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월진천 1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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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5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월진천 192화
191화. 오태산으로 향하는 자들 (2)
퍼억!
“컥!”
화살에 실려 있는 힘이 과하다.
또 한 명의 마승이 화살을 막았다가 어깻죽지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마승들의 모두가 혈승의 제자들이었다.
마궁의 정예이자 하나하나가 중원 백대 고수들을 상회하는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달타가 일그러진 눈으로 시위를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공격자를 노려보았다.
“관인?”
그가 입고 있는 복색을 본 아달타가 날카롭게 변한 눈으로 손안에 기운을 모았다.
“망할 놈이!”
그가 치고 나가려는 순간 마승들이 제지했다.
“아달타! 다수가 접근하고 있다. 서둘러 빠져나가자.”
“쳇!”
무한.
정사 무림 연맹의 심장부였다.
소란이 일어났으니 그들이 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서둘러 피해야 했다.
아달타는 관인을 매섭게 노려보고 마승들과 함께 자리를 피했다.
“놈! 도망치게 둘 줄 아느냐!”
관인이 네 손가락을 모조리 시위에 걸고 활시위를 당겼다.
찌이이익!
화살이 걸리지 않은 시위에 네 줄기의 기운이 선명하게 어렸다.
“후흡!”
파아아앙!
마치 공기주머니가 터트려지는 듯한 소음과 함께 팽팽히 당겨졌던 시위가 놓아졌다.
이전보다 더욱 거대하고 빠르게 쏘아진 무형의 기운이 아달타와 무승들의 뒤를 쫓았다.
아달타는 돌아보지도 않고 손에 엄청난 기운을 둘러 후려쳤다.
마치 환영처럼 거대한 손바닥이 뻗어 나와 날아오는 기운을 맞아 갔다.
마궁의 혈수장.
소림의 대력금강장(大力金剛掌)에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출중한 위력이었다.
쩌어어어엉!
강렬한 폭발이 일어나고 사방으로 폭풍이 밀어닥쳤다.
파아앙!
그리고 그 사이를 예리하게 뚫은 지풍이 쾌속하게 날아왔다. 방어와 동시에 아달타가 날린 지풍이었다.
쩌어어엉!
활대로 공격을 튕겨 낸 관인은 얼굴을 찡그리며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지풍에 실린 힘이 엄청났다.
활대를 잡은 손아귀에 아릿함이 전해져 올 정도였다.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흉수들은 이미 사라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 자식들이!”
관인은 다름 아닌 방효곤이었다.
절강성 사건으로 인해 무림에 협조도 구할 겸 진소청을 만나러 온 걸음이었다.
그런데…….
그가 도착하자마자 들린 비명을 듣고 서둘러 진가 표국으로 달려온 것이다.
“이, 이럴 수가!”
때마침 소란을 듣고 달려온 연맹의 무인들이 진가 표국의 참상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른 곳도 아닌 무한이었다.
정사 연맹의 심장부에서 살겁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표두!”
무림인들 틈에 끼어 있던 초사가 황급히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포정을 향해 달려갔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대, 대공……자……. 그들이…… 북쪽…….”
“대표두! 대표두!”
초사가 그를 품에 안고 불렀지만 이미 포정은 숨이 끊어져 버린 뒤였다.
팔꿈치 아래가 뜯겨 나가고 지혈을 하지 못했다.
흘린 피가 너무도 많았을 것이다.
“젠장!”
초사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표국 내부를 바라보았다. 살아남은 자, 그리고 죽은 자들…….
“오랜만이오.”
초사를 알아보고 방효곤이 인사를 해 왔다.
“아…….”
하지만 참상을 앞에 두고 한가로이 인사를 나눌 형편이 되지 못했다.
“승려들이었소.”
“승려?”
“이마에 범어(梵語) 문신이 있었소이다.”
방효곤이 자신이 죽인 두 명의 승려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순간 초사의 미간이 세 줄기 주름을 만들어 내었다.
마궁의 승려들이다.
그리고 포정의 마지막 말, 대공자와 북쪽.
