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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59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159화

혈하-第 159 章 위험한 동행자

 

순식간에 배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녀를 호위하는 장한들이 일제히 천근추(千斤錘)의 신법을 사용해 배의 움직임을 멈춘 것이다.

사군보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려졌다.

그의 시선이 멈춰진 곳에 한 척의 거대한 선박을 필두로 양쪽으로 나란히 선, 도합 세 척의 배들이 빠르게 내달려 왔다.

검은 고래가 물길을 헤치 듯 그 배들은 거대한 범선들이었다.

범선 갑판에는 여러 사람이 서 있거나,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수는 족히 100명은 넘어 보였다.

“배를 멈추어라!”

중앙의 범선 위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 고함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세 척의 배들은 사군보의 배를 품자형으로 포위했다.

펄럭.

돛대에 매달려 휘날리는 깃발.

그 깃에는 장강수로연맹(長江水路聯盟)이라고 쓰여 있었다.

사군보는 눈살을 찡그렸다.

‘장강수로연맹……이건 또 뭐지?’

그가 아는 장강의 주인은 수룡왕 이만기가 이끄는 수왕채다.

연맹이라는 말은 곧 연합이다.

척 보니 수적이다.

즉, 수적의 무리들이 연합을 했다는 건데 어째 하는 꼬락서니가 사군보의 기분을 매우 상하게 했다.

나름 수룡왕 이만기를 좋게 본 그였다.

그러나 그 휘하의 수적들 행태가 이 정도라면.

심지어 화포라니!

부글부글 속이 끓었지만 그보다 먼저 분위기를 잡은 건 면사여인들 일행이다.

그들은 이미 진기를 최대한 개방하고 경계 태세에 임해 있었다.

‘저들의 목표는 이 배에 탄 사람들이겠군. 어디 한 번 지켜볼까?’

사군보는 일단 사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가장 커다란 배의 선수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하하핫! 악주쌍화(岳州雙花), 드디어 네 년들이 내 손에 걸려들었구나.”

우렁찬 소리가 들려 온 커다란 배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악주쌍화? 이 여자들이 쌍화야?“

사군보는 비로소 자신의 배에 탄 두 여인이 누구인지 알았다.

또 그녀들의 정체를 알자 기쁨을 가졌다.

우연치고는 너무도 공교롭다.

 

조운백합(朝雲白鴿) 오연수(吳戀壽).

장풍파랑(長風波浪) 오손주(吳遜珠).

 

그들은 악양은 물론 강남 일대에서도 손꼽히는 미인들이다.

더불어 그녀들은 악양 삼화보 보주인 화예상제(花蕊商帝) 오범규(吳範圭)의 세 딸 중 둘 딸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삼화를 달리 말하기도 한다.

세 송이 꽃이 아닌 세 가지 재화를 의미하는 삼화(三貨)를 쓰는 곳은 상계다.

중원 화원(花園)의 3할을 차지하는 대단위 꽃 단지를 지닌 곳.

싱싱하게 살아 있는 꽃들을 중원 각처로 신속, 정확하게 배달할 수 있는 것은 빠른 교통수단인데 삼화보는 개인 마방(馬房)이 있다.

삼화마방은 중원에서 가장 빠른 말을 소유하고 있기로 유명하다.

마지막 재화는 땅이다.

꽃이라고 하는 것은 그 토양이 어떠냐에 따라 꽃이 아름답고, 향기롭게 자라기 마련이다.

아마 개인적으로 중원에서 가장 많고 넓은 땅을 가진 사람이 누구냐고 한다면 단연 삼화보주 오범규이리라.

화원과 마방, 그리고 땅.

그것은 곧 돈이다.

삼화보는 그래서 상계의 거목이다.

사군보가 이들 두 여인의 정체를 알고 반가워하는 이유는 그녀들이 바로 절친한 친구인 양사의 처제이기 때문이다.

꽃에는 무수한 벌들이 그 달콤한 꿀을 따먹기 위해 달려들게 마련.

