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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195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3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195화

194화. 짖어 대는 짐승

 

 

 

 

분명 나무를 사이에 두고 내지른 주먹이었는데 그 기세가 나무 기둥을 뚫고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쳇!’

구멍이 뚫리며 옆구리를 스치는 기운에 쓰라림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승들의 권각이 악이군을 향해 쏘아졌다.

“제길……!”

무릎을 살짝 굽힌 악이군이 창대를 움켜쥔 주먹에 힘을 주었다.

팔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굽힌 다리가 팽팽해졌다.

악가창법, 절초 만혼쇄!

파악!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다리가 곧게 펴짐과 동시에 그의 창이 빠르게 찔러졌다.

수십, 수백으로 나누어진 창극이 공격해 온 마승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콰아아아아앙!

거친 폭음과 함께 기운의 충격파가 사방을 뒤흔들어 놓았다.

“크으…….”

마승들의 공격과 부딪친 악이군은 반탄력에 밀려 나무 기둥에 등을 부딪히며 신음을 토해 내었다.

하지만 그는 그저 밀려났을 뿐이지만 가까이 다가섰던 마승 셋은 온몸에 동전만 한 구멍이 수도 없이 뚫린 채 절명했다.

“이놈이!”

아달타의 눈동자가 더욱 붉게 타오르고 주먹에 강기의 기운이 유형화되어 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공격이 뻗어지려는 순간.

촤아악!

두 줄기로 뻗어 나온 검기가 악이군의 전방에 그어지며 아달타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

검을 든 여인, 서문란이었다.

“고전하고 있네요.”

어느새 악이군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여인의 목소리, 승혜.

“고전이라니! 아니오. 그냥 힘을 시험해 본 것이오.”

“고전한 거 맞구먼 뭘. 옷이 다 찢어졌는데.”

“상처도 제법 입었어. 쯧쯧, 대장한테 혼 좀 나겠는데…….”

“…….”

승혜의 말에 발끈하고 있던 악이군을 향해 곳곳에서 이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 위, 수풀, 바위…….

그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며 아달타와 마승들을 포위했다.

신호탄을 보고 달려온 별동대의 무인들이었다.

‘이, 이런 자들이…….’

아달타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는 무인들을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중원 정사 연맹의 추격대가 벌써 자신들을 쫓아온 것이란 말인가?

그런데 나타난 자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들이 악이군에 뒤지지 않는다. 고하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마저도 미미하다.

중원이 저런 자들을 숨기고 있었던 것인가? 어찌 하나같이 고강한 자들이 이런 곳에 단체로 몰려 있단 말인가?

그리고.

스스스스…….

짙은 한기가 서린 선명한 살기가 어디선가 짙게 깔려 사방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뭔…….’

소름 끼치도록 섬뜩한 살기였다.

그리고 그 살기의 주인이 조금씩 다가오자 별동대의 무인들이 공간을 내어 주듯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어째서 하는 의문이 강해질 때쯤 살기의 주인이 등장했다.

“네놈들이냐?”

흉신악살처럼 잔혹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나타난 두 명의 사내.

복장은 다르되 똑같이 창대를 들고 있었고, 비슷하게 닮은 얼굴이지만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기운을 품은 거친 기도의 사내.

“지, 진소청?”

아달타는 곧바로 그를 알아보았다.

외양은 서천맹에서 보았던 그대로였다. 그런데 그 기운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사람이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변할 수도 있는 것인가?

그리고 오태산으로 갔다던 그가 어째서 이곳에 있단 말인가?

아달타는 별동대의 훈련에 대해서 알지 못했기에 의아함과 당황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마천의 중놈 새끼들…… 너희들이 진가 표국을 건드렸냐?”

“…….”

답답하다.

소청의 억눌린 분노에 실린 살기가 대기를 타고 피부를 따끔거리게 했다.

“왜 그랬어?”

“…….”

“그냥 나를 찾아오면 될 일이지, 왜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건드렸냐고?”

소청은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디뎠다.

꾸욱. 꾸욱.

지면에 남는 발자국.