포정이 말을 했다면 분명 그들은 산서성의 오태산으로 향했을 것이다. 마궁의 승려들이 진소청의 뒤를 쫓고 있는 것이다.
“제길…….”
그들이 진가를 습격한 것은 소청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한 것이 틀림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오? 절강성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소. 이 정도로 대규모 참상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시신들의 상처로 보아 동일한 이들인 것 같소.”
“마천입니다.”
“마천? 그 금마강과 결탁했다는?”
“예. 아무래도 그들이 패월을 뒤쫓고 있는 것 같군요.”
“패월이라면?”
“진소청 대공자입니다.”
“아! 한데 그들이 어찌…….”
초사는 답을 해 줄 여유가 없었다.
서둘러 소청에게 알려야만 했다.
비마대의 다른 인원들은 제갈휘문의 명을 받고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자신이 움직여야 했다.
“혹, 방향을 보셨습니까?”
“예. 저쪽으로…….”
방효곤이 손가락으로 아달타와 마승들이 사라진 방향을 가리켰다.
“알겠습니다.”
초사는 그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고 함께 온 무인들의 수장을 불렀다.
“군사님께 전해 주십시오. 마궁의 승려들이 혈승의 복수를 위해 패월, 아니 진소청 공자를 뒤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즉시 그분께 알리기 위해 움직이겠습니다.”
“알겠네.”
“뒷수습을 부탁드립니다.”
“음, 걱정 말게.”
진가 표국.
무인으로서 수많은 은혜를 베풀어 준 소청을 위해서라면 응당 초사 자신이 수습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럴 경황이 없었다.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
방효곤이 나서자 초사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정사 연맹에서는 추격대를 편성해 그들을 쫓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서천맹으로 이동하고 있어 동원할 수 있는 무인은 원로들이 고작이었다.
수가 부족한 상황이니 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훨씬 유리했다.
또한 금마강의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천의 무인들도 관인들과 함부로 전면전을 벌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방효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적들은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혹 인근 관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겠습니까?”
“어렵지 않습니다. 그들은 절강성에서 관인들을 죽인 흉수입니다.”
“감사합니다.”
초사의 말에 방효곤이 품에서 동패를 꺼냈다.
현재는 일개 지방의 지주가 아닌 감찰어사직이었기 때문에 사건 조사를 위해 중원의 모든 관에 협조를 구할 수가 있었다.
“무한 성도에 패를 보이고 제가 도움을 요청한다 해 주십시오. 하면 북쪽 인근에 관병이 배치될 것입니다.”
방효곤은 진가 표국을 수습하기로 부탁받은 무인에게 동패를 건네었다.
“알겠습니다.”
그들과 헤어진 초사와 방효곤은 서둘러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세밀한 추적이 아니었기에 그들의 흔적을 잡아낸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단둘이서 발자국을 찾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겠는가?
일단은 진소청을 만나 소식을 전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이 노리고 있음을 알려야 했다.
“그런데 찾을 수가 있는 것이오?”
방효곤이 초사의 뒤를 쫓아 달리며 물었다.
“예. 가능합니다.”
“가능하다?”
“그렇습니다.”
어찌?
“혹 따로 이야기한 접선 장소가 있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
“두 달, 패월께선 두 달의 여유를 가지고 오태산으로 출발하셨습니다.”
“오태산이라면 산서성이 아니오?”
“맞습니다. 별동대의 수련을 병행하고 계시니 딱 두 달에 맞춰 이동하실 겁니다.”
“별동대라면 그 황보인과 악이군 공자가 속해 있다는?”
“예. 패월께선 그들을 수련시키는 중입니다. 떠난 지 한 달쯤 되었으니 지금쯤이면 하남성 북쪽에 당도했을 겁니다.”
하남성 북쪽까지는 말을 곧장 달린다면 열흘이면 충분할 거리였다.
그런데 한 달이나 걸린다면?
“아니 무슨 수련을 하고 있길래?”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싸움을 대비해 최대한 능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만 들어서…….”
“싸움이 있다고요?”
