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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146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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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월진천 146화

145화. 황보인, 천왕삼권

 

 

 

 

하지만 황보숭의 힘은 그리 강하지 못했다.

뛰어난 초식으로 습격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충분했으나 섭혼에 당한 이들을 깨울 만큼 내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겨우 그의 근처에 있던 무인들만이 정신을 차릴 뿐이었다.

요녀들을 죽여야만 했다.

당장에 저 춤을 멈추게 만들어야 했다.

내력이 낮은 하급 무인들이 벌써 그녀들에게 홀려 칼의 방향을 돌리고 있었다.

그대로 내버려 둘 순 없었다. 더 많은 이들이 혼을 빼앗기지 않게 해야 했다.

잘못하다가는 아군 간의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후읍!”

가슴을 부풀려 올린 황보숭은 온 힘을 다해 요녀들을 향해 몸을 날리며 일권을 뻗어 내었다.

쿠르릉!

강력한 기운을 머금은 권기가 우레 소리를 만들어 내며 뻗어져 나갔다.

천왕삼권과 더불어 지금의 황보가를 있게 만들어 준 벽력신권이었다.

짓쳐 들어간 기운이 요녀들이 뿜어내는 환락무의 기운을 흩어 놓았다.

“치잇!”

흐름이 끊어져 버린 요녀들이 황보숭을 노려보며 싸늘하게 비웃었다.

“죽여라!”

“끄으으으!”

난전의 양상이 변했다.

요녀들뿐 아니라 황보가의 하급 무인들까지 적으로 변해 버린 상황이었다.

“어헛!”

스걱!

아군을 차마 벨 수 없었던 무인 하나가 멈칫하는 순간 요녀들의 손에 가슴이 꿰뚫렸다.

‘이런!’

황보숭의 눈이 일그러졌다.

환락무의 흐름을 끊었지만 결국 그가 우려했던 대로 아군끼리의 전투가 벌어졌다.

“정신 차려라! 이놈들아!”

하급 무인들이라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함께 정을 붙이고 살아온 이들이었다.

함부로 상처를 입힐 수 없다 보니 움직임에 제약이 생겼다.

“홋홋홋, 좀 더 밀어붙이렴. 고통은 잠깐이란다.”

“끄으으으…….”

주문처럼 중얼거리는 요녀의 말에 혼을 빼앗긴 이들이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그사이 요녀들 서넛이 황보숭과 장로들까지 공격해 왔다.

“큭!”

아군 간의 전투에 정신이 팔렸던 황보숭의 팔 언저리를 날카롭게 세워진 손톱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 망할 년이!”

콰앙!

황보숭의 팔꿈치가 그녀의 얼굴을 찍어 버렸다.

“크윽!”

땅바닥에 엎어진 그녀를 향해 황보숭이 발을 강하게 찍어 누르려는 찰나 혼을 빼앗긴 무인들이 몸으로 막아 왔다.

“제기랄! 이놈들아 비켜라!”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뒤를 돌아보니 자신들이 요녀들과 싸우고 있는 사이에 황보세가의 무인들이 점차 밀리는 형세가 되어 갔다.

서너 명의 요녀가 황보숭을 향해 날카롭게 세워진 손을 뻗어 왔다.

파하학!

간신히 주먹으로 막았지만 서너 걸음이나 밀려났고 뒤이어 그녀들의 공격이 이어지는 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군 간의 전투가 벌어지는 사이 요녀들의 공격이 장로들과 황보숭에게 집중되었다.

스걱!

“으아악!”

벌써 몇몇 무인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혼을 빼앗긴 아군을 죽인 이들의 얼굴은 좋지 못했고 죽이지 못한 이들은 그들에게 목숨을 잃고 있었다.

‘망할…….’

고수의 부재.

그로 인해 황보세가 무인들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우우우우!

사방을 뒤흔들어 놓는 장소성이 울려 퍼지고 두 명의 인물이 황보숭의 앞으로 파고들었다.

“으아압!”

꾸우우웅!

떨어지는 동시에 찍어 누른 주먹이 대지를 폭발시켰다.

거센 충격파가 요녀들을 덮쳤다.

“이 망할 년들이 감히 누굴 공격해?”

비웃음을 가득하게 머금고 튕기듯 밀려난 요녀들을 째려보는 것은 다름 아닌 황보인이었다.

