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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167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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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월진천 167화

166화. 끈을 잘라야 하는가?

 

 

 

 

소청은 방이 붙어 있음에도 오히려 보란 듯이 관도를 활보했다.

혁련휘와 함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큰 소리로 떠들면서 술까지 마시는 모습에 사람들이 그들을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사방 천지에 용모파기가 붙었으니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저놈들 아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이 몰래 속삭이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그들의 손에는 어느새 벽에서 뜯어냈었던 용모파기가 들려 있었다.

“맞구먼, 맞어. 저 돼지 같은 놈하고 그 살인자 호위 놈일세.”

“쉿! 듣겠네.”

남궁세가의 조작으로 인해 이미 시중에는 그들이 이제껏 황산 인근 마을에서 성행했던 악질 고리꾼의 뒷배로 소문이 파다하게 깔려 있었다.

“원체 흉악한 놈들이라지 않는가? 듣지 못했어? 둘이서 남궁가의 무인들 수십 명을 죽였다더만.”

“가, 가세. 얼른 관에 고해야지.”

“그러세. 남궁가에도 알리고.”

사람들이 쭈뼛거리며 일어나 잽싸게 객점을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객점이 휑하니 비어 버렸다.

“이런 썅! 그 돈을 누가 다 나눠 줬는데 어째 돌아오는 게 욕뿐이야?”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모두 들은 혁련휘가 짜증스럽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참아. 곧 한꺼번에 돌려줄 테니까.”

소청이 씩씩거리는 혁련휘를 달랬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술병이 다 비워지지도 않았는데 소청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왜? 아직 덜 먹었는데?”

“도망가야지.”

“응?”

“대충 발소리만 듣기에도 백 명은 족히 넘겠군. 관군도 있는 것 같고. 괜히 이곳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사람들에게 피해만 될 거야.”

“쳇!”

소청의 말에 귀를 기울였던 혁련휘가 신경질적으로 술병을 잡아채며 몸을 날렸다.

그들이 객점을 빠져나오자마자 사방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잡아라!”

“저쪽이다!”

객점을 빠져나온 소청과 혁련휘는 쏟아지는 화살 비를 피해 재빨리 지붕으로 솟구쳤다.

“저쪽이다! 놈들이 지붕을 타고 도망친다!”

말에 탄 관인들과 ‘창천검로 천뢰무망’이라는 글귀가 쓰인 천의(天衣: 가벼운 겉옷)를 걸친 청의인 수십이 그들을 뒤쫓고 있었다.

남궁세가의 최정예 창궁검수대.

관군과 창궁검수대에 의해 쫓기는 소청과 혁련휘는 안휘성의 공적이라도 된 것 같았다.

“앞을 막아라!”

“쏴라!”

창궁검수들이 일제히 등에 메고 있는 석궁을 꺼내 당겼다.

지렛대처럼 장전되는 석궁에서 철제 살이 연발로 발사되었다.

차자작! 따다다당!

소청은 창대를 휘둘러 철 화살들을 모조리 떨쳐 버렸다.

“암기를 날려라!”

피피핑!

쇠화살에 이어 표도(鏢刀: 수리검)가 날아오고 투창(投槍)이 ‘퀘에엑!’ 소리를 내며 쏘아졌다.

쩌엉!

창대로 거대한 투창을 때려 낸 소청이 창궁검수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 새끼들 봐라?”

그들이 가진 석궁은 ‘부인노(婦人弩)’라는 별칭을 가진 무기로 연사가 가능한 무기였고, 투창을 쏘아 낸 것은 상자노(床子弩)라는 것으로 두 사람이 들고 다니며 발로 재서 쏘는 투창기 형태의 활이었다.

그런 무기는 무림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군부에서 전쟁 시에 사용하는 무기였다.

“부인노에 상자노까지 무슨 군대도 아니고……. 이러다가 화포도 나오겠는데.”

“그러고 보니 전에 낭인대의 습격을 받았을 때도 저런 무기를 사용했었다.”

