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사일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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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9회 작성일소설 읽기 : 풍운사일 9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잠시 동안 이어졌고, 어디론가 옮겨진 후 곧이어 몸을 만지는 손길이 느껴졌다.
따뜻한 느낌이 가슴을 적시더니 점점 전신으로 움직이며 온몸을 나른하게 만들었다.
꼼짝하지 못했던 팔과 다리의 감각이 돌아와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한 건 몸을 만지던 손길이 전신을 돌아 가슴으로 왔을 때다.
그리고 그때 극심한 허기도 같이 몰려왔다.
“으…….”
천근같은 눈꺼풀을 밀어 올리며 억눌린 신음을 뿜어냈다.
가늘게 떠진 눈에 온몸을 어루만지는 청면 사숙의 모습이 보였다.
냉정하던 모습과는 다르게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가진 손길이었다.
그러나 그 손길은 운호의 눈이 떠진 걸 확인한 순간 즉시 거두어졌고, 대신 차가운 음성이 귀를 자극해 왔다.
“고생했다. 하지만 이래서야 어찌 내일을 기약할 수 있겠느냐. 쯧쯧쯧. 그만 포기하거라.”
“할 수 있어요.”
“고집을 피워서 될 일이 아니다. 계속 이리하면 몸이 망가져 반신불수가 될 수도 있다. 그리 되면 청곡 사형을 뵐 면목이 없다.”
“저는… 할 수 있어요.”
“미련한 놈이로다. 계속 이렇게 정신을 잃는다면 어쩐단 말이냐. 나보고 신성한 점창의 그늘에서 시체를 치우는 불상사를 만들란 말이냐!”
“…….”
차가운 음성으로 질책했음에도 운호는 오직 고개를 조아릴 뿐이다.
거의 반송장이 되어 돌아왔음에도 아이는 포기하라는 말을 간절한 눈빛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도와주고 싶었으나 도와줄 방법이 없다.
그랬기에 입에서 나온 음성은 여전히 차가웠다.
“무리한 일을 지속하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다. 나는 너에게 이 일을 지시하면서 스스로 이기지 못하면 그만두라고 분명히 말했다. 오늘 너의 모습을 보아라. 그것을 두고 어찌 수련이라 할 수 있겠느냐?”
“힘들어요. 하지만 했잖아요. 그러니까 내일도 할 수 있을 거예요.”
“계속하겠다는 뜻이냐?”
“네.”
“흥! 계속하겠다니 지켜는 보겠다. 하지만 나는 네가 포기하기를 바란다. 매번 너를 치료해 줄 만큼 한가하지 않다. 네 사형들을 가르쳐야 하고 내 스스로도 여유가 없다.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 생기면 네 훈련을 중단시킬 생각이다.”
“다른 방법이 있나요?”
“이놈아, 굳이 풍운대가 되어야만 강한 무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나이가 어리니 천천히 순서를 밟아 체력을 기른 후 무공에 입문해도 충분히 훌륭한 무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사부님이 풍운대에 들기를 원하세요. 저보고 풍운대에서 점창의 별이 되라 하셨어요.”
“그놈의 고집! 굳이 험한 길을 가겠다면 더 이상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나를 원망하지는 말거라. 하루 종일 먹은 게 없을 테니 요기부터 하고 기력을 회복해라.”
“고맙습니다.”
청면자가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자 운호는 억지로 팔을 짚으며 따라 일어서 깊이 허리를 숙였다.
운호는 청면자가 나갈 때까지 공손하게 서 있다가 방문이 닫히자 옆에 놓인 밥상을 향해 다가갔다.
정신없이 먹었다.
얼마나 맛있던지 젓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먹어댔다.
그리고는 젓가락을 밥상에 놓은 뒤 목 놓아 울었다.
서럽게, 서럽게.
누구도 도와주지 않으니 혼자 해내야 한다.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그리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하지만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은 이겨낼 수가 없었다.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혈류동에서 돌아와 녹초가 되어 쓰러진 그날 밤부터였다.
미처 닦지 못한 눈물을 매달고 스르륵 잠이 든 그날.
사부님은 언제나처럼 다정한 미소를 지은 채 다가와 그의 몸을 안아주었다.
억지로 멈추었던 눈물이 다시 흘렀다.
그 미소와 그 손길.
떨어진 지 불과 하루밖에 되지 않았으나 그 하루가 준 지독한 외로움과 슬픔이 사부를 만나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되어 흘러나왔다.
