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사일 2화
무료소설 풍운사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풍운사일 2화
“다 왔구나, 운호야. 고생이 많았다.”
고사리만 한 손을 이끌며 사부님은 빙긋이 웃고 멀리 보이는 산문을 가리켰다.
멀고 먼 길을 돌아 보름 동안 걸어온 길의 마지막에 나타난 산문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초라했지만, 사부는 지쳐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자신을 향해 기쁜 얼굴을 숨기지 않았다.
고향.
오랜 외유 끝에 돌아와 산문을 바라보는 사부의 눈은 온통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산길은 언제나 그렇듯 가까워 보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 거의 반 시진이 지나서야 산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숨이 턱까지 올라와 제대로 내쉬기 어려웠으나 운호는 우뚝 멈춰 서서 산문을 바라보는 사부의 모습에 힘든 표정을 숨겼다.
어느덧 사부의 눈에서는 진하고 굵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농사꾼이 애써 가꾼 밭에 새겨진 고랑처럼 수많은 주름이 덮여 있는 사부의 얼굴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똑바로 흐르지 못하게 막아 좌우로 흩뿌리게 만들었다.
격정.
끄트머리에 선 사부의 오랜 인생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힘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사부의 눈이 머무는 곳.
산문 좌측에 놓인 거암에 웅혼하게 쓰여 있는 글씨가 사부의 눈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분명했다.
바위는 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자신에게조차 알 수 없는 위엄을 내보이며 당당히 서 있었는데, 오랜 세월의 풍상으로 깎이고 희미해졌으나 그 위엄은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
글을 모르기 때문에 무슨 내용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운호는 글씨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엄을 이겨내지 못하고 간신히 다잡은 호흡을 결국 흩트리고 말았다.
기이한 경험이었다.
오랜 시간 떨리는 몸으로 눈물을 흘리던 사부가 서서히 바위를 향해 다가섰다.
조심스러웠다.
얼마나 조심스럽게 행동하는지 운호는 바짝 마른 입술을 향해 혀를 내밀어야 했다.
바위에 다다른 사부의 손이 글씨를 따라 느리게 움직여 나갔다.
갓난아이의 손발을 만지는 것처럼 부들부들 떨리는 손.
가슴을 차지하고 있는 격정으로 인해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지만 손은 글씨의 획을 따라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사부의 모습은 오랫동안 헤어져 지낸 어머니를 찾은 불효자의 모습처럼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절절히 배어 있었다.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는 마음이 절절히 울려 나왔고, 오랜 사랑 또한 숨기지 못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영원히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사부가 바위에서 떨어져 나와 절을 하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사부의 절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왜 저렇게 많은 절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말릴 엄두가 나지 않아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운호야.”
“예, 사부님!”
등을 보인 채 갑작스럽게 불렀기 때문에 운호는 큰 목소리로 대답하고 말았다.
엄숙했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은 목소리.
그러나 사부님은 책하는 대신 옆으로 운호를 오게 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무릎을 꿇어라.”
“이렇게요?”
“그래, 잘했구나.”
운호가 자신과 똑같은 자세로 무릎을 꿇자 노안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는 운호를 만난 후 항상 이런 미소를 지었다.
“운호야, 너는 이 글씨가 뭔 줄 아느냐?”
“몰라요…….”
언제나 그렇듯 부끄럽다.
글을 모른다는 건 자랑이 아니기에 운호는 인자한 미소를 짓는 사부를 향해 부끄러운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사부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이 글씨는 사부의 사문을 나타내는 이름이다. 따라서 읽어라. 점, 창.”
“점, 창.”
“그렇다. 사부의 사문이며 너의 사문이기도 하다. 앞으로 네가 살아갈 곳이며 너를 책임질 곳이니 영원히 가슴속에 묻어야 할 것이다.”
“알았어요.”
“점창의 명예는 한없이 높고 푸르니 너는 이 이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네, 사부님.”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으나 운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분명하게 대답했다.