“인아?”

얼굴은 좀 변했지만 자신의 앞을 막아선 아들의 등장에 황보숭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까가가강!

뒤이어 화려한 창대의 궤적이 장로들과 싸우고 있던 요녀들을 튕겨 버렸다.

“후우…….”

황보숭은 그가 악이군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취리리릭!

“멈추어라!”

금빛 불기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왔고 사방에서 은신자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멸절사태와 그녀의 제자 은승혜.

그리고 초사와 비마대였다.

“이게 무슨?”

습격을 당한 것도 당황스러운데 갑자기 등장한 아들과 그들의 모습에 황보숭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버님, 이것들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아버님과 장로님들은 물러나 싸움을 멈춰 주십시오. 아군끼리 목숨을 빼앗는 일은 막아야 합니다.”

“뭐?”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아, 알겠다.”

“이군, 초사님. 아버님을 도와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목숨만…… 살아 있으면 됩니다.”

혼을 빼앗긴 아군에 대한 말이었다.

그의 부탁에 요녀들을 매섭게 째려보던 악이군이 창대를 물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서는 자신이 빠져 주어야 한다 생각했다.

가문을 지키려는 황보인의 마음과 복수심을 감추지 못하고 차가운 살기를 내뿜고 있는 멸절사태와 승혜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악이군과 비마대가 물러나자 얼굴이 악귀처럼 변한 황보인은 기다리지 않았다.

천왕삼권의 기운이 온몸을 채우자 사방으로 권강을 뿜어내며 요녀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콰앙!

수합이 이어지기도 전에 그를 합공하던 요녀들 중 하나가 황보인의 손아귀에 잡혔다.

덥썩.

쩍! 쩌억! 쩍쩍쩍!

솥뚜껑 같은 주먹이 여인의 머리를 둔탁하게 때렸다.

맨주먹으로 사람을 때려죽인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얼굴의 형체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으깨 버린 황보인이 주위를 싸늘하게 째려보았다.

그의 잔인한 모습에 근처에 있던 요녀들이 경악에 가까운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후우…… 후우…….”

내기의 흐름이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어딘가 억눌린 것처럼 답답하던 기운이 터트려진 제방(堤防)의 물처럼 거침없이 흘렀다.

흐름이 담긴 그의 천왕삼권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강맹하고 무거웠다.

내딛은 발은 대지에 뻗은 고목처럼 굳건했고 움켜쥔 주먹에는 힘이 넘쳐흘렀다.

‘웃기는군. 구타만으로 이런 효과를 만들다니……. 정말 대단한 자야.’

황보인은 솟구쳐 오르는 힘에 매료되었다.

삼백 년 전 황보세가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권법가로 ‘권왕’이라 불린 황보준일이 창안한 무공이었다.

산을 허물고, 바다를 쪼개었으며 세 번째 주먹에 하늘마저 밀려나니 이를 천왕삼권(天王三拳)이라 했다.

“흐읍!”

마보를 취하고 휘말아 쥔 주먹이 그의 옆구리에 닿았다.

후우웅!

비틀리듯 회전한 주먹이 거대한 기운을 머금고 뻗어졌다.

쿠아아아아.

거대한 주먹의 잔영이 대기를 꿰뚫으며 포탄처럼 쏘아졌다.

제일 권, 붕산격(崩山擊).

퍼어어억!

권기의 폭풍에 휘말린 요녀들의 몸이 모조리 찢겨 나갔다.

그리고 다시 일보가 내디뎌지고 두 주먹이 교차하며 빛보다 빠른 속도로 뻗어지자 수백 수천의 권영이 하늘을 가득 채우며 쏟아져 내렸다.

제이 권, 벽파격(劈波擊).

콰콰콰콰!

미처 피하지 못한 여인들이 주먹의 비에 격중당했다.

퍽, 퍼퍽.

얻어맞은 곳의 살점이 뜯겨 나가고 환희요락궁의 요녀들이 공격을 피하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세 번째 걸음이 내디뎌지고 황보인의 두 주먹이 옆구리에 닿았다가 천천히 뻗어졌다.

곧게 펴진 주먹에 대기가 밀려 나갔다.

제삼 권, 배천격(排天擊).

콰과과과광!

