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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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8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63화
혈하-第 163 章 첫눈에 반하다
-어때? 내가 줄을 한 번 놓아줄까?
그 전음에 놀란 오손주가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언니!”
그녀가 육성으로 소리를 지르자 놀란 사람은 그녀에게 은밀히 전음을 보낸 오연수였다.
오연수는 처음에는 흠칫 놀랬지만 곧 낮게 웃으며 전음을 보냈다.
-호호홋! 힘들 거다. 사 공자님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상대가 신녀방주라면 너에겐 좀 벅찬 상대지. 안 그러니?
그녀의 전음에 오손주는 하나도 지지 않았다.
그녀도 곧 전음을 보냈다.
-흥, 걱정 마. 난 반드시 공자님을 잡고 말 거야.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사군보를 한 번 쳐다본 다음 오연수에게 전음을 다시 보냈다.
-모용 공자보다 더 멋있게 생겼지, 무공도 강하지, 더구나 마음까지 좋아 보이는 이런 남자를 또 어디 가서 만나. 이런 남자는 기회가 있을 때 잡아야 돼.
온통 칭찬 일색이었다.
오손주의 마음은 이미 사군보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그것을 안 오연수가 눈을 빛내며 다시 전음을 보냈다.
-보는 눈은 좋다만, 그래도 상대가 신녀방주라면 네가 힘이 들 텐데, 눈치를 보아 하니 두 사람은 이미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것 같은데.
오손주가 내심 고개를 저으며 전음을 보냈다.
-무슨 일이건 어려움은 있기 마련이지. 그렇지만 공자님의 마음에 들도록 난 더 많은 노력을 할 거야. 어떤 짓을 해서라도.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오손주는 더욱 지지 않았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하다고는 생각 안 해. 안되면 마지막엔 신녀방주를 꼬시지, 둘이서 함께 공자님을 모시자고, 뭐.
그녀는 언니 오연수에게 혀를 날름거렸다.
동생의 전음을 듣던 오연수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둘이서?
-안 될 것은 없잖아? 영웅은 호색이라 했으니 부인을 두 명 얻는 것이 나쁠 것은 없지.
“세상에, 그런 말을……!”
마지막 그녀의 말은 전음이 아니고 그냥 음성이었다.
그녀는 동생의 맹랑한 말에 기가 막혔던 것이다.
하나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부인을 두 명 둔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겠지.’
그녀가 내심 그렇게 중얼거릴 때 사군보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입니까?”
자신과 대화하던 오연수, 오손주 두 자매가 갑자기 입을 다물고 서로를 주시할 뿐이 아닌가?
그는 이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전음이 오고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나만 빼놓고 무슨 말을 그렇게 주고받은 겁니까?”
“아무 것도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오손주가 손을 내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것보다도 공자님은 어떤 여인상을 좋아하세요?”
돌연한 그녀의 질문에 사군보는 고개를 저었다.
“흠, 글쎄요. 생각해 보지를 않아서…….”
“아이, 그래도 마음에 드는 여인상이 있을 것 아니에요.”
사군보의 뇌리로 많은 여인들이 스쳐 지나갔다.
애련한 분위기를 지닌 신녀방주 소비.
신비하면서도 솔직한 소소.
쾌활하면서도 명석한 두뇌를 지닌 홍살마희 담여운.
인연이 닿아 서로의 몸을 섞는 넘어서는 안 될 선까지 넘게 되었던 국연옥.
단 한 번 뜨거운 밤이었지만 종종 떠오르는 월영산장의 공금연.
지금쯤 북해를 재건하는 데 온힘을 다하고 있을 취취.
그러나.
가장 그리운 여자는 소제제였다.
그녀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녀들은 각각 개성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들의 아름다움을 놓고 우열을 가리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장미와 백합, 국화, 매화 등등이 제각각 아름다움을 달리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을 흠뻑 취하게 하지 않는가.
그녀들의 얼굴을 떠올리자 사군보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혔다.
“난 좋아하는 여인상이 달리 없는 것 같군요. 대신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느낌이요?”
“어떤 여인을 보고, 이 여인이 나의 사람이다 하는 그런 느낌이 오는 여인이라면 장래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념에 잠긴 듯한 표정의 사군보를 보며 오손주가 야무지게 입술을 물었다.
“느낌이라고? 좋아! 확실하게 느끼게 해 주겠어.”
그녀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사군보가 몸을 일으켰다.
“일단 우리의 얘기는 접어 두고 나중에 하도록 합시다. 손님들이 온 것 같군요.”
“손님이라니요?”
그의 말에 의아함을 느끼던 오연수, 오손주 두 자매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녀들도 어둠 속 저 멀리 벽을 타고 넘는 무수한 괴인들을 본 것이다.
그들은 순식간에 사군보의 삼면을 포위했다.
“어린놈이 귀 하나는 밝군.”
선두에 선 산발괴인의 입에서 듣기 거북한 괴음이 흘러나왔다.
쇠를 긁는 듯한 괴음을 발하는 그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그는 자신을 막은 자들이 고작 100명 뿐임에 의아해 했다.
“기이하군. 삼화보의 최고 중지인 조사전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겨우 100명의 검사뿐이고, 계집들과 희희덕거리는 애송이 뿐이라니.”
의아한 빛을 발하던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화예상제도 머리가 어떻게 된 게로군.”
그는 핏 웃었다.
“그렇다면 시간 끌 것 없겠군.”
괴인은 기괴하게 웃었다.
살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대젓가락 같은 몸은 산발한 머리와 더불어 시체를 방불케 했다.
또한 퀭한 그의 두 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이 끼치게 만들었다.
그런 그의 뒤에는 그와 비슷한 모습의 괴인 10명이 서 있었다.