혁련휘가 날아오는 화살을 쳐 내고 사도련에 숨어든 잔마에 의해 정천맹의 협상단을 습격했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마천 이 개자식들, 애초에 남궁세가뿐만 아니라 관에도 세작을 심어 두었던 거였어.”

이로써 확실해진 것이다.

일련의 사태를 떠올려 봤을 때 금성희뿐 아니라 금마강도 마천의 수족임이 확실해져 가고 있었다.

“전생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말이야. 무림에 한정되었던 움직임이 관까지 이어져 있었어. 꽤 오래전부터…….”

갑자기 마천을 이끄는 마종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도대체 그는 누굴까?

어째서 그들과 관련된 것들은 다른 것과 달리 모두 바뀌어 있을까?

뭐, 계속 싸우다 보면 만날 수 있겠지.

소청이 마종을 생각하며 피식 웃다가 창궁검수들을 지휘하고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파앙!

“소청!”

도망치던 소청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창궁검수대를 향해 날아갔다.

예상치 못했던 움직임에 혁련휘뿐만 아니라 그들을 뒤쫓고 있던 창궁검수들도 깜짝 놀랐다.

그리고.

“어이, 네가 대장이지?”

창굼검수들을 이끌고 나온 남궁월인은 갑자기 제 앞으로 쏘아져 나타난 소청을 향해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침착하게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슬쩍 발을 비튼 것만으로 피해 버린 소청의 창극이 그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까아앙!

쇳소리와 함께 남궁월인이 주욱 하고 밀려나 몸을 세웠다.

“……?”

죽일 생각은 아니었기에 내기를 싣지 않았지만 상처 하나쯤 만들어 약을 올리려던 소청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경갑?”

그는 의복 속에 갑주를 입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팔과 다리에도 철토수(토시)와 각반을 차고 있었다.

“하아! 별 그지 같은 게…….”

상대하고 싶었지만 뒤에서 밀려드는 관군들에 소청이 재빨리 몸을 빼며 물러났다.

“운이 좋네.”

소청의 비웃음에 창궁검수대의 수장인 남궁월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저놈이!”

화살을 쏘며 포위망으로 몰아넣으려 했지만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통에 약이 오를 대로 올랐다.

-후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귓가로 소청의 전음이 들려왔다.

-다시 올 테니까 한번 잘 잡아 봐.

조롱이 가득 담긴 목소리에 절로 욕설이 나왔지만 소청과 혁련휘가 갑자기 속도를 내며 포위망을 빠져나가 사라졌다.

“제길!”

남궁월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과거 소청에게 대다수의 무인들이 죽고 난 뒤 그를 주축으로 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남궁세가의 창궁검수대.

그들은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전과는 달리 튼튼한 경갑으로 전신을 보호하고 바위조차 썰어 내는 보검과 각종 관의 무기로 무장했다.

남궁세가를 나타내는 천의가 아니라면 흡사 관군이라 해도 믿을 모습이었다.

하지만 모자란 무공을 경갑과 무기로 채운 탓에 무게로 인해 경공이 지극히 느려졌다.

남궁월인이 멀어져 버린 소청과 혁련휘를 보며 이를 갈았다.

금성희에게 그들을 잡아 오라는 명령을 받은 남궁월인은 눈앞에서 놓쳐 버리니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 젠장!”

말보다 빠를 정도로 경공이 뛰어난 놈들이었다. 무장을 한 그들로서는 쫓기가 힘들 터였다.

분명 다시 온다고 했으니 포위망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했다.

진을 치고 감시하는 자의 수를 늘려야만 했다.

하지만 남궁세가의 무인들로는 치밀한 포위망을 구성하기 어려웠다.

새로 만든 창궁검수대의 수는 고작 삼백이었다.

순찰당주 조성하와 그의 수하들을 죽일 정도니 변변치 않은 무인들을 준비했다가는 피해만 생길 터였다.

“정 천호(千戶) 나리.”

“말씀하시오.”

“혹, 관군을 더 동원할 수 없겠습니까?”

“관군을?”