“예. 일전에 말씀드린 마천과의 싸움입니다.”
“음…….”
방효곤이 미간을 찌푸렸다.
금마강과 관련이 있었던 마천이라는 단체와의 싸움은 꽤 오래 이어진 모양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관인인 그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무림인들의 영역 다툼은 그들이 존속해 온 역사 내에서 계속되고 있었으니까.
“패월께서는 꽤 오랫동안 그들과 싸워 오신 듯했습니다.”
“예? 그게 무슨…….”
“저희도 잘은 모르지만 마천에 대해서 그리 상세하게 알고 있는 분은 패월뿐입니다.”
자세히 이해되지 않았지만 초사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관과 무림의 경계가 있으니 더 자세히 알 필요도 없었고 초사가 자신에게 알려 줄 의무도 없었다.
“일단 조금 더 속도를 올리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아, 괜찮습니다. 활을 수련하느라 경공에 대해서는 제법 조예가 있는 편이라 자부합니다.”
“다행이군요.”
방효곤이 자신하자 초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궁술.
원거리에서 적을 공격하는 기술 중 하나이지만 무림에서는 그리 대단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암기나 화살이 비겁하다는 인식도 있었지만, 근접전이 대부분인 무림에서 궁술 따위를 수련해 보아야 큰 이점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거리만 확보되면 그 어떤 것보다 무서운 것이 궁술이었다.
해서 궁술을 익히는 자들은 적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경공과 보법을 수련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쫓아올 수 있으리라…….
“그럼!”
초사가 안심하고 무릎을 굽히며 땅을 강하게 짓밟았다.
파아아앙!
“……!”
순간 방효곤이 입을 쩍 하고 벌렸다. 너무…… 빠른…….
아니 빠른 정도가 아니라…….
‘젠장!’
방효곤은 사력을 다해 초사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초사의 경공술은 자신이 생각했던 수준이 아니었다.
그저 진소청의 옆에서 갖가지 잡무나 처리하는 무인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의 눈에 비친 초사의 경공은 가히 ‘천하제일’처럼 보였다.
* * *
“…….”
아달타의 매서운 눈이 전방을 세밀하게 노려보았다.
그들이 북쪽으로 달려 도착한 것은 하남성의 정주 인근이었다.
아달타와 마승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진소청이 향하고 있다는 산서성의 오태산이었다.
그들은 가장 최단거리의 경로를 타고 이동을 해 왔고 눈앞에 강을 두고 있었다.
드넓은 강.
경공으로 넘을 수 없을 만큼 넓은 강이었다. 그곳을 건너야만 산서로 갈 수가 있었다.
배를 타려 나루 인근에 도착한 아달타와 마승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어째서 관인들이 이리 많단 말인가?
창검으로 무장한 관인들이 수도 없이 동원돼 오가는 이들을 검문하고 있었다.
특히나 죽립으로 얼굴을 가렸거나 승복을 입은 자들은 모조리 잡아들여 따로 문초를 하는 것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말을 탄 경계 병력이 강가를 돌며 저 멀리까지 수색을 하고 있었다.
“제길, 진가 표국에서 본 관인 놈이 제법 똑똑한 모양이군.”
“아달타.”
“…….”
“배편은 포기해야겠다. 지금 관인과 부딪혀서 좋을 것이 없다.”
“음…….”
하고자 하면 관인들을 모두 죽이고 배를 탈취해 강을 건널 수도 있었다.
딱히 흔적이 남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가장 빠른 방법을 선택했을 뿐이다.
오태산으로 가서 진소청을 만나 혈승의 소재를 파악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역천대공을 쓰러뜨릴 만큼 강한 진소청이었지만 아달타는 자신들이 가진 마도의 비기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진가 표국을 공격했으니 분명 무림의 추격대가 편성되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관인까지 끌어들여서 좋을 것이 없었다.
“어쩔 수 없지. 강을 돌아가려면 하남의 서쪽 끝까지 가야 하니. 일단 건널 수 있을 만큼 좁은 지역을 찾아 헤엄쳐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