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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214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7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214화

213화. 확실히 알겠어

 

 

 

 

“젠장! 망할…….”

소청의 무위에 설영궁주는 욕설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설영궁은 북해의 본궁인 설화궁의 그림자였다. 오랫동안 쌍둥이처럼 존재해 왔기에 백효의 무서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한 걸음을 내딛는 것만으로 빙궁의 얼어붙은 동토를 뒤흔들고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빛만으로도 거대한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

진소청은 그런 백효와 대등한 힘을 가진 구자겸을 무너뜨린 자였다.

하지만 위험 부담이 큰 만큼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그를 잡으면 단숨에 자신의 입지가 올라갈 것이 틀림없었다.

“맹곽! 신호탄을 쏴라! 원산진을 중심으로 모은다.”

“예!”

맹곽이 신호탄을 쏴 올린 사이에도 조충은 계속해서 수하들을 자신들의 앞으로 중첩시켰다.

“고작 한 놈이다! 놈이 지칠 때까지 계속해서 몰아붙여라!”

설영궁주의 외침에 무인들이 쉬지 않고 소청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기습으로 인해 당황했으나 그리 피해는 크지 않았다.

소청과 함께 온 열 명의 무인들의 무위 역시 경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모두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집중해야 했다.

일단은 적의 수장인 진소청을 먼저 잡고 나머지를 처리해야 했다.

‘아무리 대단한 놈이라고 해도 내력이 무한정은 아닐 것이다.’

설영궁주는 한 번에 수십의 무인들을 상대하며 창대를 휘두르는 진소청의 모습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지치기는커녕 갈수록 더 강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수로 밀어붙이면 된다.

홀로 수천을 상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소청이 지칠 때를 기다려 공격에 나서면…….

“맹곽! 수하들을 계속해서 보내 방패막이로 삼아라!”

“궁주님, 놈이 너무 강합니다. 이미 피해가…….”

“닥쳐라, 이놈! 우리만 건재하면 된다. 우리만 살아 있으면 설영궁은 언제든지 재건할 수 있다!”

설영궁주와 맹곽, 조충에게 명령을 내리는 한편 조금씩 거리를 벌렸다.

그사이 계속해서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무인들을 베어 내고 있던 소청의 시선이 설영궁주를 향했다.

‘개새끼들…… 수장으로 보이는 놈들이 수하들을 보호할 생각은 하지 않고 꽁무니를 뺄 생각이다, 이거지?’

소청의 얼굴이 신경질적으로 일그러졌다.

“합!”

힘주어 잡은 창대가 가공할 기세를 머금고 땅바닥에 꽂혔다.

쾅!

창날이 지면 깊숙이 모습을 감추는 순간 거대한 힘이 뿜어졌다.

트득! 트드득!

마치 거인이 숟가락으로 대지를 떠 올린 것처럼 땅덩이가 솟구쳐 올랐다.

“이군! 놈들을 맡아라!”

“예!”

자신의 전면으로 달려든 무인들을 향해 땅덩이 자체를 뒤집어 던진 소청이 지면을 거칠게 밟았다.

파앙!

허공으로 솟구쳐 오른 소청이 근처 나무의 중심을 밟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수하들에게 겹겹이 둘러싸인 채 물러나고 있는 설영궁주를 향했다.

꾸우우…….

굽혀진 허벅지와 종아리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고 그의 발이 닿은 나무가 으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용천혈을 향해 뿜어진 진기가 폭발할 듯 응축된 순간.

쩌어어엉!

소청의 몸이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허헙!”

위에서 사선을 그리며 공간을 좁혀 오는 소청의 모습에 설영궁주가 기겁을 하며 맹곽과 조충을 잡아 당겼다.

“구, 궁주!”

졸지에 방패막이가 되어 버린 조충과 맹곽이 다급하게 진기를 끌어 올려 소청을 향해 장력을 뻗어 내었다.

쿠아아악!

설영궁의 실세다운 한기가 회오리치며 소청을 향해 쏘아져 나왔다.

“이따위!”

소청은 창대를 던지고 그들이 뿜어낸 한기 속으로 푸른 열기를 가득히 머금은 양손을 쑤셔 넣었다.

“허헉!”

텁!

조충과 맹곽의 손목이 소청의 손에 잡혀 당겨졌다.

‘어헉!’ 하는 신음과 함께 중심을 잃어버린 둘이 앞으로 튀어나올 듯이 당겨지는 순간.

