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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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71화
혈하-第 171 章 알 수 없는 여심
허나 곧 그는 어이없다는 듯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 낭자, 웃기는 소리하지 마. 천하에서 나를 이길 자는 없다. 혹시 구천대제라면 그런대로 자웅을 겨룰 수 있겠지만 다른 자들이야, 하하하하……”
난자영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처연히 말했다.
“맞아요. 당신 말이…… 허나 그곳에 기다리고 있는 고수가 구천대제라면 어떻게 하실래요?”
사군보의 안색이 급변했다.
“구천대제라고?”
난자영은 고개를 급히 끄덕였다.
“그래요. 그는 구천대제예요. 그리고도 수많은 고수들이 당신을 죽이려 하고 있어요.”
“구천대제라……”
사군보는 반복해서 부르짖었다.
그는 그 순간 뒤통수를 둔기로 세차게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구천대제……”
사군보는 계속 중얼거렸다.
난자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도 가겠나요?”
사군보는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주시하더니 물었다.
왜? 왜 내게 이런 말을 해주는 거지? 그 의도는 무엇이냐?”
사군보의 날카로운 추궁에 난자영은 고개를 더욱 숙였다.
“그것은……”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더니 뛰어갔다.
“더 이상은 나를 괴롭히지 말아줘요, 흐흐흑……”
난자영은 눈물을 뿌리며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
사군보는 그만 멍청해졌다.
아니 그의 가슴에 이 순간 무엇인가 무거운 것이 얹혀졌다.
그는 뭔가를 느끼고 있었다.
‘혹시 그녀가 나를……’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는 그녀를 생각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군보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갈 것이냐, 가지 않을 것이냐?’
그는 곧 결정했다.
그의 얼굴은 음산하게 변했다.
‘나는 묵혈의 후예다. 내 행동에서 결코 후회란 있을 수 없다.’
사군보는 앞을 노려보며 침중하게 말했다.
“구천대제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내가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사군보는 일진의 앙천광소(仰天廣笑)를 터뜨리더니 말의 박차를 가했다.
다각. 다각. 다각.
말이 거친 울음을 토하며 내달렸다.
그는 마침내 구천대제와 정파의 막강한 고수들이 기다린다는 죽음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이때다.
사군보가 사라지고 난 뒤 한 나무 뒤에서 난자영이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심하게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옥용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그녀는 멍하니 사군보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바보 같은 사람, 바보 같은 사람……”
한눈에 사랑을 느낀 남자.
처음으로 사랑한 남자.
허나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난자영은 아픈 마음을 짓씹으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
협곡(峽谷).
황량하기 그지없는 풍경이었다.
잡초가 무성히 자라 바람에 분분하고 있다.
협곡의 양쪽은 거친 암벽이 경사져 하늘로 오르고 있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풍경은 더욱 삭막해진다.
휘이잉!
쏴아아!
협곡 밖은 봄이건만 협곡이 워낙 깊은지라 이곳에는 아직도 겨울이었다.
협곡의 잡초를 헤치며 한 인영이 나타났다.
사군보의 얼굴은 무섭게 굳어져 있다.
그는 난자영과 헤어진 후 이 협곡에 이르렀다.
바람만 가득 찬 협곡 속에서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구천대제, 진정 그가 나타날 것인가?’
사군보는 잡초를 헤치며 안으로 걷고 있었다.
‘대체 그자는 어떤 인물일까?’
사군보에게 이미 두려움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무서운 투지가 그의 가슴을 지글지글 끓게 하고 있었다.
휘이잉-휘이이잉-
바람은 더욱 거칠어지고 잡초는 쓰러졌다 다시 일어섰다.
그에 따라 협곡 안은 음산하게 이루어졌다.
사군보는 문득 바람에 거의 쓰러지다시피 하다가 다시 일어서는 잡초를 보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이 잡초는 제멋대로 자랐지만 그 어떤 풍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쓰러졌다가는 의연히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이렇게 무성히 자란다.’
사군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앞 10여 장 거리에 둥치가 부러져 나간 고목한 그루가 보였다.
‘거센 바람은 고목을 부러뜨리나 한낱 연약한 잡초만은 꺾지 못한다.’
사군보의 얼굴을 환하게 밝아졌다.
‘그렇다. 무공의 이치도 이와 같다. 상대가 강하다고 자신도 강하게 맞서면 언젠가는 꺾이고 만다. 어떨 때는 유(柔)가 강(强)에 대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수도 있다.’
무공의 이치!
사군보는 그 순간 이제까지 깨닫지 못했던 경지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로 이 한 순간의 깨달음.
그것으로 사군보의 무공이 크게 진일보할 줄이야.
실상 사군보는 흑도무림에서 강자로 군림했던 수많은 고수의 무공을 무림사상 전무후무하게도 한 몸에 익힌 몸이다.
그의 무공내력은 실로 엄청난 것이다.
묵혈방의 무공.
제마오세 가운데 하나인 백해의 무공.
불문 선공인 보리신공.
제마오세 중 금란곡의 빙공까지 실로 인간의 상상을 극하고도 남음이 있는 엄청난 무공이다.
그 무공을 한 몸에 전부 터득한다고 해서 그 무공이 가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해(日)는 해로써……
달(月)은 달로써만이 그 고유함을 보존하듯이 해와 달을 합쳐서 더 밝은 빛을 낼 수는 없는 일이다.
무공도 마찬가지다.