걷는 것이 아니라 눌리고 있다. 걸음이 내디뎌질 때마다 지면이 푹푹 파여 들어갔고, 발자국마다 진한 살기가 스며 주위의 낙엽이 아스러졌다.

“마종이 시켰나?”

기세뿐 아니라 목소리 자체의 힘이 무지막지할 정도로 세상을 짓눌렀다.

“마천과는 관계없다! 우리는 혈승님을 찾으러 왔다.”

“혈승?”

“네놈과 만났다 알고 있다. 그분께선 어디에 계시느냐!”

아달타가 기운을 극도로 끌어 올려 소청의 살기를 밀어내었다.

“어디에 있냐고?”

소청이 그들을 향해 싸늘하게 웃었다.

“이제 만나게 될 거야. 그가 어디에 있는지.”

얇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날카로운 송곳니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 폭풍과도 같은 기세가 뻗어지는 순간, 아달타는 섬뜩함을 느끼고 다급히 외쳤다.

“피해…….”

말이 끝나지도 않았다.

콰득!

단지, 일보를 내디뎠을 뿐인데 소청의 몸이 마승들의 중심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손아귀가 마승 하나의 파리한 머리를 움켜쥐었다.

“끄아아악!”

소청의 악력이 머리를 짓누르고 다섯 개의 손가락 마디가 모조리 머리를 파고들자 마승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이놈!”

보이지도 않은 그의 움직임에 당황한 마승들이 일제히 주먹을 뻗어 왔다.

“날벌레 같은 것들이…….”

살짝 들어 올렸던 발이 바닥을 강하게 짓밟았다.

꾸우우웅!

한 자도 되지 않는 높이에서 떨어져 내린 진각이 지축을 흔들어 놓았고.

쩌저저적!

대지가 거미줄처럼 갈라졌다.

“크윽!”

고작 진각이었다.

하지만 진각에 담긴 충격파가 믿기 힘들 정도로 참혹한 광경을 만들어 내었다.

근처에 있던 마승들이 마치 칼바람이 할퀴고 간 것처럼 걸레 조각으로 변해 버렸다.

“닥치고 기다리고 있어. 한 놈씩 찢어 죽여 줄 테니까.”

“……!”

아달타는 소청의 눈동자와 마주하는 순간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두렵다.

광기와 살의가 그 저변에서부터 쏘아져 나와 뇌리를 관통하는 것만 같았다.

자신들만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마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굳이 싸워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진소청은 자신들이 어찌해 볼 상대가 아니었다.

마궁의 비기인 구궁천살진을 갖추고 그를 가둔다고 해도…….

“으으으…….”

마승들이 급살을 맞은 것처럼 몸을 떨어 대며 조금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빠득, 빠드득. 푸학!

소청이 움켜쥐고 있던 마승의 팔이 비틀리며 뽑혀 나갔다.

“네놈들은 절대로 건들지 말았어야 해. 내가 아닌 나와 관계된 그 어떤 것에도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되는 것이었어.”

콰득, 찌지직!

결국 손에 잡혔던 마승의 전신이 모조리 찢겨 나갔다.

그의 잔인한 분노가 만들어 낸 광경에 지켜보던 별동대의 무인들마저 눈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으으으…….”

모두 죽는다. 이길 수 없다.

아달타는 더 견딜 수가 없었다.

진소청은 악귀였다.

스승은 죽었다.

동료가 참혹하게 눈앞에서 죽어 나갔다. 하지만 분노나 화가 솟구치지 않았다.

지독한 두려움, 공포심이 모든 것을 지배해 그들의 분노마저 짓눌러 버렸다.

“도, 도망쳐라!”

파앙!

아달타와 마승들이 매의 눈에 걸린 참새 떼처럼 사방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청은 그저 일보를 더 내디뎠다. 그리고 순식간에 아달타의 몸을 잡아채었다.

따다다당!

사방에서 기운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들을 포위하고 있던 별동대의 무인들이 도주를 용납하지 않았다.

고작해야 한 명에서 두 명이었다. 단체가 아닌 한둘 정도로는 마승들이 별동대의 무인들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 포위망을 벗어난 마승들을 향해 방효곤의 활시위가 당겨졌다.

찌이익! 투웅!