현 무림에서 그런 그녀들을 핍박할 자들은 감히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삼화보의 거창한 위세.

큰딸이 신녀방의 부 궁주.

둘째 딸은 백도 무림의 거두인 모용세가(慕容世家)의 소가주 쌍극진천(雙戟震天) 모용방(慕容方)의 약혼녀다.

그녀들을 건드린다는 것은 곧 상계와 백도 무림, 그리고 거대문파 세 군데를 한꺼번에 건드리는 꼴이 된다.

헌데 그런 뒷배경이 엄청난 삼화보의 두 미녀 악주쌍화를 지금 장강수로연맹이 포위하고, 심지어 협박까지 하고 있었다.

사군보는 뭔가 심상치 않는 기운을 감지했다.

이때 백의 면사여인이 나직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악어(鰐魚)! 저 자가 직접 나올 줄이야.”

내심 잔뜩 긴장했는지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나타난 자는 그녀와 일행들이 아주 잘 아는 인물이었다.

 

악어.

 

그는 장강수로연맹의 맹주였다.

그는 수룡왕 이만기와 적대 관계에 있는 수적들을 규합해 장강수로연맹을 만든 자다.

그 뒤에는 사해맹의 지원도 있었다.

“악주쌍화, 네년들은 오늘 나를 따라가야겠다.”

“닥쳐라!”

오연수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흐흐! 네년이 뭘 믿고 그리 뻣뻣하게 구는 것이냐? 네 년 아비인 화예상제는 이곳에 없고, 또한 네년의 약혼자인 모용방이란 애송이도 없다. 그 고운 얼굴 상하기 전에 순순히 내 품에 안겨라.”

악어의 음침한 눈이 오연수의 전신을 한 번 쓸어 보았다.

“닥쳐라! 그 분은 너 같은 자의 입에 함부로 오르내릴 이름이 아니다.”

“얼굴과는 달리 악주쌍화의 입이 거칠군. 하나 네년들은 오늘 나의 손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으음……”

악어를 노려보는 오연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세 척의 배에는 어림잡아도 300여 명이 넘는 무사들이 타고 있었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그녀의 손에 땀이 맺히고 있었다.

수적으로 너무 열세였다.

그녀가 염두를 굴릴 때 악어가 돌연 이죽거렸다.

“어차피 삼화보는 무림에서 사라질 것이다.”

“흥! 패왕보가 흑도에서는 이름을 날리는 강대 문파라 해도 그따위 세력으로 무너질 본보가 아니다!”

“이런, 패왕보가 삼화보를 기습한다는 정보가 벌써 귀에 들어갔냐? 과연 상계의 정보망은 빠르군, 하지만 알고 있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의 여운이 담긴 말에 오연수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설마, 본보를 공격하는 자들이 그들 외에 또 다른 이들이 있단 말인가?’

그녀가 의아해 할 때 악어의 호통이 들려왔다.

“자, 실랑이는 그만 하고 결정을 해라! 이곳에서 죽을 것인지 우리를 따라가겠는지.”

“흥, 어림없다. 우리가 어찌 네놈들을 따라가겠느냐? 일찌감치 꿈을 깨라!”

그녀의 음성은 단호하며 차가웠다.

“그래, 어차피 그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꼭 벌주를 마셔야 정신을 차리겠다는 것이군.”

그는 음흉하게 웃으며 한 손을 들었다.

그러자 배 위에서 100여 명의 무사들이 나타났다.

그런 그들은 모두 손에 시위를 매긴 활을 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모두 따끔한 맛을 보여 주겠다. 어차피 살려서 데려가든 죽여서 데려가든 상관이 없으니…… 모두 준비!”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쏴라!”

핑! 피이잉!

화살이 비 오듯 쏟아졌다.

사군보는 흥미 있는 눈빛으로 사태를 주시했다.

“아가씨들을 보호하라!”

화살이 발사되자 장한들이 신속히 검을 빼어 들어 두 여인을 빙 둘러싸며 원진을 형성했다.

그들은 검들을 휘둘렀다.

챙. 챙챙챙!

