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사일 4화
무료소설 풍운사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78회 작성일소설 읽기 : 풍운사일 4화
“저 아이는 누구냐?”
사제들의 간곡한 청에 의해 청곡자를 방으로 들인 청허자가 운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얼굴에는 말라비틀어질 만큼 가녀린 운호에 대한 못마땅함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얼마 전 제자로 들인 아입니다.”
“허허…….”
못마땅함이 한층 커졌다.
제 앞가림도 못할 정도로 엉망인 청곡자가 제자를 들였다고 하자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어디에서 만났느냐?”
“용현에서입니다. 부모를 잃고 넋이 나가 있더군요.”
“자넨 도대체… 저 아이를 어쩔 생각으로…….”
“사문에 맡길 생각이었습니다.”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청곡자가 대답했다.
무슨 뜻으로 물었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청곡자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사형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단박에 알아채고 운호의 처분을 물었음이 분명했다.
너무나 무책임한 대답이었다.
사부로서 제자의 앞길을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었다.
그랬기에 방에 있는 모든 장로의 입에서 안타까운 한숨 소리가 동시에 흘러나왔고, 한동안 깊은 침묵이 자리했다.
침묵을 깬 것은 좌중을 이끄는 청허자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너는 여전히 무책임하고 뻔뻔한 짓을 골라 하는구나.”
“죄송합니다, 사형.”
“흥! 운학이 게 있느냐!”
“예, 여기 있습니다.”
청허자가 소리쳐 부르자 밖에서 운학의 대답이 들려온 후 방문이 열렸다.
운학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궁금해서 자리를 뜨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씻긴 후 쉬게 하거라.”
“그리하겠습니다.”
고개를 조아렸지만 운학은 떨떠름한 얼굴이었다.
운호를 데리고 나가라는 것은 더 이상 밖에서 장로들이 하는 말을 듣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오늘의 장로회의는 다른 날과 다르게 흥미 있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 들어놓으면 사형제들에게 어깨를 으쓱거릴 수 있었을 텐데 여우 같은 사백은 운호를 핑계대어 그를 내쳤다.
운학이 운호를 데리고 나가자 청허자가 살쾡이 같은 눈으로 청곡을 노려보더니 커다랗게 헛기침을 한 후 말문을 열었다.
“청곡의 일은 나중에 논하고 눈앞에 벌어진 일부터 해결해야 되겠다. 청문 사제는 이 일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사형, 장문인께서 자리 비운 걸 왜 자꾸 저에게 떠넘기려 하십니까.”
“그럼 자네가 찾아오든가!”
“그런 억지가 어디 있습니까.”
“청면 사제.”
“예, 사형.”
“청문이 나보고 억지를 쓴다고 하는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장문인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째서?”
“과거 장문인치고 도망친 후 나타나신 분이 있습니까?”
“없었지.”
“특히 이번 장문인이신 청학 사형은 과거 어떤 장문인보다 그 심계가 깊으신 분입니다. 우리가 찾을 만큼 허술하게 숨지 않았을 겁니다.”
“내 말이 그 말일세. 장문인을 찾기가 요원해진 이상 점창에는 새로운 장문인이 필요하단 말일세. 해결책이 필요하지 않겠나!”
“당연한 말씀입니다.”
“어찌하면 좋을꼬?”
“소제는 점창의 하늘이 언제나 푸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 말고!”
“청문이라면 점창의 하늘을 푸르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거야. 내 말이 그 말일세!”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청면자가 분명하게 말을 끊자 청허자가 무릎을 쳤고, 다른 장로들이 슬그머니 미소를 지은 채 헛기침을 해댔다.
불똥이 청문자에게로 향하자 장로들은 지금까지의 심각했던 표정을 지우고 여기저기서 동조하는 말을 쏟아냈다.
청자배 돌림의 사형제는 여기 있는 아홉과 장문인 자리를 팽개치고 도망친 청학까지 모두 열 명이었다.
물론 속가를 합하게 되면 그 숫자는 훨씬 많아지겠지만 본산 직전제자는 이들이 전부였다.