몸을 일으켜 산문으로 들어서자 끝이 보이지 않는 활엽수와 수명을 추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노송들이 그들을 맞이했다.
길은 여전히 좁고 구불거렸으며 매우 가팔라 사부는 운호의 손을 꼭 잡은 채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거친 산길을 따라 걷는 노인과 소년의 모습은 너무나 다정스러워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명공의 손에 의해 그려진 그림이 있다면 이런 풍경일 것이다.
그러나 그 광경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운호의 입에서 가쁜 숨소리가 새어 나오며 허리가 구부러지기 시작했다.
“헉, 헉…….”
느린 발걸음이었으나 가파른 산길을 걷기에는 아직 육체가 영글지 못했기에 운호는 사부의 손을 꼭 잡고 비틀거리는 다리를 제어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힘들다는 시늉이라도 하련만 운호는 입을 열지 않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앞만 보고 걸었다.
자신보다 훨씬 힘들어 보이는 사부의 육신.
손을 잡은 주름진 손은 앙상하고 구부러진 허리가 안타깝다.
사부조차 힘든 것을 숨기는 마당에 제자가 먼저 힘들다는 말을 꺼내기엔 그의 심성이 너무나 곱고 바르다.
“힘든 모양이구나.”
“헉헉, 괜찮아요.”
“괜찮긴, 사문의 길은 예전부터 무척이나 험난했다. 나도 이렇게 힘든데 너는 오죽하겠느냐. 잠시 쉬어가자꾸나.”
“……예.”
사부가 걸음을 멈추자 운호가 얼른 등에 멘 봇짐을 풀어 땅에 내려놓았다.
사부의 옷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깔고 앉을 수 있게 평편한 곳을 골라 자리를 마련했다.
사부는 스스럼없이 자리에 앉아, 말없이 서 있는 운호를 무릎 사이로 끌어안았다.
사부의 늙은 품은 좁고 메말랐으나 운호를 품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운호를 바라보는 사부의 눈은 손주를 보는 것처럼 더없이 은혜로웠다.
제자로 맞이한 지 불과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보면 볼수록 심성이 곱고 심지 또한 강한 아이였다.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도 일부러 외면한 것은 운호의 자세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늙은이의 걱정.
늙으면 고집이 커지고 집착이 강해진다고 하는데 자신이 꼭 그 짝이다.
일흔이 다 되어 얻은 어린 제자가 풍족한 의지로 무의 세계에 다가서기를 바라는 욕심은 머리를 흔들 정도로 컸다.
아홉 살의 나이.
또래보다 훨씬 작은 체구.
얼마나 못 먹고 자랐는지 갈비뼈가 고스란히 드러날 정도로 바짝 마른 아이에게서 도대체 무엇을 원하고 있는 걸까.
그럼에도 이런 경우가 생길 때마다 운호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역경과 당당히 맞서 싸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과 다르게 마음은 여지없이 아파왔다.
앉으라는 말을 하지 않고 있자 그저 힘든 몸으로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아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운호를 향해 사부가 손을 내밀었다.
품으로 끌어당겨 안자 운호는 힘들었던 몸을 기대며 축 늘어졌다.
“운호야.”
“예, 사부님.”
“이제 반 시진 정도만 가면 사형제들을 볼 수 있겠구나.”
“사형제가 뭐지요?”
“그들은 너의 가족이란다.”
“가족…….”
사부의 입에서 가족이란 말이 나오자 운호가 되뇌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천애고아인 그에게 가족이란 단어는 매우 생소한 것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그런 운호의 머리를 사부는 손을 들어 쓰다듬었다.
생소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겠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불행을 당했겠느냐.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만들어주마.
“운호야, 저 하늘이 너무나 푸르구나.”
“손가락으로 찌르면 물이 나올 것 같아요.”
“허허, 꼭 맞는 비유구나. 네 말을 들으니 정말 그럴 것도 같구나.”
