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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191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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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월진천 191화

190화. 오태산으로 향하는 자들 (1)

 

 

 

 

소청은 단전에 기운을 천천히 모았다. 그리고 단중의 화기를 조금씩 단전 안으로 스미게 했다.

‘어우러짐을 만들어야 한다.’

무한을 떠나 북쪽으로 향하는 동안 별동대 무인들을 수련시키는 한편 소청은 자신의 수련도 병행했다.

별동대에게 주어진 잠깐의 휴식 시간, 그리고 그들이 잠을 자는 시간…….

그 시간은 그들뿐 아니라 소청에게 허락되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소청은 잠깐의 틈을 이용해 계속해서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수련을 이어 갔다.

그리고 근 한 달여 만에 드디어 조금씩 섞이기 시작했다.

물에 색소가 떨어진 것처럼 단전의 기운이 조금씩 화기에 동화되기 시작했다.

이전처럼 갑자기 푸른 불꽃이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은은한 열기가 그의 전신에서 흘러나왔다.

‘급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익숙해져야 할 때, 조금씩 조금씩 단전이 익숙해질 때까지…….’

어쩌면 자신이 이제껏 해 왔던 방식은 잘못된 것인지도 몰랐다.

천뢰충파는 혈도의 기운을 단전으로 급격히 밀어 넣음으로 생기는 충돌의 힘, 태극을 단번에 발출하는 기술이었다.

더욱 강한 힘을 사용하기 위해 만든 편법이었다.

하지만 강제로 만들어진 힘은 단전은 물론 몸에 엄청난 무리를 주고 있었다.

횟수를 더해 갈수록 단전에 생기는 고통이 컸기에 가진 바 모든 힘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단지 한 회 한 회의 파괴력이 엄청나기에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할 뿐이었다.

또한 소진하는 순간 찾아오는 공허감에 빈틈이 생기고 쉬이 회복되지도 않았다.

지금까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마종과의 일전이 조금씩 가까워져 오고 있는 시점에서 천뢰충파는 큰 쓸모가 없었다.

합일을 이룬다 해도 천뢰충파는 두 번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무황이 그러했던 것처럼 천뢰충파의 무공을 터트려 버린다면?

마종은 소청처럼 되돌아온 자였다.

어쩌면 자신보다 더욱 빠른 성취를 보였을 것이다.

무황과의 일전을 치렀고 더 강해져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그는 분명 강해질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무황이라는 든든한 벽을 믿고 있었지만, 그에게 찾아온 산공의 시간.

그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가 될지 몰랐다.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전생에서는 혁련휘가 그들을 막았지만, 지금의 마종에게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소청도 혁련휘도 더 강해져야 했다.

더 빨리…….

‘우웃! 급하다!’

고민에 빠지는 순간 소청이 열어 둔 틈으로 단중혈의 화기가 갑자기 몰아치자 소청은 급히 세맥을 닫았다.

가라앉혀야 한다.

내력이 완전히 섞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시도해야 했다. 소청은 호흡을 고르며 스며드는 기운을 미세하게 조절해 나갔다.

두 가지 기운을 섞되 서로 경계를 두지 않아야 했다.

휘이이이…….

천천히 좌정한 소청의 몸이 떠오르고 푸른 열기가 그의 단전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두 시진…….

드디어 단중의 모든 화기를 밀어 넣었다.

‘됐다!’

두 개의 기운이 완전히 어우러지자 소청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생겨났다.

충돌하지 않는다.

회전하지도 않는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매달려 온 어우러짐을 드디어 성공해 낸 것이다.

소청의 얼굴이 희열로 물들었다.

태극이 아닌 하나의 기운, 청염의 진한 화기가 그의 전신을 세맥을 타고 흘렀다.

‘이런 기분인가?’

이전과는 달리 기운의 흐름이 너무도 자연스러워졌다.

단전이 가득 차 채워질 공간조차 없는 포만감이 진득하게 느껴져 왔지만, 고통을 동반하지 않았다.

이전처럼 당장이라도 빠져나갈 듯이 보채지도 않았다.

