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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196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8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196화

195화. 동토의 강자들

 

 

 

 

소청은 여전히 피하지 않았다.

일보를 내딛고 장력의 중심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꾸우우우…….

장력의 중심이 소청의 손아귀에 잡혀 현저히 위력이 줄어들었다.

축의 묘리.

콰앙!

약화된 채 터트려진 장력은 아무런 효과도 보이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새 소청의 손이 아달타의 다친 팔을 잡아 뜯었다.

“끄아아악!”

핏물이 분수처럼 쏟아졌다.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아달타로 인해 사방이 핏물로 적셔졌다.

“너희의 피는 그들에게 올리지 못한 술이다. 잔이 넘칠 만큼 가득히 따라 주는 나의 미안함이다.”

“으흑, 으…….”

아달타는 더 이상 이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몸을 파고든 고통과 소청을 향한 독기만이 남아 있었다.

또 한 발 가까워진다.

“악귀, 악마 같은 놈. 네놈은 우리보다 더 악마 같은 놈이다!”

“그래. 얼마든지 그렇게 될 거야. 너희는 짐승이니까. 나는 더한 일도 할 수 있어. 나의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더 잔인하고 더 미친 듯이 너희들을 물어뜯을 거야.”

“으아아악!”

아달타가 모든 힘을 다해 소청을 공격했다.

그리고.

푸하학!

찢어졌다.

사지가 찢어지고 머리와 몸이 분리되었다.

조각난 그의 몸이 사방에 널렸다.

“…….”

소청은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승과 별동대의 전투는 싱겁게 끝이 나고 있었다.

혈승의 생존을 확인하기 위해, 진소청을 죽이기 위해 중원으로 들어왔던 그들은 그렇게 처참하게 목숨을 잃었다.

소청은 무표정하게 몸을 돌렸다.

그리고 숲으로 사라졌다.

“대, 대단하군요. 진 공자는…….”

방효곤이 놀란 얼굴로 나지막하게 감탄했다.

“원체 괴물이라서…….”

악이군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소강을 향해 다가갔다.

“소강.”

“예, 악 형님.”

악이군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혹시나 말이야.”

“……?”

“내가 전에 피해 준 거 말이야.”

“전에……. 아!”

모두가 서천맹주가 되기 위해 사천을 찾았던 때였다.

“저, 그거 아직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건 아니지?”

“그럼요.”

“휴, 다행이야. 혹시나 내게 기분 나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게.”

소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아, 왠지 뭔가 진가와 척을 지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핫핫.”

악이군이 어물쩍거리며 넘어가자 별동대의 무인들이 너도 나도 소강에게 다가와 같은 질문을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디 가서 진가 사람들을 절대 욕하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소강과 방효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거참, 왜 이렇게 늦는 거야? 정말 두 달에 맞춰서 오려는 거야?”

미리 오태산에 도착해 자신이 이끌고 온 별동대의 수련을 봐주고 있던 혁련휘가 신경질을 내었다.

소청과 오태산에서 만나기로 하고 출발한 그들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소청 일행을 기다린 지 보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거참, 바람 빠지게. 이렇게 되면 그들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할 수가 없는데…….”

별동대의 무인을 둘로 나누어 비무를 시키고 승부를 보자고 약속을 했다.

휘리리링!

쩍!

거대한 바위 절벽에 황보인의 주먹이 박혔다.

쿠루루루루…….

거미줄 같은 균열과 함께 그 내부에서 돌 더미들이 회전하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두둑, 콰르르르…….

황보인이 손을 빼자 바위 절벽이 단번에 무너져 내렸고 보는 이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제법 와류투공에 익숙해진 황보인은 자신의 무공인 천왕삼권에 와류를 섞기 시작했다.

좀 전의 일권은 일초식인 붕산격이었다. 그 이름 그대로 이제는 정말 산을 허무는 초식이 되어 버렸다.

“와, 정말 대단하오. 황보 형, 이제는 ‘권왕’이라 불러도 칭호가 아깝지 않을 것 같소.”

서문중걸의 감탄사에 황보인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헛헛, 무슨 소립니까? 서문 형께서도 이미 그 ‘축’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 가고 계시지 않습니까?”

“말도 마십시오. 겨우 느끼고 피하는 정도입니다. 혁련 공자에 비하면 멀었지요.”