손목을 놓고 회전해 뛰어넘은 소청의 양발이 그들의 등 어림을 찍어 밟았다.

콰직!

소청의 발이 목과 연결된 척추를 강타했다.

콰당탕탕!

동시에 앞으로 꼬꾸라져 버린 맹곽과 조충은 그대로 땅바닥에 엎어졌다.

쩌어엉!

지면으로 내려서는 소청의 양발이 그들의 머리를 짓밟아 눌렀다.

두 다리와 함께 몸이 튕겨 올랐던 조충과 맹곽은 한차례 부르르 떨더니 축 늘어졌다.

“이노옴!”

설영궁주는 소청이 수하들을 공격하는 틈을 타 매서운 한기를 머금은 검격을 찔러 넣었다.

허리를 젖혀 피한 소청의 발이 검면을 차올리고 그대로 회전하며 설영궁주를 향해 창을 찔러 넣었다.

차라락!

그 순간 설영궁주의 양손이 좌우로 펼쳐지며 그사이에 새하얀 한기가 응집되듯이 만들어져 창극을 튕겨 내었다.

퉁!

“……!”

소청은 창대를 움켜쥐며 물러났다.

반탄력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과연 일궁의 주인이라 할 만한 능숙한 대처였다.

물러난 소청은 설영궁주를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뒤로 물러나고 있었고 그들의 사이를 채운 설영궁의 무인들이 소청을 향해 검을 겨눠 왔다.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힘을 가진 자는 응당 앞서서 싸워야 한다. 그래야 수하들이 입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봐 설영궁주.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어째서 숨어 있나?”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소청의 몸에서 끈적한 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숨어? 흥, 뭔가 착각하고 있군. 이건 나의 전술일 뿐이다.”

“전술? 수하들을 죽음 속으로 밀어 넣고 몸을 숨기는 것 따위가 전술이라고?”

소청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는 네놈의 상대가 되지 못함을 알아. 굳이 전면전을 선택할 이유가 없지.”

“…….”

소청은 수하들을 고작 자신의 힘을 빼기 위한 수단으로 대하는 설영궁주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쓰레기 같은 자식…….”

소청이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네놈의 명령 하나에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수하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냐?”

“…….”

설영궁주가 소청을 빤히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핫핫……. 이거 참.”

“뭐가 웃기지?”

“진소청. 대단한 무인이라 들었는데 실망스럽군.”

“…….”

“수하들에게 부끄럽냐고? 어째서 부끄러워해야 하지? 우리가 그따위 감성적인 생각으로 중원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나?”

“뭐?”

“배부른 소리 하지 마라.”

설영궁주가 날카로운 눈으로 소청을 쏘아 보았다.

“동토의 대지는 먹을 것이 없지. 태어나면서부터 한기와 싸워야 한다. 강하지 못하면 기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하지. 무조건 이겨야만 한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만 남의 것을 차지할 수 있고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봐라. 나의 수하들이 나를 보는 모습을…….”

소청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자신을 향해 검을 세운 무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 떠오른 것은 두려움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 안에는 열망이 가득했다. 소청을 죽이겠다는 살의가 가득히 담긴 열망.

“이들이 나를 원망할 것 같은가? 이들 역시 나와 다르지 않아. 무조건 상대를 죽이고 빼앗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지. 죽음? 그따위 것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 왔다. 우린 죽음이라는 녀석을 곁에 두고 수십, 수백 년을 살아왔단 말이다.”

설영궁주는 소청을 비웃었다.

“그렇군.”

차라락!

소청이 창대를 돌려 전방을 향해 곧게 뻗어 잡았다.

“확실히 알겠어. 북해의 놈들…… 단 한 놈도 중원에 발을 들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소청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부터 모조리 죽여 주겠다.”

싸늘한 살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소청의 몸에서 뿜어진 기세가 대기를 짓눌러 놓았다.

“죽여라! 놈을 죽인 자에게 맹곽과 조충의 자리를 주겠다!”

설영궁주의 외침에 무인들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사라지고 짙은 탐욕이 채워졌다.

“우아아아!”

욕심에 미쳐 버린 무인들이 소청을 향해 사방에서 검을 뻗어 왔다.

파앙!

선두에서 다가온 무인의 머리를 때려 땅바닥에 처박아 버린 소청은 단전의 내기를 모조리 창대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설영궁의 무인들이 포개지듯이 소청을 덮쳤다.

“크크크…….”