무의식의 경계에서 깨어난 소청은 형용할 수가 없는 희열에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태극이 가진 온전한 힘.

거대하다.

마치 이전에 이룬 태극이 작아 보 일 만큼…….

‘좋군…… 어우러진다는 것은. 사람이든 기운이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타인과 진심으로 섞이지 못하고 혼자 살아온 전생의 삶이 태극이라면, 지금의 어우러짐은 혁련휘라는 친구가 생기고 소강이라는 동생과 가족이 생긴 진소청의 삶이 아닐까.

차자자작!

과연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을까?

소청은 확인을 해 보고 싶었다.

파아앙!

창대를 뽑아 든 소청이 힘껏 발을 굴러 허공으로 솟구쳤다.

높디높은 나무의 꼭대기를 밟고 더욱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다.

휘이이이…….

허공중에 불어오는 바람이 그의 뜨거운 열기에 닿아 상쾌함을 느끼게 했다.

눈 아래 만천하를 바라보고 있으니 마치 자신이 조물주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험해 보고 싶었다.

어우러짐, 축의 묘리로 합일한 단중과 단전이 가진 힘은 어느 정도일까?

멀리 거대한 산이 보였다.

첩첩이 쌓인 수많은 산봉우리 중 하나가 소청의 눈에 보였다.

후우웅.

곧게 세운 창대에 푸른 기운이 모여 거대한 구체를 만들었다.

마치 하늘에 푸른 달이 뜬 것처럼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단전에 어우러진 기운을 모조리 창대로 집어넣은 소청은 낙하가 시작되는 순간 목표한 봉우리를 향해 창대를 휘둘렀다.

후아아악!

창대가 일으킨 풍압과 함께 푸른 달이 이름 모를 산봉우리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만월’이라 이름 지어진 거대한 일초가 펼쳐졌다.

쿠아아아앙!

 

“뭐, 뭐야!”

“무슨 소리야?”

낮 동안의 피로에 빠져 잠들었던 별동대의 무인들이 갑작스러운 천둥소리와 지축이 뒤흔들리는 느낌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저기다! 저쪽이다!”

누군가의 외침에 그들이 무구를 챙겨 들고 소청이 있던 방향으로 달렸다.

“웬 놈……. 어?”

잠에서 덜 깬 그들은 혹시나 적의 습격인가 해서 달려왔지만, 그곳엔 창대를 늘어뜨리고 선 소청밖에 보이지 않았다.

“다들 깨 버렸네? 이거 미안하군.”

소청이 밝은 얼굴로 웃었다.

저런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사람이었나?

문득 승혜와 서문란은 소청의 얼굴에 지어진 미소가 너무나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신인(神人)의 미소 같다는 느낌일까?

휙휙.

‘내, 내가 무슨 생각을! 저놈은 악마야. 악마!’

승혜와 서문란은 동시에 떠오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기 위해 급히 고개를 저어 대었다.

“무슨 일입니까? 대장. 분명 엄청난 소음이…….”

악이군이 주위를 날카롭게 살펴보며 물었다.

먼 산자락이다.

그들의 위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보일 리가 없었다.

“아, 잠시 수련 좀 하느라.”

“수련요?”

소청의 말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수련?

뭐 아무것도 없는데?

분명 땅이 흔들리고 천둥소리가 들렸는데…….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자라. 아니면 모처럼 밤 수련을 좀 하든가…….”

밤 수련을 하든가…….

소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별동대의 무인들이 갑자기 창백해진 얼굴로 그곳을 벗어났다.

각자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짜식들…….”

소청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한 단계 성장했다.

여덟을 넷으로 만들었고 아직 넷을 온전히 둘로 만들지 못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여전히 더 많은 수련이 필요했다.

두 시진…….

합일을 이루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더 빨라져야 했다.

더 익숙해져야만 했다.

“뭐, 계속해서 수련하다 보면 나아지겠지.”

소청은 창대를 줄여 허리께에 끼워 넣고 천천히 잠을 청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소강이 녀석에게도 가르쳐 줘야겠군.”

든든한 형을 둔 덕분에 소강은 참 날로 받아먹는다.

