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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243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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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월진천 243화

242화. 삼궁의 정수를 깨우다

 

 

 

 

우두둑!

나무가 송두리째 뽑혀 나갔다.

무황과 마종의 팽팽한 싸움은 반나절이나 이어졌다.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부딪혀 밀어내니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충격파가 상상을 초월했다.

마천의 무인들은 당연했고 세주들과 열두 명의 마인들마저도 두 사람이 만든 격돌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멀찍이 물러나야 했다.

“하압!”

콰아아아앙!

장력의 부딪침이 천지를 진동시켰고 두 사람은 거리를 두고 물러났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멀어진 듯한데?”

“…….”

종리세가 피식 웃자 무황의 눈가가 미세하게 떨렸다.

무황은 힘을 아끼고 있었다.

무황과 마종 종리세와의 싸움이 시작된 이후 마천은 물러나 기다릴 뿐 중원의 무인들을 뒤쫓지 않았다.

최대한 시간을 벌어줄 욕심에 힘을 아끼며 싸웠다.

그런데.

힘은 아낀 것은 무황뿐만이 아니라 종리세도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제법이구나. 감탄할 만하다.”

무황이 호흡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 나를 죽이고 중원을 짓밟을 수 있다 생각하는 모양이구나.”

“그래.”

종리세는 당당하게 말했다.

“후후, 글쎄. 그 자신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구나.”

“호오? 여전히 나를 이길 수 있다 생각하는 건가? 고작 그 정도의 힘으로?”

“내가? 헛헛헛.”

“…….”

무황의 웃음에 종리세가 묘한 눈빛을 만들었다.

“나는 산공의 때를 맞이하고 있다. 아니 이미 오래전에 맞이했지. 이제껏 나서지 않고 기다린 것은 너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

산공이라는 말에 종리세의 눈이 찌푸려졌다.

산공이라고?

산공은 죽음을 뜻한다.

‘그렇군. 전생에 마천 정벌 당시에 무황은 존재하지 않았어.’

종리세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전생의 마천 정벌의 시기는 지금과 차이가 있었다.

오위합취.

밤하늘의 다섯 별이 일렬로 늘어설 때를 기다려 시작된 마천 정벌이었다.

그때가 되자면 아직 삼십 년이라는 세월이 남아 있었다.

종리세가 역천을 이루지 않았다면 마천이 움직인 것은 오위합취의 날이 찾아온 뒤였을 것이다. 

아마도 무황이 죽은 뒤…….

그런데.

무황은 어째서 자신에게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나 보지?”

“그래, 충분히 믿을 만한 녀석이 있지.”

“…….”

종리세는 무척이나 신경이 거슬렸다.

명사평의 전투.

중원 무인들과의 격돌.

만약 마종이 선두에서 이끌었으면 전투는 오래전에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나서지 않았던 것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중앙을 이끌었던 전신 혁련휘.

요마를 죽였던 어린 사내.

무황을 제외하면 눈여겨볼 만한 것은 그들이 전부였다. 

나머지는 마천의 세주들에게도 미치지 못하는 실력이었다. 어느 누구도 종리세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무황의 자신감은 뭐란 말인가? 저들 사이에 자신이 파악하지 못한 자가 있단 말인가?

“나는 오랫동안 후회했다. 십 년 전 네 녀석이 찾아왔을 때 죽이지 않았던 것을…….”

“…….”

“그때는 그저 기특했기에 살려주었었지. 너 따위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것이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데 너도 그랬더구나.”

“뭐?”

“소청, 그 아이를 살려주었더군.”

“진소청?”

굳어 있던 종리세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이 지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천의 병력을 움직이기 전에 진가를 찾아갔다.

방유현으로 위장했던 환마가 죽었을 때 신투 막야가 자신과 함께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작 도적일 뿐이다.

아무런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막야가 자신들의 사형을 무너뜨렸다.

전생에 신투였으니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를 익히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묘한 불안감이 들었다.

하지만 직접 부딪혀 본 그는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고작해야 그의 실력은 자신의 손바닥을 찢을 정도가 전부였다.

“하! 설마 믿고 있는 것이 진소청인가?”

“그렇다면 어찌할 터냐?”

“멍청한…….”

종리세가 비웃었지만 무황은 조금도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고작 그따위 놈을 믿고 있다니, 내가 그대를 잘못 판단한 모양이군.”