설영궁주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이 가진 모든 한기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온 힘을 다해…….

수하들을 죽이고 빠져나온다면 그 순간이 될 것이고,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게 할 것이다.

그런데.

우우웅!

대기의 떨림과 함께 엄청난 힘의 여파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

미쳐 완전히 힘을 끌어 올리지도 못한 설영궁주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꾸우우…….

대기가 짓눌리기 시작했다.

그 모든 힘의 진원지는 진소청이었다.

콰아아앙!

강렬한 폭발과 함께 시퍼런 불꽃이 설영궁의 무인들을 모조리 찢어 버렸다.

엄청난 힘의 여파가 그 일대의 나무들을 뿌리째로 밀어 버렸다.

“이, 이런!”

설영궁주는 공격을 위해 끌어 올렸던 힘을 다급히 자신의 몸에 둘렀다.

쿠우웅!

거대한 충격파가 뻗어져 나와 그의 몸을 강타했다.

설영궁주의 몸을 감싸고 있던 한기가 밀려 나가며 살갗이 통으로 벗겨졌다.

‘크으윽!’

상처에 닿은 열기에 쓰라림이 찾아왔다.

“우웩!”

설영궁주의 입에서 검은 핏물이 토해져 나왔다.

후두두둑.

갈가리 찢긴 설영궁의 무인들이 사방에서 떨어져 내리고 피가 비처럼 쏟아졌다.

푸른 불꽃의 지옥을 만들어 버린 소청이 창대를 늘어뜨린 채 설영궁주를 향해 다가갔다.

한 걸음씩 내딛는 모습이 마치 자신의 명줄을 끊어 버리기 위해 다가오는 사신처럼 보였다.

“으으으…….”

소청의 걸음이 가까워 올수록 거대한 압력이 옥죔으로 변해 그의 심장을 짓눌렀다.

“끄으으…….”

답답함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살점이 찢겨 나가고 피가 흘러 혈신처럼 변해 버린 설영궁주는 손가락 하나도 꼼짝할 수가 없었다.

두려웠다.

애초에 수는 상관없었다.

소청이 가진 강대한 힘 앞에 선 그들은 바닥을 기는 개미 새끼와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중원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든지 아무 상관도 없어졌다.

지금은 그저 진소청이라는 괴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소청의 몸이 이미 그의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익!”

궁지에 몰린 쥐는 더러 고양이를 물기도 하는 법이다.

하지만 전투 의지가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지독한 내상, 공포와 두려움…….

온 힘을 다해 휘두른 설영궁주의 손이 너무도 허망하게 소청의 손에 잡혀 버렸다.

치이익!

“끄으으…….”

한기를 머금고 있던 그의 손목에서 진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거대한 불길이 그의 맥문을 통해 온몸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소청의 몸에서 뿜어진 열기가 그의 한기를 녹이고 온몸을 짓눌러 왔다.

우두둑.

“끄아악!”

팔이 역으로 꺾였다.

“쓰레기들…….”

설영궁주의 팔을 비틀어 통째로 뽑아 버린 소청은 창날을 횡으로 그었다.

우두둑, 쿠쿠궁.

설영궁주가 등을 대고 있던 거대한 나무가 쓰러졌다.

원산진의 중심을 이루었던 설영궁의 정예 무인들도 별동대의 공격에 와해되고 있었다.

이것으로 충분했다.

서둘러 하곡으로 향해야만 했다.

후미의 설영궁과는 달리 좌측과 우측은 그들의 본대와 가까운 지역이었다.

기습을 허용했다 해도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지금의 전투보다는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을 것이다.

북천맹의 나머지 무인들과 좌측을 공격하고 있을 신승.

철혈군과 함께 우측을 공격하고 있을 혁련휘…….

“휘는…… 알아서 잘하겠지.”

아직 설영궁의 무인들이 많이 남은 상태였다.

설영궁주와 정예 무인들의 죽음을 목도한 그 주변의 무인들은 사기가 꺾였지만 외곽에 포진하고 있던 무인들은 여전했다.

하지만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설영궁에 치중하고 있는 동안에도 남하한 북해의 본대에 의해 수많은 피해가 생기고 있을 터였다.

남아 있는 전투는 북천맹에서 도착한 일천의 무인들에게 맡겨야 했다.

“별동대! 신속하게 이동해 신승 어른과 합류한다!”

“예!”

소청과 별동대는 곧장 남하를 시작했다. 몰려드는 적의 진형을 무너뜨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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