응석을 부리고 싶었다.
자신을 떠나보낸 사부에게 하루 동안 겪은 슬픔과 외로움을 눈물로 보여주며 다시 데려가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사부는 미소만 지은 채 그를 사랑스럽게 어루만질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손길에 힘이 담겼고, 두드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익숙한 손놀림.
“아…….”
시간이 지나자 그 손놀림이 천룡무상심법의 운용 비결대로 움직이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부님의 손길에 맞추어 혈들이 연속으로 반응하며 고통을 만들어냈다. 타격이 시작된 지 반 시진이 지나고 난 후부터였다.
울음 대신 온몸에서 땀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고, 고통은 점점 심해졌다.
참기 위해 이를 악물었으나 온몸을 두드리는 사부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고, 그에 따른 고통은 전신을 떨리게 만들 정도로 커져 갔다.
그때 사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뭐 하느냐, 내가 가르쳐 준 대로 구결을 암기하고 그 뜻을 되뇌지 않고!”
왜 잊어버리고 있었을까.
예전에도 사부님은 전신을 두들기며 구결을 암기하도록 했었다.
구결을 암송하는 것이 고통을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 것은 아니었으나, 어느 순간 고통을 정체시키며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일정한 고통은 신체를 자극해 지속적으로 땀을 생성시켜 몸을 흠뻑 젖게 만들었다.
꿈속에서조차 망아의 세계에 빠져들고 말았다.
시간의 흐름을 잊었고, 오직 혈들을 자극하는 고통에 몸을 맡긴 채 기묘한 힘을 하나하나 되새겼다.
혈들은 타격에 따라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몸을 비틀고 움츠렸으며 반발했다. 때론 연인의 손길을 받아들이는 아낙네처럼 다소곳해지기도 했다.
눈을 자극하는 빛.
시간의 흐름은 잊었지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의 기운이 정신을 깨웠다.
아침이 되어 눈을 떴을 때 그의 몸은 옷을 입은 채 목욕을 한 것처럼 변해 있었다.
그러나 더욱 그를 놀라게 만든 것은 엉망으로 변한 자신의 신체가 정상으로 돌아와 있다는 점이었다.
팔도 멀쩡하게 움직였고 다리에는 힘이 붙었다.
넘어지고 쓰러지면서 부딪쳤던 허리와 가슴의 멍울도 희미해졌고 통증마저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그때부터 그는 청면자가 원하는 대로 혈류동까지의 험난한 산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처음처럼 괴로웠고 처음처럼 쓰러졌다.
쓰러지면 다시 일어났고, 힘이 다하면 기어서라도 끝까지 움직였다.
첫날처럼 정신을 잃지는 않았으나 달리고 나면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꿈을 꾸면 모든 것이 원상태로 되돌아온다는 걸 알게 되면서 운호는 고통 속에서도 웃으며 그 길을 달릴 수 있었다.
앙상했던 팔과 다리에 힘이 붙기 시작한 것은 한 달이 지난 후부터였다.
비록 팔과 다리는 넘어지면서 생긴 상처들로 도배가 될 정도였지만 참고 견디자 힘이 붙기 시작했다.
석 달이 지나자 처음으로 쓰러지지 않은 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고, 또다시 석 달이 지난 후부터는 저녁 식사 전에 용호각에 도착할 수 있어 사형제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사형제들은 처음에는 자신들 사이에 끼어 밥 먹는 것을 무척이나 어색해했다. 하지만 금방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는데, 특히 동갑인 운여와 운상은 항상 옆에서 어색하지 않도록 말을 붙여왔다.
그리고 그들은 아침이 되면 보자기를 내밀었다.
점심을 굶어야 하는 운호의 처지가 안타까웠는지 운여와 운상이 번갈아가며 세 알의 삶은 감자를 챙겨주었던 것이다.
눈치를 보니 대사형의 지시에 의해 하는 행동인 것 같았다.
사형제들은 말을 하지 않았으나 모두 운호의 처지를 동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새로 풍운대를 맡은 청무자의 지시에 의해 모래각반을 팔다리에 매단 것도 그때부터였다.
“헉헉……!”
각각 반 근에 달하는 모래각반은 상상보다 훨씬 커다란 괴로움을 주었다.
움직임에 따른 작용과 반작용으로, 모래각반은 훨씬 커다란 무게로 변해 괴롭혔다.
