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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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0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73화
혈하-第 173 章 사면초가
무학은 공손하게 합장하며 말했다.
“무량수불…… 참으십시오. 아직 화를 낼 때가 아닙니다.”
이미 국제강의 분노는 극에 이르러 있었다.
“비켜라, 무학! 내 손자뻘도 안 되는 놈에게 이런 모욕을 감당할 수 없다.”
무학은 여전히 공손하고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그의 말에는 은은히 거부할 수 없는 위엄까지도 깃들어 있었다.
“빈도가 무례하지만 한 마디 하겠습니다. 이번 일은 결코 개인의 사감이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무림에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
그 말에 국제강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화를 꾹 참으며 긴 탄식을 터뜨렸다.
“음……! 좋다. 무학! 네 말이 옳다.”
국제강은 공력을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무학도 돌아서서 사군보를 마주한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탈명혈하, 일은 이미 터졌다. 당신은 무림에 나온 이래 수많은 무림인들을 격살하였다.”
“……”
사군보는 그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무학의 청수한 얼굴에 문득 분기가 떠올랐다.
“또한 가증스럽게도 당신은 강호의 수많은 여인을 음욕한 뒤 살해했다. 그것은 무림인으로 가장 수치스럽고 비열한 행위다.”
사군보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무학은 추궁했다.
“자, 그래도 할 말이 있나?”
사군보는 기가 막혔다.
허나 그 순간.
‘오늘 이 자리는 대정맹에서 나를 죽이기 위해 만든 자리다.’
사군보는 그 생각을 하자 변명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는 체념하고 침착하게 말했다.
“할 말 없다. 그대는 더 이상 사설을 늘어놓을 것 없다. 어서 계획대로 공격해라.”
“무량수불……”
무학의 얼굴에는 은은한 살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도호와 함께 무학의 신형은 다시 취영환의 절정신법으로 뒤로 미끄러졌다.
츠측-
드디어 정과 사의 일대혈전의 서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바로 이때였다.
“무학도장, 미안하지만 그자는 우리에게 맡겨주시오.”
칼칼한 음성이 들려왔다.
중인들의 시선은 일제히 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했다.
협곡의 한 곳,
스스슥……!
휘익! 휘이이익-!
그곳에는 일단의 인물들이 잡초를 헤치며 다가오고 있었다.
“……”
사군보의 얼굴이 가볍게 변했다.
앞장 선 노인은 바로 당금 무림사대세가 중 사마세가의 가주였다.
그 뒤로는 나머지 지존들이었다.
사마세가 진천도천(震天刀天) 사마운(司馬運).
모용세가 고절난장(高絶亂掌) 모용강(慕容强).
남궁세가 무애검수(無涯劍秀) 남궁민(南宮民).
사대세가 중 세 개 가문이 총 출동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뒤에는 각기 삼대세가의 고수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사마세가는 사군보에게 엄청난 원한이 있었다.
그 원한은 사군보가 일으킨 것이 아니다.
가짜 탈명혈하가 사군보 행세를 하며 사마세가를 초토화시켰다.
나아가 강호 여인들을 간살 하는 등, 사악하고 추잡한 만행을 저질러 전 강호인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그 결과 사군보는 빼도 박도 못한 채 누명을 쓰게 되었고 이곳에 그를 죽이기 위한 함정이 마련된 것이다.
사군보는 이제 사면초가가 되고 말았다.
허나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
그저 무심한 눈길로 주위를 살필 뿐이었다.
품자형(品字形)의 대치는 피와 죽음을 부르는 대치다.
탈명혈하 사군보와 대정맹의 고수들.
그리고 사마세가를 중심으로 한 삼대세가의 연합세력.
이렇게 품자의 형세를 이루었다.
휘이잉-!
스스스스……스스스스……!
협곡의 바람은 모든 중인들의 옷자락과 그리고 혼백마저 날려버릴 듯했다.
터질 것 같은 긴장 속의 침묵을 제일 먼저 깬 것은 진천도천 사마운이었다.
그는 곤룡포를 입고 있었다.
그는 좌측 팔이 팔꿈치에서 잘라지고 없었다.
그것은 가짜 사군보에게 잘린 것이다.
사마운은 이를 갈며 말했다.