그중 장문인직을 맡았던 청학은 두 번째이고, 지금 거론되고 있는 청문은 아홉 번째이니 나이 차이가 거의 이십 년이나 났다. 장문영부가 넘어온다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럼에도 청문이 펄쩍 뛴 것은, 문규로 봤을 때 청자배에서 장문인을 맡았다가 유고되었을 경우 다음 대인 운자배로 넘어가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청문의 입장에서 본다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인 것이다.
자유롭게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자기들 편하겠다고 덤터기를 씌운단 말인가.
비록 자신의 무력이 점창제일의 위치에 올라 있다지만 잘못된 관례를 만드는 것은 옳지 않았다.
점창십삼검의 수장인 운풍의 나이 벌써 마흔 아홉에 이르렀고, 그 성품이 뛰어나 장문인직을 수행함에 부족함이 없음에도 사형들은 점창의 부활을 외치며 자신에게 말도 안 되는 강요를 하고 있었다.
“사형들께서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계십니다. 소제가 장문인직을 넘겨받으면 점창의 하늘은 결코 푸름을 되찾지 못할 것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했습니다. 점창의 역사를 새롭게 쓰기 위해서는 운풍에게 장문인직을 넘기는 것이 맞습니다.”
“그럼 자네는?”
“무슨 말씀이신지?”
“운풍에게 맡겨놓고 자네는 놀고먹겠다는 뜻인가?”
“제가 언제 그런다고 했습니까?”
“흥! 내 눈에는 그리 보이는구먼.”
“사형!”
“우리도 놀지 않겠다고 했잖아. 최선을 다해 도울 테니 내 말대로 하게.”
“…….”
“풍운대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말일세. 그리할 테니 그만하고 맡아주게. 십 년만 맡아. 그 정도면 우리는 다 늙어서 죽든가 말할 힘도 없을 테니까.”
“끙!”
풍운대를 거론하며 청허가 결론을 내려 버리자 청문의 입에서 솥뚜껑 떨어지는 듯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올가미에 걸린 짐승의 마지막 발버둥치는 소리와 비슷한 것이었다.
그동안 사형제들이 하는 소리를 듣기만 하던 청곡이 입을 연 것은 궁금증 때문임이 분명했다.
오랜 외유 끝에 돌아온 그가 입을 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도 청곡은 청허를 향해 말을 꺼냈다.
“사형, 장문인이 튄 것은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 소제도 이해합니다만, 풍운대는 처음 듣는군요. 그게 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흥, 그걸 알아서 뭐하려고!”
청허의 입에서 곧바로 퉁을 놓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아직까지 처분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마당에 청곡이 질문까지 하자 그는 못마땅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청허에게 국한된 것이었다. 나머지 장로들은 이미 청곡을 가슴으로 받아들였기에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연 사람이 셋이나 되었다.
그중 청면자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사문의 기재들을 골라 비기를 전수함으로써 점창의 비력으로 만드는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일러 풍운대라 합니다.”
“왜 그런 일을……?”
“천하가 점차 난세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각 문파와 세력이 힘을 키우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른 곳은 이미 오래전 비력들을 키우기 시작했으나 점창은 아직 그러지 못했습니다. 한참이나 늦었지요.”
“음, 그렇구먼.”
“처음에는 점창십삼검에게 맡길 생각이었으나 장로들이 직접 나서서 키우는 것으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장문인께서 생각보다 일찍 도망간 이유도 장로들이 움직이길 바라서일 겁니다.”
“그래, 인원은?”
“일곱입니다.”
“일곱이라……. 너무 적군.”
“지금 점창의 여력으로는 일곱도 많습니다. 삼 년 동안 준비해서 겨우 일곱을 마련했으니까요.”
“어린 제자들이겠지?”
“그렇습니다.”
“백지에 그림을 그려 천년거목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이군.”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사문의 태청단을 박박 긁어모았고, 연무장도 별도로 마련해 놓았습니다. 장로들이 그 아이들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청곡의 말에 답한 청면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청곡의 입술이 자꾸 움찔거리는 걸 눈치채고는 그가 청허를 향해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랬기에 청곡은 고개를 돌려 청허에게 입을 열 수 있었다.