그가 익힌 무공들은 개개가 최절정무공이다.
물론 그 무공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허나 그 무공을 극에 이르도록 연마할 수 있다면 나머지 무공을 두루 익힌 자를 이길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어찌 백 가지 무공을 한꺼번에 펼칠 수 있겠는가?
아니 도리어 그의 지혜와 힘을 백가지로 분산함으로써 그는 백가지 무공 중 어느 한 가지도 그 극을 얻을 수가 없다.
이것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진리다.
사군보는 무수한 무공을 한 몸에 익혔다.
허나 그는 동시에 양 손과 양 발, 그리고 전신을 다 쓴다 해도 고작 대여섯 가지 무공밖에 한꺼번에 전개할 수가 없다.
그것이 그의 한계다.
그러나 지극히 짧은 순간에 잡초를 보면서 깨달은 사군보의 경지는 그의 한계를 무형 중에 뛰어넘었다.
그것은 심오한 무학의 발견이었다.
유(柔)는 강(强)을 이긴다.
사군보는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불과 수십 분의 일 밖에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깨달았다.
백 가지 무공은 그 개별일 때가 가장 강하다.
내유외강(內柔外剛)-
안으로 부드럽고 밖으로 강한 것!
사군보는 가슴속에 수많은 무공을 품고 있다.
허나 그가 공격할 때는 단지 그 중 한 가지 무공을 쓸 것이다.
그 한 가지 무공에 그는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부드러움으로 모든 무공을 무형 중에 서로의 강약을 합친다.
두 가지가 하나로 되고 다시 그 하나가 모여 또 합일을 이룬다.
화합(化合)-
만류귀종(萬流歸宗)-
결국 모든 무공은 귀일된다.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그의 무공은 백배로 강해질 수 있다.
자박. 자박.
그는 여전히 잡초 사이로 걷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물처럼 담담했다.
그는 끊임없이 무공의 이치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그는 무상경지에 이르렀다.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왜 걷고 있는지?
그리고 앞에서 기다릴 위험조차도 그의 뇌리에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오직 그는 현묘하고 무궁하며 생각할수록 그 깨달음이 더해가는 오묘한 무학의 이치만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안 그의 무공의 발전은 얼마나 이루어졌을까?
때로는 10년의 고된 무공연마에도 얻지 못하는 바를 한 순간의 낙뢰를 보며 깨닫는 수가 있다.
사군보의 지금 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무학의 도를 깨우쳐 가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헌데,
스스스……
한 줄기 잡초 스치는 소리가 일었다.
아니 그것은 사방에서 동시에 일어났다.
그리고 사군보를 중심으로 좁혀들고 있었다.
허나 사군보는 여전히 걷고 있었다.
그는 전혀 암습의 기척을 느끼지 못한 듯 했다.
이때였다.
“차앗!”
“죽어랏!”
동시에 폭갈이 터지며 잡초 속에서 다섯 줄기의 인영이 사군보를 격사해 갔다.
지척의 거리다.
너무도 빠른 공격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사군보의 눈에서 한 줄기 기이한 빛이 솟아나왔다.
그의 양손이 좌우로 번개같이 나눠지며 잡초를 강타했다.
파파파팟-
“으악!”
“아악-!”
“크악-!”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다섯 줄기 인영이 연달아 땅에 떨어졌다.
그들의 전신에는 놀랍게도 수백 개의 잡초의 잎이 고슴도치처럼 박혀있었다.
그들은 모두 중년인들이었는데 한낱 잡초의 잎에 온몸이 벌집이 된 채 황천으로 가고 말았다.
실로 가공할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사군보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었다.
이때 한 줄기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과연 듣던 대로 무서울 정도로 깨끗하고 잔인한 수법이군.”
사군보는 묵묵히 고개를 들었다.
휙- 휘익-
그의 앞에 일곱 명의 인물이 마치 땅에서 솟아난 듯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젊은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풍기는 기도와 무게는 가히 개개인이 모두 일파지존에 못지않았다.
맨 앞장 선 자는 30여 세 남짓의 도인이었다.
그는 백색도복을 입고 있었다.
얼굴이 청수하고 눈은 무척 고요하며 마치 어린애의 눈과도 같이 보였다.
그는 등 뒤에 송문검(宋文劍)을 메고 있었다.
그의 왼쪽 옆에는 28세 정도의 청년이 서 있었다.
그는 회색 옷을 입고 있었는데 콧날이 날카롭고 입술이 얇았으며 특히 안색이 창백했다.
기이한 것은 그의 회의는 상당히 길어 손이 소매에 감춰져 보이지 않았다.
다시 그의 옆에는 24세 정도의 청년으로 실로 괴이한 모습이었다.
그는 일신에 투박한 마의를 걸치고 있었다.
그는 한 뼘이나 되는 긴 눈썹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눈썹은 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얼굴에는 또 길게 실 같은 상흔이 나 있었다.
다시 그의 옆에는 거구의 흑의청년이 우뚝 철탑처럼 서 있었다.
그는 키가 9척이나 되었으며 우람한 체격에 두 눈을 커다란 호목이었다.
그는 마치 옛 촉의 장비와 같은 인상이었다.
그 외에도 범상치 않은 세 청년고수가 서 있었다.
문득, 사군보는 그들을 일일이 둘러본 다음 입가에 기이한 웃음을 흘렸다.
“후후후…… 대정맹의 후기지수들이 모두 모인 셈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