“탈명혈하, 오늘 이 자리에서 네놈과 본문의 모든 원한을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
그의 옆에 있던 남궁세가주 남궁민이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긴 말 할 필요가 없다. 이곳에 네놈의 목만 남겨두면 우린 물러간다.”
목을 남겨두라니.
스스로 자결을 하라는 말이 아닌가?
사군보는 얼굴이 갑자기 음침해 지더니 냉소를 터뜨렸다.
“흐흐흐…… 헛소리 하지마라. 너희들이 합공을 한다 해도 나를 이긴다는 것은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 말은 대정맹과 세가 사람들의 성질을 돋우는 모욕이었다.
성질이 급한 사마운은 더 이상 참지를 못했다.
“애송이 놈, 네놈에게 지옥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주겠다.”
그는 번쩍 수중의 혈장도(血腸刀)를 치켜 올렸다.
남궁민도 오른손을 들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긴 장검이 들려져 있었다.
스스스슥……
이윽고 세가의 고수들은 사군보를 가운데 두고 포위했다.
그들은 미리 방위를 정한 듯 적재적소에 자리를 잡고 진기를 일으켰다.
사군보는 그들의 한가운데 우뚝 서서 차디찬 냉소를 지었다.
그는 음산한 웃음을 지으며 문득 소리쳤다.
“대정맹의 친구들, 내 오늘 이 자리에서 탈명혈하의 진정한 무서움을 보여주리라.”
그의 눈에서는 무시무시한 살광이 폭사되어 나갔다.
“나에게 대항하는 자들의 종말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 주겠다.”
대정맹의 고수들은 그 말에 가슴 밑바닥에서 한기가 치솟는 것을 느꼈다.
사군보의 몸은 무서운 속도로 움직였다.
스스스슥……!
그는 귀영만겁신법을 펼쳤다.
“아니……”
“앗, 놈이 사라졌다.”
세가의 고수들은 대경했다.
허나 그 순간,
“크악-!”
남궁세가의 현수당주(玄首堂主)가 처절한 비명과 함께 날아갔다.
그의 가슴은 커다란 구멍이 뚫려 피 보라가 뿜어지고 있었다.
사마운도 안색이 변해 고함쳤다.
“조심해라.”
허나 그 순간,
우우웅-!
시뻘건 장영이 갑자기 폭사되었다.
“크으윽-!”
이번엔 모용세가의 장로가 수천 개의 핏빛 손바닥이 전신을 격타한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그는 무참한 한 덩이 혈괴(血傀)로 화하고 말았다.
사군보의 적령장에 미처 반항조차 못하고 황천객이 된 것이었다.
바야흐로 처참을 극한 살륙은 전개됐다.
사군보의 무공은 전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의 무공은 불과 몇 각 전에 커다란 깨달음으로 가일층 진경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는 한 수, 한 수 마다에 전력을 다했다.
그렇게 되니 그의 공격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위력이 강해졌다.
아직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를 포위한 고수들은 전력으로 그저 눈앞을 향해 장풍과 무기를 휘두르며 자신을 보호하기에 급급했다.
바로 이때, 경공술로 유명한 모용세가의 야효밀영(夜梟密影)이 효영신법(梟影身法)으로 사군보를 따라 붙었다.
츠으으……
휘익! 휘리리릭--!
그는 그림자처럼 따라 붙으며 수중의 검으로 사군보의 등을 쳤다.
허나 그 순간,
“혈륜수!”
사군보의 오른손이 하얀 빛으로 변하며 빙글 돌았다.
파팍-!
야효밀영의 검이 박살났다.
뿐만 아니라, 강철같이 변한 사군보의 팔은 그대로 야효밀영의 목을 뎅겅 날렸다.
촤아악-!
비명도 없이 핏줄기만 우박처럼 쏟아졌다.
사마운은 치를 떨었다.
“으…… 저놈은 인간이 아니다.”
그의 전신에는 소름이 돋았다.
사군보의 모습이 나타난 순간 남궁민이 검을 뻗었다.
우르릉-!
검극에서 우레와 같은 뇌명이 일어나 사군보의 등을 격타했다.
“생사탄공(生死彈功)!”
사군보의 입에서 호통이 터졌다.
쾅-!
“으악-!”
남궁민은 차가운 냉기가 튕겨 나와 자신의 몸을 덮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슈슈슈-!
핏빛 줄기가 그의 이마를 관통했다.