“그럴까요?”
“껄껄껄!”
맑게 웃는 운호를 보는 사부의 입에서 유쾌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가끔 가다 보이기 시작한 운호의 웃음이 수많은 사연을 간직하며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자신에게 한줄기 빛이 되고 있었다.
이 아이의 웃음이 지속되기를 진정으로 바랐다.
“운호야, 점창의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점창을 둘러싼 나무와 바위 역시 고결하기 그지없단다. 너는 앞으로 네가 살아갈 이곳 점창처럼 광명정대하고 웅혼한 기상을 키울 수 있겠느냐?”
“그럴 수 있어요. 사부님만 옆에 있어 준다면.”
“내 나이 벌써 예순아홉이다. 늙어빠진 몸을 이끌고 꿈에 그리던 사문으로 돌아왔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그런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느냐.”
“사부님…….”
“너의 삶을 사부에게 기대는 순간 너는 진정한 무인으로 성장할 수 없다. 사내의 삶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법이란다. 더욱 굳건한 의지를 키우지 못하면 강호는 물론이고 사문에서조차 배척받는 자가 될 것이다.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예.”
부릅뜬 눈으로 쳐다보자 운호가 눈을 내리깔며 억지로 대답했다.
그 모습에 눈가가 뿌옇게 흐려왔다.
자신이 거두었으니 이 아이가 믿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그럼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이토록 냉정하게 말하는 것은 남아 있는 수명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이 불행했던 만큼 이 아이의 삶은 불행하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제자로서 사부를 믿는 것이 어찌 잘못된 일일까.
그럼에도 자신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운호를 향해 화를 내었다.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하는 자신의 운명.
그 운명이 저주스러웠다.
“잠시 멈추시오!”
쉬었던 걸음을 다시 옮겨 일각 정도 산길을 따라 걸었을 때, 나지막하면서도 강렬한 음성이 그들의 발길을 막았다.
왼편 바위에 걸터앉은 사내에게서 흘러나온 것이다.
흑색 무복을 입은 사내는 서른은 훌쩍 넘었고 마흔에는 모자라 보였는데, 왼손에 검을 잡은 채 여유 있는 자세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불경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사내의 얼굴에 담겨 있는 부드러운 미소와 그의 몸에서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자유로움 때문임이 분명했다.
“어르신께서는 점창에 볼일이 있는 분이시군요. 저에게 미리 말씀해 주시면 무슨 일인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당연히 도와야지.”
흑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묻자 운호의 손을 잡고 있던 사부에게서 반가운 눈빛이 흘러나왔다.
더불어 그의 얼굴에는 왜 이제야 나타났느냐는 가벼운 질책도 함께 묻어 있었다.
“자네는 누군가?”
“운학이라 하옵니다만.”
“운학이라……. 사부의 명호는 어떻게 되는가?”
다짜고짜 사부가 누구인가를 묻는 노인을 향해 나타난 사내는 슬쩍 웃음을 거뒀다.
그리고는 노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본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청 자, 현 자 쓰십니다.”
“청현… 그는 잘 있느냐?”
“저의 사부님을 아시는 모양이군요. 뉘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쯧쯧쯧, 사문의 존장도 몰라보다니. 하긴 내가 산을 떠난 시간이 너무나 오래되었으니 어찌 너를 탓하겠느냐. 나는 청곡이라고 한다.”
불쾌하게 변해가던 사내의 표정이 순식간에 귀신을 본 것 같은 얼굴로 바뀌었다.
점창에 적을 둔 자로 어찌 청곡이란 이름을 모를 것인가.
오랜 세월이 지났다 해도 청곡이란 이름은 너무나 큰 것이었다.
“청곡 사백이시라고요? 정말이십니까?”
“그렇다.”
그러나 놀란 얼굴로 노인의 정체를 확인하던 사내가 원래의 표정으로 되돌아온 것은 그리 길지 않았다.