“예. 가모께서 놈들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했습니다.”

“그야 어렵지 않네만. 그리되면 상부에 보고를 해야 할 것인데…….”

“부탁드립니다.”

“알겠소. 지부(知府) 대인께서도 물심양면으로 도우라 했으니 관병을 좀 더 동원하도록 하지. 그리고 만약 놈들을 잡게 되면 내 공을 꼭 가모께 말씀드려야 하오.”

망할 돈만 밝히는 아귀 놈 같으니. 지금까지 처먹은 돈만 해도 얼만데…….

은근히 돈을 바라는 그의 모습에 속으로는 욕이 절로 나왔지만 남궁월인은 마음을 감추고 감사 인사를 했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핫핫핫, 좋소. 내 당장 추가 병력을 준비하겠소.”

천 명의 관병을 이끄는 천호 정대수가 받을 돈을 생각하며 기분 좋게 사라졌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남궁월인은 신경질적으로 몸을 돌려 남궁세가로 돌아갔다.

 

* * *

 

“뭣이? 또 놓쳐?”

벌써 세 번째였다.

금성희는 또다시 빈손으로 돌아온 남궁월인을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죄송합니다. 너무 재빠른 놈들이라…….”

“닥치시오! 관군의 수를 일천이나 늘리고도 모자라 또 추가로 병력을 증원했소! 돈이 얼마나 들어간 줄 아는 게요?”

“…….”

남궁월인이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숙였다.

“다, 다음번에는 반드시 잡을 것입니다.”

또 다음번이라고 말한다.

더 이상 신뢰가 가지 않았다.

당장에 내치고 싶지만 지금의 남궁세가에 창궁검수대를 이끌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자는 남궁월인뿐이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할 것이오. 그대에 대한 내 신뢰가 점점 더 약해지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오.”

“명심하겠습니다.”

남궁월인이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물러나자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금성희가 잔뜩 짜증 난 얼굴로 의자의 팔걸이를 손톱으로 긁었다.

“어찌 이리도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 서둘러 잡아야 해. 관병을 늘리면서 과한 자금이 소요되었다. 비축된 자금도 줄어들고 있는데……. 안 되겠군. 창궁검수들에게만 맡겨서는 안 되겠어.”

세 번이나 그들을 눈앞에서 놓친 자들이다.

이젠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들을 뒤쫓고 있는 사이에 벌써 안휘성 외곽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안휘성 전역에 뿌려 둔 자금처가 습격당하면서 그곳에 있던 고리꾼들과 밀수꾼, 불법적으로 일들을 자행하던 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피해만 있고 시신이 없다는 것은 누군가 그들을 납치해 갔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뒷배가 남궁세가임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돈을 받으러 갔던 남궁세가 인물들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금성희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민간의 치안 유지를 위해 도독부가 움직인다면 아무도 토를 달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로 인해 관병들이 무림에 제재를 가하자 형부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대립을 이끌어 낸 것이 형부상서의 아들인 방효곤이었다.

알아본 바로는 여색을 멀리하고 뇌물이라는 것이 통하지 않는 인물이라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설마 안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그와 관련되어 있는 걸까?’

물론 지나친 추측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분명 관병에 의해 정사 무림 연맹을 비롯해 그 예하 세력들이 감시를 받고 있었다.

눈엣가시 같은 진소청도 무한 진가 표국에 발이 묶여 있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행사를 방해할 수 있는 것은 방효곤뿐이었다.

만약 그가 어떤 단서를 잡고 조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라면 남궁세가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비인 금마강에게까지 화가 미칠 수 있었다.

‘결국, 끈을 잘라야 하는가?’

금성희의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가문의 식솔들까지 죽이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일단 자금처와 연결된 끈을 모조리 자르고 혈승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어. 우선 안휘성을 정리하고 방효곤과 그 가문을 정리한다. 괜히 불안 요소를 남겨 둘 필요는 없으니까.’

그날 밤 금성희는 자금처를 관리하던 이들을 모아 차를 대접했다.

독이 든 차를…….

그리고 은밀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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