“…….”

“그대가 걸고 있는 희망이 진소청 그놈이라면 중원에 미래는 없을 것이다.”

종리세의 싸늘한 미소와 함께 평범하기만 했던 그의 기세가 살인적인 폭풍을 만들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쿠르릉!

그의 기세가 막 하늘을 메우기 시작한 먹구름에 닿았는지 천둥이 미친 듯이 울음을 토했다.

“산공이 끝나기 전에 죽여주마. 무황.”

종리세는 자신의 허리춤에 매달린 검, 역천(逆天)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우우웅!

백색의 검신이 진하게 떨려 왔다.

모든 것의 끝이자 시작이 된 검.

무황 위도혁을 죽이고 중원을 발아래 꿇게 할 것이다.

종리세는 자신이 세상을 지배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좋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마!”

무황 위도혁의 손에 붉은 도갑을 빠져나온 참작이 잡혔다.

그리고 그의 몸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파천도법의 제 이초식 경천기개.

그리고 그 기세가 극에 달했을 때 뻗어 나오는 붉은 기운 혈영(血影).

시천자의 내공이 완전히 태워질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는 파천도법의 절예가 시작되었다.

곧게 세워진 참작을 빠져나온 붉은 기운이 석양처럼 내려앉아 명산평을 물들였다.

그리고 무겁게 그어졌다.

허공에 곤(丨: 뚫을 곤)자를 써내려가는 것처럼 천천히.

완전하게 개방된 지상 최강의 무인이 뻗어 낸 기운이 그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제 일초 만경창파.

쿠우우우…….

거대한 기운이 만 가지 변화를 머금고 종리세를 향해 날아갔다.

하늘을 가득하게 메웠던 먹구름마저 무황의 기운을 이기지 못한 것처럼 참작이 그어진 방향을 향해 세차게 달렸다.

마치 먹구름이 하늘 위에 강을 만드는 것처럼 물결을 만들었다.

“큭큭, 대단해.”

종리세는 세상을 조각내며 다가오는 무황의 만경창파를 정면으로 막아서며 역천검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하지만!”

꾸욱!

역천검의 손잡이를 잡은 종리세의 손에 굵은 힘줄이 툭툭 불거졌다.

삼궁의 정수.

종리세가 얻은 힘.

그중 가장 먼저 취했던 빙궁의 극음지기 중 가장 순수한 한기.

빙마동의 괴인들의 생명줄과도 같았던 그 힘을 모조리 흡수해 마기로 바꾸었다.

쿠아아…….

힘을 개방한 종리세의 몸에서 세상을 얼려 버릴 듯한 한기를 머금은 마기가 뿜어져 나와 무황의 만경창파에 부딪혔다.

쩌어어엉!

두 개의 기운이 부딪힌 경계에서 만들어진 폭풍이 명산평을 반으로 갈라놓았다.

무황이 있던 곳은 손바닥보다 작게 잘려 나갔고, 종리세가 있는 곳은 동토의 대지로 변해 버렸다.

쿠우우우…….

둘은 마치 힘 싸움을 하듯이 기세를 끌어올렸다.

그그극! 그그그극!

힘이 부딪힌 경계에서 생겨난 마찰음이 거친 음파를 만들며 퍼져 나갔다.

명사평의 밖까지 물러났던 마천의 무인들이 귀를 막고 얼굴을 찡그릴 정도로 잔인한 소음이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종리세의 기운에 팽팽히 맞서고 있던 무황의 만경창파가 거두어졌다.

“……!”

종리세가 일으킨 극음지기가 맹렬하게 무황의 영역을 침범하며 나아갔다.

그런데 뒤로 당겼던 무황의 도가 한점을 향해 곧게 뻗어져 나왔다.

콰콰콰!

극음의 기운을 맨몸으로 버티며 내지른 칼끝에서 응축된 만경창파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건!’

종리세의 시선이 찌푸려졌다.

무황은 극음지기에 자신의 몸을 노출시키고 모든 힘을 칼끝으로 집중시켰다.

매섭게 몰아친 한기가 그의 살갗을 찢어 놓고 솟구치는 피마저 얼어붙게 하고 있음에도 무황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짜아앙!

창처럼 변한 기운이 한 점에 집중되어 종리세의 극음지기를 때렸다.

축(縮).