뜨거운 콧김이 거친 호흡에 묻혀 뿜어져 나왔다.
어느새 찾아온 초겨울의 추위는 운호가 뿜어내는 콧김을 새하얗게 허공으로 날려 보내고 있었다.
처음에 비한다면 괄목상대라 할 만큼 엄청나게 강해진 체력이었으나 모래각반까지 차고 추위 속에서 달리자 서서히 체력이 고갈되기 시작했다.
아직 용호각까지의 거리는 한 시진 가까이 남았기 때문에 운호는 잠시 멈춰 서서 구름을 머금고 있는 점창산을 올려다봤다.
육 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달렸으니 혈류동에서 용호각까지의 지형은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눈을 들어 바라본 산 정상은 똑같은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기에 항상 낯설고 신비로웠다.
어떨 때는 구름 속에 감춰져 있고, 어떨 때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갈 듯 서 있었으며, 어떤 날은 쓸쓸한 여행자처럼 외롭게도 보였다.
반각만 쉴 생각이었다.
그리고 소모된 체력이 회복되면 남아 있는 거리를 한 번에 달려갈 생각이었다.
모래각반으로 인한 무게 증가는 피로를 가중시켜 벌써 다섯 번이나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지만 지금부터는 멈추지 않고 끝장을 보고 싶었다.
대충 기력이 돌아오자 운호는 크게 한숨을 몰아쉬고 모래각반을 조였다.
팔을 휘두르고 발을 굴러 모래각반이 빡빡해지도록 만든 운호가 어깨를 풀고 고개를 좌우로 꺾었다.
창로한 음성이 들려온 것은 출발하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운호야!”
“어, 청우 사숙께서 어인 일로…….”
익숙한 지형.
청우 사숙의 등에 업혀 날아가는 동안 주변을 스쳐 지나는 지형들이 예전 사부님과 함께 머물던 상륜각으로 가는 길이란 걸 알려주고 있었다.
심하게 굳은 얼굴.
청우자는 나타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무척이나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어 운호를 주눅 들게 만들었다.
왜 온 것일까?
물어보고 싶었으나 굳어진 사숙의 얼굴을 본 순간 열리던 입이 저절로 닫혔다.
그만큼 사숙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굳어 있었다.
체력이 좋아져서 달리는 것이 무섭지 않게 되었으나 사숙의 신법은 달리는 것을 벗어나 날아가는 것이었기에 운호는 속으로 감탄을 연발했다.
바위를 밟는 발의 움직임은 구름을 밟고 도약하는 것처럼 한없이 부드러웠다. 나무 사이를 연속으로 차는 탄력은 시위에서 떠난 화살처럼 강력해 엄청난 속도를 뿜어냈다.
언제쯤 이런 신법을 배울 수 있을까.
사숙이 펼치는 신법을 배울 수만 있다면 혈류동에서 용호각까지 뛰는 것은 그만둘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운호는 청우자의 등에서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상상을 하고 있을 때 멀리서 모습을 드러내던 상륜각이 눈앞으로 확 다가왔다.
워낙 빠른 신법을 구사했기 때문에 금방 상륜각의 전경이 나타났고, 전각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무슨 일이기에 이리 많은 사람이 모인 걸까?
자신도 모르게 불안해졌기 때문에 사부님을 찾기 위해 눈을 부지런히 돌렸다.
청우 사숙의 목적지가 상륜각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꿈속에서만 보던 사부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정신없이 쿵쿵 뛰고 있었다.
그러나 워낙 많은 사람이 장막을 치고 있었기에 사부님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을 괴롭히던 청면 사숙과 청운 사숙이 먼저 보였고, 그 옆으로 현재 풍운대를 맡고 있는 청명 사숙이 보였다.
그리고 줄줄이 장로들이 들어차 있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상륜각의 마당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청우 사숙이 마당으로 들어서자 마치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좌우로 비켜서며 일사불란하게 길을 내줬다.
청우 사숙의 발걸음은 주저함이 없었다.
방문을 차고 안으로 들어서자 점창을 책임지고 있는 장문인과 가장 배분이 높은 청허 사숙, 그리고 청문 사숙이 무거운 얼굴로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가운데 누워 있는 사람은 꿈속에서나마 매일 만나던 사부님이었다.
“우리… 운호가 왔구나.”