“사형, 풍운대에 운호를 넣어주시오.”
“뭐라?!”
“어차피 나는 오래 살지 못하오. 그러니 운호를 풍운대에 넣어서 키워주시오.”
“가당찮은 말이로다. 풍운대에 뽑혀온 아이들은 천부적인 재질과 영명함을 지녔다. 그런 풍운대에 어찌 운호를 넣는단 말인가?”
“사형께서 운호를 자세히 보지 않으신 모양이오. 운호는 그 어떤 기재보다 더 대단한 재질을 지녔소.”
“흥, 이제 거짓까지 하는구나. 내 눈이 아무리 무뎌졌다 해도 그 정도까지 침침해지지는 않았거늘.”
“허허, 사형은 아예 나를 내놓으셨나 보구려. 내 말은 전혀 믿으려 하지 않으시니 답답하오.”
“네가 사문을 나섰을 때부터 나는 너를 잊었다.”
“그런데 왜 내치시지 않소?”
“그것은…….”
“사형, 나는 한때 점창의 역사 속에서 가장 뛰어나다 지칭되던 무인이었소. 기억하십니까?”
“지나간 일을 떠올려 무엇 하겠느냐.”
“운호를 받아주시오. 그러면 나도 풍운대를 위해 내놓으리다.”
“무엇을 말인가?”
“태양을 베어버리는 검을 주겠소.”
“그게… 정말인가?”
청곡의 말에 청허를 비롯해 장내에 있던 장로들의 얼굴이 동시에 변했다.
태양을 베는 검.
청곡의 입에서 나온 말은 사일검법의 최후 검결을 풀어낸 해설서가 그의 품속에 있다는 뜻이었으니 장로들은 입을 벌린 채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청문자가 무섭게 얼굴을 굳히고 청곡자를 노려본 것은 사일검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직후였다.
그의 얼굴은 일그러진 채 엄청난 충격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그냥 내버려 두면 금방 검이라도 뽑을 기세였다.
“사형, 사실이오?”
“그러하네.”
“언제 완성하셨소?”
“주화입마에 빠진 후 내가 산을 등지고 세상에 나선 것은 사일의 끝을 보기 위함이었네. 천하를 둘러보며 자연의 위대함을 끝없이 궁구하였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십여 년 동안 고통스러운 면벽 수련을 수행하기도 했지. 하지만 사일을 보게 된 것은 내 병이 깊어져 모든 것을 체념하고 무심으로 돌아갔을 때였네. 참 해탈의 경지가 있음과 없음의 경계선에 있다는 걸 죽음을 앞두고서야 알게 되더군.”
“분광이요, 회풍이요?”
“둘 다라네.”
“흐, 사형께서는 끝까지 소제를 괴롭히시는구려.”
“무슨 말인가?”
“어려서부터 사형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소. 내가 밤잠을 설치며 미친놈처럼 발버둥 친 것은 그 벽을 한 번만이라도 부수고 싶었기 때문이오. 하지만 사형이 쳐놓은 벽은 너무나 거대했기에 나의 고통은 끝없이 지속되었소. 다른 사람들은 내가 사형을 존경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나는 사형을 저주하고 있었소.”
“이런, 쯧쯧.”
“사형이 산을 떠난 후에야 나는 그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비로소 사람처럼 살 수 있었소. 그 삼십 년 세월이 꿈결처럼 행복했는데 이제 나타나서 또다시 나를 괴롭히는구려!”
“진정으로 하는 말인가?”
“진정이오!”
“자네는 어려서부터 호승심이 있었지. 하지만 그 호승심보다 더 큰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문에 대한 사랑이었네. 자네가 미친 듯 수련한 이유는 나를 넘어서기 위함이 아니라 땅으로 떨어진 점창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어서였음이야. 나를 넘어서고 싶었던 것은 그 연장선상에 불과한 것이었지. 내 말이 틀렸나?”
“점창을 사랑하는 것은 여기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일이지, 나만의 일은 아니오.”