사군보의 천뢰지(天雷指)였다.
“커어억!”
남궁민은 뒤로 날아가며 도중에 핏물로 녹아 쏟아져 내렸다.
실로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중인들이 경악에 벌린 입을 다물 지도 못한 찰나, 사군보의 쌍수가 겹쳐지는가 싶자 그대로 뻗쳐지며 그의 손에서 금빛의 둥근 륜이 날아갔다.
쐐애액-!
그것은 실제 륜이 아니라 현륜수의 변형이다.
“크아악-!”
“으윽!”
금빛 륜 형태의 강기는 그대로 세가 고수의 머리에 떨어져 그의 몸을 수직으로 양단하고 말았다.
엄청난 피가 사방으로 퍼졌다.
이때,
휘리릭!
사군보는 번개같이 세가 고수가 떨어트린 검을 낚아챘다.
이어 그는 이 일련의 믿을 수 없는 참변에 넋을 잃고 멍청히 서 있는 남궁세가 무토당주(戊土堂主)를 향해 검을 던졌다.
푹!
“아아악-!”
무토당주는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이 움직이기도 전에 검은 어느새 그의 가슴에서 등을 꿰뚫고 나가버렸다.
그의 가슴과 등으로 피가 펑펑 쏟아졌다.
“으으윽-”
쿵!
무토당주는 넘어졌다.
사마운은 안색이 창백해지고 말았다.
‘믿을 수 없다. 저놈이 어찌 인간이란 말인가? 악마! 저놈은 악마다!’
다른 고수들도 역시 마찬가지 생각으로 전율했다.
이 순간,
“아아악-!”
이번에는 모용세가의 당주의 참혹한 비명이 터졌다.
그의 머리가 박살나 피와 뇌수가 그의 시체 위에 쏟아져 내렸다.
사군보는 그가 쓰러지자 그의 시체를 밟고 몸을 멈추었다.
그는 넋 빠진 듯 멍청히 서 있는 사마운과 모용강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사마운, 모용강! 왜 덤비지 않느냐? 겁이 나느냐? 으하하하…… 겁이 나면 무릎을 꿇고 빌어라.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하하하……”
“으…… 이놈……”
“쳐 죽일 놈!”
사마운과 모용강은 피가 머리끝까지 솟구쳐 올랐다.
그들은 전후로 즉시 사군보를 에워쌌다.
피리리링……
휘리릭--!
모용강의 장포가 터질 듯 팽팽히 부풀어 올랐다.
그는 오른손을 서서히 치켜 올렸다.
그의 손바닥에는 선명한 태극도형(太極圖型)이 환출 됐다.
그것은 그의 최고 무공인 태극도형공(太極圖型功)이었다.
사마운은 수중의 혈장도를 앞으로 뻗었다.
그의 혈장도에서는 시뻘건 빛이 뻗쳐 나왔다.
그것은 곧 1장여에 달했다.
그는 내공을 전력으로 끌어올린 듯 장포가 팽팽히 부풀었으며 머리칼도 빳빳이 곤두섰다.
그야말로 사마운과 모용강은 이 일전에 죽음을 불사한 듯 전력을 기울였다.
파파파파팟-파파팟-!
세 사람 주위로 가공할 경기가 터졌다.
그들의 대치 상태는 무림에서 수백 년간 볼 수 없었던 엄청난 대결이었다.
대정맹의 인물들은 이제까지의 혈전에서 경악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설마 탈명혈하의 무공이 이 정도까지 강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이곳에 나타난 세가의 고수들은 일류 중에도 일류고수였다.
헌데 그들을 혼자의 몸으로, 그것도 불과 숨 몇 번 쉴 동안에 무참히 격살 한다는 것은 아무리 천하절대의 고수라도 불가능한 것이다.
허나 탈명혈하는 그들이 보는 앞에서 간단히 해치웠다.
대정맹의 고수들은 모두 간담이 서늘해졌다.
특히, 국제강의 놀라움은 더욱더 했다.
‘저놈의 무공은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구나. 볼 때마다 무공이 무섭게 발전하는구나.’
이때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던 사군보가 갑자기 일진광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나 사군보가 위대한 묵혈의 후예임을 똑똑히 인식시켜 주겠다.”
그의 입에서 으스스한 외침이 발해졌다.
“묵혈사령신공(墨血死靈神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