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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240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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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월진천 240화

239화. 무황, 일보를 내딛다

 

 

 

 

“흥! 감히 나에게 내가중수법이라도 써볼 참이냐!”

노림수를 깨달은 요마가 소강의 손이 닿은 곳을 향해 내력을 밀어 막대한 반탄력을 일으켰다.

내가중수법.

외공을 익히고 있는 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공이었다.

닿은 곳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지는 않지만, 그 내부에서 기운을 폭발시켜 피해를 입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기회를 잘 맞춰야 하고, 상대를 잘 골라야만 했다.

상대가 내력이 더 높을 경우에는 자신의 공력이 막대한 반탄력으로 되돌아온다.

그로 인해 입게 되는 피해는 원래의 기운보다 훨씬 더 크다.

그런데.

내력을 뿜어내던 소강의 손이 거두어졌다.

순간적으로 ‘어?’하는 표정을 지은 요마는 소강의 신형을 놓쳐 버렸다.

손을 떼고 사라진 소강의 몸이 반대편에서 나타났다.

툭!

그리고 방어되지 않은 그의 옆구리에 소강의 손이 닿았다.

요마의 고개가 급격히 꺾어졌고, 소강의 지친 미소가 싸늘하게 변했다.

‘이, 이런!’

첫수가 허초임을 깨달은 요마가 움켜쥔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소강이 뿜어낸 두 개의 기운이 그의 몸속에서 폭발했다.

쩌어엉!

터트려지는 천뢰충파.

쩍!

태양혈을 얻어맞은 소강이 땅바닥에 거세게 처박혔다.

“이공자!”

둘의 접전에 물러나 있던 악이군과 승혜가 당혹스러운 감탄사를 터트리며 소강의 앞을 막아섰다.

누가 봐도 소강이 패배한 듯한 모양새였다. 

그런데 요마가 움직이지 않았다.

부릅뜬 눈에 핏발을 잔뜩 세운 채로 소강을 노려보고 있었다.

“푸헉!”

요마의 입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몸 안쪽에서 폭발해 버린 천뢰충파의 기운은 그가 막을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해 버렸다.

강력한 충격파가 그의 오장육부를 모조리 찢어 놓았다.

“네……놈…….”

악에 바친 요마가 힘겹게 노려보며 손을 뻗어왔다.

하지만 한 걸음이 떼어지기도 전에 그의 칠공에서 검붉은 핏물이 흘러나왔다.

“우웩!”

입에서 토해지는 피에 내장의 부스러기들이 쏟아졌다.

모래성처럼 허물어진 그의 무릎이 바닥을 찧듯이 닿았다.

“끄으으…….”

소강이 아무리 강해졌다고 하지만 마천의 세주보다는 모자란 실력이었다.

그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요마의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자신을 너무 과신했고, 상대를 과소평가 한 결과였다.

사환술을 썼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특기인 은신술을 펼쳤어야만 했다.

그랬다면 결과는 달라졌으리라.

“이놈들…….”

요마의 의식이 끊어지려는 순간 그의 몸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생의 의지가 역천의 힘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후아악!

검은 마기가 들불처럼 일어나 그의 전신을 감싸고 일어났다.

“악 형님! 승혜 소저!”

소강의 급한 외침이 있기도 전에 악이군과 승혜는 자신이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끌어내 창을 뻗었다.

두 자루의 창대가 거친 힘을 품고 요마의 몸을 꿰뚫었다.

콰콱!

심장을 꿰뚫은 악이군과 단전을 꿰뚫은 승혜의 창.

“끄어어어…….”

요마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콰직!

뒤늦게 몸을 날린 소강의 주먹이 요마의 머리를 때렸다.

퍼억!

허연 뇌수와 함께 핏물이 솟구쳐 소강을 향해 쏟아졌다.

“후우…….”

요마가 쓰러지자 그들의 주위에 있던 마천의 무인들이 기겁하는 표정을 지었다.

“세주님!”

하지만 은은비림의 무인들은 달랐다.

자신의 주인을 잃어버린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했고, 그 분노는 곧장 소강 일행을 향해 쏟아졌다.

우우웅!

소강은 아귀 떼처럼 달려드는 은은비림의 무인들을 바라보며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창 ‘월영’을 움켜쥐었다.