괴인의 모습을 응시하던 사군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 모습은 바로…….’
사군보가 대경했다.
“설마 시마종(屍魔宗)이란 말인가?”
괴인의 눈가에 이채가 스쳤다.
“고것 아주 기특하구나. 어린것이 노부를 알아보다니.”
괴인은 히죽 웃었다.
오연수가 놀란 표정을 짓는 사군보에게 물었다.
“저 자를 아세요?”
“저 자는 시마종란 자로 40년 전의 인물이에요. 강시를 만들려고 멀쩡히 산 사람을 죽이는 그의 악독함에 강호인이라면 누구나 치를 떨죠.”
시마종.
사군보의 말대로 그는 강시술을 위해서라면 어떤 천인공노할 짓도 마다하지 않는 자다.
그녀는 공포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흐흐…… 네년들이 악주쌍화라는 두 딸년이로구나.”
시마종의 눈빛이 사악하게 번뜩였다.
“네년들을 잡아 강시로 만든 다음 화예상제에게 보낸다면 그 자의 얼굴이 어떻게 변할까? 크하하하!”
사악하게 웃는 그의 시커멓게 죽어 있는 눈이 악주쌍화의 전신을 훑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느낀 오연수와 오손주는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전신의 소름이 올올히 일어섰다.
한참 동안 그의 눈을 마주보고 있다가는 생기를 모조리 빼앗길 것만 같은 기분 나쁜 느낌이 들었다.
사군보의 입에서 한 소리 조소가 흘렀다.
“쯧쯧, 나이를 헛먹었군.”
“뭣이?”
사군보의 말에 시마종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부릅떠졌다.
손자뻘도 안 될 어린놈이 분명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한 말이었다.
시마종가 무어라 하려 할 때 사군보의 말이 먼저였다.
“노인네가 무덤에 들어갈 나이가 훨씬 지났는데도 아직 살아 있는 것을 보면 염라대왕이 졸고 있는 것 같단 말아야.”
“이 찢어 죽일 놈, 터진 입이라고 잘도 주절대는구나.”
사군보의 조소에 시마종의 분노가 터졌다.
그것은 곧 살기로 이어졌다.
“네놈을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주리라!”
슥.
시마종의 신형이 기쾌하게 사군보를 향해 폭사해 갔다.
동시에 그의 쌍장이 앞으로 내밀어졌다.
“부골장(腐骨掌)!”
슈우우우!
시마종의 쌍장에서 거무스름한 기류가 폭사하듯 사군보에게 뻗어 나왔다.
“위험해요!”
“공자!”
그 막강한 공세에 옆에 있던 오연수 자매는 깜짝 놀라 한 발씩 뒤로 물러났다.
사군보가 그녀들 앞으로 한 발 나서며 수중의 명왕검을 비스듬히 내리 그었다.
“파(破)!”
파츳!
굼뜬 당나귀같이 아무런 위력이 없어 보이는 사군보의 공격에 시마종의 얼굴에 비웃음이 어렸다.
“그래도 한 가닥 하는 놈인 줄 알았더니 별것도 없…….”
그러나 다음 순간 시마종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사군보의 아무런 위력이 없는 손짓에 의해 하나의 선이 그어지며 자신의 부골장을 반으로 갈라 버린 것이다.
짜자자작-
“헉!”
부골장을 가른 선은 그대로 시마종에게 향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시마종는 헛바람을 들이키며 물러나야 했다.
그의 새하얀 얼굴이 낭패감으로 인해 검게 변했다.
“대단한 놈이군. 나의 부골장을 간단히 깨뜨리다니.”
“시마종도 별 것 아니군. 허명뿐인 것 같은데.”
사군보의 말에 시마종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일그러졌다.
하나 얕볼 수 없는 강적이었다.
“내가 너를 너무 가볍게 봤구나.”
그는 화예상제가 조사동 같은 요지에 사군보 같은 젊은이를 놔뒀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좀 더 일찍 했어야 했다.
그러나 시마종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오늘 삼화보는 무림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말로는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거지. 그러나 중요한 것은 행동 아닐까?”
“좋아, 배포가 큰놈이군. 너 같은 놈을 만난 기념으로 나의 불멸십혼(不滅十魂)을 선사하겠다.”
“불멸십혼?”
“내가 40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놈들이지. 자, 불멸십혼과 한 번 놀아 봐라.”
삐익-! 삐익-!
그의 입에서 기이한 소성이 새어나왔다.
“크카카!”
그 소리와 동시에 시마종의 뒤에 섰던 10명의 괴인들이 기음을 토하며 꼿꼿이 신형을 세운 채 곧장 사군보를 덮쳐 왔다.
“물러나라!”
사군보의 입에서 호통이 터지며 명왕검이 휘둘러졌다.
쌔애액-
백색의 기류가 뿌려지며 불멸십혼을 향해서 뻗어 나갔다.
쾅! 콰쾅!
요란한 소리가 나고 불멸십혼들은 3장 밖으로 퉁겨져 날아갔다.
하나 3장 밖으로 날아갔던 불멸십혼은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은 듯 재차 사군보를 공격해 들어왔다.
“꽤나 단단하군.”
사군보의 눈이 반짝였다.
만근의 위력이 담긴 자신의 일격에도 불멸십혼은 멀쩡했으며 다시 공격해 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사군보는 입가에 나직한 미소를 머금었다.
“너희들은 상대를 잘못 만났다. 설사 금강불괴라 하더라도 내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사군보는 내공을 배로 끌어올렸다.
더불어 명왕검을 일직선으로 앞을 향해 내뻗었다.
그의 명왕검에서 칼날 같은 역도가 일어나며 주변의 공기가 미친 듯이 일렁거렸다.
쏴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