“퀘엑!”

강렬한 기운이 어렸다가 쏘아졌고 도망친 마승의 목덜미를 꿰뚫어 놓고 사라졌다.

“비켜! 비켜라, 이놈들아!”

마승들이 별동대의 무인들을 향해 마구잡이로 기운을 뿜어 공격했다.

하지만 의미 없는 반항에 불과했다.

“하압!”

아달타는 소청의 손아귀에서 도망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대력혈수인을 뻗어 내었다.

“그래, 그래야지.”

거대한 붉은 손바닥이 만들어져 뻗어 나가려는 순간 소청의 손이 쑥 하고 파고들었다.

으드득!

깍지 끼듯 움켜쥔 손이 아달타의 손가락을 꺾어 버렸다.

손가락들이 모조리 뒤집히고 소청의 손끝이 그의 손등을 파고들었다.

“끄아아악!”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전신을 강타하는 것 같았다.

파학!

소청은 손을 우그러뜨린 아달타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싸늘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이, 이놈…….”

“계속해 봐.”

“…….”

도망칠 수도 공격할 수도 없었다.

무섭고 두려웠다.

이미 온몸이 거미줄에 칭칭 감긴 나방이 된 듯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크윽!”

“케엑!”

도망치던 마승들이 별동대의 무인들에게 하나씩 죽어 가고 있었다.

“그들을 죽였을 때는 각오가 있었겠지?”

싸늘하다.

소청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는다. 살기는 어느새 한기로 변해 몸에 소름을 돋아 오르게 했다.

“계속 짖어 봐.”

“…….”

소청이 또 한 발 아달타를 향해 다가왔고, 아달타는 같은 거리만큼 뒷걸음질 쳤다.

“아주 오래전, 네놈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그때,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나와 관계없다고 생각했지. 그땐 그랬으니까. 그들은 내 삶의 일부가 아니었으니까.”

소청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분노와 복수심으로 머리가 돌아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그들은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이야. 내게 가족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 사람들이지.”

소청의 눈동자가 차가울 정도로 무심하게 변했다.

“난 너희를 사람으로 여기지 않아. 그저 살육에 미친 짐승의 집단. 그게 너희의 모습이야. 그러니 네놈들에게는 일말의 동정조차 품지 않을 것이다.”

“닥쳐라!”

아달타의 가사가 공처럼 부풀어 오르고 거대한 기운을 머금은 장력이 뻗어 나왔다.

쩌어엉!

소청은 피하지도 않고 그대로 후려쳐 버렸다.

폭풍 같은 충격파와 함께 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그래, 잘했어. 그렇게 짖는 거야. 그렇게 짖어 대며 무력감을 느껴 봐. 네놈들이 죽인 이들에게 사죄 따윈 하지 않아도 좋아.”

쑤욱!

또 한 발을 내디딘 소청의 손이 아달타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콰직!

“끄어어어!”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방금 전 꺾어 버린 손과 연결된 어깨가 으스러져 버렸다.

“그렇게 비명을 질러. 죽어 간 자들에게 바치는 장송곡이 될 거야. 더욱 크게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러. 그래야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이 들을 테니까.”

“헉, 헉. 이놈!”

아달타는 핏기로 가득하게 차오른 눈으로 소청을 쏘아보았다.

“왜 그러지? 더 해 봐. 나를 찾으려 한 것은 혈승의 행방을 알고자 함이 아니었나? 죽은 스승을 위해 복수를 하고자 함이 아니었어?”

소청의 목소리가 공포로 질려 있던 아달타의 가슴을 짓눌러 놓았다.

“죽어서 만나면 뭐라고 해 줄 작정이지? 무서워서 두려워서 도망쳤다고? 짖어 보지도 못했다고? 계속 짖어. 먼저 죽어 간 자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도록.”

꺼내지 못했던 분노를 충동질했다.

철저히 무시하고 비난하는 그의 말에 상대가 되지 않음을 진즉에 깨달았음에도 이성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개자식! 죽여 버리겠다!”

꽈르릉!

분노는 아달타의 원정을 끌어당겼다. 이전보다 더욱 강맹해진 장력이 거침없이 쏘아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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