“악 형님! 승혜 소저, 물러나세요!”

콰아아아앙!

지면을 밟고 은은비림의 무인들을 향해 뛰어든 소강의 천뢰충파가 대지를 진동시키며 터져 나갔다.

 

* * *

 

“호오? 요마가 가장 먼저 당한 것인가? 제법이군.”

멀리서 바라보고 있던 종리세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 보는 인물들이었다.

창을 쓰는 세 명의 무인들이 나섰을 때 요마를 죽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다른 곳의 세주들도 밀리고 있습니다.”

흑묘의 말에 종리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예상했던 결과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세주들을 죽인 이들도 필시 무사하지는 못할 테니까.

“그럼 어디 혼란을 좀 줘 볼까?”

종리세가 웃으며 손을 들어 올리자 십이마령 중 가장 덩치가 큰 사내, 웅(熊)이 메고 있던 짐을 내려놓았다.

천으로 둘둘 말아놓은 사람만큼 큰 물건.

“보내라.”

“예!”

웅이 천으로 만 물건에 손을 대어 기를 불어 넣었다.

“끄끄끄끄…….”

그 순간 갑자기 기괴한 소음이 울려 퍼지고 천 조각이 갈가리 찢어졌다.

회색 동공과 시커먼 피부를 가진 괴인이 천을 찢고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역천대공 구자겸.

소청에게 단전이 꿰뚫렸던 그는 폐인이 되어 마궁에 돌아왔다.

숨만 붙어 있는 그는 괴마 전추에 의해 다시 깨어났다.

살육에 대한 본능만 남게 된 마인.

두 팔을 늘어뜨린 구자겸은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종리세와 십이마령들을 바라보았다.

“가거라. 가서 죽여라.”

언령처럼 내뱉어지는 종리세의 말에 괴인의 눈동자에 검은 마기가 폭풍처럼 솟구쳤다.

“크아악!”

고개가 돌려지는 순간 두 손을 땅에 댄 구자겸이 짐승처럼 달려 전장 속으로 파고들었다.

“크크크, 가련하군. 구 사형도……. 자, 어찌할 것인가. 무황.”

전장을 향해 달려가는 구자겸의 뒷모습을 종리세가 나지막하게 비웃었다.

 

* * *

 

“저건!”

무황의 눈이 찡그려졌다.

소강에 의해 마천의 세주 하나가 당하는 순간 그들의 후방에서 섬뜩하기 짝이 없는 마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거대한 기운을 가진 짐승이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곧장 혁련휘와 맞부딪쳤다. 그들의 부딪침이 만들어 낸 파열음이 전장을 뒤흔들었다.

“놈…… 나를 끌어내려 미친개 한 마리를 풀어놓았구나.”

무황이 마종을 노려보았다.

놈이 자신을 부르기 위해 개를 풀어 놓은 것이다.

느껴지는 힘을 보니 혁련휘가 충분히 막을 수 있을 정도의 것이긴 했다.

하지만 혁련휘도 온전하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마종이 나선다면 승패와 관계없이 자신은 죽는다.

마종과 싸우기 위해 억누르고 있는 기운을 모두 발산해야 할 것이고, 산공을 막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또한, 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더 짧아질 것이 틀림없었다.

자신이 죽고 난 후…….

누군가는 중원 무림을 이끌고 저들의 잔당과 싸워야 한다.

진소청이 깨어나지 못한 지금 그 대상은 자신의 제자 혁련휘밖에 없었다.

태존은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독에 중독된 상태였으니 제대로 된 힘을 낼 수 없을 터.

세주들과 싸우고 있는 이들도 이미 중한 상처를 입고 있음이다.

무황의 시선이 마종의 곁에 있는 자들에게 닿았다.

불안하다.

마종과 함께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그들의 힘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혁련휘는 더더욱 온전해야만 했다. 

‘녀석, 조금만 더 빨리 깨어나 주면 좋으련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소청이 야속하게 느껴지자 무황이 피식 웃고 말았다.

언제부터 자신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자 하는 생각을 했단 말인가?

“하마터면 못난 꼴을 보일 뻔했군.”

“…….”

무황의 중얼거림에 심각한 표정으로 전황을 살피고 있던 제갈휘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보게, 군사.”