“이거 서문가에서 검왕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헛헛, 권왕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황보인과 서문중걸이 서로를 칭찬하고 있는 가운데.

슈슉!

검격이 빠르게 휘저어졌다.

그리고 십여 장 떨어진 곳에서 매화가 피어올랐다.

화산의 옥명자.

그는 이미 축도에 대해서 깨닫고 있었다. 검을 집어넣은 옥명자는 눈을 내리깔고 천천히 몸을 돌려 황보인과 서문중걸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피식.

“…….”

황보인과 서문중걸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비웃은 것이다.

확실했다. 그 미소의 느낌은…….

옥명자는 다른 누구보다 습득이 빨랐다.

“검존께서 가르친 사람이 아닙니까? 우리와는 태생이 달라요.”

“맞소. 쟤는 논외지, 논외.”

“실력은 좋은데 인성이 좋지 않은 것 같지 않소?”

“검왕께서도 그리 생각하셨소? 나도 그리 생각했는데.”

황보인과 서문중걸이 보란 듯이 사뿐거리며 혁련휘에게 다가가고 있는 옥명자를 보면서 속삭였다.

“혁련 공자.”

“아, 네.”

“진 공자와 나머지 별동대와는 언제 만나기로 하신 겁니까? 도착했어도 벌써 도착했어야 하는데…….”

“그러게요. 두 달 후에 보자더니 정말로 두 달 후에 올 모양입니다.”

혁련휘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툴툴거렸다.

“흠, 아마 진 공자라면 분명 그들에게 지옥 훈련을 시키고 있겠죠?”

“그렇겠죠. 다른 분들이 오시기 전에 악 공자와 승혜 소저가 훈련하는 걸 봤는데, 사람을 아주 잡더군요. 훈련이 끝나고 나면 승혜 소저가 그리 힘차게 코를 골 정도이니…….”

혁련휘가 진가 표국에서 본 일들에 대해 말하며 소청의 흉을 보았다.

그럼에도 소청을 위하는 모습에 옥명자는 그들의 우정이 꽤나 깊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런데 오면서 보아하니 대단한 인원들이 뒤따르고 있는 듯하던데, 혹 혁련 공자의 수하들입니까?”

옥명자의 말에 혁련휘가 조금 놀란 듯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쳘혈군을 말함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무척이나 은밀하게 따르고 있었다. 근접 호위인 자들이라 초사와 비마대만큼은 아니어도 은신을 기본으로 익히고 있었다.

‘거리가 있으니 알아채기가 쉽지 않을 터인데……. 대단하군. 검존의 후인이라더니…….’

혁련휘는 마음속으로 옥명자를 향해 감탄했다.

소청과 소강은 명예욕이 없는 사람들이니, 후에 정사가 다시 갈라진다면 능히 정파의 주인이 될 만한 인물이었다.

‘화산이 좋은 인재를 키워 내었군. 참 대단한 곳이야. 술맛도 일품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소청이 이리 늦을 줄 알았으면 섬서의 화산에 들렀다 올 걸 그랬다.

술이라도 몇 병 얻어 왔으면 심심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혁련휘가 아쉬움이 가득 담긴 한숨을 내쉬는데 멀리서 날랜 경공을 가진 무인이 다가서고 있었다.

‘어?’

산중에 세를 낸 것이 아니니 누가 돌아다닌다 하여 문제 될 것은 없었지만 철혈군이 외곽을 지키고 있는 곳이다.

허락을 받지 않은 자라면 필시 숨통이 끊어졌으리라.

“전령인가 봅니다.”

눈치 빠른 옥명자의 말에 혁련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오문 산서 지부장 중학이 소련주를 뵙습니다.”

무인, 중학이 소련휘의 앞으로 다가와 낮게 엎드렸다.

정사 연맹을 이루었다고 하지만 그는 여전히 사도련의 무인이기에 소련주 혁련휘를 대함에 있어서 예의를 다하고 있었다.

“혜문주께서 보낸 것이냐?”

“예.”

“흠, 전할 말이 있나 보군.”

혁련휘의 말에 중학이 다소곳하게 품에서 쪽지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누가 보낸 것이냐?”

“문주님께서 보내셨습니다.”

 

@[북해 선발대 대막 인근 도착.]

 

쪽지에 적힌 내용에 혁련휘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분명 반년은 걸릴 것이라 했는데 벌써 선발대가 도착했다고?

“이게 무슨 소린가?”