 

* * *

 

바람은 소청 일행뿐 아니라 무한 진가 표국에도 불고 있었다.

성취의 바람이 아닌 피바람이…….

어느 순간 밤의 고요함을 타고 담을 넘어온 붉은 물결은 삽시간에 진가 표국을 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피 냄새가 사방을 진동시켰고 곳곳에 팔다리가 뜯긴 시신들이 넘쳐 났다.

“으으으…….”

대표두 포정이 아달타의 발에 짓밟힌 채 처참하게 변해 버린 표국을 바라보았다.

잔인하고 참혹했다.

순식간이었다. 그들이 진가 표국의 사람들을 학살하는 것은…….

“네놈이 대표두인가?”

“…….”

“네놈이라면 진소청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겠지.”

“땡중 놈……. 내가…… 내가 말해 줄 것…… 같으냐.”

포정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

으드득!

아달타는 포정의 어깨뼈를 짓밟아 으스러뜨렸다.

“끄아아아악!”

포정의 비명이 진가 표국을 지나 모든 곳에 퍼져 나갔다. 그를 지켜보던 표국의 사람들은 마승에게 사로잡힌 채 겁에 질려 오들거렸다.

“말해라. 진소청이 어디에 있는지.”

“절대로…… 우리 대공자님은…….”

“…….”

포정은 고통스럽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도 끝내 말하지 않았다.

고된 수련을 해 온 여느 무인보다 훨씬 더 독하게 버티는 모습에 아달타가 감탄성을 내었다.

“제법이군. 아주 제법이야. 고작 표두 나부랭이가 놀라운 인내심을 가지고 있군. 죽음 따윈 두렵지 않다는 이야기겠지? 하지만 이런 건 어떨까?”

그가 손을 뻗자 마승들이 지키고 있던 어린아이 하나가 허공을 날아와 잡혔다.

“네놈이 입을 떼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네…… 네놈…….”

뿌득, 뿌드득!

“아아악!”

아달타의 손이 아이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고통스러운 아이의 비명에 포정은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하지만 막을 손은 이미 으깨져 버렸다.

퍼석.

수박…… 아직 여물지 않은 수박이 터져 나가는 것처럼…….

“아……. 으…….”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었다.

저 잔인함을 어찌 말해야 하는가? 어찌 욕하고, 어찌…….

손이 피와 뇌수로 범벅이 되었지만 아달타는 무표정하기만 했다.

고작 예닐곱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의 목숨을 단번에 빼앗고도 죄책감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천천히 한 놈씩 죽여 주겠다. 네놈이 말할 때까지…….”

아달타는 축 늘어진 아이의 시신을 휙 하니 던져 버리고 또 다른 아이를 끌어당겼다.

포정의 눈동자에 실핏줄이 터져 나가고 피가 눈물이 되어 흘렀다.

“크흐흑……. 북쪽, 북쪽으로…….”

포정은 더는 아이의 죽음을 볼 수가 없었다.

자신이 죽는 것은 괜찮았지만 아무 죄도 없는 아이들을 죽게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그것은 소청도 바라지 않는 일일 것이다.

“북쪽? 북쪽 어디냐?”

“오태산…….”

“오태산. 그렇군.”

아달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잔인하게 말했다.

“모두 죽여라.”

“이, 이놈…… 어째서……. 어째서…….”

“애초에 단 한 놈도 살려 줄 생각은 없었다. 진가의 모든 것들은.”

“아…….”

포정이 아련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향해 다가가는 마승들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피피피핑!

엄청난 기운을 담은 무언가 대기를 꿰뚫고 쾌속하게 날아왔다.

“아율극!”

날카로운 예기를 느낀 아달타가 다급하게 외쳤다.

퍼억!

두 명의 마승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목구멍이 꿰뚫려 쓰러졌다.

화살?

아니다.

죽어 버린 두 명의 마승의 몸에 남아 있는 것은 없었다.

피피피잉!

또다시 무언가 쏘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미 한번 당한 마승들은 재빨리 움직여 피했다.

“흥!”

하지만 화살을 날린 자가 코웃음을 치며 손가락을 묘하게 비트는 순간 기의 화살이 잔인하게 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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