 개 새끼들 죄다 죽여 버려.”

“알겠습니다.”

초사와 비마대가 사람의 시신을 뜯어 먹은 개들을 소탕하기 위해 달려갔다.

소청은 좀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했다. 어쩌면 마천과 관계가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 순간.

차앙!

악이군이 멀리서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창대를 뽑아 들었다.

그가 바라보는 곳에서 한 떼의 인마가 마을을 향해 달려왔다.

무림인이 아니었다.

“워!”

소청 일행의 앞까지 다가온 자들이 매서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오십 명 정도의 관인들이었다.

경계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창대를 겨눈 병사들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던 소청이 그들을 이끄는 자에게 고정되었다.

‘어?’

그리고.

그들을 이끌고 있는 자를 보는 순간 소청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저, 저…….’

숨이 턱 막히고 온몸에 소름이 쫙 하고 돋아 올랐다.

서른 초반의 나이.

곧게 뻗은 검미와 고집스럽게 다물어진 입.

분명히 그다.

하필이면…….

소청은 그를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해 버렸다.

그가 누군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군벌의 쾌남!

무관들의 자랑!

공명정대함의 대명사!

서른이라는 어린 나이에 종오품 지주(知州)에 오른 입지전적(立志傳的)인 사내.

동정호 인근을 관장하는 지주 방효곤.

‘저 새끼가 왜?’

세상에 다시 돌아온 이후로 그 무엇도 무섭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대장 왜 그러십니까?”

“응?”

갑자기 일행들 뒤로 슬쩍 몸을 숨기는 소청의 모습에 황보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아니 뭐…….”

제길, 본능적으로…….

소청이 식은땀을 흘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방효곤은 정말로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와의 인연은 엄청난 악연이었다.

적어도 소청에게는…….

‘제길, 잊어먹고 있었는데.’

소청의 전생, 그가 동정호에 살았던 약관의 나이에 배수였다.

뒷골목 인생들이 그렇듯이 관인들과 사이가 좋을 리 없었다.

관인들을 보면 본능적으로 도망치는 것이 바로 뒷골목 인생이었다.

관인들이 보인다. 쫓아온다.

죄지은 게 없지만 일단은 불안하다. 뛴다.

그것이 본능이다.

관인이라는 놈들은 평소에는 형님 동생 하면서 친하게 지내며 소매치기한 돈의 일부를 상납받는 것은 물론 술값에 떡값에 자기들 필요할 때마다 돈을 뜯어갔다.

그것만이라면 그러려니 하겠다.

이 망할 놈들은 승차(陞差)할 시기만 다가오면 ‘범죄와의 전쟁’이니 뭐니를 선포하면서 실적 올리기에 열을 쌓았다.

그 시기에는 형이니 동생이니 하는 허울 좋은 호칭은 그저 개소리였다.

닥치는 대로 잡아들여서 치도곤을 놓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 정도는 눈앞에 있는 저 개자식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그놈들은 그래도 ‘돈’이라는 것이 통하는 놈들이었다.

하지만 방효곤 저 새끼는 피도 눈물도 없었다.

‘공명정대’, ‘범죄 소탕’으로 온몸을 무장한 그런 새끼였다.

황보인의 거대한 덩치 뒤에 은근슬쩍 몸을 숨긴 소청이 방효곤의 얼굴을 힐끔거렸다.

그때도 똑같았다. 저 얼굴…….

 

$-어이, 네가 막야냐?

 

그에게 처음 들었던 말이다.

그때의 그 입모양 하며 목소리까지 머릿속에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성인 무협 소설 목록
번호 제목 조회
1679 패월진천 1065
1678 패월진천 991
1677 패월진천 1023
열람중 패월진천 1009
1675 패월진천 1083
1674 패월진천 1011
1673 패월진천 1055
1672 패월진천 975
1671 패월진천 908
1670 패월진천 1022
1669 패월진천 975
1668 패월진천 958
1667 패월진천 1013
1666 패월진천 1007
1665 패월진천 1035
1664 패월진천 975
1663 패월진천 1002
1662 패월진천 879
1661 패월진천 1025
1660 패월진천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