“당연한 말이지. 하지만 내가 본 자네는 더욱 특별하더군. 그래서 나는 점창의 영광을 위해 자네가 더욱 분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자극을 줄 수밖에 없었네.”
“나를 무시하듯 쳐다보던 눈빛과 말들이 그 때문이었단 말이오?”
“그러하네.”
“흐…….”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참으로 못할 짓을 했네. 하지만 그로 인해 자네의 검이 창천을 날았으니 어찌 미안하기만 하겠는가.”
“제 검은 겨우 창천에 달했을 뿐이오. 분광과 회풍은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소.”
“내가 얻은 심득이 분광과 회풍을 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걸세.”
눈을 부릅뜬 채 노려보는 청문자를 향해 청곡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마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새어 나왔다.
점창의 장로이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창천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물론 창천을 완벽하게 익힌 사람은 청문이 유일했으나 나머지도 창천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경지의 둔덕을 오른 사람들이다.
그랬으니 청곡의 말을 들은 후 기대에 찬 탄성을 흘리며 눈을 빛낼 수밖에 없었다.
청곡의 말대로라면 꿈의 경지인 분광과 회풍에 입문할 수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강렬한 눈빛과 표정으로 청곡을 노려본 것은 청문이었다.
그는 잠시도 청곡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는데, 그의 눈에는 이미 태양이 담겨져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있소?”
“후후, 내 생명 말인가?”
“…사형…….”
“잘 모르겠구먼.”
“저에게 분광과 회풍을 보여주시오. 그때까지 살아주시오.”
“시간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네. 점창의 운명이 청문, 자네에게 달려 있으니 오늘부터 나와 함께 거처하시게.”
“그리하리다. 그리고 청허 사형.”
“왜 그러는가?”
청문의 입에서 어느 샌가 뿌옇게 흐려진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청허자의 이름이 나왔다.
청허자는 갑작스러운 부름에 눈을 동그랗게 떴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얼굴이다.
“장문인직은 청현이 맡아야겠소.”
“무슨 소리?”
“잘 아시는 것처럼 점창의 내실을 기하는 데는 청현만 한 인재가 없습니다. 사형께서 저에게 장문인직을 강요한 이유는 강건한 점창을 꿈꾸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리 되도록 하겠습니다. 분광과 회풍을 가슴에 품어 점창이 하늘로 비상하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리할 테니 장문인직은 청현에게 주셨으면 하오.”
천선각에 도착한 운호는 환하게 비추는 햇살을 맞으며 마루에 걸터앉아, 자신의 곁을 빙빙 맴도는 운학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안한 시선.
사부를 만난 이후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운호는 낯선 사형과 단둘이 있게 되자 시선을 똑바로 두지 못하고 연신 운학의 다리를 따라 눈을 돌렸다.
그런 운호의 불안정한 태도가 장로회의 결과의 궁금증을 날려 버리고 운학의 호기심을 이끌어냈다.
“이봐, 꼬맹이 사제.”
“……예.”
“이런, 쯧쯧. 내가 부를 때는 뒤에 사형이란 말을 붙여야 한단다. 알겠느냐?”
“예, 사형.”
“몇 살이지?”
“……아홉 살이요.”
“어허, 아홉 살이라고?”
운호를 살피는 운학의 눈에서 이채가 나타났다. 아홉 살로 보기에는 작아도 너무 작았다. 맑은 눈동자는 한없이 순수했지만 체격은 살아온 삶의 흉험함을 고스란히 보여줄 만큼 형편없었다. 그랬기에 운학은 다정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운호야, 청곡 사백은 어떻게 만났느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집에 혼자 있었는데 사부님이 오셨어요.”
“그래서 따라왔느냐?”
“사부님께서 사람답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신다고 했어요.”
“그랬구나. 그랬어.”
고개를 끄덕였으나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역시 점창십삼검의 일원인 만큼 사람의 수명을 살필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청곡자의 수명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육 개월을 넘길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무림문파에서 사부의 죽음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운호처럼 배분이 높은 사부의 홀연한 죽음은 그가 살아가는 데 수많은 어려움을 만들어낼 터였다.
그랬기에 운학은 천천히 운호에게서 눈을 떼며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