우레와 같은 폭음과 함께 황보가의 정문과 담벼락이 모조리 박살 나 버렸다.

“후우…….”

고작 세 걸음, 세 번의 주먹.

황보인은 엄청난 무위로 오십여 명의 여인들을 모조리 황보가 밖으로 밀어 버렸다.

“허!”

뒤로 물러나 악이군과 함께 정신이 홀린 황보가의 무인들을 쓰러뜨리던 황보숭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의 할아버지, 아버지에게서도 보지 못했던 힘이었다.

황보인은 삼보무적권이라 불렸던 ‘천왕삼권’의 모든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격체전공으로 자신과 장로들이 희생을 했지만 그만한 가치를 보여 주고 있었다.

서천맹주가 되지 못하면 어떠하랴.

아직 어린 황보인이다.

앞으로 더욱 성장할 시간이 있었다. 그가 보여 준 무위라면 황보가의 명예를 드높이고 새로운 역사를 이루어 낼 것이 틀림없었다.

‘이룡(異龍)’이라 불리며 파락호처럼 살아온 황보인은 차츰 권왕의 이름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되었다. 되었어. 정말로 장하다.’

자랑스러운 아들의 모습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황보숭이 감탄하고 있는 사이 싸움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차아악!

황보인의 공격에 놀라고 상처를 입은 여인들의 머리 위로 멸절사태와 승혜의 공격이 쏟아졌다.

복수심으로 가득한 그녀들의 공격에 관용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금빛 불기를 대신해 차가운 살기가 어렸고 장력이 뿜어지고 창대가 휘둘러질 때마다 핏물이 사방에 뿌려졌다.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죽였고, 가장 잔인한 모습으로 죽였다.

환희요락궁의 요녀들이 물러나기를 급급해하며 섭혼공으로 어찌해 보려 했지만 이미 경지를 넘은 황보인이나 항마공을 일으킨 멸절과 승혜에게는 조금도 듣지 않았다.

“황보가에도 숨겨 놓은 수가 있었나 보네요?”

추련이 갑자기 전투에 뛰어들어 엄청난 무위를 보이고 있는 황보인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저년들도 제법이네요. 아미 년들 같은데…….”

교아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음마가 싸늘하게 웃었다.

“호호호. 쭉정이만 있으면 어쩔까 걱정을 했거늘…… 제법 먹을 만한 것이 있으니 다행이 아니냐.”

황보인이 선보인 무위는 강했다.

하지만 음마의 눈에는 그저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에 불과해 보였다.

“무척이나 맛있어 보이는…….”

음마가 입술을 쓸며 황보인을 노려보았다.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추련, 교아! 두 년을 맡아라! 놈은 내가 맡겠다!”

“예. 세주님!”

음마와 환희요락궁의 대방들이 두 눈을 탐욕으로 번뜩이며 뛰어들었다.

 

“합!”

갑자기 끼어든 그녀를 향해 황보인이 주먹을 내질렀다.

휘리리링!

손을 휘저어 내지른 주먹을 휘말아 제친 음마의 일장이 황보인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쩌어엉!

황보인이 긴 족적을 남기며 물러났다.

‘크윽…….’

재빨리 다른 팔을 올려 막았지만 가슴께가 욱신거려 왔다.

“호오? 제법이구나, 아이야. 그걸 막다니……. 본좌의 흥미를 점점 더 돋우는구나.”

음마가 뒷짐을 지고 입술을 쓸었다.

“네년은?”

“흐흠, 중원의 것들은 어찌 이름 묻는 것을 이리도 좋아하는지.”

음마가 황보인을 비웃었다.

깡, 까깡.

옆을 바라보니 음마와 함께 끼어든 여인들이 멸절사태와 승혜를 공격하고 있었다.

다섯이 합공을 가하자 둘은 막기에 급급하며 물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도울 수가 없었다.

눈앞에 나타난 여인에게서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져 왔다.

이길 수 있을까?

자신이 서질 않았다.

하지만 진소청이 나선다면…….

‘치잇!’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가문이다. 어느 누구한테도 기대서 지켜 달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지킬 것이다!

우우웅!

황보인의 주먹에 또다시 가공할 기세가 어리기 시작했다.

“호호호, 제법이다만…….”

음마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매가 가늘어졌다.

“하압!”

황보인의 발이 내디뎌지고 천왕삼권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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