명문의 직전제자가 가져야 하는 침착함이 그의 모습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점창은 그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당연한 말이로다.”
노인의 손이 등 뒤로 돌아가자 운학의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무인의 손이 시선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운학은 침묵 속에서 노인의 손이 다시 앞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노인은 운학의 기다림은 상관없다는 듯, 아주 느린 손길로 등 뒤에서 천으로 감싼 기다란 물건을 꺼내 들었다.
천이 아래로 흐른 후 나타난 것은 낡은 검집에 싸인 고검.
검을 꺼내지 않아도 운학의 눈길이 무섭게 변했다. 점창의 검은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법이고, 이제 거의 전설이 되어버린 흑룡검갑은 점창 역사상 최고의 무재로 꼽히던 청곡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설마 하던 그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운학이 사백님을 뵈옵니다.”
두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며 운호가 눈을 끔벅거리고 있을 때, 운학이 커다란 목소리와 함께 노인을 향해 절을 올렸다.
그의 행동엔 한없는 공경이 배어 있었고, 옷이 황토에 더럽혀지는 것조차 개의치 않았다.
운호는 운학을 바라보다 느긋한 모습으로 서 있는 사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부가 지금까지 자신의 정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오직 점창 사람이란 것뿐이다.
청곡이라는 도호는 생소했고, 점창 내에서도 꽤나 높은 배분이라는 것 역시 처음 알았다.
아직까지 땅에 무릎을 대고 있는 운학은 진정으로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청곡의 출현이 그만큼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사부께서는 저에게 사백의 이야기를 수없이 하셨습니다. 언젠가는 돌아오실 거라며, 사백께서 떠나실 때 손을 잡아주셨다는 초량암을 매일 들르다시피 하셨습니다. 사부께서는 사백을 무척이나 그리워하셨습니다.”
“허허, 청현의 마음이 그리 여리니 너희가 꽤나 힘들었겠구나.”
“아니옵니다.”
“이 아이는 운호라고 한다. 내가 제자로 들였으니 너하고는 사형제가 되겠구나.”
“아, 그렇습니까.”
어리둥절한 모습.
청곡의 배분이라면 그 제자는 자신보다 훨씬 연장자여야 정상이다. 그런데 입김만 불어도 쓰러질 것만 같은 아이를 제자라고 소개하자 운학은 대답을 해놓곤 찬찬히 운호를 뜯어봤다.
그런 운학을 향해 운호가 서둘러 인사를 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하하하, 그래. 우리 잘 지내보자꾸나.”
의외였을 게 분명함에도 운학은 금방 맑은 웃음을 지었다.
어떤 사정인지는 나중에 알아봐도 된다는 생각에 그는 어린 사제의 손을 꼬옥 잡은 채 한참 동안 눈을 들여다보았다.
눈을 보면 그 사람이 가진 것을 대충이나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곡은 운학에게 더 이상 시간을 주지 않았다.
“장문인께서는 잘 지내시느냐?”
“장문인께서는…….”
“왜 그러느냐?”
“며칠 전 편지 한 통을 써놓으시고 떠나셨습니다.”
“어디로?”
“마지막 심득을 얻어 좋은 세상으로 가겠다며 찾지 말라 하셨습니다. 아마 산 어딘가에 거처를 마련하신 것 같습니다.”
“이런, 점창의 병이 또 도진 게로구먼.”
청곡이 한심스럽다는 얼굴로 중얼거리자 운학이 슬쩍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 역시 선조들이 해오던 기행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당황한 표정은 짓지 않았으나, 오랜만에 돌아온 사백이 혀를 차자 뻣뻣하게 마주 대하기는 무안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입을 열어 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말하는 건 잊지는 않았다.
“상청궁에서 그 때문에 장로회의가 열리고 있는 중입니다.”
“쯧쯧, 가보자. 앞장서거라.”
“예, 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