“저희도 전서구를 통해 받은 내용이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합니다. 듣기로는 저들이 특이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다만 저들의 병력이 일천가량 되는 것으로 보아 선발대인 듯하다 했습니다.”

“하면 놈들이 대막의 근처까지 왔단 말인가?”

“예. 하루 이틀 안으로 도착할 것 같다는군요.”

“한데 이것을 어찌 전하는 것인가? 선발대라면 섬뢰 님께서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는가?”

“그리 판단되지만 문주님께서는 분위기가 조금 심상치 않다 하셨습니다. 여유가 된다면 급히 출발해 주십사 하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조금 의아했다.

혜어화가 근거 없는 말을 할 리가 없었다. 분명 무언가 불안감을 느낀 것이 틀림없을 터였다.

“알겠다. 혹 소청에게는?”

“예. 처음에는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소요가 발생하였습니다.”

“소요라고?”

“예. 마승들이 진가 표국을 습격하고 진 공자를 찾아간 모양입니다.”

“뭐라고? 그래서 어찌 되었나?”

혁련휘가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다행히 모두 제압되었다고는 합니다만 진가 표국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이미 소청과 혁련휘, 별동대까지 빠져나간 마당에 표사들만으로는 마궁의 무인들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화가 많이 났었겠군.”

혁련휘는 소청을 생각했다.

자신이 아는 소청이라면 참기가 힘들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어쨌든 그쪽으로도 다른 이를 보내 두었습니다.”

“알겠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 즉시 북쪽으로 이동하겠다. 그리 전해라.”

중학이 떠나고 혁련휘가 남쪽을 슬쩍 바라보았다.

“바로 북쪽으로 이동하실 겁니까?”

곁에서 듣고 있던 옥명자가 묻자 혁련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요. 힘든 여정이 될 것입니다.”

“예. 이미 서천맹에서 저들의 무서움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자, 그럼 다들 출발하시죠.”

“예!”

혁련휘와 별동대는 곧장 북쪽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 * *

 

두두두두.

대막을 떠난 섬뢰와 뇌령도문의 정예는 동토의 대지로 들어섰다. 

대막혈궁이 자리한 검은 대지의 열기와는 달리 사방에서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었다.

휘이이이…….

마치 또 다른 세상에 들어선 것처럼 사방에서 몰아치기 시작한 눈보라는 그들의 걸음을 늦춰 놓았다.

“음,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군. 조금씩 추워지더니 금세 눈이 내리다니…….”

섬뢰는 자신의 어깨에 소복하게 내린 눈을 털어 내었다.

대막도 추운 곳이기는 했지만 그가 도착한 곳은 마치 얼음 굴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한기를 느끼게 했다.

“추상!”

“예, 문주님!”

“일단 이곳에 진을 치고 적을 기다린다. 북해에서 온 자들이니 한기에 강할 것이다. 굳이 저들에게 유리한 위치에서 싸울 필요 없다.”

“알겠습니다. 숙영지를 편성하겠습니다.”

추상은 수하들에게 일러 급히 불을 피우게 하고 천막을 쳤다.

“적들은 어디에 있나?”

“하오문 정보조의 말로는 하루 거리에 있다고 합니다.”

“하루 거리. 좋다! 충분히 쉬어 둔다. 독한 술을 내어 주고 몸에 열기를 피워 두어라! 대신 과해서는 안 된다.”

“예, 문주님.”

비록 체열을 올리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술이라는 말에 추상이 빙긋이 웃었다.

지친 몸을 달래는 데 술만큼 좋은 것은 없으니까.

숙영지를 편성한 뇌령도문의 진영 곳곳에 모닥불이 피워지고 차가워진 몸을 녹이기 위해 무인들이 모여들었다.

짐을 간소하게 꾸려 모두가 넉넉하게 마실 정도의 술은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큭큭큭, 이것들은 다 뭐야? 설마 우릴 기다린 건가?”

하얀 털옷을 입은 괴인.

자세히 보니 털옷이 아니라 온몸이 하얀 털로 뒤덮인 성성이 같은 자였다.

“누구…….”

자신의 옆에 갑자기 나타난 괴인의 모습에 칼을 휘두르려 했던 무인은 뽑지도 못했다.

모닥불 주위에 있던 무인들이 죄다 목이 떨어져 버렸으니까.

“흐흐흐, 따습다. 따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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