“예!”

“만약에 말일세.”

“…….”

“내가 마종을 막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는다면 그 즉시 무인들을 물리게.”

“예?”

“후일을 도모해야 할 것이네. 저들도 이곳에서 입은 피해로 인해 섣부르게 움직일 수는 없을 게야. 서천맹을 버리고 물러나게.”

“무, 무황 어른…….”

제갈휘문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무황이 일보를 떼었다.

“만중!”

“예! 주군.”

“길을 열어라. 놈이 불렀으니 대답을 해주어야겠다.”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만중이 주위에 대기하고 있는 혈랑대를 향해 외쳤다.

“혈랑대! 길을 열어라!”

만중의 명령에 붉은 장포를 입은 무인들이 완만하게 휘어진 곡도(曲刀)를 빼 들었다.

전장으로 나서는 무황의 좌우를 지키며 천천히, 그리고 무겁게 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이 싸움의 끝이 무황의 죽음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전장에서 자신의 주군과 함께 죽을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짜자작!

만변의 힘을 머금은 축도가 구자겸의 가슴팍을 난도질했다. 하나의 변화가 수십 수백으로 나누어졌다.

하나 마치 거대한 금강석을 때린 것 같았다.

쇠를 긁어 대는 쇳소리가 울리고 피부가 조각조각 베어졌으나 구자겸은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러 왔다.

혼신의 힘을 다한 만경창파를 뚫고 붕산진곤을 온몸으로 버텨 내었다.

피부가 흉물스럽게 갈라져 벗겨졌으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눈빛에 가득한 마기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뭐 이딴 게…….’

혁련휘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뒤로 물러나며 칼을 빠르게 휘둘렀다.

맹세코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이미 팔뼈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그런데도 기세가 줄어들지 않는다.

놈은 계속 전진하고 있었고, 혁련휘는 소름이 돋아 오를 정도의 마기에 계속해서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그리고 사방으로 휘몰아치는 마기에 휩쓸린 중원 무인들이 상처를 입고 있었다.

더욱이 혁련휘가 물러난 틈에 마천의 무인들이 공격해 오고 있었다.

만약 일대일의 싸움이었다면 구자겸을 압도하고도 남았으리라.

혁련휘는 주변에 신경을 쓰느라 구자겸과의 전투에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었고, 이미 내력을 과하게 소모한 뒤였다.

‘망할, 철혈군이라도 있었다면…….’

하지만 그들을 부를 수도 없었다.

혁련휘의 명령에 의해 전선의 곳곳에 퍼져 버린 그들 역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기는 매한가지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뒤를 지키는 태존 역시 적들에게 둘러싸여 몸을 빼지 못하고 있었다.

온전했다면 모르되 싸움으로 인해 독기가 퍼지기 시작한 그는 거친 호흡을 내뿜고 있었다.

자신의 특기인 어검술을 살리지 못하고 송문고검을 손에 든 지 오래였다.

푸욱!

잠시 생각이 깊어져 움직임이 느려진 틈을 타 적들이 중원 무인들의 가슴에 칼을 박아넣었다.

“이런 개자식들이!”

혁련휘는 흑룡아를 크게 휘둘러 도기를 뿌렸다.

그리고 그 틈으로 날카롭게 세워진 손이 노려왔다.

쩌억!

흑룡아를 비틀어 흘리려 했으나 실려 있는 힘이 만만치 않았다.

거친 마기가 그의 내력을 진탕시켰다.

‘크윽!’

세 걸음.

스스로 물러난 것이 아니라 상대의 힘에 밀려버렸다.

“크아아!”

그리고 그 물러남을 놓치지 않는 구자겸이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쫓아왔다.

“이런 씨발!”

냉정하지 못하고 화가 치밀어 오른 혁련휘가 파천도법의 이 초식인 경천기개를 극도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붉은 기운이 혁련휘의 전신을 물들이는 순간.

그의 어깨를 잡은 손이 부드럽게 뒤로 당기며 구자겸을 막아섰다.

쩌어엉!

단 일수에 구자겸의 신형이 튕기듯이 밀려났다.

혁련휘의 앞을 가로막은 익숙하고도 거대한 등.

“사, 사부님?”

“휘아, 잠시 물러나 내력을 회복하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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