그들의 검에서 백색의 검기들이 뻗어 나와 사군보의 배를 보호할 정도의 검막이 형성됐다.

화살들은 그 검막에 부딪쳐 모두 강물로 떨어져 내렸다.

그들의 검막은 실로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대단한 실력들을 지니고 있었다.

삼화십영(三花十影).

삼화보주인 화예상제가 친히 기른 고수들로서 삼화보의 주력이라 할 수 있었다.

모두 100명이 10개 조로 나누어져 있ke.

그 중 1개 조가 악주쌍화를 호위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자신들이 쏜 화살이 삼화십영에게 막혀 모두 강물로 떨어지자 악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과연 명불허전이군.”

악어의 눈동자가 살기로 번들거렸다.

“하나, 네놈들이 이곳에서 물고기 밥이 된다는 사실은 불변의 사실이다. 네놈들을 잡기 위해 귀한 손님을 모셔 왔지.”

악주쌍화와 삼화십영 등은 긴장하며 악어를 노려보았다.

“그에게서 전수 받은 강노(强弩)의 위력이라면 네놈들을 꼬치 꿰듯이 만들어 줄 것이다.”

악어는 수하들을 향해 외쳤다.

“강노들을 준비해라!”

“예!”

대답과 함께 배의 갑판 위로 무언가가 무수히 나타났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악주쌍화 등은 안색이 변했다.

“저것은 쇠로 만든 철강노(鐵强弩)!”

기계의 힘에 의해 발사되는 강노.

그것은 사람이 쏘는 활의 10배 이상의 힘이 담겨 있어 일류 고수들이라도 그것을 막기가 어려웠다.

“설마, 저들이 쇠 화살까지 준비했을 줄이야.”

“으음……!”

나직한 신음을 발하던 오손주가 고개를 돌려 사군보를 바라보았다.

이어 무언가를 생각하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리 때문에 화를 당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 빨리 물속으로 뛰어내려요. 그래야 살 수 있어요.”

오손주의 말에는 사군보를 생각하는 마음이 진하게 담겨 있었다.

자신들의 생사도 장담할 수 없는 지금 그녀는 처음 본 남을 걱정해 주는 것이다.

사군보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세심한 배려에 사군보는 그녀가 매우 사랑스럽다고 여겨져 그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어렸다.

“낭자의 배려는 실로 고맙습니다.”

오손주는 잠시 머리가 띵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사군보의 행동은 너무도 차분했다.

아니 오히려 미소까지 머금고 있었다.

‘이 남자, 신비하고 멋있다.’

사군보가 그녀를 향해 보여준 햇살 같은 미소.

그 미소의 아름다움에 그녀는 눈을 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악어의 목소리가 강에 울려 퍼졌다.

“권주를 마다한 네놈들은 모두 산적이 되어 여기에서 고기밥이 될 것이다.”

그는 손을 들었다 내리며 소리쳤다.

“쏴라! 모두 물고기 밥을 만들어 주어라!”

핑! 피핑!

10여 발에 달하는 쇠 화살들이 그녀들에게로 빗발치듯 쏘아졌다.

삼화십영의 얼굴이 굳어졌다.

각자가 최선을 다한다면 두 개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 그 이상은 무리였다.

아무리 삼화십영이 강해도 쇠화살은 검막으로 막을 수 있는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아!”

오손주의 얼굴에 공포감이 어렸다.

쇠로 된 화살들이 지척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피할 시간도 없었다.

하나 바로 그때였다.

“차앗!”

한소리 낭랑한 외침이 강 전체를 떨어 울렸다.

그와 동시였다.

촤아아아……!

사군보의 배 주위로 물기둥이 떠올랐다.

마치 휘장을 치듯 사군보의 배를 둘러싸며 치솟은 물기둥은 3장 높이로 떠올랐다.

더욱 놀라운 일은 그때 일어났다.

퍽! 파파팍!

사군보의 배를 부숴 버릴 듯 날아온 쇠화살들이 물기둥에 닿자 힘을 잃고 강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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