허깨비와 같은 얼굴로 허공에 붕 뜬 것처럼 힘없는 음성이 사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청곡자를 발견한 운호가 청우자의 등 뒤에서 버둥거렸다.
목소리에 홀린 영혼처럼 사부에게 가려는 운호의 행동은 간절하기 그지없었다.
청우 사숙의 등에서 내린 운호가 정신없이 다가가 사부님의 가슴에 자신의 몸을 묻었다.
아무런 말도 필요 없었다.
그리운 가슴, 그리운 얼굴, 그리고 한시도 잊지 못한 사부님의 음성.
얼마나 상태가 안 좋은지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묻지 못한 것은 가슴이 터질 듯 아파왔기 때문이다.
끝없이 흐르는 눈물.
청곡자의 가녀린 가슴에 안긴 운호의 몸이 정신없이 떨렸고, 입에서는 비명과 같은 울음소리가 끝없이 새어 나왔다.
그런 운호를 청곡자는 꼭 끌어안은 채 한동안 죽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운호를 떼어낸 것은 청문자였다.
“운호야, 우리 운호 많이 컸구나.”
“사부님, 보고 싶었어요.”
“나도… 나도 보고 싶었다.”
“어헝!”
말없이 떨어지는 눈물.
청곡자의 눈에서 운호를 향한 사랑이 흘렀고, 그에 맞춰 운호가 짐승처럼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 청곡자의 손이 간신히 움직여 운호의 손을 잡았다.
“운호야, 울지 말거라. 옳지, 그래야지.”
잡은 손을 다독거리며 울음을 진정시킨 청곡자가 운호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냈다.
그의 손은 오랜 가뭄으로 인해 갈라진 농토처럼 형편없이 변해 있었다.
“운호야, 시간이 없구나. 그러니 사부의 말을 잘 듣거라.”
“사부님, 말씀하세요. 잘 들을게요.”
“착하구나. 사부는 이제 먼 길을 가야 한다. 그래서 너를 더 이상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돌아가시는 건가요?”
“……그렇단다.”
“조금만 더 있다가 가시면 안 돼요? 사부님과… 사부님과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어요.”
“그러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을 것 같구나. 미안하다.”
“안 돼요! 안 돼요!”
“사람의 운명은 바람과 같아 왔다가 어느 날 문득 사라지는 것이다. 막아서도 안 되고 막을 수도 없는 것이 운명이다. 그러니 너무 아쉬워 말아라.”
“크윽!”
“나는 이제 여한이 없다. 사문에 모든 것을 돌려주었고, 너를 이렇게나마 볼 수 있으니 웃으며 눈을 감을 수 있다.”
“사부님!”
“운호야, 사내는 어떻게 살아야 된다고 했느냐?”
“뜨거운 심장과 냉철한 이성으로 불꽃같이 살라 하셨어요.”
“그렇다. 그것이 열혈의 무인이 살아가야 할 자세이다. 믿어도 되겠느냐?”
“네, 그리 살겠습니다.”
“사부가 전해준 심법을 익히는 데 한시도 게을리하지 마라. 네가 점창의 별이 되는 걸 보지 못하고 눈을 감는 것이 아쉬우나 나는 그리 될 것이라 믿는다. 너와 함께한 시간이 사부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운호야, 부디 점창의 별이 되어다오.”
“그럴게요, 그럴게요.”
청곡자의 음성이 심하게 떨렸고, 호흡도 그에 맞춰 진폭이 커졌다.
목에서는 가래 끓는 소리가 끊임이 없었는데 금방이라도 숨이 멈출 것처럼 급박했다.
그럼에도 그는 마지막 힘을 내어 청현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장문인!”
“사형, 말씀하시지요.”
“우리… 운호, 우리 운호를 꼭 부탁하오.”
“사부님!”
청곡자가 끝내 말을 마치지 못하고 손을 놓자 자신의 손을 놓아버린 청곡자의 마른 손을 다시 부여잡으며 운호가 비명을 질렀다.
그의 비명 소리는 엄마를 잃은 아기 사슴처럼 길고 높았으며 찢어질 듯 뾰족했다.
청현자를 포함해 청허자가 연속으로 벼락처럼 고함을 질렀고, 방 밖에서 장로들과 문인들의 도호 소리가 동시에 합창되며 울음이 터져 나왔다.
점창의 구성이며 전설이던 청곡자의 죽음.
그 죽음이 점창산을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슬픔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