무황은 자신이 펼쳐 낸 모든 기운을 응축시킨 것이다.

스스로의 몸을 돌보지 않은 채.

오직 극음지기를 꿰뚫기 위함이었다.

“이이…….”

거대한 한기의 해일에 구멍이 만들어졌다.

기운으로 만든 창이 극음지기를 꿰뚫는 순간, 날카롭게 세워졌던 참작이 횡으로 그어졌다.

화악!

한 점에 집중되었던 만경창파의 기운이 구멍을 뚫고 나오자마자 신(伸)의 묘리에 의해 거대화되었다. 

‘망할!’

종리세는 다급하게 검을 휘둘렀다.

깡! 까가가강!

하지만 만경창파에 실린 무수한 변화를 모조리 막을 수는 없었다.

그의 검격을 뚫고 들어온 변화가 살갗을 찢고 아릿함을 만들었다.

하지만 멈출 수도, 멈추어서도 안 되었다.

산공의 때를 맞이하고 있다고는 하나 무황을 경시할 수 없었다.

우웅!

만경창파의 기운을 피해 거칠게 뒷걸음질하던 종리세의 역천검에 두 번째 기운이 솟구쳐 나왔다.

혈궁의 화기.

검은 산의 가장 깊은 곳에 잠들어 있었던 용암의 열기는 세상의 그 어떤 양강 무학보다 강했다.

그것을 얻기 위해 무려 서른두 번이나 전신의 피부가 벗겨졌다.

지면을 박찬 종리세의 몸이 만경창파의 기운을 향해 화살처럼 쏘아져 들어갔다.

쿠아아아!

역천검에 어린 화기가 화룡의 숨결처럼 토해져 만경창파의 기운을 집어삼켰다.

동토로 변했던 명사평에 거대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종리세의 검격과 무황의 도격이 부딪칠 때마다 강렬한 화기가 명사평을 불태웠다.

대지는 뜨겁게 달궈지고 나무는 순식간에 타올라 재로 변했다.

‘크읏!’

종리세의 검격을 튕겨내던 무황은 달구어진 참작을 잡은 손이 녹아내리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저 수십 초의 부딪침이 있었을 뿐인데 손바닥에 인두질을 당하는 것 같았다.

투웅!

횡으로 그어진 역천검이 허리를 젖힌 무황의 가슴께를 쓸고 지나갔다.

닿지 않았음에도 입고 있던 의복이 불타오르고 열기에 살갗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짓물렀다.

파앙!

지면을 밟고 허공으로 솟구치는 무황의 신형을 종리세가 곧바로 뒤쫓았다.

마치 허공에 받침대가 있는 것처럼 움직이던 무황은 종리세가 자신의 발아래 놓이는 순간 참작으로 곤(丨)자를 만들었다.

쿠우우…….

거대한 기운이 떨어져 내렸다.

“이까짓!”

종리세는 무황의 힘을 튕겨 버릴 생각으로 역천검을 양손으로 잡고 수직으로 베어 올렸다.

무황의 기운을 양 갈래로 베고 혈궁의 화기로 태워 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

쿠우웅!

맞부딪히는 순간 거대한 힘의 짓누름에 몸이 떨려왔다.

파천도법의 제 삼초 붕산진곤.

산을 허물고 땅을 허문다는 파천도법의 마지막 초식이었다.

그것은 만경창파와 같은 변화의 무공이 아니라 힘의 무공이었다.

마치 하늘이 통째로 세상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쿵!

힘에 밀려 바닥으로 떨어진 종리세는 막대한 압력에 지면에 발을 파묻었다.

쿠우웅!

힘의 여파가 종리세만을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명사평 전역을 짓눌렀다.

“끄으으…….”

종리세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쳐들었다.

무지막지한 힘에 머리를 들어 올리는 데에도 엄청난 내력이 소모되어 목구멍으로 핏물이 배어 나왔다.

그의 머리 위에서 손을 뻗고 천신처럼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얼굴이 보였다.

과연 무황이었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이만한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으아압!”

종리세는 가장 마지막에 얻었던 힘을 끌어내었다.

마궁에서 얻은 순수한 마기.

종리세의 눈동자가 어둠보다 검게 물들고 그의 몸에서 거친 마기가 뿜어져 나와 무황의 기운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쿠웅!

거친 떨림이 대기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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